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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4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4

“주무시고 싶으면 가서 주무세요. 당신이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친구이기 때문에 그 아내까지 보살펴야 할 의무는 없지요. 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제발 가세요.”

물론 나는 가지 않았다. 그녀는 테라스로 나가버렸고 나는 응접실에 홀로 남아서 오 분 가량 악보를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도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커튼 때문에 드리워진 그늘 속에 나란히 서 있었다. 발밑의 계단에는 달빛이 뿌려져 있었고 나무들의 검은 그늘이 화단 위에 그리고 오솔길의 금빛 모래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저도 내일 가야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물론이죠. 남편이 집에 없는데 여기 남아 계실 순 없죠.”

이어서 그녀는 비웃듯이 말했다.

“저와 사랑에 빠지면 당신이 얼마나 불행해질지 상상이 가네요! 두고 봐요, 언젠가 당신 목에 매달릴 테니까……. 당신이 놀라서 도망치는 꼴을 보게 되겠지요. 재미있을 거야.”

그녀의 목소리와 창백한 얼굴은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 그 눈은 부드럽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미 나는 이 아름다운 존재를 나의 소유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나는 그녀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찬란한 황금빛 눈썹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그녀를 품에 안고 애무하고 그 눈부신 머릿결을 쓰다듬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나 꿈만 같아서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고 보니 너무 늦었네요……. 편히 주무세요.”

그녀는 말했다.

“저는 편히 자고 싶지 않은걸요…….”

그녀의 뒤를 따라 응접실로 들어가면서 나는 웃으며 말했다.

"만약 편히 자게 된다면 나는 오늘 밤을 저주할 겁니다.“ 그녀와 악수를 하고 문까지 바래다주면서 나는 그녀가 나를 이해하고 기뻐한다는 것을 그 얼굴 속에서 알았다. 나 또한 그녀를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내 방으로 갔다. 테이블 위의 책 옆에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모자가 놓여 있었고 그것은 나에게 그의 우정을 상기시켜 주었다. 나는 단장을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벌써 안개가 피어올랐다. 아까 강에서 보았던 그 키 크고 훌쭉한 망령들이 나무와 덤불 사이를 배회하며 그들을 감싸고 있었더. 이들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평소와 다르게 투명한 공기 속에서 잎사귀 한 잎 한 잎, 이슬방울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구별되어 보였다. 그 모두가 몽롱한 정적 속에서 나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초록색 벤치를 지나가다가 나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달빛은 여기 벤치 위에서 저토록 달콤하게 잠들었구나!

정원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다. 나는 그리로 올라가 앉았다. 황홀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이제 내가 그녀의 풍만한 육체를 꼭 껴안고 황금빛 눈썹에 입 맞추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학대하고픈 심정이었다. 그녀가 나를 별로 애타게 만들지도 않고 그처럼 쉽게 무너진 것이 안타까웠다.

그때 뜻밖에도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오솔길에 중키의 남자 모습이 보였고, 나는 그가 곧 ‘40명의 순교자'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는 벤치에 앉아서 깊은 한숨을 쉬더니 성호를 세 번 긋고 거기에 누웠다. 잠시 후에 그는 일어나서 다른 쪽으로 몸을 눕혔다. 모기들과 밤의 습기가 잠을 방해한 것이다.

“아, 인생이여!”

그는 말했다.

“불행하고 고달픈 인생이여!”

그의 가늘고 굽은 몸통을 보며 그리고 거칠게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늘 들은 또 하나의 불행하고 고달픈 인생이 생각났다. 그러자 자신의 행운이 끔찍하고 무서워졌다. 나는 언덕을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삶이 무섭다고 말했지.'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삶에 대해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삶이 나를 짓누르기 전에 네가 먼저 삶을 부숴버려. 삶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란 말이야.' 테라스에는 마리야 세르게예브나가 서 있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껴안고 탐욕스럽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썹에, 볼에 목에…….

내 방에서 그녀는 말했다. 자신은 벌써 오래전부터, 일년도 넘게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그녀는 나에 대한 사랑을 맹세하며 울었다. 그리고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다. 나는 몇 번이고 그녀를 창가로 데려가서 달빛에 그녀의 얼굴을 비추어보았다. 그러면 그녀는 마치 아름다운 꿈처럼 보였고, 그때마다 나는이것이 현실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그녀를 다급하게 힘껏 껴안곤 했다. 벌써 오랫동안 나는 그런 황홀한 느낌을 잊고 살았단 것이다. 그러나 한편 마음속 멀고 깊은 심연 속에서 나는 그 어떤 거북한 느낌과 함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에 대한 그녀의 사랑 속에는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우정과 마찬가지로 거북하고 부담스러운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눈물과 맹세를 담고 있는 심각한 사랑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심각한 것을원하지 않았다. 눈물도, 맹세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이 달빛 어린 밤이 우리의 삶 속에서 밝은 유성처럼 타올랐다가 그대로 팍 꺼져버렸으면.

세시 정각에 그녀는 내 방을 나섰고 나는 문가에서 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좇았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갑자기 드미트리 페트로비치가 나타났다. 그와 마주치자 그녀는 흠칫 몸을 떨며 길을 내주었는데, 그러는 그녀의 온몸은 그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이상한 미소를 짓더니 기침을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어제 깜빡 잊고 당신 방에 모자를 놔두고 가서…….”

그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는 모자를 찾아서 두 손으로 머리에 쓴 다음, 내 당황한 얼굴과 구두를 보더니 평소의 그답지 않은 뭔가 묘하고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마 태어나면서부터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놈이었던 모양입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이해한다면…… 그렇다면 당신에게 축하를 드리지요. 내 눈에는 사방이 컴컴해 보여요.”

그는 기침을 하며 나갔다. 나는 창문을 통해 그가 마구간 옆에서 직접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는 것을 보았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채비를 하면서 집 쪽을 몇 번 돌아보았다. 필경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가기가무서운 듯, 이상한 표정으로 마차에 올라앉더니 마차에 채찍을 휘둘렀다.

얼마 뒤에 나도 밖으로 나갔다. 이미 해가 솟아서 어제의 안개는 덤불과 언덕을 따라 수줍은 듯 낮게 깔려 있었다. 벌써 어디선가 한잔 걸친 ‘40명의 순교자'가 마부석에 앉아서 주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야!”

그는 말들에게 소리쳤다.

“어이, 이 친구들아! 나는 번듯한 가문 출신이라고, 알기나 하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공포는 나에게도 옮겨졌다. 오늘 벌어진 일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갈까마귀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들이 날아다닌다는 사실이 이상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나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나는 자괴감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째서 꼭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되었을까? 다른 방식은 없었나? 그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심각하게 사랑해야만 했고 그는 왜 모자를 가지러 내 방에 나타나야만 했을까? 그런데 모자가 여기서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날 나는 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는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와 그의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 사람들 말로는 그들이 지금도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네, 여러분 잘 들으셨습니까? 생각보다 좀 기네요. 여러번을 읽은 소설이지만 읽을 때 마다 뒷부분에 가면 어떤 전율이 있습니다. 특히 이 마지막 독백이라고 할까요? 안톤 체홉은 연극에 관심이 많았고 희곡을 많이 썼기 떄문에 주인공들의 독백 혹은 방백 처럼 보이는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질문들이 작품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해주는 경우가 많이 있죠.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일본의 젊은 작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일식”이라는 소설로 유명한데요. 히라노 게이치로가 어딘가에 독서에 대해 밝혀놓은 대목을 보면요.. ‘소설 안에 의문문이 나오면 긴장하라! '이렇게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뭔가를 물어볼 때 주인공들이..거기에 대체로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거예요. 작가가 의문을 품거나 아니면 중요한 얘기를 하기 전에는 뭔가를 물어본다는 거죠. 이 소설에서도 보면 ‘나는 왜 그런 짓을 했을 까?.. '라고 마지막에 묻죠? '어째서 꼭 이렇게 끝나게 되었을 까? 다른 방식은 없었나? 그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심각하게 사랑해야만했고, 그는 왜 모자를 가지러 내방에 나타나야만 했을까? 그런데 모자가 여기서 무슨 상관이 있는가?' 아! 이 마지막 질문이 멋지죠. ‘그런데 모자가 여기서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게 여운을 많이 남기는 질문입니다. 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재밌는 면이 몇가지 발견이 되는데요. 일단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라는, 제가 생각하기엔 약간 우울증에 빠진 사람 같아요. 현대라면 아마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겁니다.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4 Episode 9 - Anton Chekhov "Fear" - Part 4

“주무시고 싶으면 가서 주무세요. “If you want to sleep, go and sleep. 당신이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친구이기 때문에 그 아내까지 보살펴야 할 의무는 없지요. Since you are Dmitry Petrovic's friend, you are not obligated to take care of his wife. 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I don't want to bother you. 제발 가세요.” Please go.”

물론 나는 가지 않았다. Of course I didn't go. 그녀는 테라스로 나가버렸고 나는 응접실에 홀로 남아서 오 분 가량 악보를 넘기고 있었다. She went out to the terrace and I was left alone in the parlor, flipping the sheet music for about five minutes. 그러다가 나도 밖으로 나갔다. Then I went outside too. 우리는 커튼 때문에 드리워진 그늘 속에 나란히 서 있었다. We stood side by side in the shade draped by the curtains. 발밑의 계단에는 달빛이 뿌려져 있었고 나무들의 검은 그늘이 화단 위에 그리고 오솔길의 금빛 모래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저도 내일 가야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물론이죠. 남편이 집에 없는데 여기 남아 계실 순 없죠.”

이어서 그녀는 비웃듯이 말했다.

“저와 사랑에 빠지면 당신이 얼마나 불행해질지 상상이 가네요! “I can imagine how unhappy you will be if you fall in love with me! 두고 봐요, 언젠가 당신 목에 매달릴 테니까……. See you, I'll hang it on your neck someday... … . 당신이 놀라서 도망치는 꼴을 보게 되겠지요. You will see you run away in surprise. 재미있을 거야.”

그녀의 목소리와 창백한 얼굴은 분노를 담고 있었지만 그 눈은 부드럽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Her voice and pale face contained anger, but her eyes were filled with tender, passionate love. 이미 나는 이 아름다운 존재를 나의 소유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Already I was looking at this beautiful being like my possessions.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나는 그녀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찬란한 황금빛 눈썹을 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그녀를 품에 안고 애무하고 그 눈부신 머릿결을 쓰다듬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나 꿈만 같아서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러고 보니 너무 늦었네요……. 편히 주무세요.” Sleep comfortably.”

그녀는 말했다.

“저는 편히 자고 싶지 않은걸요…….” “I don’t want to sleep comfortably… … .”

그녀의 뒤를 따라 응접실로 들어가면서 나는 웃으며 말했다. As I followed her into the parlor, I said with a smile.

"만약 편히 자게 된다면 나는 오늘 밤을 저주할 겁니다.“ “If I could sleep comfortably, I would curse tonight.” 그녀와 악수를 하고 문까지 바래다주면서 나는 그녀가 나를 이해하고 기뻐한다는 것을 그 얼굴 속에서 알았다. As I shook her hand and walked to the door, I knew in her face that she understood and was pleased with me. 나 또한 그녀를 이해하고 있었다. I also understood her.

나는 내 방으로 갔다. 테이블 위의 책 옆에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모자가 놓여 있었고 그것은 나에게 그의 우정을 상기시켜 주었다. Dmitry Petrovic's hat was placed next to the book on the table and it reminded me of his friendship. 나는 단장을 들고 정원으로 나갔다. I went out to the garden with my guru. 거기에는 벌써 안개가 피어올랐다. Fog has already risen there. 아까 강에서 보았던 그 키 크고 훌쭉한 망령들이 나무와 덤불 사이를 배회하며 그들을 감싸고 있었더. 이들과 이야기할 수 없다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평소와 다르게 투명한 공기 속에서 잎사귀 한 잎 한 잎, 이슬방울 하나하나가 뚜렷하게 구별되어 보였다. 그 모두가 몽롱한 정적 속에서 나에게 미소 짓고 있었다. 초록색 벤치를 지나가다가 나는 셰익스피어 연극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Passing the green bench, I recalled a passage from a Shakespeare play.

달빛은 여기 벤치 위에서 저토록 달콤하게 잠들었구나! Moonlight fell asleep so sweetly on this bench!

정원에는 작은 언덕이 있었다. There was a small hill in the garden. 나는 그리로 올라가 앉았다. 황홀한 느낌이 나를 사로잡았다. The ecstatic feeling captivated me. 나는 이제 내가 그녀의 풍만한 육체를 꼭 껴안고 황금빛 눈썹에 입 맞추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I knew now that I would snuggle up to her full body and kiss her golden eyebrows. 그런데도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학대하고픈 심정이었다. 그녀가 나를 별로 애타게 만들지도 않고 그처럼 쉽게 무너진 것이 안타까웠다. It was a shame that she didn't bother me very much and collapsed so easily.

그때 뜻밖에도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다. At that time, unexpectedly, heavy footsteps were heard. 오솔길에 중키의 남자 모습이 보였고, 나는 그가 곧 ‘40명의 순교자'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는 벤치에 앉아서 깊은 한숨을 쉬더니 성호를 세 번 긋고 거기에 누웠다. He sat on a bench and sighed deeply, then drew three times and lay down there. 잠시 후에 그는 일어나서 다른 쪽으로 몸을 눕혔다. After a while he got up and leaned on the other side. 모기들과 밤의 습기가 잠을 방해한 것이다. Mosquitoes and moisture from the night hindered sleep.

“아, 인생이여!”

그는 말했다.

“불행하고 고달픈 인생이여!”

그의 가늘고 굽은 몸통을 보며 그리고 거칠게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오늘 들은 또 하나의 불행하고 고달픈 인생이 생각났다. Seeing his slender, curved torso and hearing his snoring wildly, I remembered another unfortunate and painful life I had heard today. 그러자 자신의 행운이 끔찍하고 무서워졌다. Then his luck became terrifying and terrifying. 나는 언덕을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I came down the hill and returned home.

‘그는 삶이 무섭다고 말했지.' 나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삶에 대해 격식을 차리지 말라고. 'If so, don't be formal about life. 삶이 나를 짓누르기 전에 네가 먼저 삶을 부숴버려. Before life weighs on me, you break life first. 삶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취하란 말이야.' I mean take everything you can take from life.' 테라스에는 마리야 세르게예브나가 서 있었다. Marie Sergeevna stood on the terrace. 나는 말없이 그녀를 껴안고 탐욕스럽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I hugged her silently and began to kiss her greedy. 그녀의 눈썹에, 볼에 목에…….

내 방에서 그녀는 말했다. 자신은 벌써 오래전부터, 일년도 넘게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He said he had been in love with me for a long time already, for more than a year. 그녀는 나에 대한 사랑을 맹세하며 울었다. She cried, swearing her love for me. 그리고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다. And he begged to take him. 나는 몇 번이고 그녀를 창가로 데려가서 달빛에 그녀의 얼굴을 비추어보았다. 그러면 그녀는 마치 아름다운 꿈처럼 보였고, 그때마다 나는이것이 현실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그녀를 다급하게 힘껏 껴안곤 했다. 벌써 오랫동안 나는 그런 황홀한 느낌을 잊고 살았단 것이다. For a long time already, I have forgotten that ecstatic feeling. 그러나 한편 마음속 멀고 깊은 심연 속에서 나는 그 어떤 거북한 느낌과 함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However, on the other hand, in the deep and distant abyss, I was feeling anxious and uneasy. 나에 대한 그녀의 사랑 속에는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우정과 마찬가지로 거북하고 부담스러운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눈물과 맹세를 담고 있는 심각한 사랑이다. This is a serious love that contains tears and oaths. 하지만 나는 결코 심각한 것을원하지 않았다. 눈물도, 맹세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No tears, no oaths, no stories about the future. 이 달빛 어린 밤이 우리의 삶 속에서 밝은 유성처럼 타올랐다가 그대로 팍 꺼져버렸으면. I hope this moonlit night burns like a bright meteor in our lives and then goes out as it is.

세시 정각에 그녀는 내 방을 나섰고 나는 문가에서 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좇았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갑자기 드미트리 페트로비치가 나타났다. 그와 마주치자 그녀는 흠칫 몸을 떨며 길을 내주었는데, 그러는 그녀의 온몸은 그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이상한 미소를 짓더니 기침을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He smiled strangely, then coughed and came into my room.

“어제 깜빡 잊고 당신 방에 모자를 놔두고 가서…….” “I forgot yesterday and left my hat in your room and go… … .”

그는 나를 보지 않고 말했다.

그는 모자를 찾아서 두 손으로 머리에 쓴 다음, 내 당황한 얼굴과 구두를 보더니 평소의 그답지 않은 뭔가 묘하고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마 태어나면서부터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놈이었던 모양입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이해한다면…… 그렇다면 당신에게 축하를 드리지요. If you understand something... … If so, congratulations to you. 내 눈에는 사방이 컴컴해 보여요.” It looks dark everywhere in my eyes.

그는 기침을 하며 나갔다. 나는 창문을 통해 그가 마구간 옆에서 직접 말들에게 마구를 채우는 것을 보았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채비를 하면서 집 쪽을 몇 번 돌아보았다. He hurriedly set up and looked around the house a few times. 필경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After all, he must have been afraid. 그러고 나서 그는 가기가무서운 듯, 이상한 표정으로 마차에 올라앉더니 마차에 채찍을 휘둘렀다.

얼마 뒤에 나도 밖으로 나갔다. 이미 해가 솟아서 어제의 안개는 덤불과 언덕을 따라 수줍은 듯 낮게 깔려 있었다. 벌써 어디선가 한잔 걸친 ‘40명의 순교자'가 마부석에 앉아서 주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야!”

그는 말들에게 소리쳤다.

“어이, 이 친구들아! 나는 번듯한 가문 출신이라고, 알기나 하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의 공포는 나에게도 옮겨졌다. The horror of Dmitry Petrovic, who did not leave my mind, passed to me as well. 오늘 벌어진 일을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I thought about what happened today, but I couldn't understand anything. 나는 갈까마귀들을 바라보았다. I looked at the jackdaws. 그러나 이들이 날아다닌다는 사실이 이상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나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Why did I do that?”

나는 자괴감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I asked myself, feeling self-doubt.

“어째서 꼭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되었을까? “Why did it end up like this? 다른 방식은 없었나? 그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심각하게 사랑해야만 했고 그는 왜 모자를 가지러 내 방에 나타나야만 했을까? 그런데 모자가 여기서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날 나는 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That day I left for Petersburg.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는 드미트리 페트로비치와 그의 아내를 만나지 않았다. 사람들 말로는 그들이 지금도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네, 여러분 잘 들으셨습니까? 생각보다 좀 기네요. It's a little longer than I thought. 여러번을 읽은 소설이지만 읽을 때 마다 뒷부분에 가면 어떤 전율이 있습니다. It's a novel that I've read many times, but every time I read it, there's a thrill at the back. 특히 이 마지막 독백이라고 할까요? In particular, is this the last monologue? 안톤 체홉은 연극에 관심이 많았고 희곡을 많이 썼기 떄문에 주인공들의 독백 혹은 방백 처럼 보이는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Since Anton Chekhov was interested in plays and wrote a lot of plays, there are many articles that look like monologues or princes of the protagonists. 이 질문들이 작품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전해주는 경우가 많이 있죠. There are many cases where these questions implicitly convey the subject of the work.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일본의 젊은 작가가 있습니다. There is a young Japanese writer named Keichiro Hirano. 우리나라에는 “일식”이라는 소설로 유명한데요. In Korea, it is famous for a novel called “Japanese food”. 히라노 게이치로가 어딘가에 독서에 대해 밝혀놓은 대목을 보면요.. ‘소설 안에 의문문이 나오면 긴장하라! If you look at the passage that Keichiro Hirano has revealed about reading somewhere...'If you have a question in the novel, be nervous! Si miras el pasaje que Keiichiro Hirano ha revelado sobre la lectura en alguna parte ... 'Si hay una pregunta en la novela, ¡ponte nervioso! '이렇게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I recommend this to our readers. 뭔가를 물어볼 때 주인공들이..거기에 대체로 중요한 뭔가가 있다는 거예요. 작가가 의문을 품거나 아니면 중요한 얘기를 하기 전에는 뭔가를 물어본다는 거죠. It means that the writer asks something before questioning or telling something important. 이 소설에서도 보면 ‘나는 왜 그런 짓을 했을 까?.. Even in this novel,'Why did I do that?.. '라고 마지막에 묻죠? '어째서 꼭 이렇게 끝나게 되었을 까? 다른 방식은 없었나? 그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심각하게 사랑해야만했고, 그는 왜 모자를 가지러 내방에 나타나야만 했을까? 그런데 모자가 여기서 무슨 상관이 있는가?' But what does the hat have to do with here?' 아! 이 마지막 질문이 멋지죠. ‘그런데 모자가 여기서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게 여운을 많이 남기는 질문입니다. 이 소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재밌는 면이 몇가지 발견이 되는데요. 일단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라는, 제가 생각하기엔 약간 우울증에 빠진 사람 같아요. First of all, Dmitry Petrovic, I think, is a little bit depressed. 현대라면 아마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겁니다. In modern times, you probably have been diagnosed with depr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