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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3 - 프란츠 카프카 2 - Part 1

Episode 23 - 프란츠 카프카 2 - Part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안녕하세요.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고 있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자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요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지난주는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유작들을 둘러싼 기이한 소송에 대한 뉴욕 타임즈의 심층취재 기사, 한편의 문학적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을 드렸고요. 오늘을 작품으로 직접 들어가서요,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이 소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주의해야하실 점은, 이 소설에서 의미하는 바가 뭐냐를 계속 찾는다면 그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독법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송이 뭐냐...이 사람이 지은 죄가 뭐냐를 자꾸 찾는데요, 그것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 자체가 현대적입니다. 일단 소설의 앞부분을 좀 읽어 본 뒤에요 이 소설이 가진 현대성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나눠보죠.

체포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 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하숙집 주인 그루바흐 부인의 가정부가 매일 아침 여덟시 경에 그의 아침식사를 가져오는데, 그날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K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베개를 베고 누운 채 고개를 돌려 길 건너편에 사는 노파를 바라보았다. 노파는 평소와는 매우 다른 호기심을 보이며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기분이 언짢기도 하고 배가 고프기도 해서 벨을 눌렀다. 즉시 노크 소리가 나더니, 이 집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호리호리하면서도 건장한 체격이었고 몸에 꼭 맞는 검은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재킷은 여행복처럼 여기저기 주름이 잡혀 있고 다양한 주머니와 버클과 단추에 벨트까지 달린 것이, 어떤 용도로 입는 옷인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매우 실용적으로 보였다.

"누구시죠?" K는 이렇게 물으면서 얼른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앉았다. 남자는 자신의 출현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듯 그의 질문을 무시한 채 이렇게 되물었다.

"벨을 울렸소?" "안나에게 아침식사를 가져오라고 울린 것이오." K는 이렇게 말하고는 입을 다문 채 상대방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도대체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남자는 그의 시선을 잠시 받아주는가 싶더니 이내 외면하고는 문 쪽으로 몸을 향했다. 그러고는 문을 조금 열고 문 바로 뒤에 있는 것이 분명한 누군가에게 말했다.

"안나가 아침식사를 가져다줬으면 한다는군." 그러자 옆방에서 잠깐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몇 사람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낯선 남자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서 무슨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마치 뭔가를 전해주기라도 하는 투로 K에게 말했다.

"그건 안 될 것 같소." "그것 참 별 일이군요." K는 이렇게 말하고는 침대에서 뛰쳐나와 서둘러 바지를 입었다.

"옆방에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와 있는지 봐야겠소. 그리고 이런 소란에 대해 그루바흐 부인이 뭐라고 해명하는지도 좀 들어봐야겠소." 그러면서 그는 곧 이렇게 드러내놓고 소리 내어 말하지 말았어야 했고, 오히려 그 때문에 자신이 이 낯선 남자의 감시하에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 돼버렸다는 걸 깨달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어쨌든 낯선 남자는 그의 말을 그런 식으로 알아들었다. 남자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냥 여기 있는 편이 낫지 않겠소?" "난 여기에 있고 싶지도 않고, 또 당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는 한 당신 말은 듣고 싶지도 않소." "나는 좋은 뜻에서 한 말이오."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자진해서 문을 열었다. K는 의도했던 것보다는 천천히 옆방으로 들어갔는데, 첫눈에 보기에는 전날 저녁과 달라진 게 거의 없어 보였다. 그곳은 그루바흐 부인의 거실이었다. 가구, 침대보, 도자기, 사진 등으로 가득 차 있는 거실은 어쩐지 평소보다 좀 더 넓어 보였는데, 그 점을 금방 눈치 채지 못한 것은 그곳에 웬 낯선 남자가 앉아 있다는 중요한 변화 때문이었다. 남자는 열린 창문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당신은 당신 방에 그대로 있었어야 합니다! 프란츠가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말했소. 그런데 당신들은 도대체 뭘 원하는 거요?" K는 이렇게 대꾸하면서 이 새로운 남자에게서 고개를 돌려 문에 서 있는 프란츠라는 남자를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열린 창문을 통해 다시 길 건너편의 노파가 눈에 들어왔다. 노파는 노인 특유의 호기심을 보이며 바로 맞은편 창가로 자리를 옮겼고 계속해서 모든 것을 지켜볼 태세였다.

"그루바흐 부인을 좀 만나야겠소." K는 이렇게 말하고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두 남자에게서 몸을 빼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건 곤란하오." 창가의 남자가 책을 탁자 위로 던지며 일어섰다.

"여기서 나갈 수 없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유가 뭐죠?" K가 물었다.

"우리는 그런 걸 말해줄 입장이 아니오. 방으로 돌아가 기다리시오. 이제 소송 절차가 시작되었으니,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당신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충고해주는 것도 내 임무를 벗어나는 거요. 프란츠 말고는 듣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지만 말이오. 사실 저 친구도 규정에 위배되는 걸 알면서도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이오. 우리 같은 사람이 감시인으로 배정된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행운이 따라준다면 당신은 안심해도 좋을 거요." K는 좀 앉고 싶었지만, 창가에 있는 의자 말고는 방 안 어디에도 앉을 만한 자리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임을 곧 알게 될 거요." 프란츠가 이렇게 말하면서 창가의 남자와 함께 K에게 다가왔다. 창가의 남자는 키가 유난히 커서 K 앞에 서자 우뚝 솟아 보일 정도였다. 그가 K의 어깨를 몇 차례 툭툭 두드렸다. 두 사람은 K의 잠옷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앞으로는 훨씬 나쁜 옷을 입게 될 텐데 자기들이 그 잠옷을 다른 내의들과 함께 보관해두었다가 사건이 잘 해결되고 나면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보관소에 두는 것보다는 우리한테 맡기는 게 나을 거요." 그들이 말했다.

"그쪽은 슬쩍 빼돌리는 경우도 많고,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소송이 끝나든 말든 물건을 모두 팔아버리거든. 그런데 이런 종류의 소송은 아주 오래 걸리는 법이고, 더구나 요즘엔 특히 더 그렇소! 물론 언젠가는 보관소로부터 매각 대금을 돌려받게 되겠지만, 그게 또 형편없는 수준이거든. 가격이라는 게 부르는 대로 매겨지는 게 아니라 뇌물 액수에 따라 결정되니 말이오. 그리고 경험상 보니 그런 물건들 값은 해가 바뀌고 이 손 저 손을 거치면서 점점 낮아지기 마련이더란 말이오." K는 이들의 말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물건들에 대해서라면 아직 자신이 처분권을 갖고 있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에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었다.


Episode 23 - 프란츠 카프카 2 - Part 1 Episode 23 - Franz Kafka 2 - Part 1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안녕하세요.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고 있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자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요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지난주는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유작들을 둘러싼 기이한 소송에 대한 뉴욕 타임즈의 심층취재 기사, 한편의 문학적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을 드렸고요. Last week, I gave an in-depth coverage of the New York Times article on a bizarre lawsuit over unpublished works by Franz Kafka, and a story about the article, which can be called a literary essay. 오늘을 작품으로 직접 들어가서요,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Let’s go directly into the work today, and we’ll talk about it.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이 소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Franz Kafka's [Litigation] This novel in itself is a very interesting novel.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주의해야하실 점은, 이 소설에서 의미하는 바가 뭐냐를 계속 찾는다면 그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독법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One thing to note before reading this novel is, I would like to say that if you keep looking for what this novel means, it is not a very meaningful reading method. 많은 분들이 소송이 뭐냐...이 사람이 지은 죄가 뭐냐를 자꾸 찾는데요, 그것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 자체가 현대적입니다. 일단 소설의 앞부분을 좀 읽어 본 뒤에요 이 소설이 가진 현대성에 대해서 더 이야기를 나눠보죠.

체포

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Someone must have slandered Joseph K. 그가 무슨 특별한 나쁜 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It seems he didn't do anything special, because he was suddenly arrested one morning. 하숙집 주인 그루바흐 부인의 가정부가 매일 아침 여덟시 경에 그의 아침식사를 가져오는데, 그날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다. The housekeeper's housekeeper, Mrs. Grubach's housekeeper, brings his breakfast every morning at around eight o'clock, but that day didn't show up at all.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Until now, this has never happened. K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베개를 베고 누운 채 고개를 돌려 길 건너편에 사는 노파를 바라보았다. 노파는 평소와는 매우 다른 호기심을 보이며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The old woman was observing him with a very different curiosity than usual. 그러자 그는 기분이 언짢기도 하고 배가 고프기도 해서 벨을 눌렀다. Then he rang the bell because he was feeling upset and hungry. 즉시 노크 소리가 나더니, 이 집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호리호리하면서도 건장한 체격이었고 몸에 꼭 맞는 검은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재킷은 여행복처럼 여기저기 주름이 잡혀 있고 다양한 주머니와 버클과 단추에 벨트까지 달린 것이, 어떤 용도로 입는 옷인지는 분명치 않았지만 매우 실용적으로 보였다. The man was of a slender and sturdy build, and he was wearing a black jacket that fits perfectly. It seemed very practical.

"누구시죠?" K는 이렇게 물으면서 얼른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앉았다. K asked like this, and quickly sat up halfway up in bed. 남자는 자신의 출현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듯 그의 질문을 무시한 채 이렇게 되물었다. The man asked again, ignoring his question, as if he had to accept his appearance.

"벨을 울렸소?" "안나에게 아침식사를 가져오라고 울린 것이오." "It rang to Anna to bring her breakfast." K는 이렇게 말하고는 입을 다문 채 상대방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도대체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남자는 그의 시선을 잠시 받아주는가 싶더니 이내 외면하고는 문 쪽으로 몸을 향했다. 그러고는 문을 조금 열고 문 바로 뒤에 있는 것이 분명한 누군가에게 말했다.

"안나가 아침식사를 가져다줬으면 한다는군." 그러자 옆방에서 잠깐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몇 사람이 있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Then I heard a laughter in the next room, but it wasn't clear how many people there were. 낯선 남자는 그 웃음소리를 듣고서 무슨 새로운 소식을 알게 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마치 뭔가를 전해주기라도 하는 투로 K에게 말했다.

"그건 안 될 것 같소." "그것 참 별 일이군요." "That's a big deal." K는 이렇게 말하고는 침대에서 뛰쳐나와 서둘러 바지를 입었다. After saying this, K jumped out of bed and hurriedly put on his pants.

"옆방에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와 있는지 봐야겠소. 그리고 이런 소란에 대해 그루바흐 부인이 뭐라고 해명하는지도 좀 들어봐야겠소." And I'll have to hear what Mrs. Grubach is saying about this uproar." 그러면서 그는 곧 이렇게 드러내놓고 소리 내어 말하지 말았어야 했고, 오히려 그 때문에 자신이 이 낯선 남자의 감시하에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 돼버렸다는 걸 깨달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어쨌든 낯선 남자는 그의 말을 그런 식으로 알아들었다. Anyway, the stranger understood his words that way. 남자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냥 여기 있는 편이 낫지 않겠소?" "난 여기에 있고 싶지도 않고, 또 당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는 한 당신 말은 듣고 싶지도 않소." "I don't want to be here, and I don't want to hear you unless you tell me who you are." "나는 좋은 뜻에서 한 말이오." 남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자진해서 문을 열었다. K는 의도했던 것보다는 천천히 옆방으로 들어갔는데, 첫눈에 보기에는 전날 저녁과 달라진 게 거의 없어 보였다. K went into the next room more slowly than he intended, but at first glance, there seemed to be little difference from the previous evening. 그곳은 그루바흐 부인의 거실이었다. It was Mrs. Grubach's living room. 가구, 침대보, 도자기, 사진 등으로 가득 차 있는 거실은 어쩐지 평소보다 좀 더 넓어 보였는데, 그 점을 금방 눈치 채지 못한 것은 그곳에 웬 낯선 남자가 앉아 있다는 중요한 변화 때문이었다. The living room, full of furniture, bedspreads, pottery, and photos, seemed somewhat larger than usual, but I didn't notice that right away because of the important change that a strange man was sitting there. 남자는 열린 창문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The man sat in front of the open window and read a book, then raised his head.

"당신은 당신 방에 그대로 있었어야 합니다! 프란츠가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말했소. 그런데 당신들은 도대체 뭘 원하는 거요?" K는 이렇게 대꾸하면서 이 새로운 남자에게서 고개를 돌려 문에 서 있는 프란츠라는 남자를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 열린 창문을 통해 다시 길 건너편의 노파가 눈에 들어왔다. Through the open window, the old woman across the street caught my eye again. 노파는 노인 특유의 호기심을 보이며 바로 맞은편 창가로 자리를 옮겼고 계속해서 모든 것을 지켜볼 태세였다.

"그루바흐 부인을 좀 만나야겠소." "I need to meet Mrs. Grubach." K는 이렇게 말하고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두 남자에게서 몸을 빼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After saying this, K tried to get out of it, making a gesture that seemed to remove himself from the two men at a distance.

"그건 곤란하오." 창가의 남자가 책을 탁자 위로 던지며 일어섰다. The man by the window threw the book onto the table and stood up.

"여기서 나갈 수 없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유가 뭐죠?" K가 물었다.

"우리는 그런 걸 말해줄 입장이 아니오. 방으로 돌아가 기다리시오. 이제 소송 절차가 시작되었으니,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당신에게 이렇게 친절하게 충고해주는 것도 내 임무를 벗어나는 거요. 프란츠 말고는 듣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지만 말이오. 사실 저 친구도 규정에 위배되는 걸 알면서도 당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이오. 우리 같은 사람이 감시인으로 배정된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행운이 따라준다면 당신은 안심해도 좋을 거요." K는 좀 앉고 싶었지만, 창가에 있는 의자 말고는 방 안 어디에도 앉을 만한 자리가 없었다. K wanted to sit down a little, but there was no seat anywhere in the room other than the chair by the window.

"이 모든 것이 사실임을 곧 알게 될 거요." "You'll soon find out that all this is true." 프란츠가 이렇게 말하면서 창가의 남자와 함께 K에게 다가왔다. Franz said this and approached K with the man by the window. 창가의 남자는 키가 유난히 커서 K 앞에 서자 우뚝 솟아 보일 정도였다. 그가 K의 어깨를 몇 차례 툭툭 두드렸다. 두 사람은 K의 잠옷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앞으로는 훨씬 나쁜 옷을 입게 될 텐데 자기들이 그 잠옷을 다른 내의들과 함께 보관해두었다가 사건이 잘 해결되고 나면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보관소에 두는 것보다는 우리한테 맡기는 게 나을 거요." "It would be better to leave it to us than to put it in the storage." 그들이 말했다.

"그쪽은 슬쩍 빼돌리는 경우도 많고,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소송이 끝나든 말든 물건을 모두 팔아버리거든. 그런데 이런 종류의 소송은 아주 오래 걸리는 법이고, 더구나 요즘엔 특히 더 그렇소! But this kind of lawsuit takes a very long time, and even more so nowadays! 물론 언젠가는 보관소로부터 매각 대금을 돌려받게 되겠지만, 그게 또 형편없는 수준이거든. 가격이라는 게 부르는 대로 매겨지는 게 아니라 뇌물 액수에 따라 결정되니 말이오. 그리고 경험상 보니 그런 물건들 값은 해가 바뀌고 이 손 저 손을 거치면서 점점 낮아지기 마련이더란 말이오." K는 이들의 말에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물건들에 대해서라면 아직 자신이 처분권을 갖고 있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When it comes to things, he still has the right to dispose of it, but that wasn't the problem. 그에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