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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2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2

"그래.

나중에 마시지 뭐. 그는 수첩에 적은 메모를 흘끗 보았다.

"앤 여왕 시대 양식의 집에 먼저 가 보아야겠군.

떡갈나무에 둘러싸인 집이었다.

아까 쌍안경으로 보았을 때 그 황폐해진 몰몰이 마음에 쏙 들었다. 돈이 꽤 아쉬워 보이는 집이었다. 어쨌든 보기스 씨는 앤 여왕 시대 집에서는 늘 운이 좋았다. 그는 다시 차에 올라타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 시동을 걸지 않은 상채로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약간 어릿광대 같은 면이 잇었음에도 보기스 씨는 바보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는 런던에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가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손꼽혔다. 게다가 그는 놀라울 정도로 취향이 고상했다. 그는 진품이라 하더라도 디자인이 우아라지 않으면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가 진짜로 좋아하는 물건들은 18 세기 영국의 위대한 디자이너들, 즉 인스, 메이휴, 존슨, 조지 스미스, 록, 셰라턴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그는 등급을 매기곤 했다. 예를 들어 그는 치펀데일의 중국 또는 고딕 시기의 물건은 단 하나도 그의 전시장에 들여놓지 않았다. 로버트 애덤의 묵직한 이탈리아 디자인 몇가지고 마찬가지 였다. 지난 몇 년 동안 보기스 씨는 특별하고 진귀한 물건을 놀랄만큼 꾸준하게 내좋아 업계 친구들 사이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 마치 바닥이 나지 않는 공급원이 있는 것 같았다. 개인 창고 같은 것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차를 타고 나가 물건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어디서 그 물건을 조달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는 쓱 웃음을 짓고 눈을 찡긋하면서 웅얼거리는 소리로 비밀이라고 대꾸하곤 했다. 보기스 씨의 비밀은 간단했다.

그것은 거의 9 년 전 어느 일요일 오후에 시골을 운전하다 일어난 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보시스 씨는 세븐 오크스에 사는 노모한테 들르려고 아침에 집을 나겄다. 돌아오는 길에 차의 펜벨트가 끊어지는 바람에 엔진이 과열되고 냉각수가 끓어 증발해 버렸다. 그는 차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집으로 갔다. 도로에서 50 미터 정도 떨어진 자그마한 농가였다. 그는 물을 열어준 여자에게 물 한 바가지만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보기스 씨는 물을 가지러 간 여자를 기다리면서 문틈으로 거실을 훔쳐보았다. 거기,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 5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뭔가가 눈에 띄었다. 순간 흥분이 되면서 머리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평생 딱 한 번 밖에 본적이 없는 유형의 커다란 떡갈나무 팔걸이 의자였다. 등판만이 아니라 양쪽 팔걸리도 여덟개의 아름다운 물렛가락으로 지탱되고 있었다. 등판에는 아주 섬세한 꽃무늬가 상감으로 새겨져 있었다. 양쪽 팔걸이에는 오리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팔걸리를 반 쯤 차지하는 길이였다. '이럴수가!

이건 15 세기 말 물건이잖아! 보기스 씨는 문틈으로 머리를 더 밀어 넣었다.

앗, 벽난로 건너편에 팔걸이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자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의자 두 개면 런던에서는 적어도 천 파운드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 얼마나 아름다운 물건인지! 여자가 돌아왔을 때 보기스 씨는 자기소개를 하고 단도집입적으로 의자를 팔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어머," 그녀는 말했다.

"저 의자들을 왜 팔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무런 이유도 없지요.

내가 아주 좋은 값으로 살 용의가 있다는 것 외에는요. "얼마나 주실 건데요?

저건 물론 파는 물건이 아니지만, 그냥 호기심에서, 그냥 재미삼아 물어보는 거예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삼십 오 파운드입니다.

"얼마요?

"삼십 오 파운드.

"어머, 삼십 오 파운드나?

어디보자. 그거 아주 재미있네요. 나도 저게 아주 귀중한 물건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아주 오래 되었거든요. 또 아주 편하고요. 사실 저거 없이는 못 살아요. 안 돼요. 저건 파는 물건이 아니예요. 어쨌든 고맙네요. "저건 사실 별로 오래된 물건은 아닙니다.

보기스 씨가 말했다.

"아마 내다 팔기가 쉽지 않을 걸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딱 저런걸 좋아하는 손님이 나타났기에 드린 말씀입니다. 어쩌면 그 손님이 이 파운드 정도는 더 쓸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삼십 칠, 그건 어떻습니까? 그들은 30 분 동안 흥정을 했다.

물론 보기스 씨는 실제가치의 20 분의 1 이하만 주고 의자를 살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낡은 스테이션 웨건의 뒷자리에 아름다운 의자 두 개를 편안하게 모시고 돌아오던 보기스 씨의 머리에 아주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잘 생각해보자고.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농가에 멋진 물건이 있다면 다른 농가에는 왜 없겠어?

그런 물건들을 찾아 다니면 어떨까? 시골을 샅샅이 훑어보는 건? 일요일 마다 할 수 있잖아. 그렇게 하면 일에 방해도 안 되잖아. 어차피 일요일이면 할 일이 없어 쩔쩔매는 판인데. 그래서 보기스 씨는 지도를 샀다.

런던 주위의 주가 다 나온 대 축적지도였다. 가는 펜으로 지도를 여러개의 전사각형으로 나누었다. 사각형 하나는 가로 세로가 각각 10 킬로미터였다. 그는 샅샅이 뒤질 경우 자신이 일요일 하루에 돌 수 있는 범위가 그 정도라고 판단했다. 작은 도시나 집이 모여있는 마을은 필요 없었다. 그가 찾는 곳은 비교적 고립된 장소, 커다란 농가나 약간 퇴락한 시골 저택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요일에 정사각형을 하나씩 뒤지면 1 년에 사각형 52개를 처리할 수 있었다. 오래지 않아 런던 주위의 모든 농장, 모든 시골 주택을 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시골 사람은 의심이 많았다. 갑자기 궁핍해진 부자도 마찬가지 였다. 초인종을 누르고 부탁을 한다고 해서 집구경을 시켜줄리 만무했다. 정재 그럴리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는 현관문도 넘어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장사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는게 최선이었다. 그는 전화 수리공이 될 수도 있었고, 배관 수리공이 될 수도 있었고, 가스 검침원이 될 수도 있었다. 심지어 성직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 지점부터 전체적인 계획이 좀 더 구체적인 단계로 접어들이 시작하였다. 보기스 씨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진 명함을 대량 주문했다. 목사, 시럴 워닝턴 보기스, 희귀가구 보존협회 회장,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협력단체

보기스 씨는 그때부터 협회를 너무 아끼기 때문에 휴일이면 영국의 시골 가정에 감추어진 보물 목록을 정리하며 여행을 다니는 선량한 늙은 목사가 되었다.

이런 사람을 도데체 누가 내쫒을 것인가? 아무도 쫒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그래서 정말로 원하는 뭔가가 눈에 띄면, 그때부터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야 수도 없이 꿰고 있었다. 이 구상이 멋지게 들어맞는 바람에 보기스 씨 자신도 좀 놀랐다. 웬만한 집에서는 그를 따뜻하게 환대햇다. 처음에는 보기스 씨 자신이 쑥스러울 지경이었다. 콜드 파이 한 조각, 포트 와인 한 잔, 차 한 잔, 자두 한 바구니, 심지어 가족 모두가 둘러앉은 일요일 저녁식시... 사람들은 늘 이런 것을 함께 하자고 권했다. 물로 시간이 흐르면서 약간 언잖은 순간도 있었고, 불쾌한 사건도 많았다. 하지만 9년이면 일요일이 사백번이 넘었다. 그동안 방문한 집 숫자는 엄청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일은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돈이 많이 남는 사업이었다. 이제 또 한번의 일요일을 맞아 보기스 씨는 버킹엄셔 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지도의 가장 북쪽에 있는 사각형들 가운데 한 곳으로, 옥스퍼드에서 15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보기스 씨는 언덕을 내려와 첫 번째 집, 황폐한 앤 여왕 시대 건물로 향하면서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문에서 백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나머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거래가 끝나기 전에 그의 차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늙은 목사와 커다란 스테이션 웨건은 어쩐일인지 천혀 어울리지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잠깐이라도 걷다 보면 집을 바깥에서 부터 꼼꼼히 살필수도 있었고, 그 집에 적절해보이는 분위기를 꾸밀 수도 있었다. 보기스 씨는 자동차 진입로를 따라 활달하게 걸었다.

그는 작은 몸집에 다리는 퉁퉁하고 배는 불룩 튀어나온 사람이었다. 얼굴은 발그레하고 동글동글했다. 목사역에는 딱 맞는 얼굴이었다. 발그레한 얼굴로부터 툴 튀어나온 커다란 갈색눈은 상냥하면서도 약간 우둔해 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그는 검은 양복을 입고 목에 소박하고 편안한 인상을 줬다. 그는 현관문에 다가가 초인종을 눌었다.

안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그의 앞에, 아니 그의 위에 승마복을 입은 거대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서 담배연기가 피러오르고 있었음에도 여자에게서는 마굿간과 말똥 냄새가 났다.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2 Episode 25 - Roald Dahl "Flavors" - Part 2

"그래. "okay.

나중에 마시지 뭐. 그는 수첩에 적은 메모를 흘끗 보았다.

"앤 여왕 시대 양식의 집에 먼저 가 보아야겠군.

떡갈나무에 둘러싸인 집이었다.

아까 쌍안경으로 보았을 때 그 황폐해진 몰몰이 마음에 쏙 들었다. 돈이 꽤 아쉬워 보이는 집이었다. 어쨌든 보기스 씨는 앤 여왕 시대 집에서는 늘 운이 좋았다. 그는 다시 차에 올라타 핸드 브레이크를 풀고 시동을 걸지 않은 상채로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약간 어릿광대 같은 면이 잇었음에도 보기스 씨는 바보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는 런던에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가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손꼽혔다. 게다가 그는 놀라울 정도로 취향이 고상했다. 그는 진품이라 하더라도 디자인이 우아라지 않으면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가 진짜로 좋아하는 물건들은 18 세기 영국의 위대한 디자이너들, 즉 인스, 메이휴, 존슨, 조지 스미스, 록, 셰라턴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그는 등급을 매기곤 했다. 예를 들어 그는 치펀데일의 중국 또는 고딕 시기의 물건은 단 하나도 그의 전시장에 들여놓지 않았다. 로버트 애덤의 묵직한 이탈리아 디자인 몇가지고 마찬가지 였다. 지난 몇 년 동안 보기스 씨는 특별하고 진귀한 물건을 놀랄만큼 꾸준하게 내좋아 업계 친구들 사이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 마치 바닥이 나지 않는 공급원이 있는 것 같았다. 개인 창고 같은 것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차를 타고 나가 물건을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어디서 그 물건을 조달하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는 쓱 웃음을 짓고 눈을 찡긋하면서 웅얼거리는 소리로 비밀이라고 대꾸하곤 했다. 보기스 씨의 비밀은 간단했다.

그것은 거의 9 년 전 어느 일요일 오후에 시골을 운전하다 일어난 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보시스 씨는 세븐 오크스에 사는 노모한테 들르려고 아침에 집을 나겄다. 돌아오는 길에 차의 펜벨트가 끊어지는 바람에 엔진이 과열되고 냉각수가 끓어 증발해 버렸다. 그는 차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집으로 갔다. 도로에서 50 미터 정도 떨어진 자그마한 농가였다. 그는 물을 열어준 여자에게 물 한 바가지만 얻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보기스 씨는 물을 가지러 간 여자를 기다리면서 문틈으로 거실을 훔쳐보았다. 거기,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 5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뭔가가 눈에 띄었다. 순간 흥분이 되면서 머리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평생 딱 한 번 밖에 본적이 없는  유형의 커다란 떡갈나무 팔걸이 의자였다. 등판만이 아니라 양쪽 팔걸리도 여덟개의 아름다운 물렛가락으로 지탱되고 있었다. 등판에는 아주 섬세한 꽃무늬가 상감으로 새겨져 있었다. 양쪽 팔걸이에는 오리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팔걸리를 반 쯤 차지하는 길이였다. '이럴수가!

이건 15 세기 말 물건이잖아! 보기스 씨는 문틈으로 머리를 더 밀어 넣었다.

앗, 벽난로 건너편에 팔걸이 의자가 하나 더 있었다. 자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의자 두 개면 런던에서는 적어도 천 파운드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 얼마나 아름다운 물건인지! 여자가 돌아왔을 때 보기스 씨는 자기소개를 하고 단도집입적으로 의자를 팔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어머," 그녀는 말했다.

"저 의자들을 왜 팔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무런 이유도 없지요.

내가 아주 좋은 값으로 살 용의가 있다는 것 외에는요. "얼마나 주실 건데요?

저건 물론 파는 물건이 아니지만, 그냥 호기심에서, 그냥 재미삼아 물어보는 거예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삼십 오 파운드입니다.

"얼마요?

"삼십 오 파운드.

"어머, 삼십 오 파운드나?

어디보자. 그거 아주 재미있네요. 나도 저게 아주 귀중한 물건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아주 오래 되었거든요. 또 아주 편하고요. 사실 저거 없이는 못 살아요. 안 돼요. 저건 파는 물건이 아니예요. 어쨌든 고맙네요. "저건 사실 별로 오래된 물건은 아닙니다.

보기스 씨가 말했다.

"아마 내다 팔기가 쉽지 않을 걸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딱 저런걸 좋아하는 손님이 나타났기에 드린 말씀입니다. 어쩌면 그 손님이 이 파운드 정도는 더 쓸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삼십 칠, 그건 어떻습니까? 그들은 30 분 동안 흥정을 했다.

물론 보기스 씨는 실제가치의 20 분의 1 이하만 주고 의자를 살 수 있었다. 그날 저녁 낡은 스테이션 웨건의 뒷자리에 아름다운 의자 두 개를 편안하게 모시고 돌아오던 보기스 씨의 머리에 아주 멋진 생각이 떠올랐다. "잘 생각해보자고.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농가에 멋진 물건이 있다면 다른 농가에는 왜 없겠어?

그런 물건들을 찾아 다니면 어떨까? 시골을 샅샅이 훑어보는 건? 일요일 마다 할 수 있잖아. 그렇게 하면 일에 방해도 안 되잖아. 어차피 일요일이면 할 일이 없어 쩔쩔매는 판인데. 그래서 보기스 씨는 지도를 샀다.

런던 주위의 주가 다 나온 대 축적지도였다. 가는 펜으로 지도를 여러개의 전사각형으로 나누었다. 사각형 하나는 가로 세로가 각각 10 킬로미터였다. 그는 샅샅이 뒤질 경우 자신이 일요일 하루에 돌 수 있는 범위가 그 정도라고 판단했다. 작은 도시나 집이 모여있는 마을은 필요 없었다. 그가 찾는 곳은 비교적 고립된 장소, 커다란 농가나 약간 퇴락한 시골 저택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요일에 정사각형을 하나씩 뒤지면 1 년에 사각형 52개를 처리할 수 있었다. 오래지 않아 런던 주위의 모든 농장, 모든 시골 주택을 뒤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시골 사람은 의심이 많았다. 갑자기 궁핍해진 부자도 마찬가지 였다. 초인종을 누르고 부탁을 한다고 해서 집구경을 시켜줄리 만무했다. 정재 그럴리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는 현관문도 넘어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안으로 들어갈 것인가? 장사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는게 최선이었다. 그는 전화 수리공이 될 수도 있었고, 배관 수리공이 될 수도 있었고, 가스 검침원이 될 수도 있었다. 심지어 성직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 지점부터 전체적인 계획이 좀 더 구체적인 단계로 접어들이 시작하였다. 보기스 씨는 다음과 같은 글이 새겨진 명함을 대량 주문했다. 목사, 시럴 워닝턴 보기스, 희귀가구 보존협회 회장,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협력단체

보기스 씨는 그때부터 협회를 너무 아끼기 때문에 휴일이면 영국의 시골 가정에 감추어진 보물 목록을 정리하며 여행을 다니는 선량한 늙은 목사가 되었다.

이런 사람을 도데체 누가 내쫒을 것인가? 아무도 쫒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그래서 정말로 원하는 뭔가가 눈에 띄면, 그때부터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야 수도 없이 꿰고 있었다. 이 구상이 멋지게 들어맞는 바람에 보기스 씨 자신도 좀 놀랐다. 웬만한 집에서는 그를 따뜻하게 환대햇다. 처음에는 보기스 씨 자신이 쑥스러울 지경이었다. 콜드 파이 한 조각, 포트 와인 한 잔, 차 한 잔, 자두 한 바구니, 심지어 가족 모두가 둘러앉은 일요일 저녁식시... 사람들은 늘 이런 것을 함께 하자고 권했다. 물로 시간이 흐르면서 약간 언잖은 순간도 있었고, 불쾌한 사건도 많았다. 하지만 9년이면 일요일이 사백번이 넘었다. 그동안 방문한 집 숫자는 엄청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일은 재미있고, 자극적이고, 돈이 많이 남는 사업이었다. 이제 또 한번의 일요일을 맞아 보기스 씨는 버킹엄셔 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지도의 가장 북쪽에 있는 사각형들 가운데 한 곳으로, 옥스퍼드에서 15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보기스 씨는 언덕을 내려와 첫 번째 집, 황폐한 앤 여왕 시대 건물로 향하면서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문에서 백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나머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거래가 끝나기 전에 그의 차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늙은 목사와 커다란 스테이션 웨건은 어쩐일인지 천혀 어울리지가 않았다. 게다가 이렇게 잠깐이라도 걷다 보면 집을 바깥에서 부터 꼼꼼히 살필수도 있었고, 그 집에 적절해보이는 분위기를 꾸밀 수도 있었다. 보기스 씨는 자동차 진입로를 따라 활달하게 걸었다.

그는 작은 몸집에 다리는 퉁퉁하고 배는 불룩 튀어나온 사람이었다. 얼굴은 발그레하고 동글동글했다. 목사역에는 딱 맞는 얼굴이었다. 발그레한 얼굴로부터 툴 튀어나온 커다란 갈색눈은 상냥하면서도 약간 우둔해 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그는 검은 양복을 입고 목에 소박하고 편안한 인상을 줬다. 그는 현관문에 다가가 초인종을 눌었다.

안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그의 앞에, 아니 그의 위에 승마복을 입은 거대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서 담배연기가 피러오르고 있었음에도 여자에게서는 마굿간과 말똥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