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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7 - 장 그르니에, 폴 발레리 - Part 2

Episode 7 - 장 그르니에, 폴 발레리 - Part 2

자기가 사랑하는 그 꽃들을 아깝다는 듯 담장 속에 숨겨두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나는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나의 정열은 그 주위에 굳건한 요새의 성벽들을 쌓아두고자 한다. 그때 나는 하나하나의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을 예찬했다. 비밀이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네, 잘 들으셨습니까. 이 부분이 그 “섬”에서는 가장 유명한 부분이죠. 특히 앞부분 ‘혼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어떤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씩이나 해보았었다.' 이게 한 때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부추겼던, 옆구리를 찔렀던 그런 문장인데요. 저는 이제 다시 읽어보면서 저도 ‘책 읽은 시간'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독서를 하게되는 그런 책들이 많은데요. 저는 옛날에 앞에 부분 (보니까) 밑줄도 쳐놨더라고요. 저는책에 여간해서 밑줄을 잘 치지 않는데 섬이라는 책은 밑줄 칠 구석이 참 많은 책입니다. 사실 저는 소설에 관해서는, 최고의 소설이 뭐냐라고 저한테 물르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소설은 한 권을 다 읽고도 밑줄 칠 구절이 단 한군데도 없는데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소설, 저는 이런게 사실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소설입니다. 소설 그 자체로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돼있고, 그렇기 때문에 독자가 어느 한 부분을 딱 골라내라고 하면 딱 골라낼 수가 없는 거예요. 그 한 부분만으로는 그 소설의 전체를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도 별로 없어요. 어 그런데 그 소설 전체가 하나의 인상을 형성하는 것이죠. 명장면 없는 영화같은 겁니다. 그런게 제가 생각하는 궁극의 소설인데, 에세이는 좀 다르죠. 에세이는 읽다보면 밑줄을 치게됩니다. 그래서 요기에 제가 벌써 읽은게 15 년 전? 20 년 전? 즈음 될거 같으니까, 그떄 쳐놓은 밑줄들이 있는데, 보면 재밌습니다. 15 년 전의 제가 저한테 보내는 무슨 편지같아요. 옛날에 카롤린 봉그랑이라는 프랑스의(저랑 동갑내기) 소설가가 (여자 소설가입니다. 미인인데요.) 그 작가가 밑줄 긋는 남자라는..남잔가 여잔가? 잘 모르겠네요. 밑줄 긋는 남자 같은데요? 어쨌든 그런 책을 하나 썼는데요. 짧은 소설인데 재밌어요.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리는데, 누군가가 먼저 밑줄을 그거 놓은 거예요. 그래서 그 책…책을 빌리면 밑줄이 그어져 있고,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 밑줄이 자기에게 보내는 어떤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 여자도 다시 밑줄을 그어서 도서관에 반납을 하고, 소설에 나오는 대사들이나 이런걸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는거예요. 재밌겠죠? 요새는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전부 컴퓨터로 관리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옛날에는 독서… 도서실에 가면 뒤에, 책을 빌리면 카드가 있었죠. 그래서 먼저 빌린 사람을 알 수가 있었죠. 그래서 잘 뒤져보면, 취향을 잘 추적하다 보면 그 사람이 빌렸을 만한 다른 책을 찾아낼 수가 있었을 것이고요. 거기에 자신의 메시지를 실어서 보낼 수가 있는 것이죠. 그 좀 저열하게 거기다가 글씨를 쓰는 건, 이런건 좀 유치하죠. 그러나 밑줄을 그어서 마치 스파이들 처럼 책을 매개로 교신한다. 이런 발상이 되게 독특했던 그런 소설인데, 그 뒤에 작품 활동이 어땠는지 잘 모르겠어요. 카롤린 봉그랑이란 작가.. 재밌게 봤는데 그 뒤론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밑줄이라는 것은 책과 독자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고, 또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나누는 그런 대화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저는 옛날에는 뭐 책을 아주 깨끗이 해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무슨뭐 헌책으로 다시 팔려고하는 것도 아닌데, 꼭 깨끗이 볼 필요가 있나..이런 생각이 들어서 요새는 막 보고있어요. 특히 좋은 책일수록 막 보고있습니다. 흔적을 남긴다는 거. 좋은 것 같더라고요. 접기도하고요. 요새는 밑줄도 긋고 그래요. 예전에 저의 선배 어떤 작가는 책을 초판만 사고 밑줄 같은 것은 절대 긋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때는 참 멋있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글쎼요..그거 너무 강박증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책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 책을 쓴 저자, 또 다른 독자들과 마음의 소통을 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지, 그렇게 보존하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뭐 책의 여백에 뭘 적어놓고 그런것도 참 요새는 보기좋더라고요. 어느 날 그걸 보거나 또는 그의 자손이 (이런 사람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하여튼 그렇습니다. 그 밑줄에 대한 얘기 잠깐 해봤고요.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다보니까 저는 어떤 부분이 재밌었냐면, 도시 안에서 가능한 어떤 비밀 스러운 삶. 요 부분을 읽고 아 그때는 이해를 못 했었는데요. 바로 그런거죠. 여기 이제 예를 드는게, 루소는 시골에 살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부대꼈다 이런 얘긴데 이거 정말 맞아요. 여러분 아마 그런 경험 있으실 것 같은데, 제 주변에도 전원주택..은 아니고 뭐 하튼 시골에 가서 살고싶다고 서울 근교에 내려가서 농가 어떤 농촌에서 살고계신 분들이 계신데. 거긴 어떤면에서 도시보다 더 프라이버시가 없습니다. 어디 갔다 와보면 집에 마루에 사람들이 막 앉아있고. “어디 갔다와?” 막 이러고. 아니면 뭐 가끔은 자기 냉장고에서 뭘 꺼내먹기도 한데요. 뭐 막걸리가 있으면 꺼내서 한잔씩 하시면서 기다리겠죠. 그렇다거나 계속해서 삶이 … 하나의 공동체적 삶이었으니까요. 농촌은 사람이 침범해 들어오는 곳이 많죠. 하지만 도시의 아파트 같은데 살면 옆집을 모르고도 한 일, 이 년 계속 살 수 있죠. 그런면에서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것에 대해서 데카르트가 얘기한 장면 재밌죠. 대도시가 갖추고 있는 편리함은 골고루 다 누려가면서 가장 한갓진 사막 한 가운데 못지 않은 고적하고 호젓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대도시에서만 가능한 그런 삶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대도시에는 사회의 주변인들이 참 많았죠. 지금은 많이 개방이 되고 그런부분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습니다만, 옛날 런던….오스카 와일드가 활동하던 시대의 런던은 게이들이 몰려드는 그런 곳이었죠. 역사적으로도 게이라든가 아니면은 망명자들 또 성적 소수자들..이런 사람들은 대도시에 와서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기를 원했었죠. 시골에서는 뭐 그럴 수가 없죠. 그런면에서 대도시에서 호젓하게 산다는 것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섬으로 갈 수도 있지만, 도시에 갈 수도 있다는 이런 통찰은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책입니다만) 지금 읽어도 맞는것 같아요. 그래서 베니스에서는 비밀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만 베로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밀스런 사랑도 금방 탄로가 나는 것이고요. 아무리 가둬놔도, 즉 이 사람이, 그르니에가 그런 얘기 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높은 담장을 둘러쳐도 그 리라 꽃 냄새를 맡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것 처럼 베로나 같은데서는 비밀이 없지만, 베니스에선 가능하죠. 문득 베니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막 어두운 안개가 깔린 수로의 뒷편을 걸러가는 그런 장면인데 또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항 일본의 역사 저술가죠. 저는사실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아주 재밌게 봤어요. 베니스라는 베네치아라는 도시가 어떻게 천 년을 살아 남았는가에 대한 그 기록인데요. 여기 보면 베니스가 그렇게 또 스파이가, 스파일던가 정탐술 이런게 발달했다그래요.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여러가지 그 정보들을 수집해야될 필요가 상당히 많았던 그런 도시 국가였죠? 무역에 의존 했었고요. 그런 걸 보면 베니스라는 곳과 ‘비밀' 이런걸 연결하면 또 재밌고요. 또 베니스와 ‘비밀' 얘기 하다보면 토마스 만의 유명한 소설 “베니스에서 죽다”가 생각나죠. 그 사람도 베니스에 가서 (주인공이죠? 주인공 남자는) 나이가 많은 남자죠. 아주 아름다운 소년을 사랑하게 됩니다. 영화로도 훗날 만들어졌는데. 영화도 아주 훌륭합니다. 저는 영화로도 보고 소설로도 봤는데 그 베니스에서 왜.. 소설에 (쉽게 말해서) 소설의 배경이 왜 베니스 일까? 왜 베로나라던가 왜 시골은 아닐까? 라는 것을 비밀과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재밌는데요. 음 그렇습니다. 대도시에 정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진정으로 고독할 수 있다. 진정으로 자기 비밀을 간직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장 그르니에 때문에. 그래서 장 그르니에가 이 얘기를 하다가 파리라는 곳이 얼마나 활짝 열려있는가 이런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파리에는 옛날 부터 망명자들이 많았습니다. 망명자라든가 정치적으로나 여러가지 문제로 생각해보니까 오스카 와일드도 영국에서 (그때는 동성애가 불법이었으니까요) 재판을 받고 온갖 스캔들과 사람들의 공격에 시달리다가 파리로 가거든요. 그런거 보면 당대에 문화의 중심인 대도시는 역시 그 개방성. 그리고 익명성들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러고 보면 인터넷이라는 공간 역시 옛날의 대도시가 갖고있던 특성을 다 갖고있는 것 같아요.

Episode 7 - 장 그르니에, 폴 발레리 - Part 2 Episode 7 - Jean Grenier, Paul Valéry - Part 2 Episode 7 - ジャン・グルニエ、ポール・ヴァレリー - Part 2

자기가 사랑하는 그 꽃들을 아깝다는 듯 담장 속에 숨겨두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나는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나의 정열은 그 주위에 굳건한 요새의 성벽들을 쌓아두고자 한다. 그때 나는 하나하나의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을 예찬했다. 비밀이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네, 잘 들으셨습니까. 이 부분이 그 “섬”에서는 가장 유명한 부분이죠. 특히 앞부분 ‘혼자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어떤 도시에 도착하는 공상을 나는 몇 번씩이나 해보았었다.' 이게 한 때 많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부추겼던, 옆구리를 찔렀던 그런 문장인데요. 저는 이제 다시 읽어보면서 저도 ‘책 읽은 시간'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독서를 하게되는 그런 책들이 많은데요. 저는 옛날에 앞에 부분 (보니까) 밑줄도 쳐놨더라고요. 저는책에 여간해서 밑줄을 잘 치지 않는데 섬이라는 책은 밑줄 칠 구석이 참 많은 책입니다. 사실 저는 소설에 관해서는, 최고의 소설이 뭐냐라고 저한테 물르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소설은 한 권을 다 읽고도 밑줄 칠 구절이 단 한군데도 없는데 그러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소설, 저는 이런게 사실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소설입니다. 소설 그 자체로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돼있고, 그렇기 때문에 독자가 어느 한 부분을 딱 골라내라고 하면 딱 골라낼 수가 없는 거예요. 그 한 부분만으로는 그 소설의 전체를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인상적인 구절도 별로 없어요. 어 그런데 그 소설 전체가 하나의 인상을 형성하는 것이죠. 명장면 없는 영화같은 겁니다. 그런게 제가 생각하는 궁극의 소설인데, 에세이는 좀 다르죠. 에세이는 읽다보면 밑줄을 치게됩니다. 그래서 요기에 제가 벌써 읽은게 15 년 전? 20 년 전? 즈음 될거 같으니까, 그떄 쳐놓은 밑줄들이 있는데, 보면 재밌습니다. 15 년 전의 제가 저한테 보내는 무슨 편지같아요. 옛날에 카롤린 봉그랑이라는 프랑스의(저랑 동갑내기) 소설가가 (여자 소설가입니다. 미인인데요.) 그 작가가 밑줄 긋는 남자라는..남잔가 여잔가? 잘 모르겠네요. 밑줄 긋는 남자 같은데요? 어쨌든 그런 책을 하나 썼는데요. 짧은 소설인데 재밌어요. 도서관에서 어떤 책을 빌리는데, 누군가가 먼저 밑줄을 그거 놓은 거예요. 그래서 그 책…책을 빌리면 밑줄이 그어져 있고,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그 밑줄이 자기에게 보내는 어떤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 여자도 다시 밑줄을 그어서 도서관에 반납을 하고, 소설에 나오는 대사들이나 이런걸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는거예요. 재밌겠죠? 요새는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전부 컴퓨터로 관리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옛날에는 독서… 도서실에 가면 뒤에, 책을 빌리면 카드가 있었죠. 그래서 먼저 빌린 사람을 알 수가 있었죠. 그래서 잘 뒤져보면, 취향을 잘 추적하다 보면 그 사람이 빌렸을 만한 다른 책을 찾아낼 수가 있었을 것이고요. 거기에 자신의 메시지를 실어서 보낼 수가 있는 것이죠. 그 좀 저열하게 거기다가 글씨를 쓰는 건, 이런건 좀 유치하죠. 그러나 밑줄을 그어서 마치 스파이들 처럼 책을 매개로 교신한다. 이런 발상이 되게 독특했던 그런 소설인데, 그 뒤에 작품 활동이 어땠는지 잘 모르겠어요. 카롤린 봉그랑이란 작가.. 재밌게 봤는데 그 뒤론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밑줄이라는 것은 책과 독자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하고, 또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나누는 그런 대화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저는 옛날에는 뭐 책을 아주 깨끗이 해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무슨뭐 헌책으로 다시 팔려고하는 것도 아닌데, 꼭 깨끗이 볼 필요가 있나..이런 생각이 들어서 요새는 막 보고있어요. 특히 좋은 책일수록 막 보고있습니다. 흔적을 남긴다는 거. 좋은 것 같더라고요. 접기도하고요. 요새는 밑줄도 긋고 그래요. 예전에 저의 선배 어떤 작가는 책을 초판만 사고 밑줄 같은 것은 절대 긋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그때는 참 멋있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글쎼요..그거 너무 강박증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고, 책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 책을 쓴 저자, 또 다른 독자들과 마음의 소통을 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지, 그렇게 보존하기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뭐 책의 여백에 뭘 적어놓고 그런것도 참 요새는 보기좋더라고요. 어느 날 그걸 보거나 또는 그의 자손이 (이런 사람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하여튼 그렇습니다. 그 밑줄에 대한 얘기 잠깐 해봤고요. 그런데 이 책을 다시 읽다보니까 저는 어떤 부분이 재밌었냐면, 도시 안에서 가능한 어떤 비밀 스러운 삶. 요 부분을 읽고 아 그때는 이해를 못 했었는데요. 바로 그런거죠. 여기 이제 예를 드는게, 루소는 시골에 살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부대꼈다 이런 얘긴데 이거 정말 맞아요. 여러분 아마 그런 경험 있으실 것 같은데, 제 주변에도 전원주택..은 아니고 뭐 하튼 시골에 가서 살고싶다고 서울 근교에 내려가서 농가 어떤 농촌에서 살고계신 분들이 계신데. 거긴 어떤면에서 도시보다 더 프라이버시가 없습니다. 어디 갔다 와보면 집에 마루에 사람들이 막 앉아있고. “어디 갔다와?” 막 이러고. 아니면 뭐 가끔은 자기 냉장고에서 뭘 꺼내먹기도 한데요. 뭐 막걸리가 있으면 꺼내서 한잔씩 하시면서 기다리겠죠. 그렇다거나 계속해서 삶이 … 하나의 공동체적 삶이었으니까요. 농촌은 사람이 침범해 들어오는 곳이 많죠. 하지만 도시의 아파트 같은데 살면 옆집을 모르고도 한 일, 이 년 계속 살 수 있죠. 그런면에서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것에 대해서  데카르트가 얘기한 장면 재밌죠. 대도시가 갖추고 있는 편리함은 골고루 다 누려가면서 가장 한갓진 사막 한 가운데 못지 않은 고적하고 호젓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정말 어떤 의미에서는 진정한 대도시에서만 가능한 그런 삶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대도시에는 사회의 주변인들이 참 많았죠. 지금은 많이 개방이 되고 그런부분에 대한 의식이 바뀌었습니다만, 옛날 런던….오스카 와일드가 활동하던 시대의 런던은 게이들이 몰려드는 그런 곳이었죠. 역사적으로도 게이라든가 아니면은 망명자들 또 성적 소수자들..이런 사람들은 대도시에 와서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기를 원했었죠. 시골에서는 뭐 그럴 수가 없죠. 그런면에서 대도시에서 호젓하게 산다는 것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섬으로 갈 수도 있지만, 도시에 갈 수도 있다는 이런 통찰은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책입니다만) 지금 읽어도 맞는것 같아요. 그래서 베니스에서는 비밀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만 베로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밀스런 사랑도 금방 탄로가 나는 것이고요. 아무리 가둬놔도, 즉 이 사람이, 그르니에가 그런 얘기 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높은 담장을 둘러쳐도 그 리라 꽃 냄새를 맡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것 처럼 베로나 같은데서는 비밀이 없지만, 베니스에선 가능하죠. 문득 베니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죠.. 가면을 쓴 사람들이 막 어두운 안개가 깔린 수로의 뒷편을 걸러가는 그런 장면인데 또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항 일본의 역사 저술가죠. 저는사실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아주 재밌게 봤어요. 베니스라는 베네치아라는 도시가 어떻게 천 년을 살아 남았는가에 대한 그 기록인데요. 여기 보면 베니스가 그렇게 또 스파이가, 스파일던가 정탐술 이런게 발달했다그래요.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여러가지 그 정보들을 수집해야될 필요가 상당히 많았던 그런 도시 국가였죠? 무역에 의존 했었고요. 그런 걸 보면 베니스라는 곳과  ‘비밀' 이런걸 연결하면 또 재밌고요. 또 베니스와 ‘비밀' 얘기 하다보면 토마스 만의 유명한 소설 “베니스에서 죽다”가 생각나죠. 그 사람도 베니스에 가서 (주인공이죠? 주인공 남자는) 나이가 많은 남자죠. 아주 아름다운 소년을 사랑하게 됩니다. 영화로도 훗날 만들어졌는데. 영화도 아주 훌륭합니다. 저는 영화로도 보고 소설로도 봤는데 그 베니스에서 왜.. 소설에 (쉽게 말해서) 소설의 배경이 왜 베니스 일까? 왜 베로나라던가 왜 시골은 아닐까? 라는 것을 비밀과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재밌는데요. 음 그렇습니다. 대도시에 정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진정으로 고독할 수 있다. 진정으로 자기 비밀을 간직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장 그르니에 때문에. 그래서 장 그르니에가 이 얘기를 하다가 파리라는 곳이 얼마나 활짝 열려있는가 이런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파리에는 옛날 부터 망명자들이 많았습니다. 망명자라든가 정치적으로나 여러가지 문제로 생각해보니까 오스카 와일드도 영국에서 (그때는 동성애가  불법이었으니까요) 재판을 받고 온갖 스캔들과 사람들의 공격에 시달리다가 파리로 가거든요. 그런거 보면 당대에 문화의 중심인 대도시는 역시 그 개방성. 그리고 익명성들을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 그러고 보면 인터넷이라는 공간 역시 옛날의 대도시가 갖고있던 특성을 다 갖고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