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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4 - 김영하 “검은 꽃" - Part 2

Episode 24 - 김영하 “검은 꽃" - Part 2

그런 새벽이면 생기에도 가슴이 벌떡벌떡 뛰어 그는 잠든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갑판으로 나가 찬 바닷바람이라도 쐬어야 했다. 일포드 호는 작은 섬처럼 한구에 붙박여 있었다. 도데체 얼마나 가야 그 따뜻한 나라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물경 반년은 가야 한다는 이도 있었고, 늦어도 열흘이면 당도하리라는 이도 있었다. 가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그런 혼란은 당연했다. 모두들 막연한 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뱃전에 기대러 서서 소년은 참나무 난간에 김이정이라는 세 글자를 주머니에 들어있던 끌로 새겨나갔다. 그는 제물포, 바로 이 부두에서 그 이름 석자를 얻었다. 기골이 장대하고 팔뚝에 기름한 상처가 있는 남자였다.

"네 성씨가 무어냐?" 그는 머뭇거렸다. 다 알겠다는 듯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사람들이 장쇠라 부른다고 소년은 말했다. 부모는 어디게 갔는냐고 그가 또 물어왔다. 소년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임오년의 군란이었는지 아니면 동학의 난이었는지 모르나 아비는 그중 하나에 휩쓸려 죽었다고 했고, 어미는 아비가 죽가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그는 성도 받지 못한 채 보부상에게 덜미를 채여 자라났다. 보부상은 그에게 장쇠라는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서울에 다다랐을 때, 소년은 보부상이 잠든 틈을 타 달아났다.

"멕시코는 어떤 땅입니까?" 종로의 황성기독교학생회에서 였다. 검은 수염이 목울대를 가린 미국인 선교사가 말했다.

"멕시코는 멀다. 아주 멀다." 소년은 눈을 가늘게 뜬다.

"그럼 어디에서 가깝습니까?" 선교사는 웃는다.

"미국 바로 아래다. 그리고 아주 덥다. 그런데 멕시코에 대해서 왜 묻지?" 소년은 황성신문의 광고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자를 모르는 선교사는 신문 광고를 읽을 수가 없었다. 대신 옆에 서 있던 젊은 조선인이 광고에 대하여 영어로 설명하여준다. 그제야 선교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소년은 묻는다.

"만약 내가 당신 자식이라면 가라고 하겠습니까?" 선교사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자 그는 다시 똑같이 물었다. 선교사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당신이 나라면 가겠습니까?" 선교사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학교에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남달리 이해력이 좋은 영민한 아이였다. 고아로 자라났으나 주눅들지 않았고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 중에서도 단연 도드라졌다.

수염 난 선교사는 커피와 머핀을 주었다. 소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를 데리고 전국을 주유하던 보부상은 그렇게 가르쳤다.

'누가 먹을 것을 주거든 백을 세고 먹어라. 그리고 누가 네가 가진 것을 사려고 하거든 네 머릿속에 떠오른 값의 두 배를 말하라. 그러면 누구도 너를 멸시하지 않는다.' 소년은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그럴 일이 별로 없었다. 먹을 것을 주는 이도 없었고 가진 것을 사겠다는 자도 없었다. 선교사가 눈을 크게 떴다.

"배고프지 않으냐?" 소년의 입이 달싹거렸다. 여든 둘, 여든 셋, 여든 넷... 더이상은 무리였다. 소년은 향극한 건포도 머핀을 집어들고 입안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머핀과 커피를 다 먹어치우자 선교사는 그를 책이 많은 방으로 데리고 가 세계지도를 보여주었다. 주린 배의 모양을 닮은 나라가 있었다. 멕시코였다. 선교사는 물었다.

"정말 가고싶으냐? 학교에 다닌 지 석 달 밖에 안 됐는데, 더 배우고 가는게 어떠냐?" 소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답니다. 저처럼 부모가 없는 소년들을 환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선교사는 그의 뜻이 굳음을 알았다. 그는 소년에게 영어로 된 성경책을 주었다.

"언젠가는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멕시코에서 돈을 별면 미국으로 가거라. 주님께서 널 인도해주실 것이다." 그리고 소년을 포옹했다. 소년도 선교사를 굳게 껴안았다. 그의 수염이 소년의 목덜미를 스쳤다.

소년은 제물포에 가서 긴 줄의 끄트머리에 섰다. 기골이 장대한 사내를 그 줄에서 만났다. 그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람은 이름이 있어야 한다. 장쇠 같은 아명은 잊어라. 성은 김가로 하고 이름은 이정으로 해라. 두 이자에 바를 정자다. 그게 쓰기가 쉽다." 중이 줄어드는 동안에 그가 한자로 이름을 써 보였다. 모두 7 획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조장윤이라 했다. 대한제국 신식군대의 공병하사였던 그는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군복을 벗었다. 그와 같은 처지가 적지 않았다. 함께 각반을 차고 신식 장총으로 러시아 고문단에게 훈련을 받던 이들 중 200여 명이 제물포로 몰려들었다. 그들만으로도 족히 하나의 대대를 창설할 수 있을 정도였다. 부쳐먹을 땅도 없고 뒤를 봐줄 친척도 없는 자들이었다.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하게 군대가 필요했던 허약한 제국, 그러나 제국의 곳간에는 그들을 먹여살릴 쌀이 없었다. 무엇보다 일본측이 군비 삭감과 병력 감축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변방의 군인들은 병영을 떠나 흘러다녔다. 그들 중 상당수가 훅날 일본군의 배후를 교란하게 되겠으나, 1905 년 2 월의 제대병들은 황성김누에 난 대륙식민회사의 광고를 보고 앞다투어 제물포로 달려왔다. 그들은 먼 일터와 돈와 따뜻한 밥이 기다리고 있다는 멕시코로 떠나기를 갈망했다. 조장윤도 그중의 하나였다. 황해도의 포수였던 아비는 중국으로 떠난 뒤 종적이 묘연했다. 상하이에서 중국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사는 것은 보았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하이로 가지 않았다. 대신 사시사철 태양이 뜨겁다는 멕시코를 선택했다. 어디는 어떠랴. 게다가 군대 봉급의 수십 배를 준다지 않는가. 주저할 것이 없었다. 고생이야 어디 군대만 하겠는가.

소년은 다시 바다로 시선을 던진다. 부리가 검은 갈매기 게 마리가 소년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누군가는 멕시코에 금이 있다고 했다. 누런 금이 쏟아져나와 벼락부자가 된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니다, 거기는 미국이다, 라고 또 어떤 이가 주장하였지만 그것도 확실치는 않았다. 고년은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김이정. 나는 김이정이다. 먼 나라로 간다. 그리고 어른 김이정이 되어 돌아온다. 이름과 돈을 갖고 돌아와 당을 사고 거기에 벼를 심는 것이다. 땅을 가진 자는 존경을 받는다. 그것이 소년이 길에서 배운 단순한 진실이었다. 멕시코의 땅이어서는 안 된다. 조선의 땅, 그것도 논이어야 한다. 소년의 마음속에 또다른 생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그것은 미국이라는 또다른 미지의 나라를 향한 것이었다.

갈매기들이 해수면 위에서 춤을 추득 너울거린다. 재빠른 몇 놈은 제법 큼직한 물고리를 입에 물고 날아간다. 갈매기의 날개가 붉은 빛으로 물든다. 어느새 낙조였다. 소년은 배 밑창의 선실로 내려가 다시 구석에 처박힌다. 어린아이 울음소리 사이로 굵고 낮은 남자들의 음성이 들려온다. 앞날을 알지 못하는 사내들의 목소리엔 찰기가 없다. 말들은 뱃머리에 부딪혀오는 물거품처럼 흩어져버리고 어떤 의논을 형성하지 못한다. 소년은 눈을 감는다. 그의 소망은 아침밥이 나올 때까지 깨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다음날 존 G. 마이어스는 갑판 위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네덜란드 억양이 강한 영어로 말했다. 키가 작고 눈매가 처진 젊은 남자 하나가 통역을 맞았다.

"출항이 연기되었다. 주한 영국 공사 고든 경께서 이 일포드 호의 출항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 배는 영국 영토이기 때문에 고든 경의 허가를 받아야만 출항이 가능하다. 수두에 걸린 어린아이는 격리시켰으나 추가 발병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곳에서 이 주 동안 정박하라는 명령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멕시코에만 가면 멋진 집과 뜨거운 밥이 기다리고 있다. " 통역을 마친 권용준은 존 마이어스와 함께 부두로 건너갔다. 남은 사람들이 모여 투덜거렸다.

"여권인가 뭔가가 있어야 되네 어쩌네 하면서 부산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는데, 다시 이 주라니. 이러다가 올해 안에 가기는 다 틀렸군." 낮은 초가지붕이 줄줄이 이어진 당진읍 어귀의 한 마을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장죽을 문 촌으로부터 곳물을 훌쩍거리는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아마도 마을의 다리 성한 사람들은 모두 모인선싶었다. 그들은 모두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령이 삼백년은 넘었다는 당목에는 붉은색, 푸른색 천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해마다 마을에 서 상을 차려놓고 제사를 올리는 나무였다. 아이가 없거나 남편이 멀리 떠나 있는 여자들도 이곳에 제물을 바쳤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건, 마치 열매처럼 매달려 있는 여자의 시체였다. 흰 저고리 아래로 푸른 치마가 바람에 너풀거렸다. 발 아래 딸바닥에는 그녀의 머리에서 빠진 듯한 비녀가 뒹굴고 있었다. 가지 위로 올라간 남자들이 칼로 광목 줄을 베어내자 시체가 떨어졌다. 마른 먼지가 일었다. 젊은 여자들이 달려가 여자의 목에 감긴 천을 풀어내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나무에서 내려온 남자들은 손을 털며 시체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마침내 여자의 목에서 천이 풀어졌다 .누군가 몇 발가국 걸어가 천을 불에 던졌다.

가마니가 날라져오고 여자의 주검이 그 위에 뉘어졌다. 남자들이 익숙한 동작으로 가마니를 묶었다. 목, 허리, 발목쯤으로 짐작되는 곳을 짚새기로 단단히 붂은 후 소달구지에 실었다. 이럇, 소는 제가 싣고 가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걸어갔다.


Episode 24 - 김영하 “검은 꽃" - Part 2 Episode 24 - Youngha Kim "Black Flower" - Part 2

그런 새벽이면 생기에도 가슴이 벌떡벌떡 뛰어 그는 잠든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갑판으로 나가 찬 바닷바람이라도 쐬어야 했다. At dawn like that, his heart jumped in his life, and he had to wander among the sleeping people and go out to the deck to get a cold sea breeze. 일포드 호는 작은 섬처럼 한구에 붙박여 있었다. The Ilford Lake was attached to the Hangu like a small island. 도데체 얼마나 가야 그 따뜻한 나라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How long does it take to reach that warm country? 누구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물경 반년은 가야 한다는 이도 있었고, 늦어도 열흘이면 당도하리라는 이도 있었다. Some said they had to go for half a year, and others said they would arrive in 10 days at the latest. 가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므로 그런 혼란은 당연했다. No one has been there, so the confusion was natural. 모두들 막연한 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Everyone was moving back and forth like a pendulum between vague expectations and anxiety.

뱃전에 기대러 서서 소년은 참나무 난간에 김이정이라는 세 글자를 주머니에 들어있던 끌로 새겨나갔다. Leaning on the boat, the boy engraved the three letters Kim I-jung on an oak railing with a chisel in his pocket. 그는  제물포, 바로 이 부두에서 그 이름 석자를 얻었다. He got his name at Jemulpo, this very pier. 기골이 장대하고 팔뚝에 기름한 상처가 있는 남자였다. He was a man with a large body and an oily wound on his forearm.

"네 성씨가 무어냐?" 그는 머뭇거렸다. 다 알겠다는 듯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사람들이 장쇠라 부른다고 소년은 말했다. 부모는 어디게 갔는냐고 그가 또 물어왔다. 소년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임오년의 군란이었는지 아니면 동학의 난이었는지 모르나 아비는 그중 하나에 휩쓸려 죽었다고 했고, 어미는 아비가 죽가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I don't know if it was the war of 5 years or the war of Donghak, but the father said that he died by being swept away by one of them, and the mother left after his father died. 그는 성도 받지 못한 채 보부상에게 덜미를 채여 자라났다. He grew up under the guise of a treasure trove without receiving a saint. 보부상은 그에게 장쇠라는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Bobusang gave him nothing but the name'Jangsoe'. 서울에 다다랐을 때, 소년은 보부상이 잠든 틈을 타 달아났다.

"멕시코는 어떤 땅입니까?" "What kind of land is Mexico?" 종로의 황성기독교학생회에서 였다. It was at the Hwangseong Christian Student Association in Jongno. 검은 수염이 목울대를 가린 미국인 선교사가 말했다. An American missionary with a black beard covered his neck said.

"멕시코는 멀다. 아주 멀다." 소년은 눈을 가늘게 뜬다. The boy narrows his eyes.

"그럼 어디에서 가깝습니까?" 선교사는 웃는다.

"미국 바로 아래다. "It's just below America. 그리고 아주 덥다. And it is very hot. 그런데 멕시코에 대해서 왜 묻지?" 소년은 황성신문의 광고를 보여주었다. The boy showed an advertisement for Hwangseong Shinmun. 그러나 한자를 모르는 선교사는 신문 광고를 읽을 수가 없었다. However, a missionary who did not know Chinese characters could not read the newspaper advertisement. 대신 옆에 서 있던 젊은 조선인이 광고에 대하여 영어로 설명하여준다. Instead, a young Korean, standing next to him, explains the advertisement in English. 그제야 선교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Only then the missionary nodded. 소년은 묻는다.

"만약 내가 당신 자식이라면 가라고 하겠습니까?" "If I was your child, would you say go?" 선교사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자 그는 다시 똑같이 물었다. When the missionary didn't understand it at once, he asked the same question again. 선교사는 심각한 얼굴이 되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The missionary became a serious face and shook his head slowly.

"그런 당신이 나라면 가겠습니까?" "If you were me, would you go?" 선교사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The missionary was seriously contemplated. 학교에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남달리 이해력이 좋은 영민한 아이였다. 고아로 자라났으나 주눅들지 않았고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 중에서도 단연 도드라졌다. Although he was raised as an orphan, he was not weak, and he stood out among the students in similar circumstances.

수염 난 선교사는 커피와 머핀을 주었다. The bearded missionary gave me coffee and muffins. 소년은 침을 꿀꺽 삼켰다. The boy swallowed. 그를 데리고 전국을 주유하던 보부상은 그렇게 가르쳤다. Bobu-sang, who took him around the country, taught that way.

'누가 먹을 것을 주거든 백을 세고 먹어라. 'If someone gives you something to eat, count the hundred and eat. 그리고 누가 네가 가진 것을 사려고 하거든 네 머릿속에 떠오른 값의 두 배를 말하라. 그러면 누구도 너를 멸시하지 않는다.' Then no one despises you.' 소년은 그렇게 하려고 했지만 그럴 일이 별로 없었다. The boy tried to do that, but it didn't happen much. 먹을 것을 주는 이도 없었고 가진 것을 사겠다는 자도 없었다. No one gave anything to eat, and no one would buy what he had. 선교사가 눈을 크게 떴다.

"배고프지 않으냐?" 소년의 입이 달싹거렸다. 여든 둘, 여든 셋, 여든 넷... 더이상은 무리였다. Eighty-two, eighty-three, eighty-four... It was impossible anymore. 소년은 향극한 건포도 머핀을 집어들고 입안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The boy picked up a fragrant raisin muffin and started shoving it in his mouth. 머핀과 커피를 다 먹어치우자 선교사는 그를 책이 많은 방으로 데리고 가 세계지도를 보여주었다. When he had finished his muffins and coffee, the missionary took him to a room full of books and showed him a map of the world. 주린 배의 모양을 닮은 나라가 있었다. There was a country that resembled a hungry boat. 멕시코였다. 선교사는 물었다. The missionary asked.

"정말 가고싶으냐? "Do you really want to go? 학교에 다닌 지 석 달 밖에 안 됐는데, 더 배우고 가는게 어떠냐?" I've only been in school for three months, so why don't you learn more?" 소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The boy shook his head.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답니다. 저처럼 부모가 없는 소년들을 환영한다고 들었습니다." I was told that they welcome boys without parents like me." 선교사는 그의 뜻이 굳음을 알았다. The missionary knew that his will was firm. 그는 소년에게 영어로 된 성경책을 주었다.

"언젠가는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Someday it will be readable. 멕시코에서 돈을 별면 미국으로 가거라. 주님께서 널 인도해주실 것이다." The Lord will guide you." 그리고 소년을 포옹했다. And hugged the boy. 소년도 선교사를 굳게 껴안았다. 그의 수염이 소년의 목덜미를 스쳤다. His beard rubbed against the boy's neck.

소년은 제물포에 가서 긴 줄의 끄트머리에 섰다. The boy went to Chemulpo and stood at the end of the long line. 기골이 장대한 사내를 그 줄에서 만났다. I met a man with a magnificent spirit in that line. 그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He stroked the boy's head.

"사람은 이름이 있어야 한다. 장쇠 같은 아명은 잊어라. Forget about a friend like a spear. 성은 김가로 하고 이름은 이정으로 해라. The last name should be Kim Ga and the first name Lee Jung. 두 이자에 바를 정자다. It is a pavilion for two interests. 그게 쓰기가 쉽다." That's easy to write." 중이 줄어드는 동안에 그가 한자로 이름을 써 보였다. While the weight was shrinking, he tried to write the name in Chinese characters. 모두 7 획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조장윤이라 했다. The man's name was Jangyoon Jo. 대한제국 신식군대의 공병하사였던 그는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군복을 벗었다. As a sergeant of the Korean Empire's new army, he took off his military uniform when the Russo-Japanese War broke out. 그와 같은 처지가 적지 않았다. There was not a lot of such situation. 함께 각반을 차고 신식 장총으로 러시아 고문단에게 훈련을 받던 이들 중 200여 명이 제물포로 몰려들었다. More than 200 of those who were wearing leggings and training by Russian advisors with new rifles flocked to Chemulpo. 그들만으로도 족히 하나의 대대를 창설할 수 있을 정도였다. They alone were enough to create one battalion. 부쳐먹을 땅도 없고 뒤를 봐줄 친척도 없는 자들이었다. They had no land to eat and no relatives to look after.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하게 군대가 필요했던 허약한 제국, 그러나 제국의 곳간에는 그들을 먹여살릴 쌀이 없었다. 무엇보다 일본측이 군비 삭감과 병력 감축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Above all, the Japanese side has strongly demanded cuts in armament and troops. 변방의 군인들은 병영을 떠나 흘러다녔다. Soldiers on the margins left the barracks and flowed. 그들 중 상당수가 훅날 일본군의 배후를 교란하게 되겠으나, 1905 년 2 월의 제대병들은 황성김누에 난 대륙식민회사의 광고를 보고 앞다투어 제물포로 달려왔다. 그들은 먼  일터와 돈와 따뜻한 밥이 기다리고 있다는 멕시코로 떠나기를 갈망했다. They longed to leave for Mexico, where they had a distant workplace and money and warm rice await. 조장윤도 그중의 하나였다. Jo Jang-yoon was one of them. 황해도의 포수였던 아비는 중국으로 떠난 뒤  종적이 묘연했다. After leaving for China, Abi, who was a catcher of Hwanghae-do, had a clueless stance. 상하이에서 중국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사는 것은 보았다는 사람이 있었다. Some people said they had seen living in Shanghai with a Chinese woman. 그러나 그는 상하이로 가지 않았다. However, he did not go to Shanghai. 대신 사시사철 태양이 뜨겁다는 멕시코를 선택했다. 어디는 어떠랴. 게다가 군대 봉급의 수십 배를 준다지 않는가. Besides, it gives dozens of times the military salary. 주저할 것이 없었다. There was nothing to hesitate. 고생이야 어디 군대만 하겠는가. It's a hard work, where will only the army be?

소년은 다시 바다로 시선을 던진다. The boy again throws his gaze into the sea. 부리가 검은 갈매기 게 마리가 소년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A seagull crab with a black beak was hovering over the boy's head. 누군가는 멕시코에 금이 있다고 했다. Someone said there was gold in Mexico. 누런 금이 쏟아져나와 벼락부자가 된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It was said that there were many people who said that yellow gold poured out and became thunderbolt. 아니다, 거기는 미국이다, 라고 또 어떤 이가 주장하였지만 그것도 확실치는 않았다. No, it's America, some argued, but that wasn't clear either. 고년은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김이정. 나는 김이정이다. 먼 나라로 간다. 그리고 어른 김이정이 되어 돌아온다. 이름과 돈을 갖고 돌아와 당을 사고 거기에 벼를 심는 것이다. 땅을 가진 자는 존경을 받는다. 그것이 소년이 길에서 배운 단순한 진실이었다. That was the simple truth the boy learned on the road. 멕시코의 땅이어서는 안 된다. 조선의 땅, 그것도 논이어야 한다. 소년의 마음속에 또다른 생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Another thought in the boy's mind carefully lifts his head. 그것은 미국이라는 또다른 미지의 나라를 향한 것이었다.

갈매기들이 해수면 위에서 춤을 추득 너울거린다. Seagulls dance on the sea level. 재빠른 몇 놈은 제법 큼직한 물고리를 입에 물고 날아간다. Some of the quick guys fly away with a fairly large hook of water in their mouth. 갈매기의 날개가 붉은 빛으로 물든다. The seagull's wings turn red. 어느새 낙조였다. 소년은 배 밑창의 선실로 내려가 다시 구석에 처박힌다. The boy goes down to the cabin at the sole of the ship and gets stuck in the corner again. 어린아이 울음소리 사이로 굵고 낮은 남자들의 음성이 들려온다. The voices of thick and low men come through the cry of a child. 앞날을 알지 못하는 사내들의 목소리엔 찰기가 없다. The voices of men who do not know the future have no stickiness. 말들은 뱃머리에 부딪혀오는 물거품처럼 흩어져버리고 어떤 의논을 형성하지 못한다. Horses are scattered like water bubbles hitting the prow and do not form any argument. 소년은 눈을 감는다. 그의 소망은 아침밥이 나올 때까지 깨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His hope was not to wake up until breakfast was served.

다음날 존 G. 마이어스는 갑판 위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네덜란드 억양이 강한 영어로 말했다. Myers gathered people on the deck and spoke in English with a strong Dutch accent. 키가 작고 눈매가 처진 젊은 남자 하나가 통역을 맞았다.

"출항이 연기되었다. 주한 영국 공사 고든 경께서 이 일포드 호의 출항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 배는 영국 영토이기 때문에 고든 경의 허가를 받아야만 출항이 가능하다. Since this ship is British territory, it can only be departed with permission from Sir Gordon. 수두에 걸린 어린아이는 격리시켰으나 추가 발병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곳에서 이 주 동안 정박하라는 명령이다. Children with chickenpox were quarantined, but there may be additional cases, so they are ordered to stay here for two weeks. 조금만 기다려라. wait a moment. 멕시코에만 가면 멋진 집과 뜨거운 밥이 기다리고 있다. " If you only go to Mexico, you will find a wonderful house and hot rice. " 통역을 마친 권용준은 존 마이어스와 함께 부두로 건너갔다. After completing the interpretation, Kwon Yong-joon went over to the pier with John Myers. 남은 사람들이 모여 투덜거렸다. The remaining people gathered and complained.

"여권인가 뭔가가 있어야 되네 어쩌네 하면서 부산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는데, 다시 이 주라니. "I have to have a passport or something. I went to Busan and came back, saying what to do. 이러다가 올해 안에 가기는 다 틀렸군." It’s all wrong to go this year. 낮은 초가지붕이 줄줄이 이어진 당진읍 어귀의 한 마을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People flocked from early morning to a village in the estuary of Dangjin-eup, where low thatched roofs lined up. 장죽을 문 촌으로부터 곳물을 훌쩍거리는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아마도 마을의 다리 성한 사람들은 모두 모인선싶었다. From the village where Jangjuk was opened to small children wandering around, regardless of age or sex, I wanted to gather all the people of the village with good legs. 그들은 모두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They were all looking at a tree. 수령이 삼백년은 넘었다는 당목에는 붉은색, 푸른색 천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Red and blue fabrics were hung on each branch, which is said to be over three hundred years old. 해마다 마을에 서 상을 차려놓고 제사를 올리는 나무였다. It was a tree for offering rituals in villages every year. 아이가 없거나 남편이 멀리 떠나 있는 여자들도 이곳에 제물을 바쳤다. Women who had no children or whose husbands were far away also offered sacrifices here. 사람들은 여전히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건, 마치 열매처럼 매달려 있는 여자의 시체였다. People were still looking at the tree. What they were seeing was a woman's corpse hanging like a fruit. 흰 저고리 아래로 푸른 치마가 바람에 너풀거렸다. A blue skirt fluttered under the white jacket. 발 아래 딸바닥에는 그녀의 머리에서 빠진 듯한 비녀가 뒹굴고 있었다. On the bottom of her daughter was a hairpin that seemed to have fallen from her head. 가지 위로 올라간 남자들이 칼로 광목 줄을 베어내자 시체가 떨어졌다. The corpse fell as the men climbed up the branch and cut off the cotton string with a knife. 마른 먼지가 일었다. Dry dust rose. 젊은 여자들이 달려가 여자의 목에 감긴 천을 풀어내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Young women ran and tried to untie the cloth around her neck, but it was not easy. 나무에서 내려온 남자들은 손을 털며 시체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The men who came down from the tree shook their hands and fell away from their bodies. 마침내 여자의 목에서 천이 풀어졌다 .누군가 몇 발가국 걸어가 천을 불에 던졌다. Finally, the cloth was released from the woman's neck, and someone walked a few steps and threw the cloth into the fire.

가마니가 날라져오고 여자의 주검이 그 위에  뉘어졌다. A bale was carried and the woman's body was laid on it. 남자들이 익숙한 동작으로 가마니를 묶었다. Men tied their bales with familiar movements. 목, 허리, 발목쯤으로 짐작되는 곳을 짚새기로 단단히 붂은 후 소달구지에 실었다. The neck, waist, and ankles were firmly broken down with a straw carving and mounted on a cowdal. 이럇, 소는 제가 싣고 가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걸어갔다. Irene, the cow walked without knowing what I was carry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