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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6 - 폴 오스터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Part 3

Episode 26 - 폴 오스터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Part 3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렇군." "잘 했네, 오기. 할머니를 위해서 좋은 일을 했어." "난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리고 물건도 훔쳤고 그게 무슨 좋은 일이라는 건가?" "자넨 할머니를 행복하게 해줬어. 그리고 카메라는 어차피 장물 아닌가. 자네가 직접 훔친 것도 아니고." "예술을 위한 거지, 그렇지, 폴?" "난 그런 소리 안 했어. 하지만 자넨 그 카메라를 좋은 데 쓰고 있잖아." "그리고 자넨 이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얻었지. 안 그래?" "맞아." 내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오기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얼굴 가득 심술궂은 미소가 퍼져 나갔다.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아주 알쏭달송하고 얼굴은 내적인 환희로 가득 차 보였다. 그래서 갑자기 그가 이 모든 이야기를 꾸며 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가이 들었다. 날 놀린 게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는 절대 그렇다고 할 리가 엇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그의 잔꾀에 넘어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믿어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리 없다.

"자넨 꾼이야, 오기." 내가 말했다.

"고맙네, 아주 도움이 많이 됐어" 그는 눈에 광적이 빛을 띤 채 나를 보며 대답했다.

"언제든지. 아무튼, 비밀을 함께 나눌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친구겠나?" "자네한테 신세 한 번 졌군." "아냐, 그렇지 않아. 내가 이야기한 거 그대로 쓰게. 그러면 자네가 신세질 게 없지." "점심은 제외하고." "그렇군. 점심은 제외하고." 나는 오기의 미소를 내 나름의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고 나서 웨이터에게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네, 잘 들으셨습니까?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의 짧은 소설입니다. 네, 재밌죠? 이 소설은 짧지만 사실은 폴 오스터의 장편이 가진 특징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폴 오스터는 이야기를 중첩시켜서 효과를 발생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고, 또 그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거죠. 어디서 전해들은 이야기이고, 폴 오스터의 소설속의 그 전해들은 이야기들은 대체로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들은 얘긴데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이런 얘기가 있고요, 그런 어떤 어떤 방식들을 많이 쓰고 있고요. 그 또하나는 이야기 그 자체를 문제삼은 그런 흔히들 포스트 모던한 방식이다...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할 건 없고요. 그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이야기, 또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 폴 오스터의 소설의 특징입니다. 즉, 소설가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이 경우에도 자기 자신이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경우이죠? 그래서 사실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사실인 것 처럼 보이게 한다거나 또는 그 반대의 기법들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야기 전체를 뭐랄까 흥미로운 불가지론의 세계속에 던져놓은 다고 할까요? 네 그렇죠. 이거를 사실로 믿는 분은...물론 있겠죠. 하지만 저는 오기 렌이라는 사람도 없고 그냥 이 모든 것 자체가 폴 오스터라는 작가의 창작이라고 사실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네 그리고 이 짧은 이야기에도 역시 그 사진 이야기가 나오죠. 폴 오스터가 이것을 쓰고있을 때가 아마 그 가장 유명한 작품이죠, [거대한 괴물], [리바이어던]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도 번역이 됐었습니다만, 거기에도 보면 이...자기 사진을 남에게 찍게 만드는 그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실제 사진가이자 설치작업 같은 걸 하는 조피카엘, 프랑스 작가를 모델로 했다고 하죠. 나중에 조피카엘과 작업을 같이 했다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자기 소설에 어떤 실제 인물을 등장시키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그 실제 인물과 다시 소설속에 나온 장소들을 답사하면서 사진을 찍는다던가..이런 식으로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것이, 이른바 폴 오스터의 시크니쳐 스타일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도 보시면 처음에 이 이야기를 오기 렌으로 부터 들었다고 하죠. 오기 렌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또 그 안에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또 안으로 들어가면 이 에슬 할머니라는 사람도 나름의 어떤 그 연기, 이야기를 하고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조금씩 어떤 이야기들을 지어내고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오기 렌의 실화라고 말했지만 나중에 보면 실화가 아닌 것 같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면서 얘기가 끝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과연 누가 바로 작가인가..라는 것을 독자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죠. 네 이런 폴 오스터의 그 이야기관이랄까요 이런 것은 마지막 부분에 잘 요약이 돼있죠? '내가 그의 잔꾀에 넘어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리 없다.' 네 이것이 바로 어떻게 보면 폴 오스터의 소설관을 잘 요약한 한 문장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네 그런 이 작가의 소설관과는 별개로 폴 오스터의 이 소설은 이야기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한번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야기 꾼이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가에 대한 비밀들이 숨어 있는데요. 그 처음에 시작하는 장면부터 보면 흥미를 강하게 끕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오기 렌으로 부터 들었다.' 그러면서 '오기가 이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고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니까 본명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라고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전부 실화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궁금하죠.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것. 올바른 일을 했다는 거는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올바른 일, 잘 한 일, 이런거는 우린 듣고 싶지 않죠. 누가 돈을 주면 모를까. 그런데 옳지 않은 일은 언제나 우리의 흥미를 끕니다. 게다가 이 말을 전해준 사람이 자기를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다는 것 부터가 흥미롭죠. 그 다음부터 바로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기 렌에 대한 얘기를 하고 또 사진에 관해서 흥미로운 얘기를 합니다. 근데 사실 오기 렌의 사진 찍은 방식이,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은 다는 것은 이 화자는 몰랐던 것 처럼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폴 오스터는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프로페셔널들이 작업하는 방식이죠. 수많은.. 우리가 미술관이라던가 현대 사진들을 보게되면, 이런 집요한 작업들의 포트폴리오를 갖고있는 사진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든가, 아니면 하나의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찍는 다던가, 아니면 자기의 얼굴의 변화를 매일 찍는 다던가. 왜냐하면 이런 것만이 어떤 취미 사진가와 직업적 사진가들의 작업을 구별해주는 하나의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매일 꾸준히 일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어떤 시간의 문제와 씨름한다는 것.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죠. 시간에 대한 얘기도 계속해서 여기 등장하게 됩니다. 이런걸 보면 폴 오스터가 사진에 상당히 이 무렵에, 1992 년 이 언저리에, 관심이 상당히 많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고요, 게다가 사진을 계속해서 찍는 일에 관심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결국에는 영화를 의미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죠. 사진을 계속해서 찍는 다는 것, 즉 영화의 옛날 이름이 '활동 사진'이었죠. 사진이 움직이면 그것이 바로 영화인 것이죠. 모션 픽쳐 아닙니까? 영화라는 것은? 그런 걸 보면 이것이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 처럼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나중에 웨인 왕 감독에 의해서 '스모크'라는 영화로 만들어 졌죠. 이 짧은 이야기를 가지고 폴 오스터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만들게 됐고, 이 영화는 한국에도 개봉을 해서 많은 분들이 보셨습니다. 영화도 상당히 좋아요. 여기엔 없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들어가 있는데, 그것도 인상적이고요.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읽은 이 버전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이야기], 김경식이 번역으로 되어있는 판본인데요. 이것은 흥미로운 것이, 맨 앞에 이 소설을 싣고요, 그 뒤에 스모크의 제작과정에 대한 폴 오스터의 인터뷰가 있습니다. 이 인터뷰가 상당히 좋습니다. 영화와 소설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폴 오스터의 견해랄까요. 그런 거라든가, 그다음에 그 밖에도 여러가지 흥미로운, 영화와 문자언어의 어떤 차이점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웨인 왕 감독은 '조이 럭 클럽'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스모크'라는 것을 계속해서 개발을 해갔는데요. 전혀 영화 작업을 해보지 않았던 소설가가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만들게 되어가는 과정, 재밌습니다. 그 뒤에는 이 '스모크'의 시나리오도 그대로 실려있습니다. 그래서 각색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에 관심있는 분들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그런 책이고요. 뭐 그런걸 떠나서도 폴 오스터의 소설, 그리고 뒤에 인터뷰만 보셔도 재미있는 그런 책입니다. 자 오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요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의 소설을 가지고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진행을 해봤습니다. 여러분 성탄절 잘 보내시고요. 남은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계십시오.


Episode 26 - 폴 오스터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 Part 3 Episode 26 - Paul Auster "The Christmas Story of Ogieren" - Part 3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렇군." "잘 했네, 오기. 할머니를 위해서 좋은 일을 했어." "난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했어. 그리고 물건도 훔쳤고 그게 무슨 좋은 일이라는 건가?" "자넨 할머니를 행복하게 해줬어. 그리고 카메라는 어차피 장물 아닌가. 자네가 직접 훔친 것도 아니고." "예술을 위한 거지, 그렇지, 폴?" "난 그런 소리 안 했어. 하지만 자넨 그 카메라를 좋은 데 쓰고 있잖아." "그리고 자넨 이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얻었지. 안 그래?" "맞아." 내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오기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얼굴 가득 심술궂은 미소가 퍼져 나갔다.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아주 알쏭달송하고 얼굴은 내적인 환희로 가득 차 보였다. 그래서 갑자기 그가 이 모든 이야기를 꾸며 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가이 들었다. 날 놀린 게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는 절대 그렇다고 할 리가 엇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그의 잔꾀에 넘어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믿어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 리 없다.

"자넨 꾼이야, 오기." 내가 말했다.

"고맙네, 아주 도움이 많이 됐어" 그는 눈에 광적이 빛을 띤 채 나를 보며 대답했다.

"언제든지. 아무튼, 비밀을 함께 나눌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친구겠나?" "자네한테 신세 한 번 졌군." "아냐, 그렇지 않아. 내가 이야기한 거 그대로 쓰게. 그러면 자네가 신세질 게 없지." "점심은 제외하고." "그렇군. 점심은 제외하고." 나는 오기의 미소를 내 나름의 미소로 화답했다. 그러고 나서 웨이터에게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네, 잘 들으셨습니까?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의 짧은 소설입니다. 네, 재밌죠? 이 소설은 짧지만 사실은 폴 오스터의 장편이 가진 특징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폴 오스터는 이야기를 중첩시켜서 효과를 발생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고, 또 그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거죠. 어디서 전해들은 이야기이고, 폴 오스터의 소설속의 그 전해들은 이야기들은 대체로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들은 얘긴데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이런 얘기가 있고요, 그런 어떤 어떤 방식들을 많이 쓰고 있고요. 그 또하나는 이야기 그 자체를 문제삼은 그런 흔히들 포스트 모던한 방식이다...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할 건 없고요. 그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야기 속의 이야기, 또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 폴 오스터의 소설의 특징입니다. 즉, 소설가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이 경우에도 자기 자신이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경우이죠? 그래서 사실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사실인 것 처럼 보이게 한다거나 또는 그 반대의 기법들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야기 전체를 뭐랄까 흥미로운 불가지론의 세계속에 던져놓은 다고 할까요? 네 그렇죠. 이거를 사실로 믿는 분은...물론 있겠죠. 하지만 저는 오기 렌이라는 사람도 없고 그냥 이 모든 것 자체가 폴 오스터라는 작가의 창작이라고 사실은 확신하고 있습니다. 네 그리고 이 짧은 이야기에도 역시 그 사진 이야기가 나오죠. 폴 오스터가 이것을 쓰고있을 때가 아마 그 가장 유명한 작품이죠, [거대한 괴물], [리바이어던]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도 번역이 됐었습니다만, 거기에도 보면 이...자기 사진을 남에게 찍게 만드는 그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실제 사진가이자 설치작업 같은 걸 하는 조피카엘, 프랑스 작가를 모델로 했다고 하죠. 나중에 조피카엘과 작업을 같이 했다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자기 소설에 어떤 실제 인물을 등장시키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그 실제 인물과 다시 소설속에 나온 장소들을 답사하면서 사진을 찍는다던가..이런 식으로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것이, 이른바 폴 오스터의 시크니쳐 스타일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도 보시면 처음에 이 이야기를 오기 렌으로 부터 들었다고 하죠. 오기 렌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또 그 안에 있는 것이고요. 그런데 또 안으로 들어가면 이 에슬 할머니라는 사람도 나름의 어떤 그 연기, 이야기를 하고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조금씩 어떤 이야기들을 지어내고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오기 렌의 실화라고 말했지만 나중에 보면 실화가 아닌 것 같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면서 얘기가 끝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과연 누가 바로 작가인가..라는 것을 독자로 하여금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죠. 네 이런 폴 오스터의 그 이야기관이랄까요 이런 것은 마지막 부분에 잘 요약이 돼있죠? '내가 그의 잔꾀에 넘어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그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리 없다.' 네 이것이 바로 어떻게 보면 폴 오스터의 소설관을 잘 요약한 한 문장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네 그런 이 작가의 소설관과는 별개로 폴 오스터의 이 소설은 이야기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한번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야기 꾼이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가에 대한 비밀들이 숨어 있는데요. 그 처음에 시작하는 장면부터 보면 흥미를 강하게 끕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오기 렌으로 부터 들었다.' 그러면서 '오기가 이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고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니까 본명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라고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전부 실화다라고 얘기를 합니다. 궁금하죠.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것. 올바른 일을 했다는 거는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올바른 일, 잘 한 일, 이런거는 우린 듣고 싶지 않죠. 누가 돈을 주면 모를까. 그런데 옳지 않은 일은 언제나 우리의 흥미를 끕니다. 게다가 이 말을 전해준 사람이 자기를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고 했다는 것 부터가  흥미롭죠. 그 다음부터 바로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기 렌에 대한 얘기를 하고 또 사진에 관해서 흥미로운 얘기를 합니다. 근데 사실 오기 렌의 사진 찍은 방식이,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은 다는 것은 이 화자는 몰랐던 것 처럼 얘기를 하지만 사실은 폴 오스터는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프로페셔널들이 작업하는 방식이죠. 수많은.. 우리가 미술관이라던가 현대 사진들을 보게되면, 이런 집요한 작업들의 포트폴리오를 갖고있는 사진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든가, 아니면 하나의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찍는 다던가, 아니면 자기의 얼굴의 변화를 매일 찍는 다던가. 왜냐하면 이런 것만이 어떤 취미 사진가와 직업적 사진가들의 작업을 구별해주는 하나의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매일 꾸준히 일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어떤 시간의 문제와 씨름한다는 것.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죠. 시간에 대한 얘기도 계속해서 여기 등장하게 됩니다. 이런걸 보면 폴 오스터가 사진에 상당히 이 무렵에, 1992 년 이 언저리에, 관심이 상당히 많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고요, 게다가 사진을 계속해서 찍는 일에 관심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것은 결국에는 영화를 의미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죠. 사진을 계속해서 찍는 다는 것, 즉 영화의 옛날 이름이 '활동 사진'이었죠. 사진이 움직이면 그것이 바로 영화인 것이죠. 모션 픽쳐 아닙니까? 영화라는 것은? 그런 걸 보면 이것이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우연만은 아닌 것 처럼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나중에 웨인 왕 감독에 의해서 '스모크'라는 영화로 만들어 졌죠. 이 짧은 이야기를 가지고 폴 오스터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만들게 됐고, 이 영화는 한국에도 개봉을 해서 많은 분들이 보셨습니다. 영화도 상당히 좋아요. 여기엔 없는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들어가 있는데, 그것도 인상적이고요.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 읽은 이 버전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이야기], 김경식이 번역으로 되어있는 판본인데요. 이것은 흥미로운 것이, 맨 앞에 이 소설을 싣고요, 그 뒤에 스모크의 제작과정에 대한 폴 오스터의 인터뷰가 있습니다. 이 인터뷰가 상당히 좋습니다. 영화와 소설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폴 오스터의 견해랄까요. 그런 거라든가, 그다음에 그 밖에도 여러가지 흥미로운, 영화와 문자언어의 어떤 차이점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웨인 왕 감독은 '조이 럭 클럽'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스모크'라는 것을 계속해서 개발을 해갔는데요. 전혀 영화 작업을 해보지 않았던 소설가가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만들게 되어가는 과정, 재밌습니다. 그 뒤에는 이 '스모크'의 시나리오도 그대로 실려있습니다. 그래서 각색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에 관심있는 분들도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그런 책이고요. 뭐 그런걸 떠나서도 폴 오스터의 소설, 그리고 뒤에 인터뷰만 보셔도 재미있는 그런 책입니다. 자 오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요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폴 오스터의 소설을 가지고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진행을 해봤습니다. 여러분 성탄절 잘 보내시고요. 남은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