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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1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안녕하세요.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고 있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네,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벌써 한 스물 다섯 번째 에피소드를 접어들고 있는데요, 새로운 책을 선책하기 위해서 서가를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되면, 뭐랄까 예전보다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그런 기분입니다. 예전에 한 책은 웬만하면 좀 빼고, 한 작가도 빼고 그러고 또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책들은 좀 읽기에 어려우니까 그것도 빼고, 또 뭐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런저런 작품들을 제외하다 보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전 최근에 희곡들을 좀 읽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뭐 소포클레스라던가, 체홉이라던가 이런 작가들의... 유진 오닐이라던가, 이런 작가들의 희곡을 읽는데 사실 희곡... 좋은 희곡들 읽으면 좋은데 그걸 제가 여기서 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읽으면 연기를 해야되니까요. 그래서 여자도 나오고 남자도 나오고 할아버지도 나오고 이러는데.. 제가 연극배우도 아니고 이래서..또 희곡또 빼야되고 그러다 보면 점점 이 책들이 줄어들게 되는데요. 그래도 언제나 읽을 책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좀 생각지도 않은.. 다른 책들을 원래 몇 개를 후보로 생각하고 들춰보고 있었는데, 그냥 바닥에 앉아서 뭘 좀 찾다가 '어? 이 책이 있었네? '하고 딱 집어들었는데.. 이 로알드 달입니다. 이 로알드 달은 아마 많이들 들어는 보셨을 것 같아요. 읽은 분들도 꽤 계실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보다는 이 서구에서 훨씬더 유명하죠. 얼마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 팀 버튼이 만들었나요? 그 영화 덕분에 많은 분들이 로알드 달에 대해서 알게 되신 분도 계실 것 같아요. 로알드 달의 원작이죠. 네, 이분은 아주 왕성한 생산력을 가진 작가였습니다.

원래는 영국에서 태어나셨죠. 사우스 웨일즈에서 태어나셨고요, 1916 년 생입니다. 부모는 노르웨이에서 이민을 오신 그런 분들이었는데요. 상상력도 대단했지만 이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도 상당히 탁월합니다. 나중에 다 읽고 나서 그 얘기를 요약해보면 별개 없어요.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로알드 달의 소설을 읽고 '와 이거 너무 재밌는 이야기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가서 그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실 겁니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놀라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별거 아닌 이야긴데요 이거를 로알드 달은 이리끌고 저리끌고 하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다닙니다. 그래서 그게 뭐 이야기 꾼의 재능이고, 뭐 그렇죠. 그리고 혹자는 소설의 핵심은 바로 그 우회에 있다.. 이렇게들 하죠. 이야기가 직선으로 시작 지점에서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소설은 바로 갈수도 있는 길을 우회해서 갈 수도 있는 것이고, 바로 우회야 말로 소설의 본질이며 육체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죠. 그래서 그런 얘기들 우리가 많이 하게되는데 그 가끔 제가 저희 문단의 선배들이나 이런 다른 작가들을 만나게 되면, 네.. 이야기들을 아주 잘 하시죠. 별거 아니예요. 뭐 어디가서 가벼운 봉변을 당했다 뭐 이런 얘긴데, 이 얘기를 가지고 한시간 두시간 씩, 그래서 이렇게 되고 저렇게 되고 ..누가 나가고.. 뭐 이런 얘기를 하면서 끌고다니는 분들이 저의 선배이자 동료 작가들입니다. 오늘 로알드 달은 [맛]이라는 소설집을 제가 골랐는데요.

이 [맛]이라는 소설집은 우리나라에서는 강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단편집입니다. 이분은 장편도 많이 쓰셨어요. 그런데 단편에서도 역시 탁월한 재능을 보이셨습니다. 이분의 이력중에서 좀 특이한 것은 비행기 조종사였다는 겁니다. 영국공군으로 일을 하셨는데요. 2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습니다. 이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들이 몇 있는데요. 이야기 꾼이고. 여러분 아실 겁니다. 생 텍 쥐베리,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그러고는 사라졌죠. 이분은 [어린 왕자]를 쓰셨고요. 또 로맹 가리가 생각이 납니다. 로맹 가리 역시 그 공군이었죠. 그래서 비행기도 조종을 했는데요. 이분도 역시 또 이야긴 꾼이었죠. 그런거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하늘을 그렇게 날아다니고 있노라면 우리가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 생각나지 않는 어떤 것을들 생각하게 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좀 하게 됩니다. 그 좀 이상한 공간이잖아요. 비행기라는 곳은 너무 좁고, 하늘이라는 곳은 너무 넓고..그런 어떤 놀라운 비대칭의 세계가 있습니다. 자 오늘 로알드 달의 [맛]은요 다 재밌습니다. 이 단편집에 있는 소설들을 하나하나 보다보면 다 좀 웃기고 그런데, 제가 로알드 달에 대해서 갖고있는 인상은 이분은 '되게 짓궂은 사람일 것이다' 라는 거예요. 사람들의 어떤 뭐랄까.. 어리석은 면, 약점, 이런 것들을 좀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탐욕이라든가요. 뭐 이런 것들을.. 악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그것을 미워할 수 만은 없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나고나 할까요? 좋은 이야기들이 언제가 그렇듯이요. 그래서 특이한 매력을 가진 단편들인데, 오늘은 그 첫 번째 단편입니다. [목사의 기쁨]이라는 단편인데, 그런 어떤 '짓궂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그런 단편입니다. 이걸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목사의 기쁨

보기스 씨는 차창을 열고 창턱에 팔꿈치를 기댄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시골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름이 다가오는 조짐과 다시 만나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가. 특히 앵초, 그리고 산사나무. 산사나무는 산울타리를 따라 하얀색, 분홍색, 빨간색 꽃망울을 터뜨렸고 앵토는 그 밑에 덤불을 이루며 자라고 이썽ㅆ다. 실로 아름다웠다. 보기스 씨는 한 손을 운전대에서 떼어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금 브릴힐 정상에 올라가면 멋지겠군.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1 킬로미터 쯤 앞에 브릴힐이 보였다. "저기 정상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집들이 브릴 마을이겠군.

좋았어. 그의 일요일 사업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덕 꼭대기에서 시작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보기스 씨는 정상을 향해 차를 몰고 가다가 바로 못미친 곳에서 차를 멈추었다. 마을 외곽이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아래로 들찬이 거대한 녹색 양탄자 처럼 평쳐져 있었다. 시야가 몇 킬로미터나 트여있었다. 완벽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수첩과 연필을 꺼낸다음 차 뒤에 기대어 숙련된 눈으로 들판의 풍경을 천천히 따라가 보았다. 오른쪽 밭 뒤쪽에 중간 크기의 농가가 보였다. 도로와 농가는 좁은 길로 이어져 있었다. 그 농가 너머에 큼지막한 농가가 또 한 채 있었다. 커다란 떡갈 나무들에 둘러싸인, 앤 여왕시대 건물로 보이는 집도 한 채 서 있었다. 왼쪽으로 더 가면 그럴듯한 농장이 둘 있었다. 따라서 모두 다섯이었다. 그쪽으로는 그 정도였다. 보기스 씨는 아래로 내려가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수첩에 각 농가의 위치를 대충 그려 두었다. 이어 차를 타고 마을을 통과하여 정상 건너편으로 갔다. 그곳에서 여걱새의 후보를 더 관찰했다. 농장 주택 다섯채와 크고 하얀 조지 왕조시대 주택 한 채였다. 그는 쌍안경으로 조지 왕조시대 주택을 살펴보았다. 깨끗하고 기름기가 흐르는 집이었다. 정원도 말쑥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는 그 집은 즉시 후보에서 빼버렸다. 기름기 흐르는 집은 가 보았자 소용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이 이 사각형, 이 구역에는 모두 열개의 후보가 있는 셈이다. "열이면 좋은 숫자지.

보기스 씨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후에 느긋하게 처리하기에 적당한 숫자야.

지금이 몇 시지? 열두시로군. 시작하기 전에 선술집에 들어가 맥주나 한 파인트 마시면 좋겠구먼. 그러나 술집은 일요일에는 한시나 되어야 문을 열었다.


Episode 25 - 로알드 달 “맛” - Part 1 Episode 25 - Roald Dahl "Flavors" - Part 1 Эпизод 25 - Роальд Даль "Вкус" - часть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안녕하세요.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고 있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네,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벌써 한 스물 다섯 번째 에피소드를 접어들고 있는데요, 새로운 책을 선책하기 위해서 서가를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되면, 뭐랄까 예전보다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그런 기분입니다. 예전에 한 책은 웬만하면 좀 빼고, 한 작가도 빼고 그러고 또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책들은 좀 읽기에 어려우니까 그것도 빼고, 또 뭐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런저런 작품들을 제외하다 보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죠. 그래서 전 최근에 희곡들을 좀 읽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뭐 소포클레스라던가, 체홉이라던가 이런 작가들의... 유진 오닐이라던가, 이런 작가들의 희곡을 읽는데 사실 희곡... 좋은 희곡들 읽으면 좋은데 그걸 제가 여기서 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읽으면 연기를 해야되니까요. 그래서 여자도 나오고 남자도 나오고 할아버지도 나오고 이러는데.. 제가 연극배우도 아니고 이래서..또 희곡또 빼야되고 그러다 보면 점점 이 책들이 줄어들게 되는데요. 그래도 언제나 읽을 책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좀 생각지도 않은.. 다른 책들을 원래 몇 개를 후보로 생각하고 들춰보고 있었는데, 그냥 바닥에 앉아서 뭘 좀 찾다가 '어? 이 책이 있었네? '하고 딱 집어들었는데.. 이 로알드 달입니다. 이 로알드 달은 아마 많이들 들어는 보셨을 것 같아요. 읽은 분들도 꽤 계실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 보다는 이 서구에서 훨씬더 유명하죠. 얼마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 팀 버튼이 만들었나요? 그 영화 덕분에 많은 분들이 로알드 달에 대해서 알게 되신 분도 계실 것 같아요. 로알드 달의 원작이죠. 네, 이분은 아주 왕성한 생산력을 가진 작가였습니다.

원래는 영국에서 태어나셨죠. 사우스 웨일즈에서 태어나셨고요, 1916 년 생입니다. 부모는 노르웨이에서 이민을 오신 그런 분들이었는데요. 상상력도 대단했지만 이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도 상당히 탁월합니다. 나중에 다 읽고 나서 그 얘기를 요약해보면 별개 없어요.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로알드 달의 소설을 읽고 '와 이거 너무 재밌는 이야기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가서 그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실 겁니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놀라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별거 아닌 이야긴데요 이거를 로알드 달은 이리끌고 저리끌고 하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다닙니다. 그래서 그게 뭐 이야기 꾼의 재능이고, 뭐 그렇죠. 그리고 혹자는 소설의 핵심은 바로 그 우회에 있다.. 이렇게들 하죠. 이야기가 직선으로 시작 지점에서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소설은 바로 갈수도 있는 길을 우회해서 갈 수도 있는 것이고, 바로 우회야 말로 소설의 본질이며 육체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죠. 그래서 그런 얘기들 우리가 많이 하게되는데 그 가끔 제가 저희 문단의 선배들이나 이런 다른 작가들을 만나게 되면, 네.. 이야기들을 아주 잘 하시죠. 별거 아니예요. 뭐 어디가서 가벼운 봉변을 당했다 뭐 이런 얘긴데, 이 얘기를 가지고 한시간 두시간 씩, 그래서 이렇게 되고 저렇게 되고 ..누가 나가고.. 뭐 이런 얘기를 하면서 끌고다니는 분들이 저의 선배이자 동료 작가들입니다. 오늘 로알드 달은 [맛]이라는 소설집을 제가 골랐는데요.

이 [맛]이라는 소설집은 우리나라에서는 강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단편집입니다. 이분은 장편도 많이 쓰셨어요. 그런데 단편에서도 역시 탁월한 재능을 보이셨습니다. 이분의 이력중에서 좀 특이한 것은 비행기 조종사였다는 겁니다. 영국공군으로 일을 하셨는데요. 2차 세계대전 때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습니다. 이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들이 몇 있는데요. 이야기 꾼이고. 여러분 아실 겁니다. 생 텍 쥐베리,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그러고는 사라졌죠. 이분은 [어린 왕자]를 쓰셨고요. 또 로맹 가리가 생각이 납니다. 로맹 가리 역시 그 공군이었죠. 그래서 비행기도 조종을 했는데요. 이분도 역시 또 이야긴 꾼이었죠. 그런거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하늘을 그렇게 날아다니고 있노라면 우리가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 생각나지 않는 어떤 것을들 생각하게 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좀 하게 됩니다. 그 좀 이상한 공간이잖아요. 비행기라는 곳은 너무 좁고, 하늘이라는 곳은 너무 넓고..그런 어떤 놀라운 비대칭의 세계가 있습니다. 자 오늘 로알드 달의 [맛]은요 다 재밌습니다. 이 단편집에 있는 소설들을 하나하나 보다보면 다 좀 웃기고 그런데, 제가 로알드 달에 대해서 갖고있는 인상은 이분은 '되게 짓궂은 사람일 것이다' 라는 거예요. 사람들의 어떤 뭐랄까.. 어리석은 면, 약점, 이런 것들을 좀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탐욕이라든가요. 뭐 이런 것들을.. 악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그것을 미워할 수 만은 없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나고나 할까요? 좋은 이야기들이 언제가 그렇듯이요. 그래서 특이한 매력을 가진 단편들인데, 오늘은 그 첫 번째 단편입니다. [목사의 기쁨]이라는 단편인데, 그런 어떤 '짓궂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그런 단편입니다. 이걸 먼저 읽어보겠습니다. 목사의 기쁨

보기스 씨는 차창을 열고 창턱에 팔꿈치를 기댄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시골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름이 다가오는 조짐과 다시 만나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가. 특히 앵초, 그리고 산사나무. 산사나무는 산울타리를 따라 하얀색, 분홍색, 빨간색 꽃망울을 터뜨렸고 앵토는 그 밑에 덤불을 이루며 자라고 이썽ㅆ다. 실로 아름다웠다. 보기스 씨는 한 손을 운전대에서 떼어내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지금 브릴힐 정상에 올라가면 멋지겠군.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1 킬로미터 쯤 앞에 브릴힐이 보였다. "저기 정상에 있는 나무들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집들이 브릴 마을이겠군.

좋았어. 그의 일요일 사업이 이렇게 아름다운 언덕 꼭대기에서 시작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보기스 씨는 정상을 향해 차를 몰고 가다가 바로 못미친 곳에서 차를 멈추었다. 마을 외곽이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아래로 들찬이 거대한 녹색 양탄자 처럼 평쳐져 있었다. 시야가 몇 킬로미터나 트여있었다. 완벽했다. 그는 호주머니에서 수첩과 연필을 꺼낸다음 차 뒤에 기대어 숙련된 눈으로 들판의 풍경을 천천히 따라가 보았다. 오른쪽 밭 뒤쪽에 중간 크기의 농가가 보였다. 도로와 농가는 좁은 길로 이어져 있었다. 그 농가 너머에 큼지막한 농가가 또 한 채 있었다. 커다란 떡갈 나무들에 둘러싸인, 앤 여왕시대 건물로 보이는 집도 한 채 서 있었다. 왼쪽으로 더 가면 그럴듯한 농장이 둘 있었다. 따라서 모두 다섯이었다. 그쪽으로는 그 정도였다. 보기스 씨는 아래로 내려가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수첩에 각 농가의 위치를 대충 그려 두었다. 이어 차를 타고 마을을 통과하여 정상 건너편으로 갔다. 그곳에서 여걱새의 후보를 더 관찰했다. 농장 주택 다섯채와 크고 하얀 조지 왕조시대 주택 한 채였다. 그는 쌍안경으로 조지 왕조시대 주택을 살펴보았다. 깨끗하고 기름기가 흐르는 집이었다. 정원도 말쑥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는 그 집은 즉시 후보에서 빼버렸다. 기름기 흐르는 집은 가 보았자 소용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이 이 사각형, 이 구역에는 모두 열개의 후보가 있는 셈이다. "열이면 좋은 숫자지.

보기스 씨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후에 느긋하게 처리하기에 적당한 숫자야.

지금이 몇 시지? 열두시로군. 시작하기 전에 선술집에 들어가 맥주나 한 파인트 마시면 좋겠구먼. 그러나 술집은 일요일에는 한시나 되어야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