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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1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시간' 팟캐스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설 쓰는 김영하입니다. ‘책 읽는 시간'팟캐스트, 오늘로 아홉 번 째 에피소드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 팟캐스트 서두를 뭘로 해야하나 늘 생각을 합니다. 동양에서는 계절인사를 하는 것이 오래된 관습이죠? 뭐 남한테 편지를 쓸때도 그렇고요. 인사를 할 때도 계절 인사가 제일 무난합니다. 봄 꽃이 만발 했다거나, 눈이 많이 내렸다거나.. 이런 얘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면 참 쉽겠죠? 일본에 유명한 하이꾸라는 시 양식이 있죠? 하이꾸를 요즘엔 서양사람들도 참 좋아해서 영어로 하이꾸를 쓰는 모임 이런 것도 많고, 인터넷에 뒤져보면 가끔 꽤 있어요. 그런데 이 서구에서 쓴 하이꾸와 일본사람들이 지은 하이꾸에는 큰 특징이 있는데, 원래 하이꾸에는 ‘계사'라고 해서 계절을 표현하는 말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말이 들어가지 않으면 하이꾸가 아닌거죠. 그치만 서양사람들은 계절인사를 왜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계절은 중요합니다. 특히 하이꾸가 발현한 일본이라던가 우리나라, 중국 다 계절의 변화가 많고 그럿이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농경민족이었죠)그렇습니다. 오늘 날씨, 밖에 보니까 흐리군요. 오늘 서울이 계속 흐리고 좋지 않죠. 봄이 봄 같지 않은 그런 서울의 날씨입니다. 자 오늘의 작가는 어떤 사람으로 할 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조금 있으면 벛꽃이 피지않습니까. 그래서 벚꽃하면 여러분들 책을 좀 읽으신 분들은 떠오르는 작푼이 있죠. “벚꽃 동산” 안톤 체호프의 희곡인데요. 이 체호프 책을 한 번 골라봤습니다. 이 체호프 오늘 지금 제가 보고있는 책은 체호프 단편선이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제 70 권으로 나온 그런 책 입니다. 뒤를 보니까 저는 2002년에 이 책을 산것으로 돼있네요. 2002년의 초판본을 샀습니다. 안톤 체호프는 톨스토이와 한꼐 러시아를 대표하는 그런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톨스토이는 오히려 작가들한테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 영미권의 작가들에게 최고의 작가 100명을 뽑아라 이러면 예상을 뒤 엎고 톨스토이가 1등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안톤 체호프도 작가들로부터 크게 사랑받은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대체로 문장에 잘 속지를 않습니다. 보통인데 문학을 처음하는 사람들은 문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문장, 문체, 그다음에 구성 그리고 나서 테마, 주제..이런것들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들은 거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담한 주제, 그리고 절묘한 구성, 그리고 그것과 걸맞는 중요성을 가진 것이 살아있는 캐릭터..사실 그것만 있어도 소설은 굴러갈 정도로 중요하죠. 살아있는 캐릭터라는 것, 그런 캐릭터만 하나 잡으면 소설은 굴러가게 됩니다. 그 다음에 문장…그런 순으로 이해를 하죠. 그래서 작가들이 뽑게되는 작가는 톨스토이처럼 대담하고 원대한 주제를 가지고 소설에 접근했던 작가, “전쟁과 평화”라던가 “안나 카레리나”모두 말랑말랑한 테마가 아니죠.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작가. 인간의 (우리가 모르던 인간의)본성을 밝혀주는 작가. 인간의 어두운 면이든, 밝은 면이든, 숨겨진 면이든 이런 것들을 포착하는 작가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같은 작품은 정말 위대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안톤 체홉같은 경우에도 단편을 읽다 보면 (이분은 희곡도 아주 훌륭하죠) 희곡이든 단편이든 뭐든 읽다보면 이분은 인간을 아시는 분이구나..인간이 뭔지를 이렇게 엿보신 분이구나…이런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숙이게되는 그런 작가 중에 한 분입니다.안톤 체홉의 단편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거의 한 8년 만에 새로 읽은 것이죠. 읽어보고서는 ‘아! 이 단편이 좋구나! '이렇게 생각한 단편이 있어서 소개를 해드리려고 해요. 그때는 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그때그때 단편집같은거 볼때마다 좋아지는 작품이 다르죠. 그렇습니다. 작가들도 그래요. 자기가 쓴 단편도 쓸 당시에는 ‘와 이게 진짜 잘 쓴 것 같다!정말 마음에 든다! '라고 생각했는데 한 5년, 10년 지나서 자기가 예전에 썼던 작품을 보면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 쓴 자기 작품에 대해서 만큼은 작가도 한 사람의 독자에 불과하죠. 자 이 체호프 단편선에서 오늘 제가 읽어드릴 단편은 두 번 째 소설인데요. “공포”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제로 ‘한 친구의 이야기'이렇게 되어있는 데요. 아마 한 제 생각에는 15 분에서 20 분 정도를 통으로 읽게 될 것 같으니까요,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공포 ‘한 친구의 이야기'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실린은 대학 과정을 마치고 페테르부르크에서 근무하다가 서른 살에 직장을 버리고 농장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농장은 그런대로 잘 굴러갔지만 아무래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가 다시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햇볕에 그을리고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그는 일 때문에 녹초가 된 모습으로 정문이나 현관에서 나를 맞았으며, 그 다음에는 저녁 식탁에서 졸음과 투쟁을 벌이다가 아내에게 어린애처럼 이끌려 잠자리로 들어가곤 했다. 이따금 그가 졸음을 이겨내고 부드럽고 경건한, 마치 기도하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훌륭한 사상들을 펼쳐 보이기 시작할 때면 나는 그에게서 경영자나 농장주가 아닌 한 지친 남자의 모습을 볼 뿐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에게 필요한 것은 결코 농장의 성공이 아니었다. 그는 다만 하루가 무사히 가기를 바랄 따름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의 농장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해서 한번 가면 이삼 일 정도 묵곤 했다. 나는 그의 집과 정원을, 넓은 과수원과 개울을, 그리고 다소 나른하고 현학적이지만 명쾌한 면도 있는 그의 철학을 좋아했다. 그 사람 자체를 좋아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데, 그건 아직까지도 당시에 내 감정을 정확히 해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똑똑하고 친절하고 흥미로웠으며 또한 진실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우리의 관계를 진정한 우정이라고 말했을 때, 내가 왠지 꺼림칙하고 부담스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에 대한 그의 호감 속에는 무언가 거북한 압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로 지내기를 원했던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그의 아내 마리야 세르게예브나가 너무도 내 마음에 들었다는 점에 있었다. 그녀와 정말로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과 눈, 목소리와 걸음걸이를 좋아했으며 한동안 못 보면 그녀가 그리워졌다. 당시에 나의 공상 속에서 이 젊고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만큼 생생하게 떠오르는 얼굴은 없었다. 그녀에 대해서 나는 어떤 흑심도 기대도 품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왠지 우리가 단 둘이 있게 되면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던 그 남편의 말이 항상 떠올랐고, 그러다 보면 거북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녀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거나 나에게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나는 즐겁게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 남편은 나의 친구이고, 그녀 또한 나를 남편의 친구로 여긴다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다 보면 나는 기분을 잡쳐서 시무룩해지고 답답해지고 따분해지는 것이었다. 나의 이런 변화를 눈치 채면 그녀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말하곤 했다.

Episode 9 - 안톤 체홉 “공포” - Part 1 Episode 9 - Anton Chekhov "Fear" - Part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시간' 팟캐스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설 쓰는 김영하입니다. ‘책 읽는 시간’팟캐스트, 오늘로 아홉 번 째 에피소드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 팟캐스트 서두를 뭘로 해야하나 늘 생각을 합니다. I always think about what to do at the beginning of this podcast. 동양에서는 계절인사를 하는 것이 오래된 관습이죠? Isn't it an old custom in the East to say seasonal greetings? 뭐 남한테 편지를 쓸때도 그렇고요. Well, even when writing a letter to others. 인사를 할 때도 계절 인사가 제일 무난합니다. 봄 꽃이 만발 했다거나, 눈이 많이 내렸다거나.. 이런 얘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면 참 쉽겠죠? It's easy to tell the story while the spring flowers are in full bloom, or it has snowed a lot, right? 일본에 유명한 하이꾸라는 시 양식이 있죠? Haikura, famous in Japan, has a poetry style? 하이꾸를 요즘엔 서양사람들도 참 좋아해서 영어로 하이꾸를 쓰는 모임 이런 것도 많고, 인터넷에 뒤져보면 가끔 꽤 있어요. These days, Westerners love haiku, so there are a lot of meetings where people use haiku in English, and if you search the Internet, there are quite a few. 그런데 이 서구에서 쓴 하이꾸와 일본사람들이 지은 하이꾸에는 큰 특징이 있는데, 원래 하이꾸에는 ‘계사’라고 해서 계절을 표현하는 말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말이 들어가지 않으면 하이꾸가 아닌거죠. So, if that doesn't go into it, it's not a haiku. 그치만 서양사람들은 계절인사를 왜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But Westerners don't seem to know why they should say hello to the seasons. 계절은 중요합니다. 특히 하이꾸가 발현한 일본이라던가 우리나라, 중국 다 계절의 변화가 많고 그럿이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농경민족이었죠)그렇습니다. 오늘 날씨, 밖에 보니까 흐리군요. 오늘 서울이 계속 흐리고 좋지 않죠. Seoul is still cloudy and not good today. 봄이 봄 같지 않은 그런 서울의 날씨입니다. 자 오늘의 작가는 어떤 사람으로 할 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조금 있으면 벛꽃이 피지않습니까. 그래서 벚꽃하면 여러분들 책을 좀 읽으신 분들은 떠오르는 작푼이 있죠. “벚꽃 동산” 안톤 체호프의 희곡인데요. It's a play by Anton Chekhov, “The Garden of Cherry Blossoms.” 이 체호프 책을 한 번 골라봤습니다. 이 체호프 오늘 지금 제가 보고있는 책은 체호프 단편선이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제 70 권으로 나온 그런 책 입니다. This Chekhov The book I'm looking at today is a book that came out as the 70th volume of the Complete World Literature of Minumsa under the title of Chekhov's Short Story. 뒤를 보니까 저는 2002년에 이 책을 산것으로 돼있네요. Looking back, it is said that I bought this book in 2002. 2002년의 초판본을 샀습니다. 안톤 체호프는 톨스토이와 한꼐 러시아를 대표하는 그런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톨스토이는 오히려 작가들한테 아주 인기가 높습니다. Anton Chekhov can be said to be a representative of Russia with Tolstoy, but Tolstoy is rather very popular with writers. 영미권의 작가들에게 최고의 작가 100명을 뽑아라 이러면 예상을 뒤 엎고 톨스토이가 1등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If you ask writers from the British and the United States to choose the best 100 writers, it often overturns expectations and Tolstoy wins first place. 이 안톤 체호프도 작가들로부터 크게 사랑받은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대체로 문장에 잘 속지를 않습니다. Writers are usually not fooled by sentences. 보통인데 문학을 처음하는 사람들은 문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It's normal, but people who are new to literature think sentence is the most important. 문장, 문체, 그다음에 구성 그리고 나서 테마, 주제..이런것들 순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들은 거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담한 주제, 그리고 절묘한 구성, 그리고 그것과 걸맞는 중요성을 가진 것이 살아있는 캐릭터..사실 그것만 있어도 소설은 굴러갈 정도로 중요하죠. 살아있는 캐릭터라는 것, 그런 캐릭터만 하나 잡으면 소설은 굴러가게 됩니다. 그 다음에 문장…그런 순으로 이해를 하죠. 그래서 작가들이 뽑게되는 작가는 톨스토이처럼 대담하고 원대한 주제를 가지고 소설에 접근했던 작가, “전쟁과 평화”라던가 “안나 카레리나”모두 말랑말랑한 테마가 아니죠.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작가. And a writer who understands humans. 인간의 (우리가 모르던 인간의)본성을 밝혀주는 작가. An artist who reveals the human nature (human we didn't know about). 인간의 어두운 면이든, 밝은 면이든, 숨겨진 면이든 이런 것들을 포착하는 작가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Whether it's the dark side, the bright side, or the hidden side of humans, there is a tendency to appreciate the artist who captures these things. 그런면에서 보자면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같은 작품은 정말 위대한 소설입니다. In that sense, works like Tolstoy “Anna Carerina” are really great novels. 그리고 안톤 체홉같은 경우에도 단편을 읽다 보면 (이분은 희곡도 아주 훌륭하죠) 희곡이든 단편이든 뭐든 읽다보면 이분은 인간을 아시는 분이구나..인간이 뭔지를 이렇게 엿보신 분이구나…이런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숙이게되는 그런 작가 중에 한 분입니다.안톤 체홉의 단편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거의 한 8년 만에 새로 읽은 것이죠. And even in the case of Anton Chekhov, if you read short stories (this is also very good in plays), if you read any plays, short stories, or anything, this person knows humans. I am one of those writers who come to lower my head because of this thought. I read Anton Chekhov's short story once again and I didn't know much before, but it was a new reading in almost eight years. 읽어보고서는 ‘아! 이 단편이 좋구나! '이렇게 생각한 단편이 있어서 소개를 해드리려고 해요. 그때는 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그때그때 단편집같은거 볼때마다 좋아지는 작품이 다르죠. 그렇습니다. 작가들도 그래요. 자기가 쓴 단편도 쓸 당시에는 ‘와 이게 진짜 잘 쓴 것 같다!정말 마음에 든다! When he wrote his own short story, he said,'Wow, this seems to have been written really well! I really like it! '라고 생각했는데 한 5년, 10년 지나서 자기가 예전에 썼던 작품을 보면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 쓴 자기 작품에 대해서 만큼은 작가도 한 사람의 독자에 불과하죠. 자 이 체호프 단편선에서 오늘 제가 읽어드릴 단편은 두 번 째 소설인데요. “공포”라는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It has the title of “horror”. 그리고 부제로 ‘한 친구의 이야기’이렇게 되어있는 데요. And the subtitle is'The Story of One Friend'. 아마 한 제 생각에는 15 분에서 20 분 정도를 통으로 읽게 될 것 같으니까요,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In my opinion, it will take about 15 to 20 minutes to read, so be prepared and listen to it.

공포 ‘한 친구의 이야기'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실린은 대학 과정을 마치고 페테르부르크에서 근무하다가 서른 살에 직장을 버리고 농장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Dmitry Petrovic Cilin worked in Petersburg after completing her university studies, leaving her job at the age of thirty and starting a farm. 농장은 그런대로 잘 굴러갔지만 아무래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가 다시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오기를 바랐다. The farm worked just as well, but it didn't suit him, so I hoped he would come back to Petersburg. 햇볕에 그을리고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그는 일 때문에 녹초가 된 모습으로 정문이나 현관에서 나를 맞았으며, 그 다음에는 저녁 식탁에서 졸음과 투쟁을 벌이다가 아내에게 어린애처럼 이끌려 잠자리로 들어가곤 했다. Burned in the sun and covered in dust, he met me at the front door or at the front door, exhausted from work, and then, while struggling with sleepiness at the dinner table, was led to bed by his wife like a child. 이따금 그가 졸음을 이겨내고 부드럽고 경건한, 마치 기도하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훌륭한 사상들을 펼쳐 보이기 시작할 때면 나는 그에게서 경영자나 농장주가 아닌 한 지친 남자의 모습을 볼 뿐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에게 필요한 것은 결코 농장의 성공이 아니었다. In my opinion, what he needed was never the success of the farm. 그는 다만 하루가 무사히 가기를 바랄 따름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의 농장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해서 한번 가면 이삼 일 정도 묵곤 했다. 나는 그의 집과 정원을, 넓은 과수원과 개울을, 그리고 다소 나른하고 현학적이지만 명쾌한 면도 있는 그의 철학을 좋아했다. 그 사람 자체를 좋아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데, 그건 아직까지도 당시에 내 감정을 정확히 해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It's a bit difficult to say that I liked the person itself, because I still can't exactly explain my feelings at the time. 그는 똑똑하고 친절하고 흥미로웠으며 또한 진실한 사람이었다. He was smart, kind, interesting, and sincere. 그러나 그가 자신의 내밀한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우리의 관계를 진정한 우정이라고 말했을 때, 내가 왠지 꺼림칙하고 부담스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However, when he revealed his inner heart and said that our relationship was a true friendship, the memory of my feelings of reluctance and burden comes alive. 나에 대한 그의 호감 속에는 무언가 거북한 압력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로 지내기를 원했던 것이다. There was something uncomfortable pressure in his liking for me, so I just wanted to be friends.

문제의 핵심은 그의 아내 마리야 세르게예브나가 너무도 내 마음에 들었다는 점에 있었다. The point of the matter was that his wife, Mariya Sergeevna, really liked me. 그녀와 정말로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과 눈, 목소리와 걸음걸이를 좋아했으며 한동안 못 보면 그녀가 그리워졌다. I wasn't really in love with her, but I loved her face, eyes, voice, and gait, and I missed her after not seeing it for a while. 당시에 나의 공상 속에서 이 젊고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만큼 생생하게 떠오르는 얼굴은 없었다. At the time, in my daydreaming, there was no face as vividly as this young, beautiful and elegant woman. 그녀에 대해서 나는 어떤 흑심도 기대도 품고 있지 않았다. For her, I had no black heart or expectation. 그러나 왠지 우리가 단 둘이 있게 되면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던 그 남편의 말이 항상 떠올랐고, 그러다 보면 거북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녀가 피아노 앞에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거나 나에게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면 나는 즐겁게 들었지만,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고 있으며 그 남편은 나의 친구이고, 그녀 또한 나를 남편의 친구로 여긴다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다. I enjoyed listening when she sat in front of the piano and played my favorite song or told me something interesting, but at the same time, in my head, she loves her husband, that husband is my friend, and she also me The thought of thinking as a friend came in. 그러다 보면 나는 기분을 잡쳐서 시무룩해지고 답답해지고 따분해지는 것이었다. Then, I was in the mood, becoming dull, frustrated, and bored. 나의 이런 변화를 눈치 채면 그녀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말하곤 했다. When I noticed this change of mine, she would say without thi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