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use cookies to help make LingQ better. By visiting the site, you agree to our cookie policy.


image

KBS 무대: 2016 10월 - 11월, 별이 빛나는 밤에 (2016/11/26) (1)

별이 빛나는 밤에 (2016/11/26) (1)

작의

스무 살! 가장 빛나는 순간에도 반갑지 않은 손님, 죽음은 곁에 있을 수 있다. 오랜 시간 백혈병을 앓고 죽음을 준비하는 지우는 버킷리스트대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첫사랑인 태오를 만나고 별을 보러 간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며 차분히 자신의 죽음 준비한다.

등장인물

지우(여, 20세) 10살 때부터 백혈병을 앓았다. 하지만 강하고 밝으며

늘 걱정하는 엄마한테 미안하면서도 괜히 짜증을 난다. 자신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싫다. 태오와는 서로가

첫사랑이다. (10살 지우)

태오(남, 20세) 대학생.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잠시

고민하지만 본래대로 씩씩하다. 첫사랑인 지우와 다시

만나 티격태격 하며 아픈 지우를 지켜준다. (10살 태오)

연숙(여, 48세) 지우모. 지우의 병이 자신의 탓만 같아 늘 미안해한다.

동욱(남, 51세) 연숙을 사랑하고 힘들어하는 모녀를 잘 보살핀다.

누리부(남, 37세) 홀아비, 이혼의 상처로 술을 자주 마시지만 심성은 착하다.

그 외 할머니/ 할아버지/ 태오부/ 친구1,2(남, 태오의 친구)/누리(여, 6세)/ 진행자(여)/ 사촌(여)/여자/ 남자/ 의사(남)

// 별 보러 온 사람들 약 10~15명

M 오프닝

E 찌개 끓고, 계란프라이 하는

연숙 (큰소리) 지우야... 점심 먹자. (혼잣말)얘가 자나.. (가서 노크)...

지우야... (문 여는).. 없네.

지우 (욕실에서(대사 off에서)/ 아프고) 엄마... 엄마...

연숙 (기겁, 뛰어가 욕실 문 여는)...지우야!

지우 (수돗물 틀어져 있고, 힘들게)... 엄마, 코피가 멈추질 않아. 미안해, 혼자 해결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

연숙 (놀라 뛰어가 안으며) 괜찮아. 괜찮아! 지우야...

(잠시 토닥이다) 엄마 얼른 차 부르고 올게, (욕실 나가고)

(약간 off에서/ 전화하는) 병원이죠? 네, 네. 빨리요!

지우 (힘들고) 엄마... 그림 노트 좀 챙겨 줘.

연숙 (버럭) 지금 그게 문제야? 제발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지우 (담담) 가져갈래. 이번에 병원 가면 또 얼마나 있을지 모르잖아.

연숙 (울음 참으며) 알았어. 엄마가 챙길게.

E 병원. 앰뷸런스 도착하고, 사람들 부산스럽고

의사 (지우 침대 밀며) 지우양... 내 말 들려요? 지우양....!

지우 (산소호흡기로 호흡하며 이동하는)....

연숙 (옆에서 같이 가며, 울먹)지우야...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다구.

지우 (속으로)엄마.. 또 아파서 미안해.

의사 (침대 밀고).... (연숙에게)어머님은 여기 계세요...!

E 중환자실 문 쾅 닫히는

연숙 (무너지며) 흑흑흑....

동욱 (달려오는).... 연숙아!

연숙 (안겨 우는) 동욱씨.. 우리 지우 어떡해... 우리 지우....

동욱 (토닥이며) 괜찮을 거야. 지우... 강하잖아. 엄마가 매번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되지.

연숙 의사선생님이 지우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하라고....

동욱 (한숨)....

연숙 (울음 추스르며) 왠지 그 말이 우리 지우... 얼마 안 남았단 말 같아, 진짜 섭섭하더라.

동욱 원래 의사들은 냉정하잖아.

연숙 난 우리 지우, 절대 포기 안 해.

동욱 알아. 근데.... (손잡으며) 니 인생도 절대 포기 하지 마, 차연숙.

연숙 (슬픈/혼잣말처럼)내 인생....내 인생이라... 후... 지우가 내 인생이지...

M 긴 브릿지

E 병원 소음, 걷는 두 사람

연숙 (웃으며)치료 잘 받았어, 우리 딸?

지우 그러엄. 내가 또 참는 거 하나는 잘 하잖아.

연숙 (엉덩이 두드리며)아이구 잘했어, 잘했어.

지우 (창피)왜 이래, 사람들이 보잖아.

연숙 (좋고)보면 어때서? 내 딸 엉덩이 좀 두르는 게, 뭐?

지우 창피해, 진짜. (먼저 가는)....

연숙 (쫓아가며, 웃는)같이 가....

E 달리는 차 안, 음악(엑소의 'Run') 지우 (따라 부르며)...Ayo, Ayo 조금만 더 달려...

연숙 (웃고)...

지우 (노래)Ayo, Ayo 겁 먹지는 말고... 엄마.

연숙 왜?

지우 나 치료 잘 받았으니까 보내 줘.

연숙 (음악 끄고).. (차갑게)안 돼.

지우 왜?

연숙 의사 선생님도 절대 안 된다고 했잖아.

지우 절대 안 된다고는 안 했어. 조심하면 한번쯤 갔다와도 좋다고 했지.

연숙 별이야 다 똑같지, 강원도 가서 보면 다르니?

지우 응, 달라. 엄마가 스무 살 되면 보내 준다고 했잖아.

연숙 그런 말 한 적 없어.

지우 나 괜찮아. 아주 건강하다구. 요 근래 쓰러진 적 없잖아.

연숙 3주 전에 쓰러진 건 뭔데?

지우 (풀죽어)의사선생님이 잘 하고 있다고 했단말이야. (물병 열고

마시고)... 봐, 버섯 다린 물도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있어.

갔다 올게. 제발, 엄마....

연숙 안 돼.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지우 (피식)죽는 건 나지. 엄마가 아니라....

연숙 뭐? (차 급히 세우고)...

지우 (담담)틀린 말도 몰랐던 사실도 아닌데 새삼 왜 이러셔, 차연숙씨.

연숙 (속상)나쁜년... 꼭 엄마 속을 그렇게 뒤집어 놔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우 그러니까 보내 줘. 혼자 안 가고 이모네 연우언니랑 같이 간다니까.

언니는 내 병 다 아니까 잘 돌봐 줄 거야. 겨우 하룻밤이구.

연숙 .....

지우 (투정)나도 나 하고 싶은 거 좀 하고 살아보자. 10살 때부터

내 맘대로 한 게 하나도 없잖아. 엄마...

연숙 (깊은 한숨).... 의사선생님한테 전화해 보고.

지우 (반색)의사선생님이 허락하면 되는 거지? 딴 말하기 없기다?

M 브릿지

E 선술집 안, 사람 많지 않고, 술 마시는 두 사람

태오부 오랜만이네, 우리 태오랑 술 마시는 거.

태오 아버지가 바쁘셔서 그렇죠, 뭐. 회사는.. 요즘 괜찮은가요?

태오부 허허... 막내아들이 아버지 회사 걱정도 다 하고. 정말 다 컸구나,

다 컸어.

태오 에이, 그럼요. 저도 이제 스무 살인데...

태오부 대학 가니까 좋냐?

태오 좀 자유로운 거 빼고는 글쎄요... 뭐가 좋다고 딱히 말할 게 없네요.

태오부 여행을 한번 가 보는 건 어때?

태오 여행이요?

태오부 아버진 말이다, 스무 살에 무전여행을 갔다 왔거든. 그땐 그런 게 통하는 세상이었으니까. 요즘은 통 낭만이 없으니... (술 마시는)..

태오 (웃고)....

태오부 부산에 사는 큰형한테 가는 것도 좋겠네. 아, 제주도 사는 누나네가 더 나으려나? 태오 넌, 형보다는 누나랑 더 친하잖아.

태오 전 형도 좋은데, 형이 절 너무 애 취급해서 김빠져요.

태오부 (웃으며)그래?

태오 글쎄 대학입학 선물로 형이 뭘 보냈는지 아세요?

태오부 뭔데?

태오 면도기요. 아니, 제가 수염을 고1때부터 깎았는데 면도기를 이제

선물하는 게 말이 되냐구요?

테오부 하하하.... 그래도 그 놈이 내 생일 땐 선물을 안 해도, 너한테

꼬박꼬박 보내잖니.

태오 그거야 고맙지만... 참, 아까 여행얘기 하셨는데 그렇지 않아도

어디 좀 갔다 올까 해요.

태오부 어딜?

태오 1박짜리 별 보기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강원도에서.

태오부 별? 좋지. 역시 넌 날 닮아서 낭만을 아는구나. 허허허...

태오 별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좀 정리가 되더라구요.

태오부 (착잡) ....그거... 알고 나서, 마음이 많이 복잡했나보구나. 그렇겠지..

태오 ......

태오부 태오야.

태오 네, 아버지.

태오부 넌 언제나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다. 알지?

태오 (맘 아픈)그럼요, 저도 아버지 아들이어서 정말 좋아요.

태오부 자, 한잔 할까?

태오 네.... (건배하고 마시는).... (속으로)아버지.. 너무 걱정 마세요.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M 브릿지

E 한정식집 안, 밥 먹는 세사람

동욱 (집어주며)이것도 먹어 봐, 지우야.

지우 네... (먹고)음.. 맛있어요. 근데 아저씨가 왜 저녁을 사시는 거예요?

동욱 (장난)이번에 한국시리즈... 내가 응원하는 팀이 또 우승했잖아.

그래서 팬으로서 한 턱 내는 거지.

지우 (펄쩍)그건 우리 팀이 운이 좀 나빠서 그렇죠.

동욱 (약올리며)운도 실력인데.

지우 (열받고)으으윽.. (노래, 연안부두)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동욱 하하하.....

연숙 아무튼 누가 보면 둘이 부녀지간이라고 해도 믿겠어.

지우 어, 우리 연숙씨... 질투나나 부다. 그쵸 아저씨?

동욱 그러게?

세사람 (웃고).....

동욱 별 보러 간다면서? 준비는 다 됐고?

지우 뭐 대충이요.

연숙 대충이 어딨어? 엄마가 다시 짐 싸 줄 테니까 그거 갖고 가.

지우 엄마. 나 어린애 아냐. 그리고 하룻밤이야.

동욱 그래, 그건 지우 말이 백번 맞지.

연숙 하룻밤이어도 그 몸으로 텐트에서 어떻게 자려구. 날도 선선한데.

지우 엄마, 제발..

연숙 아무튼 연우 말 잘 듣고, 약 먹는 거 잊지 말고. 절대 혼자

움직이지 말고. 알았지?

지우 알았어.

사촌 (회상)야, 나중에 들통 나면 어쩌려고 그래?

지우 (회상)걱정 마, 친구들끼리 편하게 가고 싶은데

엄마가 보호자로 연우언니는 꼭 가야한다고 우기니까, 어쩔 수 없이

거짓말 할 수밖에 없잖아. 나, 요즘 진짜 하나도 안 아파.

사촌 (회상)진짜? 아휴, 몰라 몰라 난. 암튼 약속한 태블릿PC는 주는 거다?

지우 (회상)그러엄...

동욱 (밥 먹고)...이번에 유성이 맨눈으로 보일정도로 엄청 떨어진다며?

지우 네, 그래서 소원 빌러 가는 거예요.

동욱 소원이 뭔데?

지우 음... 내가 온 별로 돌아가는 거요.

동욱 (장난)어쩐지.. 지우가 지구인과 좀 다르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

지우 (작게)아저씨. 나 없는 동안 두 분이서... 아름다운 밤 보내세요.

연숙 (부끄럽고)얘가 왜 이래....

동욱 하하하... (작게)그건 걱정 마.

지우 (맘 복잡)우리 엄마... 잘 부탁드려요. 아주아주 행복하게 해 주세요.

M 긴 브릿지

E 저녁, 산 아래 캠핑장 일각,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지우 (텐트 만지며, 힘들고, 혼잣말)이건 도대체 어떻게 끼우는 거야?

태오 (다가와, 삐딱)도와 줄.. 아니 도와 드려요?

지우 (짜증)아니요, 혼자 할 수 있어요.

태오 야! 아니, 한지우씨. 딱 봐도 오늘 안에 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지우 (씩씩)강태오. 신경 쓰지 말라구, 할 수 있다니까.

태오 아무튼 똥고집은 여전하네. 나는 뭐 너한테 신경 쓰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냐? 한조니까...

지우 글쎄 괜찮다구.... (하다 텐트 확 쓰러져 넘어지고)... 엄마야.

태오 하하하..

지우 에이씨... 저거 니가 친 텐트지? 짐 빼, 이제부터 내가 쓸 거니까.

태오 야, 그런 게 어딨어?

지우 한조라면서요, 강태오씨? 그러니까 어려움에 처한 조원을 도와야죠. 여긴 니가 저 텐트 다시 세워서 쓰세요. (캐리어 끌고 가는)...

태오 (혼잣말)저게 진짜... 아휴, 잘 생긴 내가 참자, 참아. (텐트 치는)....

E 핸드폰 진동음

태오 (텐트 치며, 힘들고/ 전화받음)어, 왜?

친구1 (전화)별 보러 간다더니 뭐 하느라 그렇게 끙끙 대?

태오 말도 마라. 한지우 알지?

친구1 (전화)한지우? 니 첫사랑, 한지우?

태오 첫사랑은 무슨. 그냥 초등 2학년 때 짝이었을 뿐이지.

친구1 (전화)하긴 걔가 3학년 때부터 학교에 잘 안 나오다 전학 갔지?

설마... 걔가 거길 온 거야?

태오 온 것뿐이 아니라 같은 조다. 여기 오는 버스에서 걔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

친구1 (전화)와, 이거 너무 판타스틱 한 얘긴데. 별 보러 갔다가

첫사랑과 만나다니.. 남친 있대?

태오 남친이 있든 없든 난 관심 없어. 아니, 하룻밤 잘 건데 무슨

해외여행 가듯 캐리어를 끌고 왔다니까.

친구1 (전화)하하하... 걔가 옛날부터 좀 특이하긴 했지. 그래도 예쁘잖아.

태오 예쁘긴 개뿔. 피부가 허얘가지구 어디 아픈 애 같더만.

친구1 (전화)오호... 벌써 피부까지 다 파악했어? 잘 해 봐라, 강태오.

태오 뭘 잘해 봐?

친구1 (전화)별은 비처럼 쏟아지겠다, 분위기 좀 잡고, 오매불망 잊지 못하 던 그녀를 향한 뜨거운 고백, 오늘 그냥 확! 해 버려. 그동안 한지우 너를 못잊어 연애 한번 못 했노라...! 크크큭

태오 야, 오매불망은 무슨. 끊어... (전화 끊고, 혼잣말)아니, 다른 조들은 다 저녁 준비하는데... 텐트에 들어가서 뭐 하는 거야?

E 가서, 텐트 두드리는

태오 한지우! 한지우! 화장실 갔나? (문 조심스럽게 여는)....

지우 (자는).....

태오 (혼잣말)뭐야, 그림 그리다 잠들었나 보네. (살짝 들춰 보는)....

잘 그렸네. 근데 우리 조원들은 다 있는데 왜 나는 없어? 우씨.... (깨우며)야... 한지우.

지우 (자는)....

태오 (버럭)어디서 수를 쓰고 있어. 안 자는 거 다 알아. 아니 텐트도

나 혼자 치고 밥도 나 혼자 하라는 거야? 저녁 안 해? 저녁!

지우 (잠 덜 깬, 돌아누우며)나 좀 피곤해... 니가 좀 해 줘.

태오 뭐? 그건 절대 안 돼지. 일어나, 일어나라구.

지우 (천천히 일어나며)알았다, 이 밴댕이야. 아무튼 배려라고는 옛날부터 손톱만큼도 없다니까.

태오 뭐, 밴댕이?

지우 책상에 금 그어 놓고 넘어오면 죽는다고 난리 친 거, 기억 안나?

태오 그런 건 깨알같이 기억하면서 아까 버스에서는, 왜 나 모른다고 했어?

지우 그랬나? 그거야말로 기억이 안 나네. 저녁은...(캐리어 열고, 꺼내며) 맑은 버섯된장국 끓인다. (봉지 들고 나가고)..

태오 (혼잣말)뭐야? 캐리어에 저런 걸 담아 온 거야? 아무튼 참 이상해.

M 브릿지

E 설거지 하는

태오 (불만, 혼잣말)그런 맛도 하나 없는 된장국에 밥하나 ? 하고 또 자? 내가 뭐 지 하인이야 뭐야? 그러게 공주병은 못 고친다니까...

(설거지 멈추고 한숨 돌리다가/ 문득 보고)어... 저 꼬마는 왜 아까부터 혼자 왔다갔다 하지. (큰소리로) 꼬마야....!

누리 저요? (다가오고)....

태오 몇 살이야?

누리 6살이요.

태오 아까 보니까 아빠랑 왔던데, 엄마는?

누리 .. 없어요. 엄마랑 아빠, 이혼 했어요.

태오 아... 미안, 괜한 걸 물어봤네. 참, 밥은 먹었어?

누리 아니요.

태오 아빠가 밥 안 해 줬어?

누리 아빠.. 지금 술 마셔요. 술 마실 때 말 걸면 막 야단쳐요.

태오 (혼잣말)아니, 술 마시고 싶으면 집에서 술 마시지 왜 여기까지

와서... 아무튼 대책 없는 부모들 참 많아.

누리부 (다가오고)누리야.. 한참 찾았잖아. 가서 라면, 먹자.

누리 (신나고)라면? 진짜야, 아빠?

누리부 그럼. 아빠도 빈 속에 소주만 마셨더니... 윽... 죽겠다. 따끈한

국물이 있어야지. (가는)....

태오 (혼잣말)뭐야, 결국 자기 술 안주하려고 라면 끓였다는 거네.

애 생각은 않고. 최소한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지우 (다가와)야, 비 맞았냐? 뭘 그렇게 중얼거려?

태오 깜짝이야. 설마 내가 혼자 설거지 하는 게 안타까워서 온 거야?

지우 아니. 화장실 가는 길이야. (가는)....

태오 (볼멘)아휴.. 내가 뭘 잘못해서 저런 애를 여기까지 와서 만나냐구, 만나길. 나한테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 (설거지 쾅쾅하는)....

E 화장실 물 내리고 나오는데, 핸드폰 진동음

지우 (받고)왜, 또?

연숙 (전화)어딘데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지우 화장실.

연숙 (전화, 놀라고)왜 어디 아파? 또 토했니?

지우 아냐, 그냥 오줌 싸러 온 거야.

연숙 (전화)기집애... 말 좀 예쁘게 해. 스무 살이면 너도 이제 숙년데.

지우 그러게, 스무 살이나 먹은 딸한테 왜 자꾸 전화야? 이러다 나

마마걸 돼서 데이트도 못 하는 거 아냐?

연숙 (전화)어머, 거기서 혹시 괜찮은 남자애라도 만났니? 몇 살인데?

지우 오버 좀 하지 마, 엄마.

연숙 (전화)난 또... 근데 연우는 왜 전화 안 받니?

지우 (당황)아... 여기가 전화가 잘 안 터져.

연숙 (전화)니 전화는 잘 되는데?

지우 그게.. 통,통신사가 틀리잖아. 그리고 연우언니한테 자꾸

전화하지 마. 그럼 날 얼마나 귀찮아하겠어?

연숙 (전화)그런가? 그래도 걱정되니까...

지우 제발 엄마만이라도 날 환자 취급 좀 안 하면 안 돼?

연숙 (전화)지우야.

지우 10살 때부터 사람들이 날 보면 하던 걱정들, 그 짠해하는 눈빛들..


별이 빛나는 밤에 (2016/11/26) (1)

작의

스무 살! Twenty! 가장 빛나는 순간에도 반갑지 않은 손님, 죽음은 곁에 있을 수 있다. Even in the brightest moments, an unwelcome guest, death, can be with you. 오랜 시간 백혈병을 앓고 죽음을 준비하는 지우는 버킷리스트대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Ji-woo, who suffers from leukemia for a long time and prepares to die, begins to organize her life according to the bucket list. 첫사랑인 태오를 만나고 별을 보러 간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며 차분히 자신의 죽음 준비한다. He meets Tae-oh, his first love, and prepares for his own death while seeing the different ways of life of various people who went to see the stars.

등장인물

지우(여, 20세) 10살 때부터 백혈병을 앓았다. 하지만 강하고 밝으며 But strong and bright

늘 걱정하는 엄마한테 미안하면서도 괜히 짜증을 난다. I'm sorry for my mother who is always worried, but I get annoyed for nothing. 자신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싫다. 태오와는 서로가 Taeoh and each other

첫사랑이다. (10살 지우)

태오(남, 20세) 대학생.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잠시 To learn that he is an adopted child,

고민하지만 본래대로 씩씩하다. 첫사랑인 지우와 다시

만나 티격태격 하며 아픈 지우를 지켜준다. Meet and protect the sick Jiu. (10살 태오)

연숙(여, 48세) 지우모. Yeon-suk (female, 48) Ji-mo. 지우의 병이 자신의 탓만 같아 늘 미안해한다.

동욱(남, 51세) 연숙을 사랑하고 힘들어하는 모녀를 잘 보살핀다. Dong-wook (male, 51 years old) Loves Yeon-suk and takes good care of her mother and daughter who are struggling.

누리부(남, 37세) 홀아비, 이혼의 상처로 술을 자주 마시지만 심성은 착하다.

그 외 할머니/ 할아버지/ 태오부/ 친구1,2(남, 태오의 친구)/누리(여, 6세)/ 진행자(여)/ 사촌(여)/여자/ 남자/ 의사(남)

// 별 보러 온 사람들 약 10~15명

M 오프닝

E 찌개 끓고, 계란프라이 하는

연숙 (큰소리) 지우야... 점심 먹자. (혼잣말)얘가 자나.. (가서 노크)...

지우야... (문 여는).. 없네.

지우 (욕실에서(대사 off에서)/ 아프고) 엄마... 엄마...

연숙 (기겁, 뛰어가 욕실 문 여는)...지우야!

지우 (수돗물 틀어져 있고, 힘들게)... 엄마, 코피가 멈추질 않아. 미안해, 혼자 해결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

연숙 (놀라 뛰어가 안으며) 괜찮아. 괜찮아! 지우야...

(잠시 토닥이다) 엄마 얼른 차 부르고 올게, (욕실 나가고)

(약간 off에서/ 전화하는) 병원이죠? 네, 네. 빨리요!

지우 (힘들고) 엄마... 그림 노트 좀 챙겨 줘.

연숙 (버럭) 지금 그게 문제야? 제발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지우 (담담) 가져갈래. 이번에 병원 가면 또 얼마나 있을지 모르잖아.

연숙 (울음 참으며) 알았어. 엄마가 챙길게.

E 병원. 앰뷸런스 도착하고, 사람들 부산스럽고

의사 (지우 침대 밀며) 지우양... 내 말 들려요? 지우양....!

지우 (산소호흡기로 호흡하며 이동하는)....

연숙 (옆에서 같이 가며, 울먹)지우야... 엄마, 여기 있어. 엄마, 여기 있다구.

지우 (속으로)엄마.. 또 아파서 미안해.

의사 (침대 밀고).... (연숙에게)어머님은 여기 계세요...!

E 중환자실 문 쾅 닫히는

연숙 (무너지며) 흑흑흑....

동욱 (달려오는).... 연숙아!

연숙 (안겨 우는) 동욱씨.. 우리 지우 어떡해... 우리 지우....

동욱 (토닥이며) 괜찮을 거야. 지우... 강하잖아. 엄마가 매번 이렇게

무너지면 안 되지.

연숙 의사선생님이 지우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하라고....

동욱 (한숨)....

연숙 (울음 추스르며) 왠지 그 말이 우리 지우... 얼마 안 남았단 말 같아, 진짜 섭섭하더라.

동욱 원래 의사들은 냉정하잖아.

연숙 난 우리 지우, 절대 포기 안 해.

동욱 알아. 근데.... (손잡으며) 니 인생도 절대 포기 하지 마, 차연숙.

연숙 (슬픈/혼잣말처럼)내 인생....내 인생이라... 후... 지우가 내 인생이지...

M 긴 브릿지

E 병원 소음, 걷는 두 사람

연숙 (웃으며)치료 잘 받았어, 우리 딸?

지우 그러엄. 내가 또 참는 거 하나는 잘 하잖아.

연숙 (엉덩이 두드리며)아이구 잘했어, 잘했어.

지우 (창피)왜 이래, 사람들이 보잖아.

연숙 (좋고)보면 어때서? 내 딸 엉덩이 좀 두르는 게, 뭐?

지우 창피해, 진짜. (먼저 가는)....

연숙 (쫓아가며, 웃는)같이 가....

E 달리는 차 안, 음악(엑소의 'Run') 지우 (따라 부르며)...Ayo, Ayo 조금만 더 달려...

연숙 (웃고)...

지우 (노래)Ayo, Ayo 겁 먹지는 말고... 엄마.

연숙 왜?

지우 나 치료 잘 받았으니까 보내 줘.

연숙 (음악 끄고).. (차갑게)안 돼.

지우 왜?

연숙 의사 선생님도 절대 안 된다고 했잖아.

지우 절대 안 된다고는 안 했어. 조심하면 한번쯤 갔다와도 좋다고 했지.

연숙 별이야 다 똑같지, 강원도 가서 보면 다르니?

지우 응, 달라. 엄마가 스무 살 되면 보내 준다고 했잖아.

연숙 그런 말 한 적 없어.

지우 나 괜찮아. 아주 건강하다구. 요 근래 쓰러진 적 없잖아.

연숙 3주 전에 쓰러진 건 뭔데?

지우 (풀죽어)의사선생님이 잘 하고 있다고 했단말이야. (물병 열고

마시고)... 봐, 버섯 다린 물도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있어.

갔다 올게. 제발, 엄마....

연숙 안 돼.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지우 (피식)죽는 건 나지. 엄마가 아니라....

연숙 뭐? (차 급히 세우고)...

지우 (담담)틀린 말도 몰랐던 사실도 아닌데 새삼 왜 이러셔, 차연숙씨.

연숙 (속상)나쁜년... 꼭 엄마 속을 그렇게 뒤집어 놔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우 그러니까 보내 줘. 혼자 안 가고 이모네 연우언니랑 같이 간다니까.

언니는 내 병 다 아니까 잘 돌봐 줄 거야. 겨우 하룻밤이구.

연숙 .....

지우 (투정)나도 나 하고 싶은 거 좀 하고 살아보자. 10살 때부터

내 맘대로 한 게 하나도 없잖아. 엄마...

연숙 (깊은 한숨).... 의사선생님한테 전화해 보고.

지우 (반색)의사선생님이 허락하면 되는 거지? 딴 말하기 없기다?

M 브릿지

E 선술집 안, 사람 많지 않고, 술 마시는 두 사람

태오부 오랜만이네, 우리 태오랑 술 마시는 거.

태오 아버지가 바쁘셔서 그렇죠, 뭐. 회사는.. 요즘 괜찮은가요?

태오부 허허... 막내아들이 아버지 회사 걱정도 다 하고. 정말 다 컸구나,

다 컸어.

태오 에이, 그럼요. 저도 이제 스무 살인데...

태오부 대학 가니까 좋냐?

태오 좀 자유로운 거 빼고는 글쎄요... 뭐가 좋다고 딱히 말할 게 없네요.

태오부 여행을 한번 가 보는 건 어때?

태오 여행이요?

태오부 아버진 말이다, 스무 살에 무전여행을 갔다 왔거든. 그땐 그런 게 통하는 세상이었으니까. 요즘은 통 낭만이 없으니... (술 마시는)..

태오 (웃고)....

태오부 부산에 사는 큰형한테 가는 것도 좋겠네. 아, 제주도 사는 누나네가 더 나으려나? 태오 넌, 형보다는 누나랑 더 친하잖아.

태오 전 형도 좋은데, 형이 절 너무 애 취급해서 김빠져요.

태오부 (웃으며)그래?

태오 글쎄 대학입학 선물로 형이 뭘 보냈는지 아세요?

태오부 뭔데?

태오 면도기요. 아니, 제가 수염을 고1때부터 깎았는데 면도기를 이제

선물하는 게 말이 되냐구요?

테오부 하하하.... 그래도 그 놈이 내 생일 땐 선물을 안 해도, 너한테

꼬박꼬박 보내잖니.

태오 그거야 고맙지만... 참, 아까 여행얘기 하셨는데 그렇지 않아도

어디 좀 갔다 올까 해요.

태오부 어딜?

태오 1박짜리 별 보기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강원도에서.

태오부 별? 좋지. 역시 넌 날 닮아서 낭만을 아는구나. 허허허...

태오 별을 보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좀 정리가 되더라구요.

태오부 (착잡) ....그거... 알고 나서, 마음이 많이 복잡했나보구나. 그렇겠지..

태오 ......

태오부 태오야.

태오 네, 아버지.

태오부 넌 언제나 자랑스러운 내 아들이다. 알지?

태오 (맘 아픈)그럼요, 저도 아버지 아들이어서 정말 좋아요.

태오부 자, 한잔 할까?

태오 네.... (건배하고 마시는).... (속으로)아버지.. 너무 걱정 마세요.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M 브릿지

E 한정식집 안, 밥 먹는 세사람

동욱 (집어주며)이것도 먹어 봐, 지우야.

지우 네... (먹고)음.. 맛있어요. 근데 아저씨가 왜 저녁을 사시는 거예요?

동욱 (장난)이번에 한국시리즈... 내가 응원하는 팀이 또 우승했잖아.

그래서 팬으로서 한 턱 내는 거지.

지우 (펄쩍)그건 우리 팀이 운이 좀 나빠서 그렇죠.

동욱 (약올리며)운도 실력인데.

지우 (열받고)으으윽.. (노래, 연안부두)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동욱 하하하.....

연숙 아무튼 누가 보면 둘이 부녀지간이라고 해도 믿겠어.

지우 어, 우리 연숙씨... 질투나나 부다. 그쵸 아저씨?

동욱 그러게?

세사람 (웃고).....

동욱 별 보러 간다면서? 준비는 다 됐고?

지우 뭐 대충이요.

연숙 대충이 어딨어? 엄마가 다시 짐 싸 줄 테니까 그거 갖고 가.

지우 엄마. 나 어린애 아냐. 그리고 하룻밤이야.

동욱 그래, 그건 지우 말이 백번 맞지.

연숙 하룻밤이어도 그 몸으로 텐트에서 어떻게 자려구. 날도 선선한데.

지우 엄마, 제발..

연숙 아무튼 연우 말 잘 듣고, 약 먹는 거 잊지 말고. 절대 혼자

움직이지 말고. 알았지?

지우 알았어.

사촌 (회상)야, 나중에 들통 나면 어쩌려고 그래?

지우 (회상)걱정 마, 친구들끼리 편하게 가고 싶은데

엄마가 보호자로 연우언니는 꼭 가야한다고 우기니까, 어쩔 수 없이

거짓말 할 수밖에 없잖아. 나, 요즘 진짜 하나도 안 아파.

사촌 (회상)진짜? 아휴, 몰라 몰라 난. 암튼 약속한 태블릿PC는 주는 거다?

지우 (회상)그러엄...

동욱 (밥 먹고)...이번에 유성이 맨눈으로 보일정도로 엄청 떨어진다며?

지우 네, 그래서 소원 빌러 가는 거예요.

동욱 소원이 뭔데?

지우 음... 내가 온 별로 돌아가는 거요.

동욱 (장난)어쩐지.. 지우가 지구인과 좀 다르다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

지우 (작게)아저씨. 나 없는 동안 두 분이서... 아름다운 밤 보내세요.

연숙 (부끄럽고)얘가 왜 이래....

동욱 하하하... (작게)그건 걱정 마.

지우 (맘 복잡)우리 엄마... 잘 부탁드려요. 아주아주 행복하게 해 주세요.

M 긴 브릿지

E 저녁, 산 아래 캠핑장 일각,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지우 (텐트 만지며, 힘들고, 혼잣말)이건 도대체 어떻게 끼우는 거야?

태오 (다가와, 삐딱)도와 줄.. 아니 도와 드려요?

지우 (짜증)아니요, 혼자 할 수 있어요.

태오 야! 아니, 한지우씨. 딱 봐도 오늘 안에 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지우 (씩씩)강태오. 신경 쓰지 말라구, 할 수 있다니까.

태오 아무튼 똥고집은 여전하네. 나는 뭐 너한테 신경 쓰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냐? 한조니까...

지우 글쎄 괜찮다구.... (하다 텐트 확 쓰러져 넘어지고)... 엄마야.

태오 하하하..

지우 에이씨... 저거 니가 친 텐트지? 짐 빼, 이제부터 내가 쓸 거니까.

태오 야, 그런 게 어딨어?

지우 한조라면서요, 강태오씨? 그러니까 어려움에 처한 조원을 도와야죠. 여긴 니가 저 텐트 다시 세워서 쓰세요. (캐리어 끌고 가는)...

태오 (혼잣말)저게 진짜... 아휴, 잘 생긴 내가 참자, 참아. (텐트 치는)....

E 핸드폰 진동음

태오 (텐트 치며, 힘들고/ 전화받음)어, 왜?

친구1 (전화)별 보러 간다더니 뭐 하느라 그렇게 끙끙 대?

태오 말도 마라. 한지우 알지?

친구1 (전화)한지우? 니 첫사랑, 한지우?

태오 첫사랑은 무슨. 그냥 초등 2학년 때 짝이었을 뿐이지.

친구1 (전화)하긴 걔가 3학년 때부터 학교에 잘 안 나오다 전학 갔지?

설마... 걔가 거길 온 거야?

태오 온 것뿐이 아니라 같은 조다. 여기 오는 버스에서 걔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니까.

친구1 (전화)와, 이거 너무 판타스틱 한 얘긴데. 별 보러 갔다가

첫사랑과 만나다니.. 남친 있대?

태오 남친이 있든 없든 난 관심 없어. 아니, 하룻밤 잘 건데 무슨

해외여행 가듯 캐리어를 끌고 왔다니까.

친구1 (전화)하하하... 걔가 옛날부터 좀 특이하긴 했지. 그래도 예쁘잖아.

태오 예쁘긴 개뿔. 피부가 허얘가지구 어디 아픈 애 같더만.

친구1 (전화)오호... 벌써 피부까지 다 파악했어? 잘 해 봐라, 강태오.

태오 뭘 잘해 봐?

친구1 (전화)별은 비처럼 쏟아지겠다, 분위기 좀 잡고, 오매불망 잊지 못하 던 그녀를 향한 뜨거운 고백, 오늘 그냥 확! 해 버려. 그동안 한지우 너를 못잊어 연애 한번 못 했노라...! 크크큭

태오 야, 오매불망은 무슨. 끊어... (전화 끊고, 혼잣말)아니, 다른 조들은 다 저녁 준비하는데... 텐트에 들어가서 뭐 하는 거야?

E 가서, 텐트 두드리는

태오 한지우! 한지우! 화장실 갔나? (문 조심스럽게 여는)....

지우 (자는).....

태오 (혼잣말)뭐야, 그림 그리다 잠들었나 보네. (살짝 들춰 보는)....

잘 그렸네. 근데 우리 조원들은 다 있는데 왜 나는 없어? 우씨.... (깨우며)야... 한지우.

지우 (자는)....

태오 (버럭)어디서 수를 쓰고 있어. 안 자는 거 다 알아. 아니 텐트도

나 혼자 치고 밥도 나 혼자 하라는 거야? 저녁 안 해? 저녁!

지우 (잠 덜 깬, 돌아누우며)나 좀 피곤해... 니가 좀 해 줘.

태오 뭐? 그건 절대 안 돼지. 일어나, 일어나라구.

지우 (천천히 일어나며)알았다, 이 밴댕이야. 아무튼 배려라고는 옛날부터 손톱만큼도 없다니까.

태오 뭐, 밴댕이?

지우 책상에 금 그어 놓고 넘어오면 죽는다고 난리 친 거, 기억 안나?

태오 그런 건 깨알같이 기억하면서 아까 버스에서는, 왜 나 모른다고 했어?

지우 그랬나? 그거야말로 기억이 안 나네. 저녁은...(캐리어 열고, 꺼내며) 맑은 버섯된장국 끓인다. (봉지 들고 나가고)..

태오 (혼잣말)뭐야? 캐리어에 저런 걸 담아 온 거야? 아무튼 참 이상해.

M 브릿지

E 설거지 하는

태오 (불만, 혼잣말)그런 맛도 하나 없는 된장국에 밥하나 ? 하고 또 자? 내가 뭐 지 하인이야 뭐야? 그러게 공주병은 못 고친다니까...

(설거지 멈추고 한숨 돌리다가/ 문득 보고)어... 저 꼬마는 왜 아까부터 혼자 왔다갔다 하지. (큰소리로) 꼬마야....!

누리 저요? (다가오고)....

태오 몇 살이야?

누리 6살이요.

태오 아까 보니까 아빠랑 왔던데, 엄마는?

누리 .. 없어요. 엄마랑 아빠, 이혼 했어요.

태오 아... 미안, 괜한 걸 물어봤네. 참, 밥은 먹었어?

누리 아니요.

태오 아빠가 밥 안 해 줬어?

누리 아빠.. 지금 술 마셔요. 술 마실 때 말 걸면 막 야단쳐요.

태오 (혼잣말)아니, 술 마시고 싶으면 집에서 술 마시지 왜 여기까지

와서... 아무튼 대책 없는 부모들 참 많아.

누리부 (다가오고)누리야.. 한참 찾았잖아. 가서 라면, 먹자.

누리 (신나고)라면? 진짜야, 아빠?

누리부 그럼. 아빠도 빈 속에 소주만 마셨더니... 윽... 죽겠다. 따끈한

국물이 있어야지. (가는)....

태오 (혼잣말)뭐야, 결국 자기 술 안주하려고 라면 끓였다는 거네.

애 생각은 않고. 최소한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지우 (다가와)야, 비 맞았냐? 뭘 그렇게 중얼거려?

태오 깜짝이야. 설마 내가 혼자 설거지 하는 게 안타까워서 온 거야?

지우 아니. 화장실 가는 길이야. (가는)....

태오 (볼멘)아휴.. 내가 뭘 잘못해서 저런 애를 여기까지 와서 만나냐구, 만나길. 나한테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 (설거지 쾅쾅하는)....

E 화장실 물 내리고 나오는데, 핸드폰 진동음

지우 (받고)왜, 또?

연숙 (전화)어딘데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지우 화장실.

연숙 (전화, 놀라고)왜 어디 아파? 또 토했니?

지우 아냐, 그냥 오줌 싸러 온 거야.

연숙 (전화)기집애... 말 좀 예쁘게 해. 스무 살이면 너도 이제 숙년데.

지우 그러게, 스무 살이나 먹은 딸한테 왜 자꾸 전화야? 이러다 나

마마걸 돼서 데이트도 못 하는 거 아냐?

연숙 (전화)어머, 거기서 혹시 괜찮은 남자애라도 만났니? 몇 살인데?

지우 오버 좀 하지 마, 엄마.

연숙 (전화)난 또... 근데 연우는 왜 전화 안 받니?

지우 (당황)아... 여기가 전화가 잘 안 터져.

연숙 (전화)니 전화는 잘 되는데?

지우 그게.. 통,통신사가 틀리잖아. 그리고 연우언니한테 자꾸

전화하지 마. 그럼 날 얼마나 귀찮아하겠어?

연숙 (전화)그런가? 그래도 걱정되니까...

지우 제발 엄마만이라도 날 환자 취급 좀 안 하면 안 돼?

연숙 (전화)지우야.

지우 10살 때부터 사람들이 날 보면 하던 걱정들, 그 짠해하는 눈빛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