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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3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3

“저 사람을 이해하시겠습니까?”

우리 두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챈 ‘40명의 순교자'는 주먹에다 대고 점잖게 기침을 하고서 말했다. “저는 항상 훌륭하신 나리들을 충실하게 섬겼습죠. 그런데 문제는 술입죠. 만약에 불쌍한 이놈을 굽어살피셔서 일자리를 주신다면 당장 신에게 맹세하겠습니다.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요!”

교회 수위가 지나가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더니 종에 달린 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종은 저녁의 정적을 날카롭게 깨면서 느릿느릿 열 번을 울렸다.

“이런, 벌써 열시야!”

드미트리 페트로비치가 말했다.

“벌써 갈 때가 됐네요. 자, 친구.”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들을 내가 얼마나 겁내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일에 몰두합니다. 밤에 깊이 잠들기 위해서 농장 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거죠. 제 아이들과 아내 다른 사람들에게는 문제 될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이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그는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씩 웃었다.

“살아오면서 내가 했던 바보짓들을 당신에게 얘기할 수 있다면!”

그는 말했다.

“모두가 그러더군요. ‘당신에게는 착한 부인과 예쁜 아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당신 자신은 훌륭한 가장이잖아요?' 사람들은 내가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나를 부러워합니다. 뭐, 이왕 말이 나왔으니 당신에게만 이야기하지요. 나의 행복한 가정 생활이란 사실 서글픈 오해에 불과합니다. 나는 가정이 두려워요.”

그의 창백한 얼굴은 꾸며낸 미소로 일그러졌다. 그는 내 허리를 껴안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당신은 나의 진실한 친구예요. 나는 당신을 믿고 깊이 존경합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우정을 선사한 이유는 서로 허물없이 말을 털어놓음으로써 우리를 압박하는 비밀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게 아닐까요. 괜찮다면, 나에 대한 당신의 호의를 믿고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당신이 보기에 그토록 행복할 것 같은 나의 가정 생활이라는 게 사실은 나의 가장 큰 불행이자 공포입니다. 나의 결혼은 기묘했고 어리석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나는 마샤를 미칠 듯이 사랑했습니다. 이 년 동안 그녀를 쫓아다녔어요. 나는 그녀에게 다섯 번이나 청혼을 했지만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매번 거절했습니다. 여섯 번째는 사랑에 몸이 단 나머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흡사 구걸을 하듯 매달리며 청혼했고 결국 그녀는 승낙을 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정숙한 아내가 되겠어요.'라고. 나는 그런 조건조차도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였지요.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귀신이 잡아가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정숙한 아내가 되겠어요.' 이게 무슨 뜻입니까? 안개처럼 애매모호한 얘기지. 나는 지금도 신혼 첫날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녀로 말하면. 내가 보기에는 그때처럼 무관심한 데다가 내가 집을 비우면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모를 뿐이겠죠. 네, 몰라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 지붕 아래서 서로 여보라고 부르며 같이 잠자고 아이를 가졌고 재산도 공동명의로 했단 말입니다. 이런 것들이 뭘 뜻하는 거죠? 그래서 어쨌다는 거죠? 친구, 당신은 뭐든 좀 이해가 됩니까? 지독한 고문이야! 우리 관계에 관한 그 무엇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그녀를 증오하고, 나 자신을 증오하고, 우리 둘 다를 증오합니다. 내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에요.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바보가 되어가는데, 그녀는 마치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날이 갈수록 예뻐지고 우아해진단 말이죠. 그녀의 머릿결은 눈부시고 그 미소로 치면 어떤 여자도 못 따라오지요. 나는 그녀를 사랑합니다. 또한 내가 절망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벌써 두 명의 자식을 낳아준 여자를 절망적으로 사랑하다니! 그러니 이해가 가겠습니까? 무서운 일 아닌가요? 그래, 이것이 유령보다 덜 무서운가요?”

그는 한참을 더 이야기할 기분인 듯했지만 다행히도 그때 마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이 준비된 것이다. 우리가 마차에 타려 하자 ‘40명의 순교자'는 털모자를 벗더니, 나리들의 고귀한 몸에 손댈 기회를 진작부터 고대하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마차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댁에 가도록 허락을 해 주십쇼.”

그는 머리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심하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자비를 베풀어주십쇼! 배고파 죽겠습니다!”

“좋아.”

실린이 말했다.

“와서 사흘간 지내도록 하시오. 그 다음에 어떻게 되나 봅시다.”

“예, 나리!”

‘40명의 순교자'는 기뻐서 소리를 쳤다. “오늘 당장 가겠습니다요.”

집까지는 6베르스타였다.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는 마침내 마음에 담은 말을 친구 앞에서 했다는 데 만족해서 길 가는 내내 나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있었다. 이미 슬픔이나 불안이 가신 즐거운 목소리로, 집안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자기는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서 공부를 시작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수많은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시골로 내몰았던 한때의 풍조는 서글픈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러시아에 호밀이나 밀은 지천이지만 지성인은 좀처럼 드물다, 재능 있는 건전한 젊은이들은 학문과 예술과 정치에 종사해야 하며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분별 없는 짓이다, 라는 등의 의견들을 진지하게 펼치다가 문득 내일 아침에 일찍 헤어지게 되어서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는 목재 경매장에 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남을 속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찜찜하고 우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반가운 느낌도 들었다. 나는 떠오르는 거대한 자줏빛 달을 바라보면서 키가 크고 날씬한 금발의 그녀, 파리한 얼굴에 항상 옷을 곱게 차려입고 머스크 향 같은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그녀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어쩐지 들뜬 기분이 되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탁에 앉았다. 마리야 세르게예브나가 미소 지으며 우리가 사온 음식들을 내오는 동안, 나는 그녀가 정말로 눈부신 머릿결과 어떤 여자와도 비할 수 없는 미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는 그녀를 찬찬히 보면서 그녀의 동작과 시선 속에서 그녀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처럼 여겨졌다.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는 얼마 못 돼서 졸음과 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식사 후에 십 분 정도 우리와 함께 앉아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편한 대로 쉬세요. 나는 내일 새벽 세시에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부드럽게 입을 맞춘 뒤에 감사해하듯 내 손을 힘껏 쥐면서 다음 주에도 꼭 오겠다는 나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내일 늦잠을 자지 않기 위해 그는 바깥채로 잠을 자러 나갔다.

마리야 세르게예브나는 페테르부르크 식으로 늦게 잠자리에 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사실은 왠지 나를 기쁘게 했다.

“어쩌죠?”

우리 둘만 남겨지자 나는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 어떤 곡이든 좀 연주를 해 주시겠습니까?”

음악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주를 시작했는데,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옆에 앉아 그녀의 하얗고 통통한 손을 바라보며 그녀의 차갑고 무관심한 얼굴 속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 애썼다. 그러나 그때 그녀가 어쩐 일인지 미소를 지으며 나를 흘깃 바라보았다.

“친구가 없어서 따분하시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웃었다.

“우정을 위해서라면 한 달에 한 번 여기에 오는 걸로 충분하겠죠. 하지만 나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오지 않습니까?”

이 말을 하고 일어나서 나는 초조하게 방 안을 왔다 갔다했다. 그녀 또한 일어나서 벽난로 쪽으로 갔다.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죠?”

그녀는 그 커다랗고 초롱초롱한 눈을 들어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잠깐 생각해 보더니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당신은 오직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때문에 여기 오시는 거예요. 뭐, 저도 반갑죠. 요즘 시대에 그런 친구는 보기 드무니까요.”

“저런!”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물었다.

“정원을 거닐지 않으시렵니까?”

“아니요.”

나는 테라스로 나갔다. 머릿속에 개미들이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흥분 때문에 몸이 오싹했다. 나는 벌써부터 우리 대화가 사소한 내용이 될 것이며 서로 아무런 특별한 말도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가 차마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바로 오늘 밤에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도 확신하고 있었다. 반드시 오늘 밤이어야 한다,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정말 좋은 날씨야!”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나에게는 전혀 상관없어요.”

그녀의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마리야 세르게예브나는 아까처럼 벽난로 옆에 서서 뒷짐을 지고 나를 외면한 채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어째서 전혀 상관이 없지요?”

내가 물었다.

“왜냐하면 따분하니까요. 당신은 당신 친구가 없을 때만 따분하시겠죠. 하지만 나는 언제나 따분해요. 하기야…… 당신에게는 흥미 없는 일일 테죠.”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음정 몇 개를 치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발, 그렇게 격식 차리지 마세요.”

그녀는 성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화가 나서 금방 울음을 터트릴 기세였다.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3 Episode 9 - Anton Chekhov "Fear" - Part 3

“저 사람을 이해하시겠습니까?” “Do you understand that person?”

우리 두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챈 ‘40명의 순교자'는 주먹에다 대고 점잖게 기침을 하고서 말했다. "Forty Martyrs," who noticed that the two of us were looking at him, said, coughing gently into their fists. “저는 항상 훌륭하신 나리들을 충실하게 섬겼습죠. “I've always been faithful to the wonderful Samaritans. 그런데 문제는 술입죠. 만약에 불쌍한 이놈을 굽어살피셔서 일자리를 주신다면 당장 신에게 맹세하겠습니다. If you look down on this poor guy and give him a job, I swear to God right away.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요!”

교회 수위가 지나가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더니 종에 달린 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종은 저녁의 정적을 날카롭게 깨면서 느릿느릿 열 번을 울렸다. The bell rang slowly ten times, awakening the silence of the evening.

“이런, 벌써 열시야!”

드미트리 페트로비치가 말했다.

“벌써 갈 때가 됐네요. 자, 친구.”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들을 내가 얼마나 겁내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일에 몰두합니다. I try not to think, so I am immersed in work 밤에 깊이 잠들기 위해서 농장 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거죠. 제 아이들과 아내 다른 사람들에게는 문제 될 일이 없겠지요. It won't be a problem for my children and my wife and others. 하지만 이들이 나에게는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그는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씩 웃었다.

“살아오면서 내가 했던 바보짓들을 당신에게 얘기할 수 있다면!” “If I could tell you the fools I did in my life!”

그는 말했다.

“모두가 그러더군요. ‘당신에게는 착한 부인과 예쁜 아이들이 있지 않습니까? 'Aren't you good wives and pretty children? 그리고 당신 자신은 훌륭한 가장이잖아요?' And you yourself are a great father, aren't you?' 사람들은 내가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나를 부러워합니다. People think I'm very happy and they envy me. 뭐, 이왕 말이 나왔으니 당신에게만 이야기하지요. Well, I'm talking only to you since I said this. 나의 행복한 가정 생활이란 사실 서글픈 오해에 불과합니다. 나는 가정이 두려워요.”

그의 창백한 얼굴은 꾸며낸 미소로 일그러졌다. His pale face distorted with a fancy smile. 그는 내 허리를 껴안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당신은 나의 진실한 친구예요. 나는 당신을 믿고 깊이 존경합니다. 하늘이 우리에게 우정을 선사한 이유는 서로 허물없이 말을 털어놓음으로써 우리를 압박하는 비밀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게 아닐까요. 괜찮다면, 나에 대한 당신의 호의를 믿고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당신이 보기에 그토록 행복할 것 같은 나의 가정 생활이라는 게 사실은 나의 가장 큰 불행이자 공포입니다. 나의 결혼은 기묘했고 어리석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나는 마샤를 미칠 듯이 사랑했습니다. Before I got married, I loved Masha like crazy. 이 년 동안 그녀를 쫓아다녔어요. I've been following her for two years. 나는 그녀에게 다섯 번이나 청혼을 했지만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매번 거절했습니다. I proposed to her five times, but she refused each time, who was not interested in me at all. 여섯 번째는 사랑에 몸이 단 나머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흡사 구걸을 하듯 매달리며 청혼했고 결국 그녀는 승낙을 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She told me this.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정숙한 아내가 되겠어요.'라고. 나는 그런 조건조차도 감지덕지하며 받아들였지요.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귀신이 잡아가도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정숙한 아내가 되겠어요.' 'I don't love you, but I'll be a modest wife.' 이게 무슨 뜻입니까? What does this mean? 안개처럼 애매모호한 얘기지. It's ambiguous like a fog. 나는 지금도 신혼 첫날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사랑합니다. I love her now, just like on my first day of honeymoon 하지만 그녀로 말하면. But speaking of her. 내가 보기에는 그때처럼 무관심한 데다가 내가 집을 비우면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모를 뿐이겠죠. Maybe I just don't know if she loves me or not. 네, 몰라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 지붕 아래서 서로 여보라고 부르며 같이 잠자고 아이를 가졌고 재산도 공동명의로 했단 말입니다. But still, under one roof, we called each other honey, we slept together, we had children, and we had a common name. 이런 것들이 뭘 뜻하는 거죠? What do these things mean? 그래서 어쨌다는 거죠? 친구, 당신은 뭐든 좀 이해가 됩니까? Friend, do you understand anything? 지독한 고문이야! It's a terrible torture! 우리 관계에 관한 그 무엇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그녀를 증오하고, 나 자신을 증오하고, 우리 둘 다를 증오합니다. That's why I hate her, I hate myself, and I hate both of us because of that I don't understand anything about our relationship. 내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이에요. My head is all jumbled.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바보가 되어가는데, 그녀는 마치 약을 올리기라도 하듯 날이 갈수록 예뻐지고 우아해진단 말이죠. 그녀의 머릿결은 눈부시고 그 미소로 치면 어떤 여자도 못 따라오지요. Her hair is dazzling and no woman can follow her with that smile. 나는 그녀를 사랑합니다. 또한 내가 절망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I also know that I have a desperate love. 벌써 두 명의 자식을 낳아준 여자를 절망적으로 사랑하다니! Desperate love for a woman who already gave birth to two children! 그러니 이해가 가겠습니까? 무서운 일 아닌가요? 그래, 이것이 유령보다 덜 무서운가요?” Yes, is this less scary than a ghost?

그는 한참을 더 이야기할 기분인 듯했지만 다행히도 그때 마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He seemed in the mood to talk for a while, but fortunately, the voice of the coachman was heard. 말이 준비된 것이다. 우리가 마차에 타려 하자 ‘40명의 순교자'는 털모자를 벗더니, 나리들의 고귀한 몸에 손댈 기회를 진작부터 고대하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마차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When we tried to get on the carriage, the '40 Martyrs' took off their fur hats and helped us get onto the carriage, showing that they were looking forward to the opportunity to touch the noble bodies of the naris.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댁에 가도록 허락을 해 주십쇼.” “Dmitry Petrovic, please give me permission to go home.”

그는 머리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심하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He said, tilting his head stiffly and blinking his eyes violently.

“자비를 베풀어주십쇼! “Show me mercy! 배고파 죽겠습니다!” I am hungry!”

“좋아.”

실린이 말했다. Said Chillin.

“와서 사흘간 지내도록 하시오. “Come and let me spend three days. 그 다음에 어떻게 되나 봅시다.” Let's see what happens next.”

“예, 나리!”

‘40명의 순교자'는 기뻐서 소리를 쳤다. '40 Martyrs' shouted for joy. “오늘 당장 가겠습니다요.”

집까지는 6베르스타였다.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는 마침내 마음에 담은 말을 친구 앞에서 했다는 데 만족해서 길 가는 내내 나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있었다. 이미 슬픔이나 불안이 가신 즐거운 목소리로, 집안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자기는 페테르부르크로 돌아가서 공부를 시작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수많은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시골로 내몰았던 한때의 풍조는 서글픈 일이었다고 말했다. He also said that the trend of one time that drove so many talented young people into the countryside was sad. 그는 이어서 러시아에 호밀이나 밀은 지천이지만 지성인은 좀처럼 드물다, 재능 있는 건전한 젊은이들은 학문과 예술과 정치에 종사해야 하며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분별 없는 짓이다, 라는 등의 의견들을 진지하게 펼치다가 문득 내일 아침에 일찍 헤어지게 되어서 섭섭하다고 말했다. He continued to express his opinions seriously, saying, “Rye and wheat are still in Russia, but intellectuals are rare.” He said he was sad because he broke up early 그는 목재 경매장에 가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He said he had to go to the timber auction house.

나는 남을 속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찜찜하고 우울했다. I felt like I was cheating on others, so I was steamed and depressed. 그러나 한편으로는 반가운 느낌도 들었다. However, on the other hand, I also felt welcome. 나는 떠오르는 거대한 자줏빛 달을 바라보면서 키가 크고 날씬한 금발의 그녀, 파리한 얼굴에 항상 옷을 곱게 차려입고 머스크 향 같은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그녀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어쩐지 들뜬 기분이 되었다. At the same time, I was somewhat excited to think about the fact that she did not love her husband.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탁에 앉았다. 마리야 세르게예브나가 미소 지으며 우리가 사온 음식들을 내오는 동안, 나는 그녀가 정말로 눈부신 머릿결과 어떤 여자와도 비할 수 없는 미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As Mariya Sergeevna smiled and served the foods we had bought, I realized that she had a really dazzling head and a smile that couldn't be matched by any woman. 나는 그녀를 찬찬히 보면서 그녀의 동작과 시선 속에서 그녀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I wanted to look closely at her and see if her movements and gaze reveals that she doesn't love her husband.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 것처럼 여겨졌다. Come to think of it, it really seemed like that.

드미트리 페트로비치는 얼마 못 돼서 졸음과 싸움을 시작했다. Soon after, Dmitry Petrovic began to fight with drowsiness. 그는 식사 후에 십 분 정도 우리와 함께 앉아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He sat with us for about ten minutes after eating, then said:

“여러분은 편한 대로 쉬세요. 나는 내일 새벽 세시에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부드럽게 입을 맞춘 뒤에 감사해하듯 내 손을 힘껏 쥐면서 다음 주에도 꼭 오겠다는 나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내일 늦잠을 자지 않기 위해 그는 바깥채로 잠을 자러 나갔다.

마리야 세르게예브나는 페테르부르크 식으로 늦게 잠자리에 드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사실은 왠지 나를 기쁘게 했다. Marie Sergeevna had a habit of going to bed late in the Petersburg style, and this fact somewhat pleased me.

“어쩌죠?”

우리 둘만 남겨지자 나는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 어떤 곡이든 좀 연주를 해 주시겠습니까?”

음악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I didn't want to listen to music, but I didn't know how to start the conversation.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주를 시작했는데, 어떤 곡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She sat in front of the piano and started playing, but I can't remember what song it was. 나는 옆에 앉아 그녀의 하얗고 통통한 손을 바라보며 그녀의 차갑고 무관심한 얼굴 속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 애썼다. I sat next to him, staring at her white, chubby hands, trying to read something out of her cold, indifferent face. 그러나 그때 그녀가 어쩐 일인지 미소를 지으며 나를 흘깃 바라보았다. But then she looked at me with a smile for some reason.

“친구가 없어서 따분하시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웃었다.

“우정을 위해서라면 한 달에 한 번 여기에 오는 걸로 충분하겠죠. 하지만 나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오지 않습니까?” But don't I say a week is far away?

이 말을 하고 일어나서 나는 초조하게 방 안을 왔다 갔다했다. Having said this, I got up and moved back and forth in the room anxiously. 그녀 또한 일어나서 벽난로 쪽으로 갔다. She also got up and went to the fireplace.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죠?”

그녀는 그 커다랗고 초롱초롱한 눈을 들어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잠깐 생각해 보더니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After thinking for a moment, she continued.

“당신은 오직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때문에 여기 오시는 거예요. “You are here only for Dmitry Petrovic. 뭐, 저도 반갑죠. 요즘 시대에 그런 친구는 보기 드무니까요.”

“저런!”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물었다. And without knowing what he was talking about, he asked.

“정원을 거닐지 않으시렵니까?”

“아니요.”

나는 테라스로 나갔다. 머릿속에 개미들이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흥분 때문에 몸이 오싹했다. It seemed that ants were crawling in my head, and my body was thrilled with excitement. 나는 벌써부터 우리 대화가 사소한 내용이 될 것이며 서로 아무런 특별한 말도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I was already convinced that our conversation would be trivial and that we would not be able to say anything special to each other. 그러나 동시에 내가 차마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바로 오늘 밤에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도 확신하고 있었다. 반드시 오늘 밤이어야 한다,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정말 좋은 날씨야!” “It's really nice weather!”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I said out loud.

“나에게는 전혀 상관없어요.”

그녀의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응접실로 들어갔다. 마리야 세르게예브나는 아까처럼 벽난로 옆에 서서 뒷짐을 지고 나를 외면한 채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Marie Sergeevna was thinking about something, standing by the fireplace as before, holding back and turning away from me.

“어째서 전혀 상관이 없지요?”

내가 물었다.

“왜냐하면 따분하니까요. 당신은 당신 친구가 없을 때만 따분하시겠죠. 하지만 나는 언제나 따분해요. 하기야…… 당신에게는 흥미 없는 일일 테죠.” Ha... … It wouldn't be of interest to you.”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음정 몇 개를 치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I sat in front of the piano and played several pitches, waiting for her next words.

“제발, 그렇게 격식 차리지 마세요.” “Please, don’t be so formal.”

그녀는 성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화가 나서 금방 울음을 터트릴 기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