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9 - J. M. 쿳시 [추락] (John M. Coetzee) - Part 4
네, 잘 들으셨습니까? 이 부분이 이 소설의 가장 앞부분인데요. 제가 조금 전에 균형 얘기를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토요일에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근데 이것은 아주 단순한 계기죠. 자기랑 돈을 주고 매주 만나서 관계를 맺던 한 여자를 발견하게 되는 것인데요. 흑인이고 이슬람 교도인 어떤 여자인데요, 그냥 돈을 주고 관계를 맺는 어떤 그런 관계에서, 길에서 가족과 함께 지나가는 그녀를 발견함으로써 이 남자의 삶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 되겠는데요. 이 소설의 앞부분에 보면은 상당히.. 처음에 읽을 때는 도데체 무슨 생각에서 넣었는지 잘 알 수 없는 뭐 바이런 얘기라던가..그다음에 이 남자의 어떤..섹스라이프, 왜 나오는 건지.. 그다음에 이 사람의 여러가지 철학이라던가 이런거요. '적당한 만족감'들을 추구하는 사람인거죠. 하교에서도 그다지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고요. 하루하루를 아주 잘 조절해가면서 살고있던 사람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결혼을 했고, 이혼을 두 번 했습니다만, 지금은 어쨌든 안정된 상태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이것은 뒤에 이제 다가올 어떤 그의 인생의 파국에 비추어 볼 때 굉장히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게다가 이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친다는 거..그러면서 인간이 서로간에 커뮤니테이션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 이 커뮤니케이션 학의 기본적인 출발점인데요. 이것에 대해서 이 사람이 굳이 따옴표를 써서 적어 놓습니다. '인간사회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의도를 서로에게 전달 할 수 있도록 언어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주인공은 이것에 대해서 상당히 냉소적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게 아니라 노래를 하다가 그것이 언어가 된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이 사람은 언어의 가능성을 믿지 않고 차라리 음악을 했으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그의 믿음은 이 순간까지는 아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는 도저히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곧 직면하게 되죠. 이것이 인간을 흔듭니다. 제가 소설에서 좋아하는 장면은 이런 것이예요. 평온하던 한 인간의 삶이 그의 믿음, 가치, 신념..이런 것들이 통채로 흔들이는 순간 이것이 아주 흥미로운 순간 입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은 피할 수가 없죠. 한 번은 인생에서 이런 일들을 겪게 되는데 문학은 그런 것들을 미리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가치있는 예술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그런 것들을 소설가들은 미리 생각하고, 또 자신의 경험을 언어로 표현해서 소설에 써놓고 독자들은 그것들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 본다는 것이죠. 그래서 소설을 읽는 효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습니다만 인생의 아주 중요한 순간에 몇 번의 결정을 현명하게 해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보다 좋은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일상생활, 즉 이 남자처럼, 소설의 전반부 처럼 모든 것이 잘 컨트롤 되고 있을 때는 문학은 아무런 역할을 못 할지도 몰라요. 그러나 인생의 어떤 위기가 닥쳐왔을 때 과연 어떻게 움직여야되는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어떤 윤리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가를 결정할 때는, 저는 반드시 그전에 한 인간이 읽었던 소설이 영향을 끼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자 이 소설을 보면 또 생각나는 소설이 있는데요. 그것은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이라는 소설입니다. 최근에 한 세계문학 전집에 일부로 우리나라에 번역돼서 왔는데요. 이게 재밌는 것은 여기에도 역시 대학 교수이다가 대학에서 축출당하게되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것인데요. 이 사람 역시 흑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고 그만두게 됩니다. 이 사람 자신이 미국사회의 마이너리티라고 할 수 있는 유태인인데, 그리고 흑인을 비하할 뜻이 전혀 없었는데도 오해를 사서 그만 두게 되는데 이것이 아주 그 [추락]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대학교수가 중요한 인물로 나오고, 이 나이든 대학교수들이 어떤 인종적 문제와 관련되서 대학으로부터 축출 당하고 그래서 삶의 균형이 무너지고 그것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글쎄요.. 두 작가가 교감을 주고 받았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수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간이 됐습니다. 그래서.. [추락] 같은 경우엔 아마 1999년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고요. [휴먼 스테인] 같은 경우는 2000년에 발간이 됐습니다. 재밌는 우연의일치가 아닐 수 없는데요. 그.. 대가 급의 작가들이기 때문에요, 이런 것은..저는 뭐..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일종의 어떤.. (좀 어려운 말로 하자만) 상호 주관성의 결과가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합니다. 하여간 이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보시는 것도 재미을 것 같습니다. 이 필립 로스의 [휴먼 스테인],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앞부분에 약간 좀.. 세팅을 이해하고 그러는데 힘이들긴 하지만 거길 지나가면 흥미로운 인간형들이 출현하게 됩니다. 존 쿳시의 인간들이 좀 차갑달까요? 차갑고 좀 잘 자신을 통제하는 인물들이라면, 필립 로스의 인물들은 훨씬 좀 이야기 속의 인물들 같아요. 좀 격렬하고, 자기욕망에 충실하고.. 들끓죠.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데요.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 경험이되지 않을까 생각이듭니다. 자 오늘 이렇게 해서요 존 쿳시의 [추락 Disgrace]라는 소설을 가지고,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열아홉 번 째 에피소드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재밌게 들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