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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21 - 존 크라카우어 (Jon Krakauer) - Part 4

Episode 21 - 존 크라카우어 (Jon Krakauer) - Part 4

나는 세계의 지붕에서 5 분도 채 머물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올라온 코스인 동남능선을 사진에 담았다. 나는 정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두 명의 등반대원에게 렌즈의 초점을 맞추다가 이제까지 용케 내 시선을 피한 뭔가를 발견했다. 한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쾌청했던 남쪽하늘에 걸린 구름 한 자락. 그 구름은 이제 푸모리와 아마다블랑, 그리고 에베레스트 주위에 늘어서 있는 좀 더 낮은 다른 봉우리들을 감싸고 있었다.

나중에 여섯 구의 시신을 찾아내고 나머지 둘을 찾는 작업을 포기한 뒤, 그리고 외과의사들이 우리팀 동료인 백 웨더스의 썩어들어가는 오른 손을 절단한 뒤, 사람들은 물었다. 기상이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어째서 산 정산으로 오르던 사람들이 그런 불길한 징후들에 신경을 쓰지 않았느냐고. 어째서 베테랑급 히말라야 가이드들이 안전하게 에베레스트를 오르게 해준 댓가로 한 사람당 $65,000 라는 거금을 지불한 미숙한 아마추어들을 계속 정상으로 오르게 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는가? 그 누구도 그 참사와 관련된 두 팀의 리더들을 대변해 줄 수 없다. 그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5 월 10 일 한낮에 살인적인 폭풍이 곧 다가오리라는 걸 암시해주는 징후들은 하나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산소가 고갈돼 멍한 내 눈에 웨스턴쿵 위에 걸린 그 옅고, 성긴 구름은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찬연한 한낮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그 구름은 거의 매일 그 오후만 되면 그 골짜기에서 올라오곤하는 습한 상승기류와 다르지 않아보였다.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평범한 구름. 정상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몹시 초조했는데 그건 날씨 때문이 아니라 내 산소통에 부착된 계기의 바늘이 산소가 거의 바닥났다는 걸 알려줬기 때문이다. 나는 급히 내려가야만 했다. 에베레스트 동남능선 가운데 정상에 가까운 부분은 바위와 바람에 쓸린 눈으로 이루어진 눈차향들로 연속돼있는데 그 가는 능선은 산 정상과 그 보다 좀 더 낮은 사우스 서미트라는 봉우리 사이로 400m 가량 구불구불하게 뻗어있다. 그 톱니 모양의 능선은 중간에 별다는 장애물이 없어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지만 허공에 고스란히 노출돼 보기에는 좀 섬뜩하다. 산 정상을 떠나 골짜기로 부터 2000m 이상 솟아오른 낭떠러지 위를 15 분 간 조심조심 걷다보니 어느새 저 악명높은 힐러리 스텝에 이르렀다. 능선 중간에 움푹 패인 그곳을 통과하려면 어느정도의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나는 고정 밧줄에 고리를 걸고 그 가파른 벼랑을 내려오려 하다가 놀라운 광경과 맞딱드렸다. 10m 아래에 있는 힐러리 스텝 밑바닥에서 열명도 넘는 사람들이 쭉 늘어서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세 사람은 이미 내가 타고 내려가는 밧줄을 붙잡고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어쩔 수 없어 고리를 풀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 좁은 길목에 잔뜩 몰려선 사람들은 세 팀의 대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뉴질랜드 출신의 유명한 가이드인 로브 홀이 돈을 내고 참여한 고객들을 이끌고 있는 팀, 나도 그의 팀 고객이었다. 미국인 가이드 스콧 피셔가 이끌고 있는 팀, 그리고 비영리적인 타이완 팀, 그 사람들은 고도 8000m에서는 누구나 따라야할 일종의 정석같은 것이 되다시피한 달팽이 처럼 느린 속도로 하나하나 스텝을 오르고 있었고, 그동안 나는 초조하게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정상을 떠난 뒤 곧바로 내 뒤를 따른 해리스가 이내 그곳에 도착했다. 나는 탱크에 남아있는 산소를 아끼려는 생각에서 그에게 내 백팩에 손을 집어넣어 산소공급조절장치의 밸브를 잠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그렇게 했다. 그 다음 10 분 간 내 기분은 아주 상쾌했고, 머리는 씻은 듯이 맑아졌다. 피로감도 산소 공급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덜 한듯 했다. 그러다 문득 숨이 막히면서 눈앞이 깜깜해졌고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나는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 산소부족으로 정신이 없던 해리스는 밸브를 잠근다는게 잘못해서 활짝열어 놓았고 그 바람에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산소를 제 자리에 가만히 선채 허비해 버리고만 것이었다. 80m 아래에 있는 사우스 서미트에는 또다른 산소통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나, 거기까지 가려면 보충받을 산소도 없는 상태에서 동남능선 길 가운에 가장 위태롭게 노출된 길을 내려가야만 한다. 그리고 당장 우선은 그 사람들이 다 올라올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나는 이제 쓸모없게된 산소마스크를 벗어버리고 그 능선을 뒤덮고 있는 얼음판에다 아이스피케를 찍어둔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나는 내 곁을 지나가는 등반대원들에게 축하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인사말을 던지면서도 속으로는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 '서둘러! 서두르란 말이야! 너희가 여기서 꾸물거리는 사이에 내 머리속에는 수백만개의 뇌세포가 죽어가고 있어!'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셔 팀의 사람들이었으나 그 행렬이 거진 다 끝나갈 즈음 우리 팀 동료 두 사람도 나타났다. 로브 홀과 남바 야스코. 올해 47 이고 행동이 조신하고 말 수가 적은 편인 남바는 이제 40 분 뒤면 에베레스트를 오른 최고령의 여성이 될 것이다. 이른바 일곱 봉우리고 불리는 모든 대륙의 최고봉들을 모두 오른 두 번 째 일본 여성이 될 것이고, 몸무게는 비록 41kg 밖에 안 되지만 참새처럼 가냘픈 그 몸속에 무서운 결단력을 간직한 야스코는 정상에 오르겠다는 강렬한 갈망에 힘입어 이제까지 놀라울 정도로 꿋꿋하게 잘 올라왔다. 그 뒤에는 더그 한센이 스텝 꼭대기에 이르렀다. 우리 등반대의 또다른 대원인 더그는 시애틀 교외에서 우체국 직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으로 그 산에서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이제 다 왔어요!" 나는 짐짓 즐겁다는 듯이 소리쳤다. 피로에 지친 더그가 산소마스크를 쓴채 뭐라고 웅얼거렸지만 나는 무슨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내 손을 힘없이 잡아주고는 위로 터덜터덜 올라갔다. 그 행렬 맨 끝으로 올라온 이는 스콧 피셔였다. 우리 둘다 시애틀에 살고있어 나는 그전부터 그에 관해 대충은 알고 있었다. 피셔는 그 강인한 의지와 엄청난 에너지로 전설적인 명성을 지닌 사람이었으므로 나는 그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나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었을 때 얼굴이 형편없어 보이는 것에 적지않이 놀랐다.

"브루스!" 그는 억지로 쾌활한 척하면서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그의 상표가 되다시피한 개구쟁이 같은 인사법, 내가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피셔는 좋다고 했다.

"오늘은 왠지 엉덩이가 좀 무거운 것 뿐이오. 별일 아니에요." 마침내 행렬이 끊기자 나는 오랜지색 밧출에 고리를 걸고는 아이스피케 위로 무너지듯 쓰러지는 피셔의 몸을 재빨리 돌아 밧줄을 타고 그 가파를 비탈을 내려갔다. 나는 세 시가 좀 지난 시각에 사우스 서미트에 도착했다. 안개의 옷자락들은 어느새 8511m의 로체봉 꼭대기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피라미드 모양의 에베레스트 정상 밑까지 육박해왔다. 이제 기상은 그다지 온화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새산소통을 움켜쥐고 조절장치와 연결시킨 뒤 점차 짙어져 가는 구름속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사우스 서미트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가벼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서 시계가 아주 짧아졌다. 거기서 130m 위에 있는 티 없이 맑은 코발트 빛 하늘 밑에서 찬연한 햇살을 받아 빛나는 산 정상에서 내 동료들은 이 행성의 최정사에 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기를 펼져들고 사진을 찍으며 그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들중에 누구도 자기 발 아래에서 끔찍한 지옥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 기나긴 하루가 끝날 즈음에는 1 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생사를 좌우할 만큼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네, 잘 들어셨습니까? 이 장면은 클라이막스가 되는 부분이겠습니다. 나중에 여기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을 존 크라카우어가 써나가는 데요, 차곡차곡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이제 왜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이 비극은 어떻게 드리웠는 가를 냉정한 시선으로 서술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역시도 사고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죠. 이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그런 부분까지도 정직하게 써내려 간 점이 인상적인 그런 책입니다. 자 [희박한 공기 속으로], 오늘은 존 크라카우어의 논픽션을 가지고 해봤는데요, 한번도 산악문학이라던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분들이라도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제가 시작하면서 그 칸첸중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갑론을박에 대해서 잠시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정말 8000m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까마득하게 아래있는 사람들이 뭘 알고 있을까...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또 한편으로, 8000m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단순히 숭고한 어떤 모험정신, 도전정신이라고만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을 읽어보시면 거기에도 역시 장사와 상업, 비지니스, 홍보, 그다음에 자본주의...이런 것들로 이제는 많이 얼룩이 져 있구나..이런 것도 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 이 그런 것에 숭고함 같은 것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이 존 크라카우어 같은 사람만 해도 이 등반에 참여하기 전에는 상업적인 등반에 나서는 사람들을 정말 산을 모독하는 사람들..돈은 많은데 쓸데가 없는 사람들..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을 했고, 특히 그 가이드들을 따라서 많이 오르는 남서쪽 사면, 그 루트를 야크들이나, 그 야크라고 있죠? 티벳이나 네팔지역에 있는 그 소 처럼 생긴 짐승있죠? 야크나 다니는 길이라고 비웃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 보니까 거기에 와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진지한 내면적 욕구들을 가지고 거기에 와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이런 걸 읽다보면 마치 좋은 소설 처럼, 어떤 곳에서 단순한 진실, 악당이나 선인 이런 이분법적인 그런 구분이런 것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있구나.. 단순하지 않구나.. 이런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자 오늘 김영하늬 '책 읽는 시간' 스물 한 번 째 에피소드는 뉴욕에서 녹음을 해서 보내드립니다. 이 팟캐스트 청취자께서 뉴욕으로 간 뒤에도 팟캐스트가 계속되느냐 궁금해하셨는데, 네 바로 이렇게 하려고 팟캐스트를 시작한 것이죠. 지구상 어디에 있든지 간에 책이 있고, 또 녹음할 수 있는 장비가 있으면 꼭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Episode 21 - 존 크라카우어 (Jon Krakauer) - Part 4 Episode 21 - Jon Krakauer - Part 4

나는 세계의 지붕에서 5 분도 채 머물지 않았다. I stayed less than 5 minutes on the roof of the world. 잠시 후 나는 걸음을 멈추고 우리가 올라온 코스인 동남능선을 사진에 담았다. After a while, I paused and took a picture of the Southeast Ridge, the course we came from. 나는 정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두 명의 등반대원에게 렌즈의 초점을 맞추다가 이제까지 용케 내 시선을 피한 뭔가를 발견했다. I was focusing the lens on the two climbers approaching the summit and found something that had ever been out of sight. 한 시간 전 까지만 해도 쾌청했던 남쪽하늘에 걸린 구름 한 자락. A cloud hung in the southern sky, which was bright until an hour ago. 그 구름은 이제 푸모리와 아마다블랑, 그리고 에베레스트 주위에 늘어서 있는 좀 더 낮은 다른 봉우리들을 감싸고 있었다. The clouds were now enclosing Fumory and Amadablanc, and other lower peaks that lined around Everest.

나중에 여섯 구의 시신을 찾아내고 나머지 둘을 찾는 작업을 포기한 뒤, 그리고 외과의사들이 우리팀 동료인 백 웨더스의 썩어들어가는 오른 손을 절단한 뒤, 사람들은 물었다. Later, after finding six bodies and giving up finding the other two, and after surgeons cut off the decaying right hand of our teammate, Back Weathers, people asked. 기상이 악화되기 시작했는데 어째서 산 정산으로 오르던 사람들이 그런 불길한 징후들에 신경을 쓰지 않았느냐고. The weather started to deteriorate, but why didn't the people who went up the mountain pay attention to these ominous signs? 어째서 베테랑급 히말라야 가이드들이 안전하게 에베레스트를 오르게 해준 댓가로 한 사람당 $65,000 라는 거금을 지불한 미숙한 아마추어들을 계속 정상으로 오르게 해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는가? 그 누구도 그 참사와 관련된 두 팀의 리더들을 대변해 줄 수 없다. No one can represent the leaders of the two teams involved in the disaster. 그들은 이미 죽었으니까. Because they are already dead. 하지만 나는 5 월 10 일 한낮에 살인적인 폭풍이 곧 다가오리라는 걸 암시해주는 징후들은 하나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But I can affirm that there weren't any signs suggesting that a murderous storm was coming soon at midday on May 10th. 산소가 고갈돼 멍한 내 눈에 웨스턴쿵 위에 걸린 그 옅고, 성긴 구름은 전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The pale, sparse cloud hung above the Western thump in my vague eyes due to depletion of oxygen didn't seem dangerous at all. 찬연한 한낮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그 구름은 거의 매일 그 오후만 되면 그 골짜기에서 올라오곤하는 습한 상승기류와 다르지 않아보였다. The clouds, shining in the brilliant midday sunlight, seemed no different from the humid rising air that would rise from the valley almost every afternoon.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평범한 구름. A normal cloud that doesn't do much damage. 정상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몹시 초조했는데 그건 날씨 때문이 아니라 내 산소통에 부착된 계기의 바늘이 산소가 거의 바닥났다는 걸 알려줬기 때문이다. When I started coming down from the top, I was very nervous, not because of the weather, but because the needle on the instrument attached to my oxygen tank told me I was almost out of oxygen. 나는 급히 내려가야만 했다. I had to rush down. 에베레스트 동남능선 가운데 정상에 가까운 부분은 바위와 바람에 쓸린 눈으로 이루어진 눈차향들로 연속돼있는데 그 가는 능선은 산 정상과 그 보다 좀 더 낮은 사우스 서미트라는 봉우리 사이로 400m 가량 구불구불하게 뻗어있다. The portion of the Everest Southeast Ridge close to the top is a continuous line of snow cars made of rocks and wind-swept snow, and the thin ridge stretches for about 400m between the summit of the mountain and the lower peak of the South Summit. 그 톱니 모양의 능선은 중간에 별다는 장애물이 없어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지만 허공에 고스란히 노출돼 보기에는 좀 섬뜩하다. The serrated ridge does not have any obstacles in the middle, so it is easy to proceed, but it is a little eerie to see as it is intact in the air. 산 정상을 떠나 골짜기로 부터 2000m 이상 솟아오른 낭떠러지 위를 15 분 간 조심조심 걷다보니 어느새 저 악명높은 힐러리 스텝에 이르렀다. After leaving the top of the mountain and walking carefully for 15 minutes on a cliff that rises more than 2,000m from the valley, I suddenly reached the notorious Hillary Steps. 능선 중간에 움푹 패인 그곳을 통과하려면 어느정도의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It takes some skill to pass through the hollow in the middle of the ridge. 나는 고정 밧줄에 고리를 걸고 그 가파른 벼랑을 내려오려 하다가 놀라운 광경과 맞딱드렸다. I hooked on a fixed rope and tried to descend that steep cliff, and encountered an amazing sight. 10m 아래에 있는 힐러리 스텝 밑바닥에서 열명도 넘는 사람들이 쭉 늘어서서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At the bottom of Hillary Steps 10m below, there are more than ten people waiting for their turn to come. 세 사람은 이미 내가 타고 내려가는 밧줄을 붙잡고 올라오고 있었다. The three were already climbing up, holding onto the rope that I was riding down. 나는 어쩔 수 없어 고리를 풀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 좁은 길목에 잔뜩 몰려선 사람들은 세 팀의 대원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The crowd of people on the narrow street consisted of three teams. 뉴질랜드 출신의 유명한 가이드인 로브 홀이 돈을 내고 참여한 고객들을 이끌고 있는 팀, 나도 그의 팀 고객이었다. A team led by Rob Hall, a well-known New Zealand guide who paid for and participated, was a customer of his team. 미국인 가이드 스콧 피셔가 이끌고 있는 팀, 그리고 비영리적인 타이완 팀, 그 사람들은 고도 8000m에서는 누구나 따라야할 일종의 정석같은 것이 되다시피한 달팽이 처럼 느린 속도로 하나하나 스텝을 오르고 있었고, 그동안 나는 초조하게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A team led by American guide Scott Fisher, and a non-profit Taiwanese team, the people were climbing step by step at an altitude of 8000m at an altitude of 8000m at a slow pace like a snail that became a kind of standard for everyone to follow. I waited for the coming. 내가 정상을 떠난 뒤 곧바로 내 뒤를 따른 해리스가 이내 그곳에 도착했다. Shortly after I left the summit, Harris, who followed me, arrived there. 나는 탱크에 남아있는 산소를 아끼려는 생각에서 그에게 내 백팩에 손을 집어넣어 산소공급조절장치의 밸브를 잠가달라고 부탁했다. I wanted to conserve the remaining oxygen in the tank, so I asked him to put my hand in my backpack and shut the valve on the oxygen supply regulator. 그는 그렇게 했다. 그 다음 10 분 간 내 기분은 아주 상쾌했고, 머리는 씻은 듯이 맑아졌다. 피로감도 산소 공급을 받을 때보다 훨씬 덜 한듯 했다. The feeling of fatigue seemed to be much less than when receiving oxygen. 그러다 문득 숨이 막히면서 눈앞이 깜깜해졌고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Then suddenly I couldn't breathe and my eyes became dark and my head started spinning. 바야흐로 나는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 Now I was on the verge of losing consciousness. 산소부족으로 정신이 없던 해리스는 밸브를 잠근다는게 잘못해서 활짝열어 놓았고 그 바람에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산소를 제 자리에 가만히 선채 허비해 버리고만 것이었다. Harris, distracted by lack of oxygen, accidentally closed the valve and opened it wide open. 80m 아래에 있는 사우스 서미트에는 또다른 산소통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나, 거기까지 가려면 보충받을 산소도 없는 상태에서 동남능선 길 가운에 가장 위태롭게 노출된 길을 내려가야만 한다. 그리고 당장 우선은 그 사람들이 다 올라올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And first of all, I had to wait for the people to come up. 나는 이제 쓸모없게된 산소마스크를 벗어버리고 그 능선을 뒤덮고 있는 얼음판에다 아이스피케를 찍어둔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나는 내 곁을 지나가는 등반대원들에게 축하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인사말을 던지면서도 속으로는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 I threw a congratulatory greeting to the climbers passing by, but I felt like crazy inside. '서둘러! 서두르란 말이야! 너희가 여기서 꾸물거리는 사이에 내 머리속에는 수백만개의 뇌세포가 죽어가고 있어!' Millions of brain cells are dying in my head while you procrastinate here!'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피셔 팀의 사람들이었으나 그 행렬이 거진 다 끝나갈 즈음 우리 팀 동료 두 사람도 나타났다. Most of the people passing by were from the Fisher team, but by the time the procession was over, two of our teammates also appeared. 로브 홀과 남바 야스코. Rob Hall and Namba Yasuko. 올해 47 이고 행동이 조신하고 말 수가 적은 편인 남바는 이제 40 분 뒤면 에베레스트를 오른 최고령의 여성이 될 것이다. Namba, 47 this year, modest in action and less talkative, will be the oldest woman to climb Everest in 40 minutes. 이른바 일곱 봉우리고 불리는 모든 대륙의 최고봉들을 모두 오른 두 번 째 일본 여성이 될 것이고, 몸무게는 비록 41kg 밖에 안 되지만 참새처럼 가냘픈 그 몸속에 무서운 결단력을 간직한 야스코는 정상에 오르겠다는 강렬한 갈망에 힘입어 이제까지 놀라울 정도로 꿋꿋하게 잘 올라왔다. He will be the second Japanese woman to climb all the highest peaks on all continents, called the Seven Peaks, and although she weighs only 41kg, Yasuko, who has a terrifying determination in her slender body like a sparrow, has been driven by a strong desire to reach the top. It came up surprisingly firmly. 그 뒤에는 더그 한센이 스텝 꼭대기에 이르렀다. After that, Doug Hansen reached the top of the step. 우리 등반대의 또다른 대원인 더그는 시애틀 교외에서 우체국 직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으로 그 산에서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Another member of our climbing squad, Doug, is a post office worker in a suburb of Seattle and became my best friend on the mountain.

"이제 다 왔어요!" "It's all here!" 나는 짐짓 즐겁다는 듯이 소리쳤다. I shouted as if it was fun. 피로에 지친 더그가 산소마스크를 쓴채 뭐라고 웅얼거렸지만 나는 무슨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Tired of Doug, wearing an oxygen mask, mumbled something, but I couldn't understand what he was talking about. 그는 내 손을 힘없이 잡아주고는 위로 터덜터덜 올라갔다. He grabbed my hand weakly and tumbled upward. 그 행렬 맨 끝으로 올라온 이는 스콧 피셔였다. It was Scott Fisher who came to the end of the procession. 우리 둘다 시애틀에 살고있어 나는 그전부터 그에 관해 대충은 알고 있었다. We both live in Seattle, so I knew a little bit about him. 피셔는 그 강인한 의지와 엄청난 에너지로 전설적인 명성을 지닌 사람이었으므로 나는 그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나에게 인사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었을 때 얼굴이 형편없어 보이는 것에 적지않이 놀랐다. Fisher was a man of legendary fame for his strong will and tremendous energy, so I was amazed that he moved very slowly and looked lousy when he took off his mask to greet me.

"브루스!" 그는 억지로 쾌활한 척하면서 장난스럽게 소리쳤다. He pretended to be cheerful and shouted playfully. 그의 상표가 되다시피한 개구쟁이 같은 인사법, 내가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피셔는 좋다고 했다. When I asked him how he felt like a naughty greeting that became his trademark, Fisher said good.

"오늘은 왠지 엉덩이가 좀 무거운 것 뿐이오. "Today, it's just a little heavy ass for some reason. 별일 아니에요." No big deal." 마침내 행렬이 끊기자 나는 오랜지색 밧출에 고리를 걸고는 아이스피케 위로 무너지듯 쓰러지는 피셔의 몸을 재빨리 돌아 밧줄을 타고 그 가파를 비탈을 내려갔다. When the procession finally ended, I hung a ring on an orange bat, and quickly turned around Fisher's body, falling like a collapse on an ice pique, riding a rope down the slope. 나는 세 시가 좀 지난 시각에 사우스 서미트에 도착했다. I arrived at the South Summit a little later than three o'clock. 안개의 옷자락들은 어느새 8511m의 로체봉 꼭대기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피라미드 모양의 에베레스트 정상 밑까지 육박해왔다. The hem of the fog swept through the top of the 8511m peak of Roche, reaching the bottom of the pyramid-shaped summit of Everest. 이제 기상은 그다지 온화해 보이지 않았다. Now the weather didn't look so mild. 나는 새산소통을 움켜쥐고 조절장치와 연결시킨 뒤 점차 짙어져 가는 구름속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I grabbed the new oxygen communication and connected it to the regulator, and then hurried down into the thickening cloud. 사우스 서미트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가벼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서 시계가 아주 짧아졌다. Shortly after leaving the South Summit, light snow began to occur and the clock was very short. 거기서 130m 위에 있는 티 없이 맑은 코발트 빛 하늘 밑에서 찬연한 햇살을 받아 빛나는 산 정상에서 내 동료들은 이 행성의 최정사에 오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기를 펼져들고 사진을 찍으며 그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There, at the top of a mountain that shines in the bright sunlight under the flawless cobalt sky above 130m, my colleagues were wasting their precious time spreading national flags and taking pictures to commemorate their ascension on the planet. 그들중에 누구도 자기 발 아래에서 끔찍한 지옥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 기나긴 하루가 끝날 즈음에는 1 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생사를 좌우할 만큼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By the end of that long day, no one predicted that a short time of one minute would be precious enough to determine life and death.

네, 잘 들어셨습니까? Yes, did you listen? 이 장면은 클라이막스가 되는 부분이겠습니다. This scene will be the climax. 나중에 여기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을 존 크라카우어가 써나가는 데요, 차곡차곡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이제 왜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가, 이 비극은 어떻게 드리웠는 가를 냉정한 시선으로 서술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역시도 사고의 일부입니다. But this person is also part of the accident. 그래서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죠. So you can't be completely free here. 이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Every one of this person's actions must have affected others. 그런 부분까지도 정직하게 써내려 간 점이 인상적인 그런 책입니다. It is such an impressive book that I wrote honestly even that part. 자 [희박한 공기 속으로], 오늘은 존 크라카우어의 논픽션을 가지고 해봤는데요, 한번도 산악문학이라던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보지 않은 분들이라도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Now [Into the Thin Air], today I did it with John Cracower's nonfiction. Even if you have never been interested in mountain literature or this, I think it would be nice to read this book at least once. 네 제가 시작하면서 그 칸첸중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갑론을박에 대해서 잠시 말씀을 드렸는데요. Yes, as I started, I briefly talked about what happened in Kanchenjunga.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정말 8000m 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까마득하게 아래있는 사람들이 뭘 알고 있을까...이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If you read this book, what do the people down there know about what's really happening above 8000m, and the people down there in the dark... I think like this. 또 한편으로, 8000m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는 단순히 숭고한 어떤 모험정신, 도전정신이라고만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을 읽어보시면 거기에도 역시 장사와 상업, 비지니스, 홍보, 그다음에 자본주의...이런 것들로 이제는 많이 얼룩이 져 있구나..이런 것도 또 느낄 수 있습니다. On the other hand, we have only thought of what happens above 8000m as a noble spirit of adventure and challenge. If you read this book, there are also business, commerce, business, public relations, and then capitalism... There are a lot of stains now.. I can feel this again.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 이 그런 것에 숭고함 같은 것도 느낄 수가 있는데요. But nevertheless, human beings challenge their own limits... I can feel the sublime thing about this. 이 존 크라카우어 같은 사람만 해도 이 등반에 참여하기 전에는 상업적인 등반에 나서는 사람들을 정말 산을 모독하는 사람들..돈은 많은데 쓸데가 없는 사람들.. 자기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을 했고, 특히 그 가이드들을 따라서 많이 오르는 남서쪽 사면, 그 루트를 야크들이나, 그 야크라고 있죠? 티벳이나 네팔지역에 있는 그 소 처럼 생긴 짐승있죠? Is there a beast that looks like a cow in Tibet or Nepal? 야크나 다니는 길이라고 비웃었다고 합니다. It is said that he laughed at the yak. 그러나 막상 올라가 보니까 거기에 와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진지한 내면적 욕구들을 가지고 거기에 와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But when you go up, you discover that everyone who is there is there with their own serious inner desires. 이런 걸 읽다보면 마치 좋은 소설 처럼, 어떤 곳에서 단순한 진실, 악당이나 선인 이런 이분법적인 그런 구분이런 것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있구나.. 단순하지 않구나.. 이런 것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When you read this, like a good novel, there is no such thing as a simple truth in some places, such a dichotomy like a villain or a good man, and everything is intricately entangled. 자 오늘 김영하늬 '책 읽는 시간' 스물 한 번 째 에피소드는 뉴욕에서 녹음을 해서 보내드립니다. Today, the 21st episode of Kim Young-Hani's'Book Reading Time' will be recorded and sent in New York. 이 팟캐스트 청취자께서 뉴욕으로 간 뒤에도 팟캐스트가 계속되느냐 궁금해하셨는데, 네 바로 이렇게 하려고 팟캐스트를 시작한 것이죠. Listeners of this podcast wondered if the podcast would continue after they went to New York, but yes, that's how we started the podcast. 지구상 어디에 있든지 간에 책이 있고, 또 녹음할 수 있는 장비가 있으면 꼭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Wherever you are on the planet, if you have a book and equipment that can record, I'm definitely going to do it. 자 그럼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