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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18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Jose Saramaga) - Part 5

Episode 18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Jose Saramaga) - Part 5

물론 억지로 하는 일 보다는 자발 적으로 하는게 덜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순간에 한 번 만 망설였다면, 마지막으로 입 조심하자는 생각을 한 번 만 했다면, 그는 '마음이 기꺼우면 발걸음도 가볍다'라는 속담을 인용하는 것으로 그의 소소를 끝맺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분노에 찬 항의가 터져나왔다. 남자들은 연민과 동정심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패배했다. 여자들의 분노는 정당했다. 여자들은 각자의 교양, 사회적 배경, 개인적 기질에 따라 남자들을 '신둥부러진 놈,' '기둥서방,' '기생충,' '흡혈귀,' '착취자,' '뚜쟁이' 등으로 불러댔다. 어떤 여자들은 그동안 순전히 관용과 동정심 때문에 불행에 처한 동반자들의 성적인 제의를 수락해 왔는데 이제 그 일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주었는데도 이제 여자들을 최악의 운명으로 몰아넣으려하는 이 배은망덕한 행동을 보라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제발 일을 너무 극적으로 과장하지 말아달라. 이야기를 천천히 해보면 서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자원자들을 앞으로 나오라고 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당신들이나 우리나 다 굶어 죽게생긴 지금이야 말로 그런 어렵고 위험한 상황 아니냐. '하는 식으로 변명 했다. 여자들 가운데는 이런 설득에 진정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갑자기 무슨 영감이라도 받은 듯, 장작 불에 장작을 하나 더 집어 넣는 행동을 했다. 그 여자는 비꼬는 목소리로,

"만일 이 악당들이 여자들이 아니라 남자들을 요구했으면 당신들은 어떻게 했겠어요? 그럼 어떻게 했겠어요? 어서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대답해 봐요!" 하고 물었던 것이다.

여자들은 신이나서 "말해봐! 말해봐! "하고 합창을 했다. 여자들은 남자들을 궁지에 몰아 넣은 것에 남자들 자신의 논리를 통해 그들을 탈출구가 없는 함정에 빠뜨린 것에 기뻐했다. 이제 여자들은 그렇게 칭송받는 남성적 논리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싶어했다.

"여기에 동성애 하는 남자는 없소." 한 남자가 대담하게 맞섰다.

"여기는 창녀도 없어요!" 방금 도발적인 질문을 했던 여자가 쏘아 붙이고는 덧붙였다.

"설사 있다 해도 당신들을 위해 몸을 팔 생각은 없을 거예요!" 궁지에 몰린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도 이 복수 심에 사로잡힌 여자들을 만족시키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남자를 원한다면 우리는 가겠소'하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남자들 가운데는 이 짧고 분명하고 대담한 말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없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 말을 해도 해가 될 것은 없다는 사실, 그 개자식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게 욕망을 해갈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순간 남자들에게 안 떠오른 생각이 여자들에게는 떠올랐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갈등이 빚어지던 병실에 점차 정적이 깔렸을리 없다. 여자들은 남자들과의 말싸움에서 재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그 뒤에 불가피하게 따르게 되는 패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병실들에서 벌어진 논쟁도 이와 똑같았을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인간의 이성과 비이성은 어디에서나 똑같은 것 아닌가. 이 병실에서 최종판단을 내린 사람은 이미 오십 줄에 들어선 여자였다. 그녀는 노모와 함께 있었는데 음식을 얻을 다른 수단이 없었다.

"내가 가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물론 그녀는 우병동 1호 병실에서 의사의 아내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의사의 아내가 있는 병실에는 여자의 수가 적었다. 어쩌면 그래서 항의하는 사람도 적고 또 덜 격렬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는 검은색 안경을 썼던 여자, 첫 번 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 안과 간호사, 호텔 청소부, 아무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여자, 불면증에 걸린 여자가 있었다. 그러나 불면증에 걸린 여자는 워낙 가엾고 비참해 보이는 모습이라 그냥 놔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여자들의 단결된 행동에 의해 남자들만 이익을 보란 법은 없지 않은가? 맨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첫 번 째로 눈이 먼 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낯선 사람에게 몸을 내주는 수모를 당하게 할 수는 없다고 선포했다. 그녀도 그럴 마음이 없었고 남편도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존엄성이란 값으로 매길수 있는 것이 아니며, 조금씩 양보하기 시작하면 결국 인생의 모든 의미를 잃게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의사는 그들 모두가 굶주리고, 오물에 뒤덮히고, 이에 시달리고, 빈대에 물리고, 벼룩에 뜯기는 상황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 역시 내 아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나도 압니다. 남자다운 자존심, 아니 이것은 남성의 자존심이라 해야겠죠. 어쨌든 지금까지 많은 수모를 겪은 뒤에도 우리가 여전히 그런 이름을 붙일 만한 것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존심이 고통을 겪으리라는 것, 이미 겪기도 했지만 다시 겪으리라는 것,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압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싶다면 이것이 어쩌면 유일한 해결책인지도 모릅니다. 각자 자신의 가진 윤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생각을 바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첫 번 째로 눈이 먼 남자는 그렇게 도전적으로 쏘아 붙였다.

네, 이렇게 됨으로써 소설을 점차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눈먼 사람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야만과 거기에 어떻게 윤리적으로 대응할 것이냐..각자의 윤리대로 행동하면 된다..이것은 사실은 칸트의 '정언명령'에 입각한 것이죠. 그러나 이런 칸트적인 윤리가 통하지 않는 야만의 세계..이것은 정말 끔찍한것이죠. 사람들이 자기가 생각할 때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그런 방법,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면 되는 세계라는 것은 사실은 문명화된 세계죠. 문명이 무너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가에 대해서 주제 사라마구가 냉정한 문체로 써나가고 있는 정말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네 이 소설 제가 다 읽어드리면 재미가 없고요. 한번 생각나신 김에 예전에 읽으셨던 분들은 한 번 더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 읽어보신 분은 이번 기회에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특히 앞부분에 워낙 이분이 스토리를 힘있게 전개하기 때문에 막 넘긴 분들 많을 거예요. 다시 한 번, 이 이야기를 다 알고보는 새로운 맛이 있습니다. 우리가 요새 뭐 영화같은 경우에는 '스포일러'다 이래가지고 막 싫어하는데요. 사실 문학은 스포일러를 견딜 수 있는 문학이 문학이죠. 여러번 읽어도 좋도록 쓰여진 작품이 좋은 작품이고 특히 이렇게 빨리 읽히는 작품인 경우에는 앞부분에 놓치는 게 많습니다.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아 이런게 참, 정말 안 보이게, 잘 배치해 놓은 복선 이구나..' 이런 것들을 아마 찾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아까 곧 내리칠 채찍을 기다리는 말 처럼 차들이 들썩거린다 이런 표현..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런 문장들이 곧곧에 있습니다. 그래서 참 그런 생각을 하게되요. 소설에서 좋은 문장이라는 것은 읽어나가다가 어 좋네 하고 멈춰서서 밑줄을 긋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 두 번 읽고 세 번 읽을 때 발견되는 구절, 이런게 정말 작가가 사실은 세심하게 배치한 그런 멋진 구절이다라는 생각이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자 오늘 이 주제 사라마구의 타계 소식을 듣고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어 봤습니다. 평생을 공산주의자로 살았으면서도 문학에는 자신의 어떤 정치적 입장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 미적 완성도를 높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보편적인, 윤리적인 문제들을 생각하게 했다는 것, 이게 주제 사라마구의 작가로서도 훌륭한 어떤 면이 아닌가 하는 것을 오늘 그의 일생을 한번 돌아보면서 더욱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 열여덟 번 째 '책 읽는 시간' 에피소드는 여기서 마치고요. 저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Episode 18 -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Jose Saramaga) - Part 5 Episode 18 - Subject Saramagu [City of the Blind] (Jose Saramaga) - Part 5

물론 억지로 하는 일 보다는 자발 적으로 하는게 덜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Of course, it must have taken into account that it is less difficult to do it voluntarily than to do it by force. 그러나 그가 마지막 순간에 한 번 만 망설였다면, 마지막으로 입 조심하자는 생각을 한 번 만 했다면, 그는 '마음이 기꺼우면 발걸음도 가볍다'라는 속담을 인용하는 것으로 그의 소소를 끝맺지는 않았을 것이다. However, if he had only hesitated once at the last minute, or had thought to be careful with his mouth for the last time, he would not have concluded his claim by quoting the proverb,'If the heart is willing, the step is light.' 그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분노에 찬 항의가 터져나왔다. Furious protests erupted from all sides, terrifying to finish his speech. 남자들은 연민과 동정심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패배했다. Men were morally defeated because they did not show compassion and compassion. 여자들의 분노는 정당했다. The women's anger was justified. 여자들은 각자의 교양, 사회적 배경, 개인적 기질에 따라 남자들을 '신둥부러진 놈,' '기둥서방,' '기생충,' '흡혈귀,' '착취자,' '뚜쟁이' 등으로 불러댔다. Depending on their culture, social background, and personal temperament, women referred to men as'broken guys,''posters,''parasites,''vampires,''exploators,''pimps', and so on. 어떤 여자들은 그동안 순전히 관용과 동정심 때문에 불행에 처한 동반자들의 성적인 제의를 수락해 왔는데 이제 그 일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Some women have said that they have accepted the sexual offer of their unhappy companions purely out of tolerance and compassion, and now they regret it. 그렇게 해주었는데도 이제 여자들을 최악의 운명으로 몰아넣으려하는 이 배은망덕한 행동을 보라는 것이었다. Even though he did so, he was now asked to see this ungrateful act of trying to drive women to their worst destiny. 남자들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Men said,'It's not like that at all. 제발 일을 너무 극적으로 과장하지 말아달라. Please don't overdo things too dramatically. 이야기를 천천히 해보면 서로 이해할 수도 있다. If you talk slowly, you can understand each other.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자원자들을  앞으로 나오라고 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당신들이나 우리나 다 굶어 죽게생긴 지금이야 말로 그런 어렵고 위험한 상황 아니냐. '하는 식으로 변명 했다. 여자들 가운데는 이런 설득에 진정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여자들 가운데 하나가 갑자기 무슨 영감이라도 받은 듯, 장작 불에 장작을 하나 더 집어 넣는 행동을 했다. However, one of the women who did not suddenly acted to put another piece of firewood into the firewood, as if they had received any inspiration. 그 여자는 비꼬는 목소리로, The woman in a sarcastic voice,

"만일 이 악당들이 여자들이 아니라 남자들을 요구했으면 당신들은 어떻게 했겠어요? “What would you do if these villains were asking for men, not women? 그럼 어떻게 했겠어요? So what would you have done? 어서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대답해 봐요!" Go ahead and answer it out loud so everyone can hear it!" 하고 물었던 것이다.

여자들은 신이나서 "말해봐! 말해봐! "하고 합창을 했다. 여자들은 남자들을 궁지에 몰아 넣은 것에 남자들 자신의 논리를 통해 그들을 탈출구가 없는 함정에 빠뜨린 것에 기뻐했다. The women were delighted that they had driven men into a corner and, through their own logic, put them into a trap with no way out. 이제 여자들은 그렇게 칭송받는 남성적 논리가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싶어했다. Now women wanted to see how far the masculine logic that was admired was going.

"여기에 동성애 하는 남자는 없소." "There are no homosexual men here." 한 남자가 대담하게 맞섰다.

"여기는 창녀도 없어요!" 방금 도발적인 질문을 했던 여자가 쏘아 붙이고는 덧붙였다.

"설사 있다 해도 당신들을 위해 몸을 팔 생각은 없을 거예요!" 궁지에 몰린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The man in a corner shrugged. 그도 이 복수 심에 사로잡힌 여자들을 만족시키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He too knew that there was only one answer that satisfies the women captured by this revenge. '그들이 남자를 원한다면 우리는 가겠소'하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남자들 가운데는 이 짧고 분명하고 대담한 말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없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 말을 해도 해가 될 것은 없다는 사실, 그 개자식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에게 욕망을 해갈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던 것이다. 순간 남자들에게 안 떠오른 생각이 여자들에게는 떠올랐던 것 같다. At the moment, it seems that the thoughts that did not come to the men came to the women.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갈등이 빚어지던 병실에 점차 정적이 깔렸을리 없다. 여자들은 남자들과의 말싸움에서 재피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그 뒤에 불가피하게 따르게 되는 패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른 병실들에서 벌어진 논쟁도 이와 똑같았을 것이다. Perhaps the same was the case with the debate in other hospital rooms. 우리가 알다시피 인간의 이성과 비이성은 어디에서나 똑같은 것 아닌가. As we know, aren't human reason and irrationality the same everywhere? 이 병실에서 최종판단을 내린 사람은 이미 오십 줄에 들어선 여자였다. 그녀는 노모와 함께 있었는데 음식을 얻을 다른 수단이 없었다.

"내가 가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물론 그녀는 우병동 1호 병실에서 의사의 아내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의사의 아내가 있는 병실에는 여자의 수가 적었다. 어쩌면 그래서 항의하는 사람도 적고 또 덜 격렬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는 검은색 안경을 썼던 여자, 첫 번 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 안과 간호사, 호텔 청소부, 아무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여자, 불면증에 걸린 여자가 있었다. 그러나 불면증에 걸린 여자는 워낙 가엾고 비참해 보이는 모습이라 그냥 놔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여자들의 단결된 행동에 의해 남자들만 이익을 보란 법은 없지 않은가? 맨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첫 번 째로 눈이 먼 남자였다. The first person to open his mouth was the first man who was blind. 그는 자신의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낯선 사람에게 몸을 내주는 수모를 당하게 할 수는 없다고 선포했다. 그녀도 그럴 마음이 없었고 남편도 허락하지 않으려 했다. She didn't want to do that, and her husband didn't want to. 존엄성이란 값으로 매길수 있는 것이 아니며, 조금씩 양보하기 시작하면 결국 인생의 모든 의미를 잃게되기 때문이다. Because dignity is not priceable, and if you start to yield little by little, you will eventually lose all the meaning of life. 그러자 의사는 그들 모두가 굶주리고, 오물에 뒤덮히고, 이에 시달리고, 빈대에 물리고, 벼룩에 뜯기는 상황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 역시 내 아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I also don't want my wife to go.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느냐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나도 압니다. 남자다운 자존심, 아니 이것은 남성의 자존심이라 해야겠죠. 어쨌든 지금까지 많은 수모를 겪은 뒤에도 우리가 여전히 그런 이름을 붙일 만한 것을 가지고 있다면, 그 자존심이 고통을 겪으리라는 것, 이미 겪기도 했지만 다시 겪으리라는 것,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압니다. After all, I know that, after so far, if we still have something to give it a name, that pride will suffer, that we have already suffered, but will suffer again, that it cannot be avoided. 하지만 우리가 살고 싶다면 이것이 어쩌면 유일한 해결책인지도 모릅니다. But if we want to live this may be the only solution. 각자 자신의 가진 윤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는 생각을 바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첫 번 째로 눈이 먼 남자는 그렇게 도전적으로 쏘아 붙였다. The first blind man shot him so defiantly.

네, 이렇게 됨으로써 소설을 점차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Yes, this will gradually bring the novel to catastrophe. 눈먼 사람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야만과 거기에 어떻게 윤리적으로 대응할 것이냐..각자의 윤리대로 행동하면 된다..이것은 사실은 칸트의 '정언명령'에 입각한 것이죠. 그러나 이런 칸트적인 윤리가 통하지 않는 야만의 세계..이것은 정말 끔찍한것이죠. But a world of savagery where this Kantian ethic doesn't work... this is terrible 사람들이 자기가 생각할 때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그런 방법,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면 되는 세계라는 것은 사실은 문명화된 세계죠. 문명이 무너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가에 대해서 주제 사라마구가 냉정한 문체로 써나가고 있는 정말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네 이 소설 제가 다 읽어드리면 재미가 없고요. 한번 생각나신 김에 예전에 읽으셨던 분들은 한 번 더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 읽어보신 분은 이번 기회에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특히 앞부분에 워낙 이분이 스토리를 힘있게 전개하기 때문에 막 넘긴 분들 많을 거예요. 다시 한 번, 이 이야기를 다 알고보는 새로운 맛이 있습니다. 우리가 요새 뭐 영화같은 경우에는 '스포일러'다 이래가지고 막 싫어하는데요. 사실 문학은 스포일러를 견딜 수 있는 문학이 문학이죠. In fact, literature is literature that can withstand spoilers. 여러번 읽어도 좋도록 쓰여진 작품이 좋은 작품이고 특히 이렇게 빨리 읽히는 작품인 경우에는 앞부분에 놓치는 게 많습니다.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아 이런게 참,  정말 안 보이게, 잘 배치해 놓은 복선 이구나..' 이런 것들을 아마 찾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아까 곧 내리칠 채찍을 기다리는 말 처럼 차들이 들썩거린다 이런 표현..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런 문장들이 곧곧에 있습니다. 그래서 참 그런 생각을 하게되요. That's why I think that way. 소설에서 좋은 문장이라는 것은 읽어나가다가 어 좋네 하고 멈춰서서 밑줄을 긋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  두 번 읽고 세 번 읽을 때 발견되는 구절, 이런게 정말 작가가 사실은 세심하게 배치한 그런 멋진 구절이다라는 생각이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자 오늘 이 주제 사라마구의 타계 소식을 듣고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어 봤습니다. Now, today, after hearing the news of Sarama-gu's death on this topic, I read [City of the Blind], his masterpiece. 평생을 공산주의자로 살았으면서도 문학에는 자신의 어떤 정치적 입장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 미적 완성도를 높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보편적인, 윤리적인 문제들을 생각하게 했다는 것, 이게 주제 사라마구의 작가로서도 훌륭한  어떤 면이 아닌가 하는 것을 오늘 그의 일생을 한번 돌아보면서 더욱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Having lived as a communist all his life, but not revealing his political position in literature as much as possible, but raising his aesthetic perfection to make people think of some common and ethical issues. Looking back on his life today, I came to think more. 오늘 열여덟 번 째 '책 읽는 시간' 에피소드는 여기서 마치고요. 저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