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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15 -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Romain Gary) - Part 3

Episode 15 -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Romain Gary) - Part 3

일시에 내가 그토록 애를 써서 치장하였던 가짜 남성다움이며, 허세며 냉혹함 따위의 싸구려 훈장들이 발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한팔로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다른 팔로 내 동료들에게 손짓을 해 보였다 가운뎃손가락을 엄지손가락으로 받치고서, 수직으로 오르락내리락해 보이는 그 의미심장한 동작 말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동작의 의미는 전 세계 군인들이 다 알고 있었다. 라틴계 나라에선 한 손가락이면 되는 반면 영국에선 두 손가락을 사용한다는 차이만 빼면 말이다-그거야 기질 문체이고. 더는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놀리는 눈빛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팔로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서 , 어머니를 위해 내가 벌이려고 하는 모든 투쟁들을, 내가 내 인생의 새벽에 나 자신과 맺은 약속을 생각하였다. 어머니 말이 다 옳았던 것이 되게끔 만들리라, 어머니의 희생에 의미를 주리라. 저들과 당당히 세계의 소유권을 두고 겨루어 이긴 다음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는 약속을. 나는 걸음마를 할 때부터 저들의 권능과 잔인함을 알아보도록 너무도 단단히 배웠던 것이다.

이십 년 이상이 흘러 모든 것이 다 말해진 지금, 대양의 기슭 빅서의 내 바위 위에 엎드려 있는 지금, 가끔씩 고래들이 대양의 광대함 속에선 우스꽝스럽기만 한 작은 물줄기를 뿜으며 지나가는 바다, 그 거대한 침묵 속에 오직 물개들의 울음소리만이 들려오는 지금까지도-모든 것이 텅 빈 것만 같은 지금까지도, 나는 눈만 들면, 패배와 복종의 기미를 찾기 위해 나를 굽어보고 있는 한 무리의 적들을 볼 수 있다.

네, 이게 이 책의 첫 부분인데요. 이.. 보면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죠. 한때 동업자였던 택시..그걸 뭐 지입이라고 하나요? 그렇게 소유하고 있던 택시기사를 거의 윽박지르다 시피해서 자신의 위대한 아들을 보러, 무려 300 km가 넘는 거리를 돈 한푼 안 주고 오시는 분이고요. 와가지고는 그..(남자들은 그런걸 참 부끄럽게 생각하죠) 남성들의 세계인데 어머니가 와서 궁둥이 두들기고..이런 분위기인데 그런 상황에서도 이 어머니는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그것도 러시아 악센트로 외치는 거죠.. 너는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가죠) 이 사람이 프랑스 대사가 될거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이 책을 읽는 순간에 독자들은 알고있죠. 이 어머니가 예언한 것이 모두 이루어 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로맹 가리의 인생이라는 것은 어머니의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한 삶이라고 할 수가 있고 그것을 로맹 가리가 [새벽의 약속] 자기 인생의 새벽, 인생의 여명기에 했던 약속에 따라서 자기는 살고 있다는 것인데, 이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어떤 그 처연함이 있어요. 그것은 수정될 수 없는 약속이죠. 어머니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고 로맹 가리는 로맹 가리대로의 삶이 있는데 어려서 어머니 한테 받았던 그런 그 예언, 그리고 (아주 어렵게 살았거든요) 러시아에서 폴란드로 흘러들어와서 거기서 잠깐 흥했다가 망하기도 하고 이러면서 여러가지 러시아계 유대인으로서 받았던 여러가지 모욕과 멸시 속에서, 또 홀어머니였고요. 아버지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거의 보지를못 했고(다른 집안의 가장이었죠), 쉽게 말해서 사생아였기 때문에 이 홀어머니는 오직 로맹 가리에게만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중압감이란 것은 대단한 거죠. 막무가내 이런 어머니의 엄청난 기대.. 이것은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선 것이 아닌데요, 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나의 사명을 느꼈던 건 열세 살적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때 나는 니스 중학교 4학년생이었고, 어머니는 네그레스코 호텔에 복도 진열장 하나를 갖고 있었다. 거기다 어머니는 커다란 상점에서 넘겨받은 물건들을 진열해놓고 있었다. 스카프 하나, 허리띠 하나, 웃옷 하나를 팔 때마다 십 퍼센트의 구전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가끔씩 그녀는 위법으로 값을 올려 팔고는 차액을 당신 주머니에 챙기곤 하였다. 하루 종일 그녀는 안절부절 무수한 골루아즈 담배를 피우면서 뜨내기 손님들을 잡으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때엔 우리의 일용할 빵이 전적으로 그 불안정한 거래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십삼 년 동안이나 그녀는 홀로 남편도 애인도 없이 그렇게 용감하게 싸워왔던 것이다. 매달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돈, 버터값, 신발값, 집세, 옷값, 그리고 정오의 비프스테이크-적들에 대한 승리의 표징인 양 약간 엄숙하게 내 앞접시에 매일 놓아주곤 하던 그 비프스테이크-값을 벌어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나는 비프스테이크 접시 앞에 앉곤 하였다. 어머니는 강아지들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개처럼 내 앞에 서서 평온한 모습으로 내가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자신은 전혀 그것에 손도 대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당신은 채소밖에 좋아하지 않는 데다 고기나 기름기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나는 식사를 마친 뒤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어머니는 걸상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의 무릎 위엔 내 비프스테이크를 구운 프라이팬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빵 조각으로 기름기가 남아 있는 프라이팬 바닥을 알뜰하게 훑더니 열심히 먹는 것이었다. 프라이팬을 냅킨 밑에 감추는 어머니의 재빠른 동작에도 불구하고, 나는 번개처럼 어머니의 채식 요법의 진짜 이유를 완전히 깨달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않고, 빳빳하게 굳은 채, 냅킨 밑에 잘 가려지지 않은 프라이팬과 어머니의 죄지은 듯한 불안한 미소를 바라보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리며 달아나고 말았다.

그때 우리가 살던 셰익스피어 가 끄트머리에는 철로를 내려다보며 거의 수직으로 솟은 둑이 있었는데, 내가 숨으러 달려갔던 곳이 바로 거기였다. 기차에 몸을 던져 나의 부끄러움과 무력함에서 벗어나버리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언젠가 세상을 다시 세워, 마침내 행복하고 정당하고 자신만만하게 된 내 어머니 앞에 갖다 바치리라는 격렬한 다짐이 뜨겁게 내 심장을 물어뜯었다. 내 피가 허리에서 발끝까지 그 뜨거움을 몰아갔다. 팔에 얼굴을 파묻고서 나는 나의 괴로움에 몸을 내맡겼다. 그러나 늘 그렇게 마음을 쓰다듬어주던 눈물조차 이번에는 아무런 위안도 가져다주지 못하였다. 결핍과 의기소침, 거의 불구에 가까운 상실의 견딜 수 없는 느낌이 가슴을 메웠다. 이 어릴적 욕구 불만과 불확실한 갈망은 커갈수록 희미해지기는 커녕 나와 함께 자라났고, 여자도 예술도 결코 완전히 가라앉힐 수 없는 욕구로 변하였다.

둑 위로 올라오는 어머니를 발견했을 때, 나는 풀밭에 엎드려 울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 어머니가 그곳을 알아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곳엔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어머니가 몸을 굽혀 선로 밑을 지나 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의 잿빛 머리에는 하늘과 빛이 가득했다. 어머니는 그 영원한 골루아즈를 손에 들고 내 곁에 와 앉았다.

“울지 마라.”

“내버려둬요.”

“울지 마라. 이 에미를 용서해다오. 넌 이제 사나이다. 내가 널 괴롭혔지?”

“내버려두라니까요!”

기차가 지나갔다. 갑자기 그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나의 슬픔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안 그럴게." 나는 조금 진정되었다. 우리 두 사람은 무릎에 팔을 얹고 맞은편을 바라보며 경사지에 앉아 있었다. 염소 한 마리가 노란 아카시아 나무에 비끄러매어져 있었다. 아카시아 꽃이 한창이었고, 하늘은 몹시 푸르렀으며, 햇빛은 최고로 쨍쨍하였다. 갑자기 세상이 온통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생각, 성년이 된 내가 가장 처음으로 품은 생각이었다. 어머니가 내게 골루아즈 담뱃갑을 내밀었다.

“담배 피울래?”

“아니.”

어머니는 나를 어른 취급하려 애썼다. 아마 마음이 급했겠지. 어머닌 벌써 쉰한 살이었다. 어려운 나이였다. 삶 가운데 의지할만한 것이라곤 어린아이 하나밖에 없을 때에는 말이다.

“오늘도 썼니?”

일 년 전부터 나는 ‘쓰고 있었다' 나는 벌써 여러 권의 학생 노트를 내 시로 까맣게 뒤덮고 있었다. 인쇄된 것 같은 환상을 품기 위해 나는 내 시들을 한 자 한자 인쇄체로 써넣었다.

“응, 영혼의 환생과 이동에 관한 굉장한 철학 시를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머리를 끄덕여 좋다는 시늉을 했다.

“학교에선 어땠니?”

“수학이 빵점이야.”

어머닌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널 이해 못 하는 게지”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나도 어머니와 전적으로 동감이었다. 이과계 선생님들이 내게 그토록 고집스럽게 빵점을 주자, 나는 그것이 그들 쪽의 터무니없는 무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선생들,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당황하게 될 테지. 네 이름은 언젠가 학교 벽 위에 금 글자로 새 겨질 거야. 내일 내가 학교에 가서, 그 선생들에게……”

나는 몸을 떨었다.

"엄마, 절대로 안 돼요. 또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네가 요즘 쓴 시들을 보여주러 가는 거야. 난 위대한 배우였으니, 시를 낭송할 줄 알아요. 넌 단눈치오가 될 걸 뭐! 빅토르 위고가 될 거고, 노벨상을 받을 거야!" “엄마, 아무튼 선생님 만나러 가면 안 돼." 어머니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을 헤맸고, 순진하기도 하고 확신에 가득 차기도 한 행복한 미소가 입술 위에 떠올랐다. 갑자기 미래라는 안개를 꿰뚫고, 성인이 된 자기 아들이 장엄한 예복을 입고 영광과 성공과 명예에 뒤덮여, 천천히 팡테옹의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눈으로 보기라도 하는 듯이.

“여자들이 전부 네 앞에서 무릎을 꿇을 거야" 하고 어머니는 담배로 허공을 쓸어내며 엄숙하게 결론 지었다.


Episode 15 -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Romain Gary) - Part 3 Episode 15 - Romain Gary "Das Versprechen der Morgendämmerung" (Romain Gary) - Teil 3 Episode 15 - Romain Gary "The Promise of Dawn" (Romain Gary) - Part 3

일시에 내가 그토록 애를 써서 치장하였던 가짜 남성다움이며, 허세며 냉혹함 따위의 싸구려 훈장들이 발 아래로 떨어졌다. At one time, cheap decorations of the fake masculinity that I had put so much effort into adorning, such as pretentiousness and cruelty, fell under my feet. 나는 한팔로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다른 팔로 내 동료들에게 손짓을 해 보였다 가운뎃손가락을 엄지손가락으로 받치고서, 수직으로 오르락내리락해 보이는 그 의미심장한 동작 말이다. I held my mother's shoulder with one arm and gestured to my co-workers with the other. That meaningful gesture that looked up and down vertically while supporting my middle finger with my thumb. 나중에 알았는데, 그 동작의 의미는 전 세계 군인들이 다 알고 있었다. 라틴계 나라에선 한 손가락이면 되는 반면 영국에선 두 손가락을 사용한다는 차이만 빼면 말이다-그거야 기질 문체이고. Except for the difference that in Latin countries one finger is all you need, in England two fingers are - that's temperament style. 더는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놀리는 눈빛도 보이지 않았다. There was no more laughter and no more teasing eyes. 나는 팔로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서 , 어머니를 위해 내가 벌이려고 하는 모든 투쟁들을, 내가 내 인생의 새벽에 나 자신과 맺은 약속을 생각하였다. 어머니 말이 다 옳았던 것이 되게끔 만들리라, 어머니의 희생에 의미를 주리라. 저들과 당당히 세계의 소유권을 두고 겨루어 이긴 다음 집으로 돌아가리라, 하는 약속을. 나는 걸음마를 할 때부터 저들의 권능과 잔인함을 알아보도록 너무도 단단히 배웠던 것이다.

이십 년 이상이 흘러 모든 것이 다 말해진 지금, 대양의 기슭 빅서의 내 바위 위에 엎드려 있는 지금, 가끔씩 고래들이 대양의 광대함 속에선 우스꽝스럽기만 한 작은 물줄기를 뿜으며 지나가는 바다, 그 거대한 침묵 속에 오직 물개들의 울음소리만이 들려오는 지금까지도-모든 것이 텅 빈 것만 같은 지금까지도, 나는 눈만 들면, 패배와 복종의 기미를 찾기 위해 나를 굽어보고 있는 한 무리의 적들을 볼 수 있다. Now that more than twenty years have passed, and everything has been said, now I lie on my rock at Big Sur on the shores of the ocean, the sea where whales occasionally pass by spouting small streams of absurdity in the vastness of the ocean, in the great silence of only the seals Even now, when only the cry is heard—even when everything seems to be empty—if I close my eyes I can see a group of enemies looking down on me for signs of defeat and submission.

네, 이게 이 책의 첫 부분인데요. Yes, this is the first part of this book. 이.. 보면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죠. You can tell what kind of mother she is. 한때 동업자였던 택시..그걸 뭐 지입이라고 하나요? A taxi that was once a business partner.. What do you call it Jiip? 그렇게 소유하고 있던 택시기사를 거의 윽박지르다 시피해서 자신의 위대한 아들을 보러, 무려 300 km가 넘는 거리를 돈 한푼 안 주고 오시는 분이고요. He is a man who almost never threatened the taxi driver he owned and came to see his great son without paying a penny for a distance of more than 300 km. 와가지고는 그..(남자들은 그런걸 참 부끄럽게 생각하죠) 남성들의 세계인데 어머니가 와서 궁둥이 두들기고..이런 분위기인데 그런 상황에서도 이 어머니는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그것도 러시아 악센트로 외치는 거죠.. 너는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이탈리아의 유명한 작가죠) 이 사람이 프랑스 대사가 될거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이 책을 읽는 순간에 독자들은 알고있죠. 이 어머니가 예언한 것이 모두 이루어 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You learn that everything this mother prophesied has come true. 결국 로맹 가리의 인생이라는 것은 어머니의 예언을 실현시키기 위한 삶이라고 할 수가 있고 그것을 로맹 가리가 [새벽의 약속] 자기 인생의 새벽, 인생의 여명기에 했던 약속에 따라서 자기는 살고 있다는 것인데, 이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어떤 그 처연함이 있어요. In the end, Romain Gary's life can be said to be a life to fulfill her mother's prophecy, and that she is living according to the promise Romain Gary made at the dawn of her life, at the dawn of her life. The more you read, the more pitiful there is. 그것은 수정될 수 없는 약속이죠. 어머니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고 로맹 가리는 로맹 가리대로의 삶이 있는데 어려서 어머니 한테 받았던 그런 그 예언, 그리고 (아주 어렵게 살았거든요) 러시아에서 폴란드로 흘러들어와서 거기서 잠깐 흥했다가 망하기도 하고 이러면서 여러가지 러시아계 유대인으로서 받았던 여러가지 모욕과 멸시 속에서, 또 홀어머니였고요. 아버지가 있었지만 아버지는 거의 보지를못 했고(다른 집안의 가장이었죠), 쉽게 말해서 사생아였기 때문에 이 홀어머니는 오직 로맹 가리에게만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중압감이란 것은 대단한 거죠. That kind of pressure is great. 막무가내 이런 어머니의 엄청난 기대.. 이것은 한국 독자들에게는 낯선 것이 아닌데요, 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나의 사명을 느꼈던 건 열세 살적이었다고 생각된다. I think the first time I felt my mission was when I was thirteen. 그때 나는 니스 중학교 4학년생이었고, 어머니는 네그레스코 호텔에 복도 진열장 하나를 갖고 있었다. 거기다 어머니는 커다란 상점에서 넘겨받은 물건들을 진열해놓고 있었다. 스카프 하나, 허리띠 하나, 웃옷 하나를 팔 때마다 십 퍼센트의 구전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가끔씩 그녀는 위법으로 값을 올려 팔고는 차액을 당신 주머니에 챙기곤 하였다. Sometimes she would illegally sell at a higher price and keep the difference in your pocket. 하루 종일 그녀는 안절부절 무수한 골루아즈 담배를 피우면서 뜨내기  손님들을 잡으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All day long, she fidgeted, smoking countless Goloise cigarettes, looking for opportunities to lure wandering guests. 그때엔 우리의 일용할 빵이 전적으로 그 불안정한 거래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벌써 십삼 년 동안이나 그녀는 홀로 남편도 애인도 없이 그렇게 용감하게 싸워왔던 것이다. 매달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돈, 버터값, 신발값, 집세, 옷값, 그리고 정오의 비프스테이크-적들에 대한 승리의 표징인 양 약간 엄숙하게 내 앞접시에 매일 놓아주곤 하던 그 비프스테이크-값을 벌어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학교에서 돌아와 나는 비프스테이크 접시 앞에 앉곤 하였다. 어머니는 강아지들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개처럼 내 앞에 서서 평온한 모습으로 내가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머니 자신은 전혀 그것에 손도 대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당신은 채소밖에 좋아하지 않는 데다 고기나 기름기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이었다. 어느 날 나는 식사를 마친 뒤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갔다. One day, after eating, I went to the kitchen for a drink. 어머니는 걸상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의 무릎 위엔 내 비프스테이크를 구운 프라이팬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빵 조각으로 기름기가 남아 있는 프라이팬 바닥을 알뜰하게 훑더니 열심히 먹는 것이었다. 프라이팬을 냅킨 밑에 감추는 어머니의 재빠른 동작에도 불구하고, 나는 번개처럼 어머니의 채식 요법의 진짜 이유를 완전히 깨달았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않고, 빳빳하게 굳은 채, 냅킨 밑에 잘 가려지지 않은 프라이팬과 어머니의 죄지은 듯한 불안한 미소를 바라보다가 그만 울음을 터뜨리며 달아나고 말았다.

그때 우리가 살던 셰익스피어 가 끄트머리에는 철로를 내려다보며 거의 수직으로 솟은 둑이 있었는데, 내가 숨으러 달려갔던 곳이 바로 거기였다. 기차에 몸을 던져 나의 부끄러움과 무력함에서 벗어나버리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언젠가 세상을 다시 세워, 마침내 행복하고 정당하고 자신만만하게 된 내 어머니 앞에 갖다 바치리라는 격렬한 다짐이 뜨겁게 내 심장을 물어뜯었다. 내 피가 허리에서 발끝까지 그 뜨거움을 몰아갔다. 팔에 얼굴을 파묻고서 나는 나의 괴로움에 몸을 내맡겼다. 그러나 늘 그렇게 마음을 쓰다듬어주던 눈물조차 이번에는 아무런 위안도 가져다주지 못하였다. 결핍과 의기소침, 거의 불구에 가까운 상실의 견딜 수 없는 느낌이 가슴을 메웠다. 이 어릴적 욕구 불만과 불확실한 갈망은 커갈수록 희미해지기는 커녕 나와 함께 자라났고, 여자도 예술도 결코 완전히 가라앉힐 수 없는 욕구로 변하였다.

둑 위로 올라오는 어머니를 발견했을 때, 나는 풀밭에 엎드려 울고 있는 중이었다. 어떻게 어머니가 그곳을 알아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곳엔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어머니가 몸을 굽혀 선로 밑을 지나 내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의 잿빛 머리에는 하늘과 빛이 가득했다. 어머니는 그 영원한 골루아즈를 손에 들고 내 곁에 와 앉았다. My mother came and sat next to me with the eternal Goloise in her hand.

“울지 마라.”

“내버려둬요.”

“울지 마라. “Don’t cry. 이 에미를 용서해다오. forgive this emmy 넌 이제 사나이다. you are a man now 내가 널 괴롭혔지?” Did I bother you?”

“내버려두라니까요!” “Leave it alone!”

기차가 지나갔다. 갑자기 그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나의 슬픔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안 그럴게." 나는 조금 진정되었다. 우리 두 사람은 무릎에 팔을 얹고 맞은편을 바라보며 경사지에 앉아 있었다. 염소 한 마리가 노란 아카시아 나무에 비끄러매어져 있었다. A goat was gliding on a yellow acacia tree. 아카시아 꽃이 한창이었고, 하늘은 몹시 푸르렀으며, 햇빛은 최고로 쨍쨍하였다. 갑자기 세상이 온통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생각, 성년이 된 내가 가장 처음으로 품은 생각이었다. 어머니가 내게 골루아즈 담뱃갑을 내밀었다. My mother handed me a pack of Golois cigarettes.

“담배 피울래?”

“아니.”

어머니는 나를 어른 취급하려 애썼다. 아마 마음이 급했겠지. Perhaps you were in a hurry. 어머닌 벌써 쉰한 살이었다. 어려운 나이였다. 삶 가운데 의지할만한 것이라곤 어린아이 하나밖에 없을 때에는 말이다.

“오늘도 썼니?”

일 년 전부터 나는 ‘쓰고 있었다' 나는 벌써 여러 권의 학생 노트를 내 시로 까맣게 뒤덮고 있었다. From a year ago I was 'writing' I already had several student notebooks covered in black with my poems. 인쇄된 것 같은 환상을 품기 위해 나는 내 시들을 한 자 한자 인쇄체로 써넣었다.

“응, 영혼의 환생과 이동에 관한 굉장한 철학 시를 시작했어요.” “Yeah, I started a great philosophical poem about the reincarnation and movement of the soul.”

어머니는 머리를 끄덕여 좋다는 시늉을 했다. Mother nodded her head and pretended she was okay.

“학교에선 어땠니?”

“수학이 빵점이야.” “Mathematics is the bakery.”

어머닌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널 이해 못 하는 게지”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I don't understand you,” said the mother.

나도 어머니와 전적으로 동감이었다. 이과계 선생님들이 내게 그토록 고집스럽게 빵점을 주자, 나는 그것이 그들 쪽의 터무니없는 무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When the science teachers gave me bread so stubbornly, I thought it was because of their absurd ignorance.

“그 선생들,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These teachers, you will regret it later,” said the mother.

“당황하게 될 테지. 네 이름은 언젠가 학교 벽 위에 금 글자로 새 겨질 거야. 내일 내가 학교에 가서, 그 선생들에게……” Tomorrow I will go to school and tell the teachers… … ”

나는 몸을 떨었다.

"엄마, 절대로 안 돼요. 또 나를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Are you trying to make me laugh again?" “네가 요즘 쓴 시들을 보여주러 가는 거야. 난 위대한 배우였으니, 시를 낭송할 줄 알아요. 넌 단눈치오가 될 걸 뭐! 빅토르 위고가 될 거고, 노벨상을 받을 거야!" You'll be Victor Hugo, you'll win a Nobel Prize!" “엄마, 아무튼 선생님 만나러 가면 안 돼." “Mom, you can’t go see the teacher anyway. 어머니는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을 헤맸고, 순진하기도 하고 확신에 가득 차기도 한 행복한 미소가 입술 위에 떠올랐다. Her gaze wandered through the air, and a happy smile, both naive and confident, appeared on her lips. 갑자기 미래라는 안개를 꿰뚫고, 성인이 된 자기 아들이 장엄한 예복을 입고 영광과 성공과 명예에 뒤덮여, 천천히 팡테옹의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눈으로 보기라도 하는 듯이.

“여자들이 전부 네 앞에서 무릎을 꿇을 거야" 하고 어머니는 담배로 허공을 쓸어내며 엄숙하게 결론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