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use cookies to help make LingQ better. By visiting the site, you agree to our cookie policy.


image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3 - 프란츠 카프카 2 - Part 3

Episode 23 - 프란츠 카프카 2 - Part 3

그는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아침식사 때 함께 먹으려고 전날 저녁에 챙겨둔 예쁜 사과 하나를 침대 옆 탁자에서 집어 들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유일한 아침식사였다. 그러나 어쨌든 사과를 한입 크게 베어 물자마자, 감시인들의 선심 덕분에 먹을 수도 있었던 그 지저분한 철야 카페의 식사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자신감도 생겨났다. 오늘 오전에는 은행 업무를 못 하게 되었지만, 직장에서의 비교적 높은 지위를 감안한다면 그런 것쯤은 쉽게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그렇게 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상황이라면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경우 그루바흐 부인이나 지금쯤 맞은편 창문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을 건너편의 두 노인을 증인으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K는, 적어도 감시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들이 방으로 몰아넣은 그가 방 안에서 자살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이렇게 혼자 내버려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자신의 입장에서 자살을 할 만한 어떤 이유가 있을지 자문해보았다. 저 두 사람이 옆방에 앉아 그의 아침식사를 가로챘기 때문에? 자살을 감행한다는 것은 워낙 불합리한 짓이어서, 설사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해도 그 불합리성이 자살의 실행을 막았을 것이다. 감시인들의 머리가 그렇게 나쁘지만 않다면, 그들 역시 똑같은 확신에서 그를 혼자 버려두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마음만 먹는다면, 그가 품질 좋은 독주를 보관해둔 벽걸이 장식장으로 가서 아침 대신 작은 잔을 비우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한 잔을 더 마시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잔은, 사실 별로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일의 경우에 신중하게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때 옆방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그는 술잔에 이를 부딪쳤다.

"감독관님이 부르십니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외치는 소리였다. 짧고 토막토막 끊어서 내는 그 군대식 외침은 감시인 프란츠가 낸 소리라고는 도무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지시 자체는 매우 반가웠다.

"때가 되었군요." 그는 소리쳐 응답하고는 벽걸이장식장을 닫고 서둘러 옆방으로 갔다. 그러나 옆방에 서 있던 감시인들은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그를 다시 방 안으로 몰아넣었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요?" 그들이 소리쳤다.

"잠옷차림으로 감독관님 앞에 나서겠다고요? 당신뿐만 아니라 우리까지도 혼쭐이 날 거요!" "무슨 상관이야, 젠장!" 이미 옷장까지 떠밀려온 K가소리쳤다.

"당신들은 잠자리에 있는 사람을 덮쳐놓고 내가 정장차림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는 거요?" "뭐라고 해도 소용없소." 감시인들이 말했다. 그들은 K가 소리칠 때마다 조용하다 못해 슬픈 표정을 지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제정신이 들었다.

"웃기는 격식이군!" K는 이렇게 투덜거렸지만, 이미 의자에서 양복 상의를 집어 들고 마치 감시인들에게 검사를 받으려는 듯 잠시 두 손에 들고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검은색 상의여야 합니다." 그러자 K는 상의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자신도 무슨 뜻으로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아직 정식 공판이 시작된 것도 아니잖소." 감시인들은 빙그레 웃었지만 자신들의 말을 고수했다.

"검은색 상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일이 빨리 진행된다면, 좋소." K는 이렇게 말하고 옷장을 열어 한참 동안 이 옷 저 옷을 들추다가 가장 좋은 검은색 슈트를 골라냈다. 아주 맵시가 좋아 친구들에게 칭찬깨나 들었던 신사복이었다. 셔츠도 다른 것으로 바꿔 조심스럽게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감시인들이 목욕하라고 말하는 걸 잊어버린 덕분에 일을 한결 빨리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그걸 기억해낼까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역시 그런 생각은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 물론 빌렘은 프란츠를 감독관에게 보내 K가 옷을 입고 있다는 보고를 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소송]의 시작하는 부분을 읽어 봤습니다. 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처음 읽는 분들은 몇가지 부분에서 좀 놀라게 됩니다. 일단 상당히 낯설어요. 낯섭니다. 그래서 보면 다른 일반 보통 소설들과 많이 다르고요, 어떤 점에서 다르냐면은 난데 없이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것도 지금봐도 좀 낯선데요, 1920 년대에는 더 낯설었겠죠. 배경설명이라든가 인물을 소개하는 부분없이 바로 이야기가 시작돼버립니다. 그 유명한 소설 [변신] 그레고르 장자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가 한 마리 갑충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시작하죠. 사건을 툭 던지고 시작을 한다는 것 상당히 놀랍습니다. 그것에 비해서 사건의 진전 속도는 대단히 느립니다. 그것도 역시 좀 놀라운 점입니다. [소송]에서는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네, 이 문장은 곱씹어보면 굉장히 이상한 문장입니다.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누구의 생각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요제프 K의 생각같은데요. 아니면 작가의 생각인지 분명치 않아요. 그런데 이 소설에는 이런 진술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도 상당히 유보적입니다. '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오는데요. 나쁜..그는... 뭐 선량한 사람인데.. 작가가 딱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는 무슨 특별한 나쁜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즉,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유보하고 있는 것이죠. 이 첫 문장은 이후의 이 소설이 전개될 모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문체, 방식 이런 것들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쟀거나 느닷없이 사건이 시작되고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변신]과 이 소설의 공통점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차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네, 하여튼 뭐 그건 비슷하지만 하여간.. 근데 뭐 그건 카프카 뿐만 아니라, 아침에 눈을 뜨면서 시작되는 소설들이 의외로 대단히 많습니다. 그게 왜 그런진 잘 모르겠어요. 저도 하나 쓴적 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서 여러가지 이상한 일들에 휘말리게 되는 얘기들...네.. 저도 뭐 한편이 아니고 몇 편 썼군요. 하여간 작가들이 많이 쓰는 패턴의 이야기인데, 다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로 돌아와서 얘기를 해보자면, 사실 전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들을 대체로 희극으로 봅니다. 많은 분들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진지하고 무거운 비극에 가깝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오늘 집어든 판본은 비교적 최근에 번역이 되어서 나온 판본입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왔고 권혁준 선생이 옮긴 판본인데, 이 표지를 보면요, 감옥에 갖힌 머리를 박박 민 남자가 감옥 속에서 괴로워하는, 고독 속에서 괴로워하는 그런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표지를 보면 많은 분들이 '아.. 이것은 어떤 한 인간의 비극을 다룬 것이겠구나!' 하시겠지만, 그러나 실제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실제로 읽어보면 이것은 희극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희극에 대한 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빌려오게 되는데요.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을 어떻게 정의했냐면, 독자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의 인물이 겪는 여러가지 소동이다... 이렇게.. 이런식으로 봤죠. 우리가 개그콘서트 같은 것을 볼 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어리석은 사람들이 나와서 어리석은 연기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하기 때문에 편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에 우리보다 잘난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웃긴다면 그건 참 힘든 일입니다. 희극은 보통 우리보다 못난 사람들, 평균적인 보통사람들 보다 어리석거나 못난 사람들이 벌이는 일들을 보는 것이 희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카프카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좀 어리석어요. 고결하거나.. 즉, 비극이 요구하는 품성, 고결하거나 고상한 어떤 미덕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Episode 23 - 프란츠 카프카 2 - Part 3 Episode 23 - Franz Kafka 2 - Part 3

그는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아침식사 때 함께 먹으려고 전날 저녁에 챙겨둔 예쁜 사과 하나를 침대 옆 탁자에서 집어 들었다. He threw himself on the bed and picked up a pretty apple from the bedside table that he had the night before for breakfast.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유일한 아침식사였다. For now it was the only breakfast. 그러나 어쨌든 사과를 한입 크게 베어 물자마자, 감시인들의 선심 덕분에 먹을 수도 있었던 그 지저분한 철야 카페의 식사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However, anyway, as soon as a bite of an apple was taken, it was confirmed that it was much better than a meal at that messy all-night cafe that could have been eaten thanks to the patrons' patronage.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자신감도 생겨났다. My mind was more relaxed and my self-confidence developed. 오늘 오전에는 은행 업무를 못 하게 되었지만, 직장에서의 비교적 높은 지위를 감안한다면 그런 것쯤은 쉽게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I wasn't able to do banking this morning, but given my relatively high position at work, that would be easy to excuse. 사실대로 말해야 할까? 그렇게 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상황이라면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ssuming that he did so, I thought that in this situation people might not believe him. 그럴 경우 그루바흐 부인이나 지금쯤 맞은편 창문 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을 건너편의 두 노인을 증인으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In that case, Mrs. Grubach or the two elderly people across the other, who are now moving to the opposite window, could be witnessed. 그런데 K는, 적어도 감시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들이 방으로 몰아넣은 그가 방 안에서 자살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이렇게 혼자 내버려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By the way, it was surprising that K, at least from the standpoint of the guards, was left alone in this way, despite the potential for suicide in the room he drove into the room. 그러면서 이번에는 자신의 입장에서 자살을 할 만한 어떤 이유가 있을지 자문해보았다. 저 두 사람이 옆방에 앉아 그의 아침식사를 가로챘기 때문에? Because those two people sat in the next room and intercepted his breakfast? 자살을 감행한다는 것은 워낙 불합리한 짓이어서, 설사 그럴 마음이 있다고 해도 그 불합리성이 자살의 실행을 막았을 것이다. 감시인들의 머리가 그렇게 나쁘지만 않다면, 그들 역시 똑같은 확신에서 그를 혼자 버려두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마음만 먹는다면, 그가 품질 좋은 독주를 보관해둔 벽걸이 장식장으로 가서 아침 대신 작은 잔을 비우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한 잔을 더 마시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잔은, 사실 별로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일의 경우에 신중하게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The second cup was, in fact, unlikely to happen, but was carefully prepared in case of emergency.

그때 옆방에서 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그는 술잔에 이를 부딪쳤다. Then, startled by the sound of the room next to him, he bumped his teeth into the glass.

"감독관님이 부르십니다!" "The supervisor is calling!"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외치는 소리였다. What surprised him was the cry. 짧고 토막토막 끊어서 내는 그 군대식 외침은 감시인 프란츠가 낸 소리라고는 도무지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The short, shredded, military-style cry was hard to think of as the sound of the watchman Franz. 지시 자체는 매우 반가웠다. The instructions themselves were very nice.

"때가 되었군요." "It's time." 그는 소리쳐 응답하고는 벽걸이장식장을 닫고 서둘러 옆방으로 갔다. He responded with a shout, closed the wall hangings and hurried to the next room. 그러나 옆방에 서 있던 감시인들은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그를 다시 방 안으로 몰아넣었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요?" 그들이 소리쳤다.

"잠옷차림으로 감독관님 앞에 나서겠다고요? "You're going to be in front of the supervisor in pajamas? 당신뿐만 아니라 우리까지도 혼쭐이 날 거요!" Not only you, but even us will be confused!” "무슨 상관이야, 젠장!" 이미 옷장까지 떠밀려온 K가소리쳤다. Shouted K, who had already been pushed to the closet.

"당신들은 잠자리에 있는 사람을 덮쳐놓고 내가 정장차림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는 거요?" "뭐라고 해도 소용없소." 감시인들이 말했다. 그들은 K가 소리칠 때마다 조용하다 못해 슬픈 표정을 지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제정신이 들었다.

"웃기는 격식이군!" K는 이렇게 투덜거렸지만, 이미 의자에서 양복 상의를 집어 들고 마치 감시인들에게 검사를 받으려는 듯 잠시 두 손에 들고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검은색 상의여야 합니다." 그러자 K는 상의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자신도 무슨 뜻으로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다.

"아직 정식 공판이 시작된 것도 아니잖소." 감시인들은 빙그레 웃었지만 자신들의 말을 고수했다.

"검은색 상의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일이 빨리 진행된다면, 좋소." “If that’s how things go faster, it’s good.” K는 이렇게 말하고 옷장을 열어 한참 동안 이 옷 저 옷을 들추다가 가장 좋은 검은색 슈트를 골라냈다. 아주 맵시가 좋아 친구들에게 칭찬깨나 들었던 신사복이었다. 셔츠도 다른 것으로 바꿔 조심스럽게 옷을 입기 시작했다. He changed his shirt to another one and began to dress carefully.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감시인들이 목욕하라고 말하는 걸 잊어버린 덕분에 일을 한결 빨리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그걸 기억해낼까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역시 그런 생각은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 I looked carefully to see if I would remember it, but I never thought of that. 물론 빌렘은 프란츠를 감독관에게 보내 K가 옷을 입고 있다는 보고를 올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소송]의 시작하는 부분을 읽어 봤습니다. Yes, I have read the beginning of Franz Kafka's novel [Litigation]. 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처음 읽는 분들은 몇가지 부분에서 좀 놀라게 됩니다. Those who read this Franz Kafka novel for the first time are a little surprised in a few ways. 일단 상당히 낯설어요. 낯섭니다. 그래서 보면 다른 일반 보통 소설들과 많이 다르고요, 어떤 점에서 다르냐면은 난데 없이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것도 지금봐도 좀 낯선데요, 1920 년대에는 더 낯설었겠죠. Even now, this is a little strange, but in the 1920s it would have been more. 배경설명이라든가 인물을 소개하는 부분없이 바로 이야기가 시작돼버립니다. 그 유명한 소설 [변신] 그레고르 장자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가 한 마리 갑충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시작하죠. The famous novel [Transformation] Gregor Eltza woke up one morning and found that he was a beetle... that's how it starts. 사건을 툭 던지고 시작을 한다는 것 상당히 놀랍습니다. It's pretty amazing to throw the case and start. 그것에 비해서 사건의 진전 속도는 대단히 느립니다. Compared to that, the progress of the event is very slow. 그것도 역시 좀 놀라운 점입니다. [소송]에서는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In the [Litigation],'Someone must have slandered Joseph K. He doesn't seem to have done any special bad things because he was suddenly arrested one morning. '네, 이 문장은 곱씹어보면 굉장히 이상한 문장입니다.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이것은 누구의 생각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Someone must have slandered Joseph K'It is not clear whose idea this is. 요제프 K의 생각같은데요. 아니면 작가의 생각인지 분명치 않아요. 그런데 이 소설에는 이런 진술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도 상당히 유보적입니다. '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오는데요. 나쁜..그는... 뭐 선량한 사람인데.. 작가가 딱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는 무슨 특별한 나쁜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즉, 잘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유보하고 있는 것이죠. This is the author's reservation. 이 첫 문장은 이후의 이 소설이 전개될 모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This first sentence implies everything that the novel will unfold later. 문체, 방식 이런 것들을 암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The style and style are alluding to these things. 어쟀거나 느닷없이 사건이 시작되고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변신]과 이 소설의 공통점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차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네, 하여튼 뭐 그건 비슷하지만 하여간.. 근데 뭐 그건 카프카 뿐만 아니라,  아침에 눈을 뜨면서 시작되는 소설들이 의외로 대단히 많습니다. 그게 왜 그런진 잘 모르겠어요. 저도 하나 쓴적 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서 여러가지 이상한 일들에 휘말리게 되는 얘기들...네.. 저도 뭐 한편이 아니고 몇 편 썼군요. 하여간 작가들이 많이 쓰는 패턴의 이야기인데, 다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로 돌아와서 얘기를 해보자면, 사실 전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들을 대체로 희극으로 봅니다. 많은 분들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진지하고 무거운 비극에 가깝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Many people seem to think of Franz Kafka's novel as a serious and heavy tragedy. 제가 오늘 집어든 판본은 비교적 최근에 번역이 되어서 나온 판본입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왔고 권혁준 선생이 옮긴 판본인데, 이 표지를 보면요, 감옥에 갖힌 머리를 박박 민 남자가 감옥 속에서 괴로워하는, 고독 속에서 괴로워하는 그런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표지를 보면 많은 분들이 '아.. 이것은 어떤 한 인간의 비극을 다룬 것이겠구나!' When looking at such a cover, many people say,'Ah... this must be a human tragedy! 하시겠지만, 그러나 실제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실제로 읽어보면 이것은 희극에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You'll do, but if you actually read Franz Kafka's novel, you can feel it's more of a comedy. 왜냐하면 이런 희극에 대한 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빌려오게 되는데요. Because this definition of comedy is borrowed from Aristotle.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을 어떻게 정의했냐면, 독자보다 대체로 낮은 수준의 인물이 겪는 여러가지 소동이다... 이렇게.. 이런식으로 봤죠. Aristotle's definition of comedy is the various commotions experienced by people at a lower level than readers... Like this... I saw it this way. 우리가 개그콘서트 같은 것을 볼 때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어리석은 사람들이 나와서 어리석은 연기를 하는 것이죠. The only thing we can laugh at when we see a gag concert or something like that is when stupid people come out there and play stupid acting. 이렇게 하기 때문에 편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에 우리보다 잘난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를 웃긴다면 그건 참 힘든 일입니다. 희극은 보통 우리보다 못난 사람들, 평균적인 보통사람들 보다 어리석거나 못난 사람들이 벌이는 일들을 보는 것이 희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카프카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좀 어리석어요. It can be said that comedy is a comedy to see what people are doing, people who are uglier than we are, and people who are stupid or ugly than the average person. 고결하거나.. 즉, 비극이 요구하는 품성, 고결하거나 고상한 어떤 미덕을 갖고 있다거나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