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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37 - 윤대녕 "어머니의 수저" - Part 4

Episode 37 - 윤대녕 "어머니의 수저" - Part 4

“요즘 낚시꾼들 사이에서 ‘2525 릴리즈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아시죠?” “모릅니다, 근데 그게 뭐죠?”

“감성돔 25센티미터 이하, 벵에돔 25센티미터 이하는 잡더라도 서로 놓아주자는 운동이죠. 저도 물론 거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조금 낫군요. 하지만 아예 잡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세상은 둥근 법입니다.”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죠.”

복어도 조기처럼 복사꽃이 필 때 산란을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온다. 대체로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에 서식하는 복어는 곡우가 지난 후, 냇물을 따라 수백 리를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는다. 먼바다에 서식하는 놈은 물가에서 알을 낳는데, 가끔은 부레가 부풀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이 있다. 모든 복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회유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회유성 복어는 황복이다. 옛날엔 나주 영산강과 금강 하구인 강경, 논산에서 황복이 많이 잡혔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엔 거의 잡히지 않는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일산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쯤 가면 임진강이 나온다. 이곳도 황복의 회유 지점으로 유명하다. 몇 해 전 신문사에 근무하던 친구와 황복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4월 말쯤이었을 것이다. 저녁 무렵 차를 몰고 임진강에 다다랐는데 도로 옆에 ‘황복'이라고 써놓은 허름한 입간판이 보였다. 마당에 차를 세워두고 들어가봤더니 어부가 사는 집이었다. 말하자면 간판만 식당이었다. 우리에게 안방을 내주고 벽에 세워둔 상을 가져와 다리를 폈다. 식구라곤 늙은 어부와 이십대 중반쯤 되는 딸 하나뿐이었다. 딸내미가 상 위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올려놓고 김치와 고추냉이를 푼 간장과 초고추장을 종지에 담아왔다.

“얼마짜리로 하실래요?”

친구가 되물었다.

“값을 묻는 겁니까?”

“1킬로그램, 1.5킬로그램짜리가 있거든요.”

내가 친구에게 말했다.

“1.5킬로그램은 좀 많지 않을까?”

“복어 1킬로그램짜리 잡아봐야 회가 몇 점이나 나오겠어? 그냥 1.5로 해. 나 황복은 처음이거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오래전에 바로 이 친구와 함께 속초에서 까치복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값이 꽤 나갈 텐데.”

“여기까지 와서 왜 이래. 반씩 내면 되잖아. 아가씨, 얼마죠?”

“킬로당 십오만 원이요.”

친구는 문득 입을 다물었다. 속으로 계산을 하는 중일까? 내가 나서서 수습했다.

“1.5킬로그램짜리로 회 떠주세요. 나중에 탕은 맑게 끓여주시고요.”

그녀가 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

“킬로 반으로 회 떠달래요!”

소동파가 봄마다 업무를 소홀히 하며 즐겨 먹었다는 것이 바로 황복이다. 노란 빛깔에 통통한 몸체가 다른 복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커다란 올챙이처럼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리를 내서 그런지 바다에 사는 짐승처럼 보일 때도 있다. 황복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무슨 말을 내뱉을 것만 같다. 놀라운 사실은 다른 물고기와 달리 복어는 물속에서도 눈을 감았다 뜬다고 한다.

회에서는 약간 비릿한 흙냄새가 났다. 복어회와 함께 마신 매실주 몇 잔에 은근히 취기가 올라왔다. 친구는 탕을 먹으며 땀을 뻘뻘 흘렸다.

“봄날 집 안 대청소라도 한 것처럼 속이 정말 개운해지는군.”

“그래, 많이 먹거라. 하지만 좀 쉬어가면서 먹어. 황복 먹고 체할라.”

친구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퀭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왜 쉬지 않고 먹으면 안 되는 거냐?”

“평소의 너답지 않아서 그래.”

“잘 봤다. 바로 엊그제 일인데, 그녀가 다른 남자 품으로 이사갔거든. 하필이면 사방에서 꽃이 피는 이 봄날에 말이야.”

“해경 씨?”

“황복 먹다 방금 이름도 까먹었네.”

“그렇다면 황복이 웬만큼 효과가 있는 거네.”

“독을 들이키는 거지. 독은 독으로 다스려야 한다잖아.”

담배를 피우려고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서 어부와 마주쳐 몇 마디 얘기를 나눴다.

“올해 황복 많이 올라왔어요?”

“웬걸. 아침 식전부터 나가봐야 고작 두세 마리야.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허다하다구. 황복도 해거리를 하나봐. 작년엔 웬만큼 잡혔거든.”

“작년엔가 치어를 방류했다면서요.”

“그건 저 남쪽 바다에서 겨울에 키워가지고 올라와 봄에 방류한 거야. 여기선 겨울에 부화가 안 되거든.”

“그것들이 내년 봄에 이쪽으로 다시 올라올까요?”

“모르지, 물이 탁해 돌아오는 길이나 제대로 찾겠어?”

술기운을 없애려고 친구와 함께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다. 하늘엔 반달이 떠 있고 산자락에 흰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배꽃이었다. 복사꽃 필 때 황복이 올라온다고 했는데 임진강에서는 그게 배꽃인 모양이었다. 어느 결엔가, 친구는 배밭 한가운데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길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이 글을 읽고 있다 보니까 저도 이런 저런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까 말씀드렸던 (not clear) 여행을 떠났던, 아마 동해안으로 갔었던 것 같아요. 가는 길에 남대천, 흔히 연어가 회유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죠. 유명한 남대천에 저는 치어를 방류하죠, 방류하면 그 연어가 저 먼 배링해니 뭐 북극가까이 갔다가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것을 어부들이 잡죠. 그 얘기를 이 분에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남대천을 바라보면서 그 얘기를 마치 산문을 쓰듯이 저에게 또 같이 갔던 다른 동료에게 해주시던 그런 생각이 납니다. 이분은 산문을 소설을 쓰시든 아니면 뭐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시든 문체가 똑같습니다. 여일한 분이시죠.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자니 마치 이분이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 착각도 듭니다. 저는 복어회를 딱 한번 먹어본적이 있습니다. 진짜 얇더라고요. 얇고 마치 무슨 뭐라고 해야할까요.. 비늘을 벗겨놓은 것 같은 느낌으로 촤 펼쳐서 나오더라고요. 정말 몇 점 집어먹으니까 없었어요. 값은 싸지 않았던 것 같고요. 저도 복어를 좋아합니다만, 네, 복어는 이분처럼 이렇게 임진강에 가서, 어떤 어부의 집에 가서, 어부의 딸래미가 내오는 이런 밥상에서 먹어야 어쩐지 제맛일 것 같은 뭐..그런 생각도 좀 드네요. 하여간 오늘 이 책을 다시 들춰보면서 우리 음식에 대한 갈망 이런것들을 더 키우게 됐습니다. 맛있는 걸 먹고 인생을 그 순간순간을 음미하며 산다는 것, 참 근사한 일이죠. 네. 자 오늘 이렇게 윤대녕 씨의 [어머니의 수저]라는 산문집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표지에는 윤대녕 맛 산문집이라고 되어있네요. 제가 읽지 않은 꼭지도 되게 감동적이고 그 아름다운 편들이 많이 있습니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나왔네요. 2006 년에 나왔으니까 벌써 네 6 년 전에 나온 책이네요. 자 오늘 이렇게 해서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서른 일곱번째 에피소트 함께 해봤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Episode 37 - 윤대녕 "어머니의 수저" - Part 4

“요즘 낚시꾼들 사이에서 ‘2525 릴리즈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아시죠?” “모릅니다, 근데 그게 뭐죠?”

“감성돔 25센티미터 이하, 벵에돔 25센티미터 이하는 잡더라도 서로 놓아주자는 운동이죠. 저도 물론 거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조금 낫군요. 하지만 아예 잡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세상은 둥근 법입니다.”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죠.”

복어도 조기처럼 복사꽃이 필 때 산란을 위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온다. 대체로 육지에서 가까운 바다에 서식하는 복어는 곡우가 지난 후, 냇물을 따라 수백 리를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는다. 먼바다에 서식하는 놈은 물가에서 알을 낳는데, 가끔은 부레가 부풀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이 있다. 모든 복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회유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회유성 복어는 황복이다. 옛날엔 나주 영산강과 금강 하구인 강경, 논산에서 황복이 많이 잡혔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엔 거의 잡히지 않는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일산에서 북쪽으로 40킬로미터쯤 가면 임진강이 나온다. 이곳도 황복의 회유 지점으로 유명하다. 몇 해 전 신문사에 근무하던 친구와 황복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4월 말쯤이었을 것이다. 저녁 무렵 차를 몰고 임진강에 다다랐는데 도로 옆에 ‘황복'이라고 써놓은 허름한 입간판이 보였다. 마당에 차를 세워두고 들어가봤더니 어부가 사는 집이었다. 말하자면 간판만 식당이었다. 우리에게 안방을 내주고 벽에 세워둔 상을 가져와 다리를 폈다. 식구라곤 늙은 어부와 이십대 중반쯤 되는 딸 하나뿐이었다. 딸내미가 상 위에 휴대용 가스버너를 올려놓고 김치와 고추냉이를 푼 간장과 초고추장을 종지에 담아왔다.

“얼마짜리로 하실래요?”

친구가 되물었다.

“값을 묻는 겁니까?”

“1킬로그램, 1.5킬로그램짜리가 있거든요.”

내가 친구에게 말했다.

“1.5킬로그램은 좀 많지 않을까?”

“복어 1킬로그램짜리 잡아봐야 회가 몇 점이나 나오겠어? 그냥 1.5로 해. 나 황복은 처음이거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오래전에 바로 이 친구와 함께 속초에서 까치복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값이 꽤 나갈 텐데.”

“여기까지 와서 왜 이래. 반씩 내면 되잖아. 아가씨, 얼마죠?”

“킬로당 십오만 원이요.”

친구는 문득 입을 다물었다. 속으로 계산을 하는 중일까? 내가 나서서 수습했다.

“1.5킬로그램짜리로 회 떠주세요. 나중에 탕은 맑게 끓여주시고요.”

그녀가 문 밖을 향해 소리쳤다.

“킬로 반으로 회 떠달래요!”

소동파가 봄마다 업무를 소홀히 하며 즐겨 먹었다는 것이 바로 황복이다. 노란 빛깔에 통통한 몸체가 다른 복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커다란 올챙이처럼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리를 내서 그런지 바다에 사는 짐승처럼 보일 때도 있다. 황복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무슨 말을 내뱉을 것만 같다. 놀라운 사실은 다른 물고기와 달리 복어는 물속에서도 눈을 감았다 뜬다고 한다.

회에서는 약간 비릿한 흙냄새가 났다. 복어회와 함께 마신 매실주 몇 잔에 은근히 취기가 올라왔다. 친구는 탕을 먹으며 땀을 뻘뻘 흘렸다.

“봄날 집 안 대청소라도 한 것처럼 속이 정말 개운해지는군.”

“그래, 많이 먹거라. 하지만 좀 쉬어가면서 먹어. 황복 먹고 체할라.”

친구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퀭한 눈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왜 쉬지 않고 먹으면 안 되는 거냐?”

“평소의 너답지 않아서 그래.”

“잘 봤다. 바로 엊그제 일인데, 그녀가 다른 남자 품으로 이사갔거든. 하필이면 사방에서 꽃이 피는 이 봄날에 말이야.”

“해경 씨?”

“황복 먹다 방금 이름도 까먹었네.”

“그렇다면 황복이 웬만큼 효과가 있는 거네.”

“독을 들이키는 거지. 독은 독으로 다스려야 한다잖아.”

담배를 피우려고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서 어부와 마주쳐 몇 마디 얘기를 나눴다.

“올해 황복 많이 올라왔어요?”

“웬걸. 아침 식전부터 나가봐야 고작 두세 마리야.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도 허다하다구. 황복도 해거리를 하나봐. 작년엔 웬만큼 잡혔거든.”

“작년엔가 치어를 방류했다면서요.”

“그건 저 남쪽 바다에서 겨울에 키워가지고 올라와 봄에 방류한 거야. 여기선 겨울에 부화가 안 되거든.”

“그것들이 내년 봄에 이쪽으로 다시 올라올까요?”

“모르지, 물이 탁해 돌아오는 길이나 제대로 찾겠어?”

술기운을 없애려고 친구와 함께 마을 뒷산으로 올라갔다. 하늘엔 반달이 떠 있고 산자락에 흰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배꽃이었다. 복사꽃 필 때 황복이 올라온다고 했는데 임진강에서는 그게 배꽃인 모양이었다. 어느 결엔가, 친구는 배밭 한가운데로 들어가 누군가에게 길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이 글을 읽고 있다 보니까 저도 이런 저런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까 말씀드렸던 (not clear) 여행을 떠났던, 아마 동해안으로 갔었던 것 같아요. 가는 길에 남대천, 흔히 연어가 회유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죠. 유명한 남대천에 저는 치어를 방류하죠, 방류하면 그 연어가 저 먼 배링해니 뭐 북극가까이 갔다가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것을 어부들이 잡죠. 그 얘기를 이 분에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남대천을 바라보면서 그 얘기를 마치 산문을 쓰듯이 저에게 또 같이 갔던 다른 동료에게 해주시던 그런 생각이 납니다. 이분은 산문을 소설을 쓰시든 아니면 뭐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시든 문체가 똑같습니다. 여일한 분이시죠.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자니 마치 이분이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은 착각도 듭니다. 저는 복어회를 딱 한번 먹어본적이 있습니다. 진짜 얇더라고요. 얇고 마치 무슨 뭐라고 해야할까요.. 비늘을 벗겨놓은 것 같은 느낌으로 촤 펼쳐서 나오더라고요. 정말 몇 점 집어먹으니까 없었어요. 값은 싸지 않았던 것 같고요. 저도 복어를 좋아합니다만, 네, 복어는 이분처럼 이렇게 임진강에 가서, 어떤 어부의 집에 가서, 어부의 딸래미가 내오는 이런 밥상에서 먹어야 어쩐지 제맛일 것 같은 뭐..그런 생각도 좀 드네요. 하여간 오늘 이 책을 다시 들춰보면서 우리 음식에 대한 갈망 이런것들을 더 키우게 됐습니다. 맛있는 걸 먹고 인생을 그 순간순간을 음미하며 산다는 것, 참 근사한 일이죠. 네. 자 오늘 이렇게 윤대녕 씨의 [어머니의 수저]라는 산문집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표지에는 윤대녕 맛 산문집이라고 되어있네요. 제가 읽지 않은 꼭지도 되게 감동적이고 그 아름다운 편들이 많이 있습니다.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나왔네요. 2006 년에 나왔으니까 벌써 네 6 년 전에 나온 책이네요. 자 오늘 이렇게 해서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서른 일곱번째 에피소트 함께 해봤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