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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8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8

그런 쓸쓸한 곳에 사는 사람들인데, 여기 약국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마을에 약국이 하나 있고, 그 약국의 주인인 헨리 키터리지라는 좀 소심한.. 이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과거에 자기 약국에서 일했던 데니즈라는 여성을 회상합니다. 그 여성에게서 카드가 오죠. 매년 생일카드가 오는데, 그 생일카드를 받아 볼 때 마다 그 여성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근데 이 헨리가 데니즈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좀 복잡하죠. 이 소설은 소설 전체적으로 대단히 섬세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리브라는 인물은 제가 읽어드린 부분에서는 그렇게 성격이 드러나지 않지만 뒤에가면 좀더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헨리는 그 뒤에는 그렇게 중요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 소설에서 일어난 일들을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뭐 줄거리는 그렇게 놀라운 것이 없습니다. 약국에 한 젊은 여성이 들어오고요. 신혼인거요. 트레일러 홈에서 살고있는 (작은 집에 살고있는) 가난한 부부인데, 이 부부에게 헨리는 애정을 느낍니다. 이 애정이 좀 복잡해요. 뭐냐면, 여자에게만 애정을 느끼는게 아니고 이 부부 전체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애정을 느끼고... 둘다 잘 해주고 싶어해요. 그때까지는 문제가 없죠. 그런데 이 삼각관계의 축을 이루던 또 하나의 헨리, 이 둘의 이름이 같다는 것도 대단히 좀 의미심장한데요, 헨리 시보도가, 남편이 불의의 사고, 사냥 중에 총을 맞아 (그것도 친구의 총을 맞아) 죽는 사고가 일어나자, 이 소심하고 착한 헨리 키터리지는 자기가 데니즈의 남편이 되어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에 되는 것이고요. 그렇습니다. 소설이이라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에 생긴 균열이라든가, 그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들을 늘 포착하지요. 평범한 사람들이, 예들 들어 헨리 시보도와 이 데니즈 시보도가 헨리..헨리 키터리지의 집에와서 밥이나 먹고, 이렇게 지내던 때에는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죠. 그러나 남편이 죽으면서 이 여자, 데니즈와 헨리 키터리지의 삶은 균형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나름의 리액션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중에 하나는, 고양이를 사다 준다거나, 운전을 가르쳐 준다거나, 하는 것이고, 남편에게만 기대고 살아왔던 이 젊은 여성 데니즈는 약국 주인에게 어느정도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또 하나의 하고를 불러오게 되죠. 그것은 고양이가 차에 치여죽는 그런 사고인데, 이때 올리브 키터리지 (헨리 키터리지의 부인인 올리브 키터리지)가 했던 말은 상당히..평범한 말이지만 폐부를 찌르는 그런 말입니다. '당신이 그 고양이를 사다주지 않았다면 치여죽을 일도 없었잖아.' 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그가 갖고 있던 선량함과 또는 그가 갖고 있던 어떤..말하자면 애정 같은 것이 더 나쁜 결과, 즉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려고 했던 그 일이 더 나쁜 일을 빚었다고 올리브가 비난하는 것입니다. 헨리는 그것을 알기때문에 대단히 아플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선량한 마음으로 했던 많은 일들이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그런 일들을 우리는 인생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런 점을 지적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이 소설이 참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은 올리브 키터리지가 방관자 적인 입장에서 남편의 잠재적 바람기를 경고하는 수준에서 끝났다면 좀 심심한 소설이 됐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그와 비슷한 어떤 일을 올리브 키터리지도 겪고 있었다는 것이죠. 아내도 늘 카풀을 해주는 회사 동료에게 어떤 애정을 품고 있었고, 또 불의의 사고로 그 남자를 잃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올리브 키터리지 마음 속 깊이 갖고 있었던 그런 애정과 슬픔, 상실의 감정을 혼자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이 헨리는 어느정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올리브는 그것을 참고 애써 감추고 있었던 자신과는 달리 그것을 드러내는 남편에게 갑자기 어떤 분노 같은 것들이 치솟을 수도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 부분은 늙고 현명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각가의 문제를 스스로 감내하면서 결국에서 또 같이 살아가게 되는 그런 것입니다. 많은 소설들이 성숙과 성장에 대해서 다루죠. 이 성숙과 성장에 대해서 다룰 때 얼핏보면 처음에 시작한 인물과 (소설에 시작에 나온 인물과) 끝날 때 나온 인물이 같은 것 처럼 보입니다. 처음에는 그 데니즈라는 여자가 없었죠. 그리고 소설이 끝날 때도 헨리 키터리지 옆에는 데니즈라는 여자는 없습니다. 저 멀리 텍사스에 있죠. 만날 수 없습니다. 카드만 가끔 날아오죠. 그렇지만 이 두 사람 사이에는, 같은 사람이지만 두 모습을 갖고있는 두 헨리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의 쓸쓸함이라던가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 혼자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헨리가 소설에 마지막에 있는 것이고요. 동시에 옆에서 뭐랄까.. 잔소리만 하고 있는 것 같던 올리브 역시, 소설의 시작과 또 끝, 매우 짧은 소설입니다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죠. 이렇게 인물의 성숙과 성장을 다룬 소설들은 얼핏보기에는 이렇다할 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물의 내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설들은 천천히 읽는 것이 좋죠. 천천히 읽거나 다시 거듭하여 읽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소설을 지난 해인가, 지지난해에 읽었는데 오늘 이제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봤는데요. 예전에 보지 못 했던 것들이 보이네요. 특히 그 헨리 키터리지가 데니즈와 사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습니까? 이 상상을 하면서 딸을 낳으면 어떻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 헨리 키터리지는 이 데니즈라는 여성에게 좀 ..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자로서 사랑하고 싶다..그런 감정..그러나 그 감정의 대부분은 무능력한 이 여성을 자기가 보호하고 싶다는 욕망이고, 이것은 동시에 아버지들이 딸에게 느끼는 그런 욕망하고도 비슷하죠. 내가 뭔가를 가르쳐주고 운전을 가르쳐주고 그리고 말하자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고 보호해주고 그러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헨리 키터리지에게는 아들 밖엔 없어요. 딸이 있었으면 하고 상상한다는 것이 작가가 조심스럽게 깔아놓은 일종의 뭐랄까요.. 복선이겠습니다.

자 이 [올리브 키터리지] 첫번째 작품인 '약국'과 함께 해봤고요. 이 작품 말고 이제 뒤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 일종의 연작으로 이어지는 다른 작품들도 좋습니다. 뭐 이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섬세하면서도 조용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문체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단편들입니다. 자 오늘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는요 이렇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와 함께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여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Episode 39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올리브 키터리지" - Part 8 Episode 39 - Elizabeth Strout "Olive Kittery" - Part 8

그런 쓸쓸한 곳에 사는 사람들인데, 여기 약국이 하나 있습니다. 작은 마을에 약국이 하나 있고, 그 약국의 주인인 헨리 키터리지라는 좀 소심한.. 이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과거에 자기 약국에서 일했던 데니즈라는 여성을 회상합니다. 그 여성에게서 카드가 오죠. 매년 생일카드가 오는데, 그 생일카드를 받아 볼 때 마다 그 여성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근데 이 헨리가 데니즈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좀 복잡하죠. 이 소설은 소설 전체적으로 대단히 섬세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리브라는 인물은 제가 읽어드린 부분에서는 그렇게 성격이 드러나지 않지만 뒤에가면 좀더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헨리는 그 뒤에는 그렇게 중요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 소설에서 일어난 일들을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뭐 줄거리는 그렇게 놀라운 것이 없습니다. 약국에 한 젊은 여성이 들어오고요. 신혼인거요. 트레일러 홈에서 살고있는 (작은 집에 살고있는) 가난한 부부인데, 이 부부에게 헨리는 애정을 느낍니다. 이 애정이 좀 복잡해요. 뭐냐면, 여자에게만 애정을 느끼는게 아니고 이 부부 전체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입니다. 애정을 느끼고... 둘다 잘 해주고 싶어해요. 그때까지는 문제가 없죠. 그런데 이 삼각관계의 축을 이루던 또 하나의 헨리, 이 둘의 이름이 같다는 것도 대단히 좀 의미심장한데요, 헨리 시보도가, 남편이 불의의 사고, 사냥 중에 총을 맞아 (그것도 친구의 총을 맞아) 죽는 사고가 일어나자, 이 소심하고 착한 헨리 키터리지는 자기가 데니즈의 남편이 되어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에 되는 것이고요. 그렇습니다. 소설이이라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에 생긴 균열이라든가, 그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들을 늘 포착하지요. 평범한 사람들이, 예들 들어 헨리 시보도와 이 데니즈 시보도가 헨리..헨리 키터리지의 집에와서 밥이나 먹고, 이렇게 지내던 때에는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죠. 그러나 남편이 죽으면서 이 여자, 데니즈와 헨리 키터리지의 삶은 균형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나름의 리액션들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중에 하나는, 고양이를 사다 준다거나, 운전을 가르쳐 준다거나, 하는 것이고, 남편에게만 기대고 살아왔던 이 젊은 여성 데니즈는 약국 주인에게 어느정도 의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또 하나의 하고를 불러오게 되죠. 그것은 고양이가 차에 치여죽는 그런 사고인데, 이때 올리브 키터리지 (헨리 키터리지의 부인인 올리브 키터리지)가 했던 말은 상당히..평범한 말이지만 폐부를 찌르는 그런 말입니다. '당신이 그 고양이를 사다주지 않았다면 치여죽을 일도 없었잖아.' 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그가 갖고 있던 선량함과 또는 그가 갖고 있던 어떤..말하자면 애정 같은 것이 더 나쁜 결과, 즉 무너진 균형을 회복하려고 했던 그 일이 더 나쁜 일을 빚었다고 올리브가 비난하는 것입니다. 헨리는 그것을 알기때문에 대단히 아플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선량한 마음으로 했던 많은 일들이 결과적으로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그런 일들을 우리는 인생에서 많이 보게 됩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런 점을 지적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이 소설이 참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은 올리브 키터리지가 방관자 적인 입장에서 남편의 잠재적 바람기를 경고하는 수준에서 끝났다면 좀 심심한 소설이 됐을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그와 비슷한 어떤 일을 올리브 키터리지도 겪고 있었다는 것이죠. 아내도 늘 카풀을 해주는 회사 동료에게 어떤 애정을 품고 있었고, 또 불의의 사고로 그 남자를 잃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올리브 키터리지 마음 속 깊이 갖고 있었던 그런 애정과 슬픔, 상실의 감정을 혼자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이 헨리는 어느정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올리브는 그것을 참고 애써 감추고 있었던 자신과는 달리 그것을 드러내는 남편에게 갑자기 어떤 분노 같은 것들이 치솟을 수도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 부분은 늙고 현명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각가의 문제를 스스로 감내하면서 결국에서 또 같이 살아가게 되는 그런 것입니다. 많은 소설들이 성숙과 성장에 대해서 다루죠. 이 성숙과 성장에 대해서 다룰 때 얼핏보면 처음에 시작한 인물과 (소설에 시작에 나온 인물과) 끝날 때 나온 인물이 같은 것 처럼 보입니다. 처음에는 그 데니즈라는 여자가 없었죠. 그리고 소설이 끝날 때도 헨리 키터리지 옆에는 데니즈라는 여자는 없습니다. 저 멀리 텍사스에 있죠. 만날 수 없습니다. 카드만 가끔 날아오죠. 그렇지만 이 두 사람 사이에는, 같은 사람이지만 두 모습을 갖고있는 두 헨리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의 쓸쓸함이라던가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 혼자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헨리가 소설에 마지막에 있는 것이고요. 동시에 옆에서 뭐랄까.. 잔소리만 하고 있는 것 같던 올리브 역시, 소설의 시작과 또 끝, 매우 짧은 소설입니다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죠. 이렇게 인물의 성숙과 성장을 다룬 소설들은 얼핏보기에는 이렇다할 사건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물의 내면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설들은 천천히 읽는 것이 좋죠. 천천히 읽거나 다시 거듭하여 읽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소설을 지난 해인가, 지지난해에 읽었는데 오늘 이제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준비하면서 다시 읽어봤는데요. 예전에 보지 못 했던 것들이 보이네요. 특히 그 헨리 키터리지가 데니즈와 사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습니까? 이 상상을 하면서 딸을 낳으면 어떻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이 헨리 키터리지는 이 데니즈라는 여성에게 좀 ..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자로서 사랑하고 싶다..그런 감정..그러나 그 감정의 대부분은 무능력한 이 여성을 자기가 보호하고 싶다는 욕망이고, 이것은 동시에 아버지들이 딸에게 느끼는 그런 욕망하고도 비슷하죠. 내가 뭔가를 가르쳐주고 운전을 가르쳐주고 그리고 말하자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고 보호해주고 그러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헨리 키터리지에게는 아들 밖엔 없어요. 딸이 있었으면 하고 상상한다는 것이 작가가 조심스럽게 깔아놓은 일종의 뭐랄까요.. 복선이겠습니다.

자 이 [올리브 키터리지] 첫번째 작품인 '약국'과 함께 해봤고요. 이 작품 말고 이제 뒤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 일종의 연작으로 이어지는 다른 작품들도 좋습니다. 뭐 이 작가 특유의 차분하고 섬세하면서도 조용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문체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단편들입니다. 자 오늘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는요 이렇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와 함께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여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