별이 빛나는 밤에 (2016/11/26) (3)
괜찮아?
지우 (조금 멀리서, 떨고)다,다리가 꿈쩍을 안 해. 야, 강태오...
나 무서워 죽을 것 같아. 어떻게 좀 해 봐.
태오 기다려. (조심스럽게 올라가 손 뻗는)... 내 손 잡아.
지우 (덜덜 떨고, 손 잡고)어....
태오 나만 따라 내려 와.
지우 어... (조금씩 내려오는).... (다 내려오고)아휴... 진짜 죽을 뻔..
태오 (와락 안는)..... 죽지 마.
지우 (놀라고)강,강태오..?
태오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
지우 (속으로)바보.... 내 버킷리스트 1번이 바로 너랑 만나기였어.
태오 사실 여기 올 때까지 난 누굴까, 날 버린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이 많았는데... 널 버스에서 보는 순간....
지우 (숨 막히고)이것 좀 풀고 얘기하면 안 돼?
태오 (포옹 풀고)어.. 미안, 미안...
지우 (방긋)날 보는 순간 어땠는데?
태오 내가 누구든, 난 이미 나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에도
너를 보면 심장이 쿵쾅거렸는데 지금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게...
지우 (푹 쓰러지는)....
태오 지우야... 지우야.... (큰소리)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M 긴 브릿지
E 병원 소음
태오 (문 열고 들어가는)...
연숙 어, 태오 왔구나. 지우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태오 안녕하세요.... 30분이나 일찍 출발했는데 버스가 고장이 나서요...
지우 (샐쭉)기다리긴. 누가 기다렸다고 그래.
연숙 (피식)그런 애가 아까부터 휠체어에 앉아, 문만 봤니?
지우 (새침)아니라니까. 난 안 나가. 다시 침대에 눕혀 줘.
연숙 (장난)그럼 엄마 데이트는 어쩌고?
지우 지금 딸이 아픈데, 엄마 데이트가 문제야?
연숙 엄마도 이제 내 인생 좀 살아야지. 약 오르면 너도 니 남친이랑
데이트 하면 되잖아.
지우 엄마!
연숙 (웃고)... (태오에게)나는 동욱이아저씨랑 영화 한편 보고 올 테니까
편하게 놀다 가. (나가는).....
태오 네... 다녀오세요. 우리도 데이트 좀 해 볼까요, 한지우씨?
지우 (새침)다음부터는 1시간 일찍 출발 해.
태오 (미소)그래, 알았어. (휠체어 밀고 나가는).....
E 병원 밖 공원, 환자들 산책하는
태오 안 추워?
지우 응. 괜찮아. 태오야.
태오 응?
지우 소설은 잘 쓰고 있어? 제목이 ‘별이 빛나는 밤에'라고? 태오 응. 여주인공이 아주 예뻐.
지우 치... 다 쓰면 여친이 제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거 알지?
태오 당근이지.
지우 근데.. 너 낳아주신 진짜 엄마, 아빠... 안 궁금해?
태오 ... 안 궁금해. 지금 우리 엄마, 아버지가 훨씬 소중하고 중요해,
나한테는.
지우 (미소)멋지다, 너.
태오 에이, 한지우 남친이 이 정도는 돼야지.
지우 (새침)누구 맘대로 남친이래?
태오 야, 우리 저번에 뽀뽀도 하고....
지우 (입 막으며)야아....
태오 하하하... . 지우야.
지우 응?
태오 ...내 옆에 오래 오래 있어 줄 거지?
지우 ...
E 조금 멀리서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
지우 (딴청, 밝게)어... 별똥별이다.
태오 대낮에 무슨 별똥별?
지우 저기 봐... 비행기가 지나가면서 방귀 끼는 게 꼭 별똥별 같잖아.
태오 (보고)그러네. 그날... 생각난다. 우리 조 사람들도.
지우 사람들한테 별은 뭘까?
태오 그리움? 정체성? 희망? 아니면 첫사랑?
지우 큭큭.. 너 정말 작가처럼 말한다....
태오 그때, 너... 정말 죽으려고 했던 거야?
지우 바보야.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은 없어. 그냥 그런 순간이 있을 뿐이지.
태오 너, 거기 서 있는데.... 내가... 얼마나 무서웠지 알아?
지우 익숙해 질 거야. 니 여친이 그렇게 롤로코스트를 타는 인생이거든.
태오 (맘 아픈).... 맞아. 내 여친은 특별해.
지우 (길게 기지개)피곤하다... 들어가자.
태오 그래... (휠체어 밀고).....
지우 아무래도 난 행운아인 것 같아.
태오 뭐?
지우 내 버킷리스트가 거의 완성 돼 가거든.
태오 지우야...
지우 경고! 너 방금 내가 제일 싫어하는 얼굴하려구 했어. 끝까지
웃어 줄 거지?
태오 (울음 참으며)넌 꼭 어려운 것만 시키더라. 나빴어....
M 브릿지
E 맥주 집 안 (비틀즈의 ‘오블라디 오블라다') 태오 (사진 보여주며, 약간 취하고)봐봐, 내 여친 예쁘지?
친구1 (걱정)지난번보다 살이 더 빠졌네.
친구2 (심난)보라색 가발... 잘 어울린다.
태오 (사진 넘기며)내 여친은 오렌지색 머리도 파란색 머리도 아주 잘
어울려... 그치?
친구1,2 (맘 아픈)그러네. (맥주 마시는)....
태오 (맘 아프지만 감추며, 오버)이 애송이들아. 혹시 여자친구 생기면
이 형님한테 꼭 물어 봐라. 이 형님이 다 가르쳐주마.
친구2 아이구 저 잘난 척.
모두 (허탈하게 웃는)하하하...
태오 (술 벌컥벌컥 마시고)....
친구1 지우. 또 병원에 간 거야?
태오 (울먹)....어.
친구2 (조심스레)많이 아파?
태오 .... 응. 안 좋아. 나도 밖에서 겨우 얼굴만 봤어.
E 중환자실 안(회상)
지우 (기계에 호흡하는)....
연숙 (흐느끼는)......
E 맥주집 안(현실)
친구2 어쩌냐.... (술 마시는)....
태오 (애써 밝게)지우는 다시 일어날 거야. 내가 쓴 소설을 첫 번째로
읽겠다고 약속 했거든. 그래서 아주아주 천천히 쓰고 있어.
친구1 우리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태오 야, 야... 지우가 지금 너희들 얼굴 봤으면 잔소리깨나 했을 거야. 걔가 그런 얼굴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친구2 (밝게)그래, 웃자. 지우는 다시 일어날 거야.
친구1 (밝게)그럼 그럼... 아, 우리 퇴원선물 준비할까?
태오 퇴원선물?
M 브릿지
E 동네, 자동차 멈추고
동욱 (차에서 내려 문 여는)...
연숙 (지우 부축해 내리는)... 조심조심...
지우 (힘없이)조심하고 있어.
연숙 (속상)그냥 집에까지 차 타고 가면 좋잖아.
지우 거울이랑 립스틱 좀 줘 봐.
연숙 (빽에서 꺼내 주며)자....
지우 (거울보고, 한숨)... 얼굴이 형편없네. (립스틱 바르고).... 좀 낫다....
E 자전거 다가오고
태오 (자전거 세우고).. 안녕하세요.
연숙,동욱 어, 그래...
지우 (새침)... 이게 그렇게 자랑하던 니 애마야?
태오 응. 어때?
지우 (보며)뭐.. 괜찮네. 바퀴도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구. (피식)날 위해
방석까지 깐 거야?
태오 (배시시)어.... 우리 엄마가 떠 주셨어.
지우 (웃는)정말? 고맙다고 전해 줘.
태오 다음엔 맛있는 머핀 만들어 준다고 같이 오래.
지우 그래... 엄마, 아저씨. 먼저 가요. 난 태오 자전거 타고 천천히 갈게.
연숙 (울음 참으며)그래, 조심해서 와.
동욱 (애써 담담)집에서 보자, 지우야.
지우 (힘없이 웃으며)네..
E 자동차 가고
태오 우리도 달려 볼까? 자, 뒤에 타.
지우 (힘들게 타려하고)....
태오 (도아주며)잡아줄게.
지우 혼자 할 수 있어. 어서 운전이나 해.
태오 그래.... 내 허리 꽉 잡아. 힘들면 언제든 얘기하고.
지우 알았다니까...
태오 (자전거 타고)자, 출발....
E 천천히 달리는 자전거, 꼬마전구 켜지는
BG(아스트르드 질베르토의 ‘Manha de carnaval') 지우 (희미하게 웃으며, 감동)야, 강태오... 여친 퇴원기념 이벤트도
준비 한 거야? 저 꼬마전구... 꼭 별 같다.....
태오 맘에 들어? 삼총사가 널 위해 같이 준비한 거야.
지우 맘에 들어. 담엔 걔들도 같이 만나자. 보고 싶다...
태오 그러자. ....괜찮아?
지우 (새침)안 괜찮아. 니가 자꾸 돌아봐서 사고 날까봐 무서워.
태오 어, 미안.
지우 (꼭 안는)... 태오야.
태오 응?
지우 (점점 힘없고)생각해 보면 우리가 다 별이야.
태오 별? 우리가?
지우 저마다의 인생에서 누구도 그 자신만큼 빛날 순 없잖아.
태오 그렇지.
지우 나, 오래도록 기억해 줄 거지?
태오 그럼...
지우 (꼭 안고)아, 좋다... (속으로)고마워. 내 첫 사랑....
E 자전거 천천히 달리고 음악 커졌다 작아지며
M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