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라언니랑 오래만에 저녁 식사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 와서 회사 사무실 빼고는 그나마 만나면 웃으며 인사하고 친한 척이라도 하는 한국 사람이 나라 언니가 유일하다.
한 아파트에 사는 언니를 처음 만난 것은 엘레베이터에서였다. 언닐 만나는 것도 너무 웃기게 만나서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웃음주머니가 흔들거린다.
지난 해 봄이던가!? 그 날따라 늦잠 자다나니 부랴부랴 출근하느라 헤덤비며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는데 그 때 나라 언니가 바로 그 안에 타고 있었다. 언니는 사람이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이 손에 든 핸드폰에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그런가부다 하고 난 1층에 다달아 문이 열리자마자 튀여 나왔는데, 폰에 정신을 팔고 있던 언니가 미처 나오지도 못한 사이에 1층에서 기다리던 할아버지 한분이 커다란 짐짝을 들이밀고 들어 가셨다.
엘리베이터 문은 서서히 닫히는데, 그제야 정신이 든 언니가 고래 고래 부르는 소리가 났다.
나라 : 이보세요~ 이보세요~
다급한 소리에 걸음 멈추고 뒤돌아보니 승강기문은 사정없이 닫혀버리고 뭔 말이 많냐는 듯 덜커덕! 윙~ 소릴 내며 올라가버렸다.
그만에야 난 출근 늦다는 생각도 다 잊고 다시 가 서서 언제면 엘레베이터가 서려나 보니, 무정한 승강기는 25층 꼭대기까지 죄다 올라가버렸다. 그제야 안타까이 소리치는 언니가 자꾸 생각나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누구도 없었기 망정이지 바보처럼 혼자 키득거리는 날 보는 이가 있었다면, 정신이상 온 사람 보듯 이상하게 쳐다봤을 것이다.
엘레베이터가 어느덧 1층까지 다 내려와 문이 열리는 순간 언니를 마주보는데, 초면인 것도 다 잊고 서로 한참이나 웃으며,애매한 짐꾼 아저씨만 입에 올리며 웃겨라 노닥거렸다.
가만보니 언니 성격이 서글서글하니 좋았다. 초면에 그렇게 웃고 떠들기도 쉽지만은 않으니까,
그렇게 인연이 된 언니와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 나눈다. 우연히 미용실에 가서도 만나고, 시장에서도 만나서 그동안 어지간히 친분이 쌓여졌다. 이젠 이렇게 가끔씩 만나 식사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라언니!~, 가만 생각해보니 참 이름도 특이하다. 한국사람들은 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북한 식 이름은 영옥이, 순희,명희, 선희 등등 순한데가 있다면, 남한은 나라, 다빈이, 가윤이, 다해, 슬기 등 특유의 색갈이 있다. 뭔가 생신한 멋?이 있는 것 같기두 한데, 왠지 꼭 북한 이름 속에 들어가지 않으려구 용을 쓰며 빠져나온 글자들 같다. ㅎㅎ
어쨌든, 오랜만에 언니와 만나 맥주 한잔 마시는 시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