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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41 - 김종대 "한국의 학교 괴담" - Part 2

Episode 41 - 김종대 "한국의 학교 괴담" - Part 2

뭐 나비가 되는 버전이 이렇게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뭐 여러가지 다른 방식으로 범인을 찾도록 도와주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게 한국형 아랑전설이고요. 중국에도 이런 전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여성이 약자고 남성이 강자고, 여성들은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있었겠죠, 지금도 있는데) 지금, 조금 있다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만, 지금도 괴담속의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입니다. 누가 뭐래도, 신체적으로 남자에 비해서 힘이나 뭐 여러가지 면에서 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진 공포가 이야기를 통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중국의 아랑형 전설은 좀 다른데요. 어떻게 다르냐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억울하게 죽고나서 (저도 그 부분을 의문을 품었는데) 그러면 전임 부사였던 아버지는 뭐 했냐는 거죠. 아버지는 왜 딸을 안 찾고 그냥 갔냐.. 어쨌거나 결국은 설득력 없이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면서 전임 부사는 거기를 떠납니다. 그래서 이 여자만 부임지에 남아가지고 귀신이 된 채로 그 관리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이 한국형 아랑전설의 특징입니다. 관리가 나타나서, 뭐 어떤 경우에는 정승이 나타나기도 해요. 정승이 오기도 하고, 지나가던 정승이 이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요. 암행어사일 때도 있고, 신임 수령일 때도 있고, 뭐 여러가지 버전이 있습니다만, 뭐 어쨌든 한국형 아랑전설의 특징은 힘 있는 관리를 기다린다는 것이죠. 그런데 중국은 좀 달라요. 중국은 가족앞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억울한 일을 당한 여자가 아버지나, 오빠 같은 사람 앞에 나타나게 되고 이 아버지와 오빠는 복수를 결심하고 이 나쁜놈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이 나쁨놈을 죽이거나 또는 죽이려고 하다가 실패해서 관가에 붙들려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이런저런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나쁜놈을 단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 익숙하시죠. 한때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던 포정천이라는 드라마 있었죠. 대만드라마였나요? 이 형식이 늘 이런 식입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 가족이 사적인 복수를 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판관인 포청천에게 밝혀지게 되고요. 그래서 처음에 포청천은 이 죽이려는 사람들, 복수 하려는 사람들을 단죄하려고 하다가 여러가지 수사와 여러가지..여러 추론을 통해서 알고보면 권력자에게 죄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대작두를 대령하라~이래가지고 뭐 그 유명한 대작두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이 약간 다르긴 합니다. 어쨌든 중국형 아랑전설에서 전래되었다는 흔적은 대단히 많이 발견됩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이런 아랑형 전설들은 일본으로도 넘어 갔겠지요. 그러나 일본에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까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요즘 일본의 괴담와 우리나라의 괴담에는 대단히 유사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분도 그 부분에 창목을 했는데요. 네, 이 앞부분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일본의 괴담들이 한국에 전파된 시기는 일제침략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특히 화장실 괴담은 그런 주장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화장실 괴담은 크게 재래식 화장실과 수세식 화장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화장실 구조의 변천은 요괴들이 출현하는 공간적인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재래식의 경우는 밑에서 요괴가 나타나지만, 수세식의 경우에는 밑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대개 화장실 위쪽에서 나타난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재래식 화장실은 우리의 전통적인 화장실 구조로 보기에는 어렵다. 과거에 농촌에 가보면, 화장실은 창고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일을 보면 한참 있다가 '풍덩'하는 정도로 깊지는 않았다. 일제 시대 이후부터 생긴 재래식이라고 불리는 학교의 화장실은 제법 깊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 졌다. 본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유행하는 괴담의 무대는 크게 학교의 터, 운동장, 교실, 화장실, 그리고 그 외에 학교에 있는 건물 등으로 나누어진다. 교실은 일반교실과 음악실, 미술실, 컴퓨터실 등과 같은 특별한 교실이 있다. 이 외에 학교내의 물건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즉 동상이나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학교괴담은 일본의 전통적인 괴담의 영향을 받은 것 뿐아니라 최근에 만들어진 한국적인 괴담까지 다양하다.

1. 학교 부지가 연못인 경우

학교 부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진다. 호수를 매우고 학교를 새웠다는 유형과 공동묘지를 갈아 엎고 그 부지 위에 학교를 세웠다는 유형이다. 흥미로운 것은 호수였다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대개 공동묘지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 이들 학교 부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학교 행사와 연관이 있다. 소풍이나 운동회든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 비가 내렸던 경험이 토대가 되어 만들어진 유형으로 생각된다. 학교 부지가 호수로 제시된 이야기를 보면, 호수 안에 용이나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을 잘못 건들여서 행사 때마다 비가 온다는 것이다. 이들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은 사례는 호수를 메워서 학교를 세웠는데 용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 했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 용의 꼬리를 잘랐다거나 뱀으로 변한 용을 토막냈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는 달리 사람이 호수에 빠져 죽었기 때문에 비가 온다는 경우도 있다. 용과 관련된 사례들을 한번 보자.

노량진의 모 초등학교는 소풍이나 운동회, 사생대회 등과 같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꼭 비가 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학교를 세우기 위해 큰 호수를 메우는 과정에서 땅속 깊이 뭍혀버린 용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가 비가 오는 날 밖으로 나왔는데, 이를 본 수위 아저씨가 삽으로 용을 두 동강 내어 죽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량진 초등학교 김민희 (중앙대학교 4년 나발호 조사)

여주의 모 초등학교에는 이무기가 살던 자리가 있다고 한다. 옛날 부터 살던 이무기가 학교에 해를 끼칠까봐 수위 아저씨가 해쳤다고 한다. 그래서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한이 맺혀서 학교에 행사가 있는 날이면 하늘에서 비가 온다고 한다.

-여주 초등학교 6년 여학생 (중앙대학교 3년 옥지원 조사)

현재 이태원 초등학교가 있는 자리가 옛날에는 연못이었다고 한다. 그 연못에는 용이 될 날만 기다리던 이무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용이 승천하려고 할 때 연못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승천하려고 했던 용의 꼬리를 잘라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용은 꼬리 없이 승천을 하였고, 잘린 꼬리는 연못에 빠졌다고 한다.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이 연못을 매립하고 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그후 이태원 초등학교의 운동회나 소풍 등 큰 행사가 있으면 옛날에 꼬리 잘린 용이 화가나서 비가 오게 한다고 아이들은 믿고 있다고 한다.

-이태원 초등학교 3학년 김지선 (중앙대학교 3년 권동호 조사)

이들 이야기의 중심은 용의 존재이다. 용은 수신계이기 때문에 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좌정하고 있어, 가뭄이 들면 용에게 비를 기원하거나 용을 학대하는 행사가 전해져 왔다. 이렇게 전통적인 관념과 인식이 반영된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현재와 과거가 합쳐진 것이다. 예컨데 용을 자극하거나 학대해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우제 풍속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레서 용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용이 비를 관장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 우리의 믿음 때문이다. 이런 일반적인 관념이 학생들의 생각에도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학교 행사 때 비가 내릴까는 의문도 가질 수 있다. 이런 행사는 대개 교실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행해지므로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즉, 행사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는데 비가 내리니 기분을 망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비와 관련된 용이라는 상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부지가 호수였다는 사실은 확실하지 않다. 용이 살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학교 부지를 호수였다고 설정했을 것이다. 여주 초등학교와 같이 이무기가 살던 자리가 막연하게 제시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수위 아저씨가 용을 해쳤다는 대목인데, 과연 수위가 삽으로 용을 해칠만한 능력을 갖춘 인물인가 하는 점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수위든 누구든 능력과 상관없이 용을 해쳐야만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용과 수위와의 대립도 막연하게 제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용의 절대적인 능력을 고려한다면 수위가 삽으로 몸통을 자른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고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사고수준에서는 그런 것 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신들이 말하고자하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위가 용을 삽으로 죽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어른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Episode 41 - 김종대 "한국의 학교 괴담" - Part 2 Episode 41 - Jongdae Kim "Korean School Horror Stories" - Part 2

뭐 나비가 되는 버전이 이렇게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뭐 여러가지 다른 방식으로 범인을 찾도록 도와주는 얘기도 있습니다. There is a version that becomes a butterfly like this, and there is a story that helps you find the culprit in a number of different ways. 이게 한국형 아랑전설이고요. This is the Korean legend of Arang. 중국에도 이런 전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There are quite a few such legends in China. 여성이 약자고 남성이 강자고, 여성들은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있었겠죠, 지금도 있는데) 지금, 조금 있다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만, 지금도 괴담속의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입니다. Because women are the weak, men are strong, and women are subjected to a lot of unfair things (of course there were, there are still), there are now, a little, I will read, but even now, most victims of the ghost story are women. 누가 뭐래도, 신체적으로 남자에 비해서 힘이나 뭐 여러가지 면에서 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성들이 가진 공포가 이야기를 통해 형상화되는 것입니다. No matter what anyone says, the fear of women is expressed through the story because they are physically weak in strength and other things compared to men. 중국의 아랑형 전설은 좀 다른데요. The Arang Hyung legend in China is a bit different. 어떻게 다르냐면,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이 억울하게 죽고나서 (저도 그 부분을 의문을 품었는데) 그러면 전임 부사였던 아버지는 뭐 했냐는 거죠. The difference is, in Korea, after a woman died unfairly (I also questioned that part), then what did my father, who was a former vice president, do? 아버지는 왜 딸을 안 찾고 그냥 갔냐.. 어쨌거나 결국은 설득력 없이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면서 전임 부사는 거기를 떠납니다. Why didn't the father go looking for his daughter? Anyway, the former adverb leaves without convincing anyway, not knowing whether the daughter died or lived. 그래서 이 여자만 부임지에 남아가지고 귀신이 된 채로 그 관리가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이 한국형 아랑전설의 특징입니다. That is why the Korean legend of Arang is characterized by the fact that only this woman remains at the place of assignment and waits for the official to come while becoming a ghost. 관리가 나타나서, 뭐 어떤 경우에는 정승이 나타나기도 해요. Officials appear, and in some cases, Jeongseung appears. 정승이 오기도 하고, 지나가던 정승이 이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요. Sometimes Jeongseung comes, and Jeongseung, who passed by, meets this woman. 암행어사일 때도 있고, 신임 수령일 때도 있고, 뭐 여러가지 버전이 있습니다만, 뭐 어쨌든 한국형 아랑전설의 특징은 힘 있는 관리를 기다린다는 것이죠. There are times when I am an Amhaengeosa, sometimes I am a new leader, and there are various versions. 그런데 중국은 좀 달라요. 중국은 가족앞에 나타납니다. China appears before the family. 그래서 억울한 일을 당한 여자가 아버지나, 오빠 같은 사람 앞에 나타나게 되고 이 아버지와 오빠는 복수를 결심하고 이 나쁜놈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이 나쁨놈을 죽이거나 또는 죽이려고 하다가 실패해서 관가에 붙들려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이런저런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나쁜놈을 단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 익숙하시죠. 한때 우리나라에서 엄청나게 유행했던 포정천이라는 드라마 있었죠. There was a drama called Pojeongcheon, which was once incredibly popular in Korea. 대만드라마였나요? 이 형식이 늘 이런 식입니다. This format always looks like this. 억울한 일을 당하고 가족이  사적인 복수를 하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판관인 포청천에게 밝혀지게 되고요. 그래서 처음에 포청천은 이 죽이려는 사람들, 복수 하려는 사람들을 단죄하려고 하다가 여러가지 수사와 여러가지..여러 추론을 통해서 알고보면 권력자에게 죄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대작두를 대령하라~이래가지고 뭐 그 유명한 대작두가 나오게 되는 것이죠. So, at first, Po Cheong-cheon tried to condemn these people who were trying to kill and those who were trying to get revenge, but if you knew through various rhetoric and various... Two comes out. 이 약간 다르긴 합니다. 어쨌든 중국형 아랑전설에서 전래되었다는 흔적은 대단히 많이 발견됩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이런 아랑형 전설들은 일본으로도 넘어 갔겠지요. 그러나 일본에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까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요즘 일본의 괴담와 우리나라의 괴담에는 대단히 유사성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분도 그 부분에 창목을 했는데요. 네, 이 앞부분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일본의 괴담들이 한국에 전파된 시기는 일제침략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특히 화장실 괴담은 그런 주장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화장실 괴담은 크게 재래식 화장실과 수세식 화장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화장실 구조의 변천은 요괴들이 출현하는 공간적인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재래식의 경우는 밑에서 요괴가 나타나지만, 수세식의 경우에는 밑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에 대개 화장실 위쪽에서 나타난다는 식으로 설명된다. 재래식 화장실은 우리의 전통적인 화장실 구조로 보기에는 어렵다. 과거에 농촌에 가보면, 화장실은 창고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일을 보면 한참 있다가 '풍덩'하는 정도로 깊지는 않았다. 일제 시대 이후부터 생긴 재래식이라고 불리는 학교의 화장실은 제법 깊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 졌다. 본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유행하는 괴담의 무대는 크게 학교의 터, 운동장, 교실, 화장실, 그리고 그 외에 학교에 있는 건물 등으로 나누어진다. 교실은 일반교실과 음악실, 미술실, 컴퓨터실 등과 같은 특별한 교실이 있다. 이 외에 학교내의 물건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즉 동상이나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학교괴담은 일본의 전통적인 괴담의 영향을 받은 것 뿐아니라 최근에 만들어진 한국적인 괴담까지 다양하다.

1\\\\. 학교 부지가 연못인 경우

학교 부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진다. 호수를 매우고 학교를 새웠다는 유형과 공동묘지를 갈아 엎고 그 부지 위에 학교를 세웠다는 유형이다. 흥미로운 것은 호수였다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대개 공동묘지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 이들 학교 부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학교 행사와 연관이 있다. 소풍이나 운동회든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 비가 내렸던 경험이 토대가 되어 만들어진 유형으로 생각된다. 학교 부지가 호수로 제시된 이야기를 보면, 호수 안에 용이나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을 잘못 건들여서 행사 때마다 비가 온다는 것이다. 이들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은 사례는 호수를 메워서 학교를 세웠는데 용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 했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 용의 꼬리를 잘랐다거나 뱀으로 변한 용을 토막냈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는 달리 사람이 호수에 빠져 죽었기 때문에 비가 온다는 경우도 있다. 용과 관련된 사례들을 한번 보자.

노량진의 모 초등학교는 소풍이나 운동회, 사생대회 등과 같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꼭 비가 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학교를 세우기 위해 큰 호수를 메우는 과정에서 땅속 깊이 뭍혀버린 용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가 비가 오는 날 밖으로 나왔는데, 이를 본 수위 아저씨가 삽으로 용을 두 동강 내어 죽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량진 초등학교 김민희 (중앙대학교 4년 나발호 조사)

여주의 모 초등학교에는 이무기가 살던 자리가 있다고 한다. 옛날 부터 살던 이무기가 학교에 해를 끼칠까봐 수위 아저씨가 해쳤다고 한다. 그래서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한이 맺혀서 학교에 행사가 있는 날이면 하늘에서 비가 온다고 한다.

-여주 초등학교 6년 여학생 (중앙대학교 3년 옥지원 조사)

현재 이태원 초등학교가 있는 자리가 옛날에는 연못이었다고 한다. 그 연못에는 용이 될 날만 기다리던 이무기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용이 승천하려고 할 때 연못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승천하려고 했던 용의 꼬리를 잘라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용은 꼬리 없이 승천을 하였고, 잘린 꼬리는 연못에 빠졌다고 한다.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이 연못을 매립하고 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그후 이태원 초등학교의 운동회나 소풍 등 큰 행사가 있으면 옛날에 꼬리 잘린 용이 화가나서 비가 오게 한다고 아이들은 믿고 있다고 한다.

-이태원 초등학교 3학년 김지선 (중앙대학교 3년 권동호 조사)

이들 이야기의 중심은 용의 존재이다. 용은 수신계이기 때문에 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좌정하고 있어, 가뭄이 들면 용에게 비를 기원하거나 용을 학대하는 행사가 전해져 왔다. 이렇게 전통적인 관념과 인식이 반영된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현재와 과거가 합쳐진 것이다. 예컨데 용을 자극하거나 학대해서 비를 내리게 하는 기우제 풍속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레서 용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용이 비를 관장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 우리의 믿음 때문이다. 이런 일반적인 관념이 학생들의 생각에도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이야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학교 행사 때 비가 내릴까는 의문도 가질 수 있다. 이런 행사는 대개 교실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행해지므로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즉, 행사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는데 비가 내리니 기분을 망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비와 관련된 용이라는 상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부지가 호수였다는 사실은 확실하지 않다. 용이 살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학교 부지를 호수였다고 설정했을 것이다. 여주 초등학교와 같이 이무기가 살던 자리가 막연하게 제시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수위 아저씨가 용을 해쳤다는 대목인데, 과연 수위가 삽으로 용을 해칠만한 능력을 갖춘 인물인가 하는 점은 논의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수위든 누구든 능력과 상관없이 용을 해쳐야만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용과 수위와의 대립도 막연하게 제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용의 절대적인 능력을 고려한다면 수위가 삽으로 몸통을 자른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고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사고수준에서는 그런 것 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신들이 말하고자하는 결말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위가 용을 삽으로 죽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은 어른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