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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5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5

"글쎄요...." 보기스 씨는 장을 다시 흘끗 돌아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말을 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 다시 보니....다시 생각해보니....아니야....너무 귀찮을 것 같군요. 그럴 가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얼마를 줄 생각이요" 러민스가 물었다.

"안 됐습니다만 많지는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이건 진짜 골동품이 아니거든요. 그냥 복제품에 불과하지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소. " 러민스가 말을 받더니 덧붙였다.

"저건 여기 이십년 이상 있던 물건이요. 그 전에는 저 위의 장원 저택에 있던 거지. 늙은 지주가 죽었을 때 열린 경매에서 내가 직접 산거요. 그러니 이게 새 거라고 말하면 내가 믿겠소?" "새거라고는 안 했습니다. 하지만 육십년 이상된 물건은 분명히 아니라는 거죠." "아니, 그 이상된거요. 버트 전에 서랍 뒤쪽에서 네가 찾아낸 종잇조각이 어디 있지? 그 낡은 청구서 말이다." 젊은이는 멍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보았다. 보기스 씨는 입을 벌렸다가 다행히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얼른 도로 닫을 수 있었다. 흥분으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얼른 창문으로 다가가 마당에 흩어진 낟알을 쪼고 있는 통통한 갈색 암탉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저 서랍 뒤쪽 토끼 덫 밑에 두었는데." 러민스가 말하고 있었다.

"가서 그걸 가져다가 목사님한테 보여드려라." 버트가 장을 행해 나아가자 보기스 씨는 다시 몸을 돌렸다. 지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보기스 씨는 버트가 가운데 큰 서랍을 여는 것을 보았다. 서랍은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열렸다. 아름답다는 느낌이들 정도였다. 그는 버트의 손이 안으로 들어가 수많은 철사와 줄 사이를 뒤지는 것을 보았다.

"이것 말인가요?" 버트는 노랗게 변색된 접은 종이를 한 장 꺼내 아버지에게 갖다 주었다. 러민스는 종이를 펼치더니 얼굴 가까이 들어 올렸다.

"이 글마저 염병할 아주 오래된 것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거요." 러민스가 말하며 서류를 보기스 씨에게 내밀었다. 종이를 받아드는 보기스 씨의 팔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종이는 곧 바스라질 것 같았으며 그의 손가락들 사이에서 실제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종이에는 한쪽으로 기운 길쭉한 동판 인쇄체로 글이 적혀 있었다.

<에드워드 몬테규 귀하> 커다란 마호가니 장

87 파운드

매우 훌륭한 목재로 만들었음. 아주 풍부하게 조작을 했음. 옆으로 벌어진 다리를 달아 놓았음. 중간에는 아주 단정한 모양을 갖춘 긴 서랖이 두 개가 있음. 양 옆에도 서랍이 두 개씩 있음. 풍부하게 돋을새김을 한 황동 손잡이와 장식이 달려있음. 전체적으로 매우 고상하게 마무리가 되었음.

- 토머스 치펀데일

보기스 씨는 바짝 긴장하여 흥분을 억제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사실 흥분때문에 속이 빙빙돌아 어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오, 이럴수가.이렇게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가! 청구서가 있으면 물건의 가치는 훨씬 높아졌다. 이것이 있으니 이 물건은 얼마나 받게될까? 만 이천 파운드? 만사천? 어쩌면 만 오천, 아니 이십 만? 누가 알겠는가?

"오 이런일이!" 보기스 씨는 우습다는 듯이 종이를 탁자에 툭 던져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말한대로 아닙니까,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복제품이지요. 이건 그저 판매자, 그러니까 자기가 직접 물건을 만들고 나서 골동품으로 속여 넘긴 판매자가 고객에게 보낸 청구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건 많이 봤어요.여기 보면 이걸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는 말이 안 들어 있지요? 그렇게 하면 속일수가 없으니까 못 한겁니다." "목사님이 뭐라 하건, 이건 분명히 오래된 서류요." 러민스가 말했다.

"물론 그렇죠. 빅토리아 여왕 시대거라니까요. 빅토리아 여왕 시대 말기,1890년쯤.. 그러니까 육 칠십년된 거네요. 이런 건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그 무렵 소목장이들은 한 세기전의 걸작품들을 모조하느라 여념이 없었지요." "이보시오,목사님." 러민스는 그 뭉툭하고 더러운 손가락으로 보기스 씨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내가 뭐 목사님이 이런 가구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요. 어떻게 저 페인트 밑의 원래 모습을 보지도 않고 이게 모조품이라고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느냐는 거요." "이리 와 보십시오" 보기스 씨가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이쪽으로 와보십시오. 내가 보여드리지요." 그는 장 옆에 서서 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혹시 칼이 있습니까?" 클로드는 뿔손잡이가 달린 휴대용 칼을 꺼냈다. 보기스 씨는 칼을 잡더니 가장 작은 날을 펼쳤다. 그는 대충,그러나 사실은 아주 세심하게, 장의 꼭대기에서 하얀 페인트를 조금씩 벗겨내기 시작했다. 페인트는 밑의 오래되고 단단한 광택제로부터 깨끗하게 떨어져 나왔다. 보기스 씨는 20제곱 센티미터 정도 벗겨내고 뒤로 물러 서며 말했다.

"자 보세요." 아름다웠다. 아주 조금 드러난 것이기는 했지만 그 따뜻한 마호가니는 황옥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2 백년 묵은 진짜 색깔은 짙고 풍부했다.

"저게 뭐가 문제란 말이요?" 러민스가 물었다.

"저건 가공처리된 겁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거지요!"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소? 말해보쇼." "음, 솔직히 설명이 약간 까다롭기는 합니다. 주로 경험에 의존해 판단해야 하니까요. 내 경험에 근거하여 말하건대, 이 나무는 석회로 가공 처리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마호가니에는 석회를 사용했죠. 저 오래된듯한 진한 색깔을 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떡갈나무에는 잿물을 사용했고 호두나무에는 질산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마호가니에는 늘 석회를 사용했지요." 세 남자는 나무를 자세히 보기 위해 좀 더 바짝 다가왔다. 이제 관심이 생기는지 약간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사실 새로운 형태의 사기나 속임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었다.

"결을 잘 보세요. 짙은 적갈색 사이에 희미하지만 오렌지색이 보이지요? 즉, 바로 석회의 흔적입니다." 그들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코를 나무에 바짝 갖다댔다. 먼저 러민스, 그다음에 클로드, 그다음에 버트.

"그리고 녹청이 있습니다." "뭐요?" 그는 고가구에서 녹청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여러분은 이 악당들이 진짜 녹청의 그 단단하고 아름다운 청동빛을 흉내내기 위해 얼마나 수고를 했는지 모르실 겁니다. 끔찍합니다. 정말 끔찍해요. 말하는 것 만으로도 역겨울 정도입니다!" 보기스씨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혀끝에서 강하게 뱉어내면서 신물이 난다는 듯 얼굴을 찌푸려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들은 그의 입에서 더 많은 비밀이 폭로되기를 기다렸다.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그런 인간들이 얼마나 시간과 수고를 쏟아 붓는지 아십니까!" 보기스 씨는 소리를 지르더니 말을 이었다.

"정말로 역겨운 일이지요! 그자들이 이 물건을 가지고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내 눈에는 분명하게 보입니다. 그자들이 하는 짓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요. 아마 기름으로 나무를 문지르고, 교묘하게 색깔을 섞은 프랑스 광택제를 칠하고, 속돌과 기름으로 닦고, 흙과 먼지가 들어간 왁스를 칠하고, 마지막으로 이백년 묵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열처리를 하여 광택제에 금이 가게 하고! 길고 복잡한 의을 거행하는 것과 같지요. 그 파렴치한 짓을 생각하니 속이 뒤집힙니다.!" 세 남자는 계속 하얀칠 밑에 드러난 짙은 색 나무를 뚫어져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만져보세요!" 보기스 씨가 소릴 지르고 있었다.

"손을 대봐요! 자 느낌이 어떤가요? 따뜻해요, 차가워요?" "차가운데." 러민스가 말했다.

"바로 그겁니다! 가짜 녹청은 손을 대면 늘 차갑지요. 진짜 녹청은 이상하게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말입니다." "이건 정상 같은데." 러민스는 논쟁을 할 태세였다.

"아니지요. 차가운 거지요. 물론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숙련되고 예민한 손끝이 필요합니다. 내가 여러분의이 보리의 품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듯이. 여러분도 이것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힘듭니다. 인생의 모든것이 다 경험이지요." 남자들은 툭 튀어나온 눈으로 이 달덩이 같은 얼굴의 묘한 성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가구에 대해 좀 아는 것 같았기 때문에 아까처럼 의심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를 믿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었다. 보기스 씨는 허리를 굽히고 장의 금속 손잡이 가운데 하나를 가리켰다.

"이것 역시 모조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지요. 오래된 황동은 보통 그 나름의 색깔과 특색이 있습니다. 그거 아세요?" 남자들은 더 많은 비밀이 흘러 나오기를 바라면서 물끄러미 그를 바라 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진짜와 방불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고도로 숙련된 솜씨를 발휘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사실 이 경우에는 진짜 골동품과 가짜 골동품의 차이를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나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이 손잡이에서는 칠을 벗겨내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더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새황동을 오래된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말이오? 황동은 녹이 슬지 않소." 클로드가 물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악당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비법이 있습니다." "그게 어떤 거요?" 클로드가 물었다.

클로드가 보기에 이런 정보는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언제 써먹게 될 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염화암모늄을 적신 마호가니 톱밥이 든 상자에 이 손잡이 들을 하루밤만 넣어두면 됩니다. 염화암모늄은 황동을 녹색으로 바꾸지요. 그 녹색을 문질러 벗겨내면 그 밑에 훌륭하고 부드러운 은빛의 따뜻한 광택이 드러납미다. 그 광택은 아주 오래된 황동의 광택과 똑같지요. 아, 그들이 하는 짓은 정말 추저분합니다! 쇠는 또 다른 기술을 이용하지요." "쇠는 어떻게 하는데?" 클로드가 매혹된 표정으로 불었다.

"쇠는 쉽습니다. 쇠로 만든 자물쇠, 판, 경첩은 보통 소금에 묻어두지요. 그러면 완전히 녹이 스는데 그것을 곧바로 곰보로 만들지요." "알겠소" 러민스가 말을 이었다. "따라서 손잡이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로군. 따라서 그 손잡이는 수백년 묵은 것일 수도 있다는 거야 . 안 그렇소?" "아." 보기스 씨는 툭 튀어나온 커다란 두 눈으로 러민스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건 잘못 생각하시는 겁니다. 여길 보시지요." 보기스 씨는 상의 호주마니에서 작은 드라이버를 꺼냈다. 동시에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작은 황동 나사도 꺼내어 손바닥 안에 잘 감추었다. 이어 장의 나사, 손잡이마다 네 개씩 박혀 있었다,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 머리에서 하얀 칠을 조심스럽게 긁어내기 시작하였더. 다 긁어내자 드라이버로 천천히 나사를 빼기 시작했다.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5 Episode 25 - Roald Dahl "Flavors" - Part 5

"글쎄요...." 보기스 씨는 장을 다시 흘끗 돌아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말을 이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 다시 보니....다시 생각해보니....아니야....너무 귀찮을 것 같군요. 그럴 가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얼마를 줄 생각이요" 러민스가 물었다.

"안 됐습니다만 많지는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이건 진짜 골동품이 아니거든요. 그냥 복제품에 불과하지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소. " 러민스가 말을 받더니 덧붙였다.

"저건 여기 이십년 이상 있던 물건이요. 그 전에는 저 위의 장원 저택에 있던 거지. 늙은 지주가 죽었을 때 열린 경매에서 내가 직접 산거요. 그러니 이게 새 거라고 말하면 내가 믿겠소?" "새거라고는 안 했습니다. 하지만 육십년 이상된 물건은 분명히 아니라는 거죠." "아니, 그 이상된거요. 버트 전에 서랍 뒤쪽에서 네가 찾아낸 종잇조각이 어디 있지? 그 낡은 청구서 말이다." 젊은이는 멍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보았다. 보기스 씨는 입을 벌렸다가 다행히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얼른 도로 닫을 수 있었다. 흥분으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얼른 창문으로 다가가 마당에 흩어진 낟알을 쪼고 있는 통통한 갈색 암탉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저 서랍 뒤쪽 토끼 덫 밑에 두었는데." 러민스가 말하고 있었다.

"가서 그걸 가져다가 목사님한테 보여드려라." 버트가 장을 행해 나아가자 보기스 씨는 다시 몸을 돌렸다. 지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보기스 씨는 버트가 가운데 큰 서랍을 여는 것을 보았다. 서랍은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열렸다. 아름답다는 느낌이들 정도였다. 그는 버트의 손이 안으로 들어가 수많은 철사와 줄 사이를 뒤지는 것을 보았다.

"이것 말인가요?" 버트는 노랗게 변색된 접은 종이를 한 장 꺼내 아버지에게 갖다 주었다. 러민스는 종이를 펼치더니 얼굴 가까이 들어 올렸다.

"이 글마저 염병할 아주 오래된 것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거요." 러민스가 말하며 서류를 보기스 씨에게 내밀었다. 종이를 받아드는 보기스 씨의 팔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종이는 곧 바스라질 것 같았으며 그의 손가락들 사이에서 실제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종이에는 한쪽으로 기운 길쭉한 동판 인쇄체로 글이 적혀 있었다.

<에드워드 몬테규 귀하> 커다란 마호가니 장

87 파운드

매우 훌륭한 목재로 만들었음. 아주 풍부하게 조작을 했음. 옆으로 벌어진 다리를 달아 놓았음. 중간에는 아주 단정한 모양을 갖춘 긴 서랖이 두 개가 있음. 양 옆에도 서랍이 두 개씩 있음. 풍부하게 돋을새김을 한 황동 손잡이와 장식이 달려있음. 전체적으로 매우 고상하게 마무리가 되었음.

- 토머스 치펀데일

보기스 씨는 바짝 긴장하여 흥분을 억제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사실 흥분때문에 속이 빙빙돌아 어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오, 이럴수가.이렇게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가! 청구서가 있으면 물건의 가치는 훨씬 높아졌다. 이것이 있으니 이 물건은 얼마나 받게될까? 만 이천 파운드? 만사천? 어쩌면 만 오천, 아니 이십 만? 누가 알겠는가?

"오 이런일이!" 보기스 씨는 우습다는 듯이 종이를 탁자에 툭 던져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말한대로 아닙니까,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복제품이지요. 이건 그저 판매자, 그러니까 자기가 직접 물건을 만들고 나서 골동품으로 속여 넘긴 판매자가 고객에게 보낸 청구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건 많이 봤어요.여기 보면 이걸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는 말이 안 들어 있지요? 그렇게 하면 속일수가 없으니까 못 한겁니다." "목사님이 뭐라 하건, 이건 분명히 오래된 서류요." 러민스가 말했다.

"물론 그렇죠. 빅토리아 여왕 시대거라니까요. 빅토리아 여왕 시대 말기,1890년쯤.. 그러니까 육 칠십년된 거네요. 이런 건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그 무렵 소목장이들은 한 세기전의 걸작품들을 모조하느라 여념이 없었지요." "이보시오,목사님." 러민스는 그 뭉툭하고 더러운 손가락으로 보기스 씨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내가 뭐 목사님이 이런 가구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요. 어떻게 저 페인트 밑의 원래 모습을 보지도 않고 이게 모조품이라고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느냐는 거요." "이리 와 보십시오" 보기스 씨가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이쪽으로 와보십시오. 내가 보여드리지요." 그는 장 옆에 서서 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혹시 칼이 있습니까?" 클로드는 뿔손잡이가 달린 휴대용 칼을 꺼냈다. 보기스 씨는 칼을 잡더니 가장 작은 날을 펼쳤다. 그는 대충,그러나 사실은 아주 세심하게, 장의 꼭대기에서 하얀 페인트를 조금씩 벗겨내기 시작했다. 페인트는 밑의 오래되고 단단한 광택제로부터 깨끗하게 떨어져 나왔다. 보기스 씨는 20제곱 센티미터 정도 벗겨내고 뒤로 물러 서며 말했다.

"자 보세요." 아름다웠다. 아주 조금 드러난 것이기는 했지만 그 따뜻한 마호가니는 황옥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2 백년 묵은 진짜 색깔은 짙고 풍부했다.

"저게 뭐가 문제란 말이요?" 러민스가 물었다.

"저건 가공처리된 겁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거지요!"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소? 말해보쇼." "음, 솔직히 설명이 약간 까다롭기는 합니다. 주로 경험에 의존해 판단해야 하니까요. 내 경험에 근거하여 말하건대, 이 나무는 석회로 가공 처리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마호가니에는 석회를 사용했죠. 저 오래된듯한 진한 색깔을 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떡갈나무에는 잿물을 사용했고 호두나무에는 질산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마호가니에는 늘 석회를 사용했지요." 세 남자는 나무를 자세히 보기 위해 좀 더 바짝 다가왔다. 이제 관심이 생기는지 약간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사실 새로운 형태의 사기나 속임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었다.

"결을 잘 보세요. 짙은 적갈색 사이에 희미하지만 오렌지색이 보이지요? 즉, 바로 석회의 흔적입니다." 그들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코를 나무에 바짝 갖다댔다. 먼저 러민스, 그다음에 클로드, 그다음에 버트.

"그리고 녹청이 있습니다." "뭐요?" 그는 고가구에서 녹청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해 주었다.

"여러분은 이 악당들이 진짜 녹청의 그 단단하고 아름다운 청동빛을 흉내내기 위해 얼마나 수고를 했는지 모르실 겁니다. 끔찍합니다. 정말 끔찍해요. 말하는 것 만으로도 역겨울 정도입니다!" 보기스씨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혀끝에서 강하게 뱉어내면서 신물이 난다는 듯 얼굴을 찌푸려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들은 그의 입에서 더 많은 비밀이 폭로되기를 기다렸다.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그런 인간들이 얼마나 시간과 수고를 쏟아 붓는지 아십니까!" 보기스 씨는 소리를 지르더니 말을 이었다.

"정말로 역겨운 일이지요! 그자들이 이 물건을 가지고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내 눈에는 분명하게 보입니다. 그자들이 하는 짓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요. 아마 기름으로 나무를 문지르고, 교묘하게 색깔을 섞은 프랑스 광택제를 칠하고, 속돌과 기름으로 닦고, 흙과 먼지가 들어간 왁스를 칠하고, 마지막으로 이백년 묵은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열처리를 하여 광택제에 금이 가게 하고! 길고 복잡한 의을 거행하는 것과 같지요. 그 파렴치한 짓을 생각하니 속이 뒤집힙니다.!" 세 남자는 계속 하얀칠 밑에 드러난 짙은 색 나무를 뚫어져라 들여다 보고 있었다.

"만져보세요!" 보기스 씨가 소릴 지르고 있었다.

"손을 대봐요! 자 느낌이 어떤가요? 따뜻해요, 차가워요?" "차가운데." 러민스가 말했다.

"바로 그겁니다! 가짜 녹청은 손을 대면 늘 차갑지요. 진짜 녹청은 이상하게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말입니다." "이건 정상 같은데." 러민스는 논쟁을 할 태세였다.

"아니지요. 차가운 거지요. 물론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숙련되고 예민한 손끝이 필요합니다. 내가 여러분의이 보리의 품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듯이. 여러분도 이것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힘듭니다. 인생의 모든것이 다 경험이지요." 남자들은 툭 튀어나온 눈으로 이 달덩이 같은 얼굴의 묘한 성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가구에 대해 좀 아는 것 같았기 때문에 아까처럼 의심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를 믿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었다. 보기스 씨는 허리를 굽히고 장의 금속 손잡이 가운데 하나를 가리켰다.

"이것 역시 모조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공을 들이는 부분이지요. 오래된 황동은 보통 그 나름의 색깔과 특색이 있습니다. 그거 아세요?" 남자들은 더 많은 비밀이 흘러 나오기를 바라면서 물끄러미 그를 바라 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진짜와 방불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 고도로 숙련된 솜씨를 발휘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사실 이 경우에는 진짜 골동품과 가짜 골동품의 차이를 알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나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이 손잡이에서는 칠을 벗겨내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더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새황동을 오래된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말이오? 황동은 녹이 슬지 않소." 클로드가 물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악당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비법이 있습니다." "그게 어떤 거요?" 클로드가 물었다.

클로드가 보기에 이런 정보는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언제 써먹게 될 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염화암모늄을 적신 마호가니 톱밥이 든 상자에 이 손잡이 들을 하루밤만 넣어두면 됩니다. 염화암모늄은 황동을 녹색으로 바꾸지요. 그 녹색을 문질러 벗겨내면 그 밑에 훌륭하고 부드러운 은빛의 따뜻한 광택이 드러납미다. 그 광택은 아주 오래된 황동의 광택과 똑같지요. 아, 그들이 하는 짓은 정말 추저분합니다! 쇠는 또 다른 기술을 이용하지요." "쇠는 어떻게 하는데?" 클로드가 매혹된 표정으로 불었다.

"쇠는 쉽습니다. 쇠로 만든 자물쇠, 판, 경첩은 보통 소금에 묻어두지요. 그러면 완전히 녹이 스는데 그것을 곧바로 곰보로 만들지요." "알겠소" 러민스가 말을 이었다. "따라서 손잡이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로군. 따라서 그 손잡이는 수백년 묵은 것일 수도 있다는 거야 . 안 그렇소?" "아." 보기스 씨는 툭 튀어나온 커다란 두 눈으로 러민스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건 잘못 생각하시는 겁니다. 여길 보시지요." 보기스 씨는 상의 호주마니에서 작은 드라이버를 꺼냈다. 동시에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작은 황동 나사도 꺼내어 손바닥 안에 잘 감추었다. 이어 장의 나사, 손잡이마다 네 개씩 박혀 있었다,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 머리에서 하얀 칠을 조심스럽게 긁어내기 시작하였더. 다 긁어내자 드라이버로 천천히 나사를 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