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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15 -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Romain Gary) - Part 2

Episode 15 -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Romain Gary) - Part 2

그게 작가적인 재능이죠. 어떤 캐릭터를 창조했는데 그 캐릭터의 끔찍함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함부로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는 거, 이게 작가의 재능인데, 로맹 가리라는 작가는 작가로서는 대단히 탁월 합니다. 이야기 꾼이었고요.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을 포착해서 그것을 끌고 가는 힘, 이런 것이 대단합니다. 그러니까 작가가 이런 두 가지를 갖추면 거의 무적인데요, 인상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내고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게하는 능력, 이런 것이 있으면 무적이 됩니다. 사람들은 그 캐릭터를 따라서 책의 끝까지 가게 되는 것이죠. 이 로맹 가리는 공쿠르 상을 탔습니다.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 상이죠. 뿐만 아니라, 나중이 이름을 바꿔서 '에밀 라자르'라는 필명으로 사람들에게 비밀로 한 채,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을 발표해서 이걸로 한 번 더 탔어요. 유래가 없는데, 오직 로맹 가리만이 공쿠르 상을 두 번 탄 작가라고 제가 알고 있습니다. 뭐 아닐 수도 있어요. 하여튼 지금까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재능이 출중했고요 또 상을 탔대서가아니라 이분의 소설은 세계1 급의 소설가가 갖춰야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다. 단지 좀 시대적으로 운이 없었다면 로맹 가리가 나오던 시절에 프랑스 문학에의 분위기랄까요 이런 것이 작가나 저자를 중시하는 풍토가 아니라 저자의 죽음이라던가 뭐 그런...이른바 우리가 누보로망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실험적인 경향들로 경도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저평가 받았다..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는 작가인데요, 로맹 가리는 삶에 있어서도 어려가지 화제를 많이 뿌렸는데, 진 세벅이라는 유명한 여배우와 결혼 했고요, 로맹 가리와 진 세벅 모두 자살을 했습니다. 이 로맹 가리는 1914 년 생인데, 러시아에서 태어나서요 폴란드를 거쳐서 니스 뭐 이런 곳을 또 거쳐서, 파리에 와서 정착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태생부터 프랑스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요, 러시아계 유대인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프랑스 사회에 스며들이 어려운 그런 사람이었는데요, 결국은 프랑스 최고의 작가가 됐고 프랑스의 외교관으로 불가리아, 페루, 미국 등지에서 체류를 했습니다. 그리고 레종 드 네르 훈장을 받았고요. 또 2 차 세계대전 때에는 자유프랑스공군에 입대해서 복무했습니다. 여기에서 무공을 많이 세웠죠. 이런 사람이라면 프랑스인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여튼 그런 사람인데요, 그 이분의 어머니는 연극배우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책에도 그렇게 묘사가 되고 있는데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로맹 가리가 여배우와 결혼 했다는 것, 아주 유명한 여배우죠 진 세벅 같은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고요. 그들의 결혼 생활이 결국에는 두 사람 모두의 자살로 끝났다는 그 불행한 결말도 나중에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한 점입니다. 과연 이 장한 어머니가 로맹 가리 같은 작가를 키웠느냐..이 책을 읽다 보면은 '예'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그만큼 인간이라는게 복잡하기 때문인데 이 부분을 일단 (앞부분을) 들어보시면 로맹 가리의 어머니가 어떤 분일지 캐릭터가 잡히리라고 생각합니다. 네, 일단 한번 들어보시죠.

끝났다. 빅서 해안은 텅 비어 있고, 나는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로이다. 바다 안개가 사물들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수평선에는 돛대 하나보이지 않고, 내 앞 바위 위엔 수천 마리 새들이 있다. 다른 바위엔 물개 일가가 있다. 아비 물개는 지치지도 않고 파도 위로 솟아오른다. 고기를 입에 물고, 번들거리며 , 헌신적으로. 이따금 제비갈매기들이 너무도 가까이 내려앉아 나는 숨을 죽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내 오랜 욕망이 깨어 일어나 내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조금만 더, 그러면 새들이 내 얼굴 위에 내려앉고, 내목과 품속으로 파고들어, 나를 온통 뒤덮을 텐데 하고... 마흔네살에, 나는 아직도 어떤 본질적인 애정을 꿈꾸는 것이다. 하도 오랫동안 꼼짝않고 해변에 누워 있었더니 마침내 펠리컨과 가마우지 들이 나를 뺑 둘러 원을 만들고 말았다. 조금 전에는 물개 한 마리가 파도에 실려 내 발치까지 왔었다. 그놈은 지느러미로 땅을 짚고 거기 머물면서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바다로 돌아갔다. 나는 그에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녀석은 무엇인가 알고 있는 듯, 엄숙하고도 약간 슬픈 표정으로 그냥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었다. 전쟁이 선포되고 징집령이 떨어졌을 때, 어머니는 그때 내가 항공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살롱 드 프로방스까지, 장장 다섯 시간이나 택시를 타고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 택시는 낡아빠진 르노였다. 우리는 한때 그 차의 영업권의 오십 퍼센트, 이어 이십오 퍼센트를 소유하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땐 이미 전 동업자인 운전사 리날디의 단독 소유가 된 지 여러 해가 지난 터였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그 차에 대해 어떤 도덕적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듯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또 리날디는 부드럽고 수줍으며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어느 정도 어거지로 그의 선의를 이용하곤 하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리날디로 하여금 니스에서 살롱 드 프로방스까지 삼백 킬로미터를, 물론 한 푼도 내지 않고, 운전하게 했던 것이다. 맘씨 좋은 리날디는 전쟁이 끝난 뒤 오랜 후에까지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직도 감탄 섞인 일종의 원한을 내비치며, 어머니가 어떻게 자기를 '징집'하였던가를 회상하곤 하였다. “자당께선 택시에 올라타더니 다짜고짜 이렇게만 말씀하시는 거였소. ‘살롱 드 프로방스로 내 아들에게 작별 인사하러 갑시다.' 나는 내 입장을 설명하려 했지. 왕복 열 시간 걸리는 장거리 경주라고 말이오. 그랬더니 당장 나를 매국노 취급을 하며 경찰을 불러 잡아가게 하겠다는 것이었소. 징집 명령이 내렸는데 도망가려 한다고 말이지. 어머닌 벌써 아드님한테 줄 보따리들, 소시지, 햄, 잼단지 같은 걸 몽땅 가지고 차 안에 자리 잡고 앉아서 계속 말씀하시는 거예요. 당신 아들은 영웅이며, 한 번 더 아들을 안아주고 싶으니, 여러 말 할 것 없다고 말이오. 그러더니 조금 우십디다. 자당님은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우셨지. 서로 알고 지낸 지가 그렇게 오래된 처지에, 내 차 안에서, 늘 그렇듯 얻어맞은 개 같은 모습으로-용서하시오, 로맹 씨. 하지만 당신은 그분이 어떠셨는지를 잘 아시니까-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걸 보니까,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디다. 내게는 어린애도 없겠다, 다른 일은 될 대로 되라, 에라 모르겠다. 그러고 나니까 택시 경주쯤은 문제가 안 되더군. 오백 킬로미터짜리 경주라도 말이오. 그래 내가 말했지. ‘까짓거..좋아요, 갑시다. 그렇지만 휘발유는 당신이 채워야 돼요,' 원칙으로 말이오. 어머닌 칠 년 전에 동업했었다는 그것만 가지고 차에 대해 무슨 권리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양 생각하셨더랬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당신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어머닌 날 사랑하셨다'고 말이오.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셨을 거요……”

나는 지팡이를 짚고 골루아즈 담배를 입에 문 어머니가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어머니는 졸병들의 조롱 섞인 시선아래 연극적인 몸짓으로 나를 향해 팔을 벌리는 것이었다. 지고의 전통에 따라 아들이 그 안으로 뛰어들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나는 어깨를 조금 으스대며 , 눈까지 모자를 눌러쓰고, 젊은이들을 공군으로 불러들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그 가죽 점퍼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서, 건방지게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나는 내가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센 놈” “진짜배기” 등의 평판을 즐기고 있던 그 남성적 세계에 한 어머니가 침입했다는 용납될 수 없는 사실에 화도 나고 당황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나는 최대한도로 냉정을 가장하여 어머니를 안고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택시 뒤쪽으로 어머니를 솜씨 있게 옳겨놓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허사였다. 어머니는 좀더 나를 잘 보기 위해 겨우 몇 발짝 뒤로 물러났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얼굴을 빛내며 감동한 눈빛으로 손을 가슴에 얹고서 요란스럽게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며-어머니에겐 언제나 이것이 극도로 만족했다는 표시였다-모두들 알아들을 만큼 큰 목소리로 강한 러시아 악센트를 섞어서 부르짖는 것이었다.

"긴메르! (1 차 대전의 전설적 전쟁 영웅인 프랑스의 공군 비행사인데요. 주석에달려있습니다.) 긴메르! 넌 제2의 긴메르가 될 거다! 두고 봐라, 네 엄마는 늘 틀림이 없지 !" 나는 피가 얼굴에 몰려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등 뒤에서 웃음소리들이 들려왔다. 벌써 어머니는 카페 앞에 모여선 장난꾸러기 오합지졸들을 향해 지팡이로 위협하는 시늉을 하며, 영감이라도 받은듯이 선언하였다.

“너는 영웅이 될 것이다. 너는 장군이 되고, 가브리엘레 단눈치오가 되고 프랑스 대사가 될 것이다 ! 저 불량배들은 네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있다!" 어떤 아들도 이때의 나만큼 어머니를 미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화가나서 중얼중얼, 어머니가 공군 장병들 앞에서 얼마나 치명적으로 내 체면을 손상시키고 있는가를 설명하려 애쓰면서 다시 한 번 어머니를 차 뒤쪽으로 밀려고 하자, 어머니의 얼굴에는 완전히 무너지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고,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의 대화에서 오래전에 고전이 된 참을 수 없는 문구가 들려왔다.

"그래, 넌 네 늙은 에미가 부끄럽단 말이지?"


Episode 15 -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Romain Gary) - Part 2 Episode 15 - Romain Gary "The Promise of Dawn" (Romain Gary) - Part 2

그게 작가적인 재능이죠. That's a writer's talent. 어떤 캐릭터를 창조했는데 그 캐릭터의 끔찍함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함부로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는 거, 이게 작가의 재능인데, 로맹 가리라는 작가는 작가로서는 대단히 탁월 합니다. Creating a character and making it so that you can't recklessly hate it while showing the character's horror enough is a writer's talent, and as a writer, Romain Gary is very excellent. 이야기 꾼이었고요. I was a storyteller.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을 포착해서 그것을 끌고 가는 힘, 이런 것이 대단합니다. In addition, the power to capture a certain situation and lead it, something like this is amazing. 그러니까 작가가 이런 두 가지를 갖추면 거의 무적인데요, 인상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내고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게하는 능력, 이런 것이 있으면 무적이 됩니다. 사람들은 그 캐릭터를 따라서 책의 끝까지 가게 되는 것이죠. 이 로맹 가리는 공쿠르 상을 탔습니다. This Romain Gary won the Goncourt Prize. 프랑스의 권위있는 문학 상이죠. It is a prestigious literary award in France. 뿐만 아니라, 나중이 이름을 바꿔서 '에밀 라자르'라는 필명으로 사람들에게 비밀로 한 채, [자기 앞의 생]이라는 소설을 발표해서 이걸로 한 번 더 탔어요. Not only that, but later changed his name and kept it a secret from people under the pseudonym 'Emile Lazare', published a novel called [Life Before Himself], and rode it once more. 유래가 없는데, 오직 로맹 가리만이 공쿠르 상을 두 번 탄 작가라고 제가 알고 있습니다. 뭐 아닐 수도 있어요. 하여튼 지금까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So, that's what I know so far. 그만큼 재능이 출중했고요 또 상을 탔대서가아니라 이분의 소설은 세계1 급의 소설가가 갖춰야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다. 단지 좀 시대적으로 운이 없었다면 로맹 가리가 나오던 시절에 프랑스 문학에의 분위기랄까요 이런 것이 작가나 저자를 중시하는 풍토가 아니라 저자의 죽음이라던가 뭐 그런...이른바 우리가 누보로망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실험적인 경향들로 경도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저평가 받았다..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는 작가인데요, 로맹 가리는 삶에 있어서도 어려가지 화제를 많이 뿌렸는데, 진 세벅이라는 유명한 여배우와 결혼 했고요, 로맹 가리와 진 세벅 모두 자살을 했습니다. 이 로맹 가리는 1914 년 생인데, 러시아에서 태어나서요 폴란드를 거쳐서 니스 뭐 이런 곳을 또 거쳐서, 파리에 와서 정착을 했습니다. This Romain Gary was born in 1914. He was born in Russia. He passed through Poland, Nice, etc., and settled in Paris. 그러니까 태생부터 프랑스인이라고 볼 수는 없고요, 러시아계 유대인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So you can't see him as a Frenchman by birth, you'd have to say he's a Russian Jew. 그렇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프랑스 사회에 스며들이 어려운 그런 사람이었는데요, 결국은 프랑스 최고의 작가가 됐고 프랑스의 외교관으로 불가리아, 페루, 미국 등지에서 체류를 했습니다. For this reason, he was a person who was difficult to permeate into French society in many ways. Eventually, he became one of France's best writers and served as a French diplomat in Bulgaria, Peru, and the United States. 그리고 레종 드 네르 훈장을 받았고요. And he was awarded the Legion de Nere. 또 2 차 세계대전 때에는 자유프랑스공군에 입대해서 복무했습니다. He also served in the Free French Air Force during World War II. 여기에서 무공을 많이 세웠죠. 이런 사람이라면 프랑스인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하여튼 그런 사람인데요, 그 이분의 어머니는 연극배우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책에도 그렇게 묘사가 되고 있는데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로맹 가리가 여배우와 결혼 했다는 것, 아주 유명한 여배우죠 진 세벅 같은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고요. It is described in this book as well, and the fact that Romain Gary, who grew up under such a mother, married an actress, and that he married a woman like Jean Sebuck, a very famous actress, is also meaningful. 그들의 결혼 생활이 결국에는 두 사람 모두의 자살로 끝났다는 그 불행한 결말도 나중에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한 점입니다. 과연 이 장한 어머니가 로맹 가리 같은 작가를 키웠느냐..이 책을 읽다 보면은 '예'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그만큼 인간이라는게 복잡하기 때문인데 이 부분을 일단 (앞부분을) 들어보시면 로맹 가리의 어머니가 어떤 분일지 캐릭터가 잡히리라고 생각합니다. 네, 일단 한번 들어보시죠.

끝났다. 빅서 해안은 텅 비어 있고, 나는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로이다. The shores of Big Sur are empty, and I lie where I fell. 바다 안개가 사물들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Sea fog softens things. 수평선에는 돛대 하나보이지 않고, 내 앞 바위 위엔 수천 마리 새들이 있다. Not a mast can be seen on the horizon, and there are thousands of birds on the rocks in front of me. 다른 바위엔 물개 일가가 있다. On another rock there is a family of seals. 아비 물개는 지치지도 않고 파도 위로 솟아오른다. The father seal soars above the waves without getting tired. 고기를 입에 물고, 번들거리며 , 헌신적으로. 이따금 제비갈매기들이 너무도 가까이 내려앉아 나는 숨을 죽이지 않을 수 없다. Sometimes the terns land so close that I can't help but hold my breath. 그리하여 내 오랜 욕망이 깨어 일어나 내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Thus, my old desire awakens and moves within me. 조금만 더, 그러면 새들이 내 얼굴 위에 내려앉고, 내목과 품속으로 파고들어, 나를 온통 뒤덮을 텐데 하고... 마흔네살에, 나는 아직도 어떤 본질적인 애정을 꿈꾸는 것이다. 하도 오랫동안 꼼짝않고 해변에 누워 있었더니 마침내 펠리컨과 가마우지 들이 나를 뺑 둘러 원을 만들고 말았다. 조금 전에는 물개 한 마리가 파도에 실려 내 발치까지 왔었다. 그놈은 지느러미로 땅을 짚고 거기 머물면서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바다로 돌아갔다. He touched the ground with his fins and stayed there, staring at me for a while before returning to the sea. 나는 그에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녀석은 무엇인가 알고 있는 듯, 엄숙하고도 약간 슬픈 표정으로 그냥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이었다. 전쟁이 선포되고 징집령이 떨어졌을 때, 어머니는 그때 내가 항공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살롱 드 프로방스까지, 장장 다섯 시간이나 택시를 타고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 When war was declared and the conscription order was issued, my mother came to say goodbye after a long five-hour taxi ride to the Salon de Provence, where I worked as an aviation school instructor. 택시는 낡아빠진 르노였다. The taxi was an old Renault. 우리는 한때 그 차의 영업권의 오십 퍼센트, 이어 이십오 퍼센트를 소유하였던 적이 있었다. We once owned fifty percent, then twenty-five percent, of the car's goodwill. 하지만 그땐 이미 전 동업자인 운전사 리날디의 단독 소유가 된 지 여러 해가 지난 터였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그 차에 대해 어떤 도덕적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듯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또 리날디는 부드럽고 수줍으며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어느 정도 어거지로 그의 선의를 이용하곤 하였다. Nonetheless, she still tended to think she had some moral right to the car, and since Rinaldi was a gentle, shy, and tender-hearted person, she used to take advantage of his goodwill with some rudeness. 그래서 어머니는 리날디로 하여금 니스에서 살롱 드 프로방스까지 삼백 킬로미터를, 물론 한 푼도 내지 않고, 운전하게 했던 것이다. So her mother made Rinaldi drive three hundred kilometers from Nice to the Salon de Provence, without paying a penny, of course. 맘씨 좋은 리날디는 전쟁이 끝난 뒤 오랜 후에까지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직도 감탄 섞인 일종의 원한을 내비치며, 어머니가 어떻게 자기를 '징집'하였던가를 회상하곤 하였다. “자당께선 택시에 올라타더니 다짜고짜 이렇게만 말씀하시는 거였소. “Jadang got into a taxi and all he said was this. ‘살롱 드 프로방스로 내 아들에게 작별 인사하러 갑시다.' 'Let's go to the Salon de Provence to say goodbye to my son.' 나는 내 입장을 설명하려 했지. 왕복 열 시간 걸리는 장거리 경주라고 말이오. 그랬더니 당장 나를 매국노 취급을 하며 경찰을 불러 잡아가게 하겠다는 것이었소. 징집 명령이 내렸는데 도망가려 한다고 말이지. 어머닌 벌써 아드님한테 줄 보따리들, 소시지, 햄, 잼단지 같은 걸 몽땅 가지고 차 안에 자리 잡고 앉아서 계속 말씀하시는 거예요. 당신 아들은 영웅이며, 한 번 더 아들을 안아주고 싶으니, 여러 말 할 것 없다고 말이오. 그러더니 조금 우십디다. 자당님은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우셨지. 서로 알고 지낸 지가 그렇게 오래된 처지에, 내 차 안에서, 늘 그렇듯 얻어맞은 개 같은 모습으로-용서하시오, 로맹 씨. We've known each other for so long, in my car, like a beaten dog-forgive me, Mr. Romain. 하지만 당신은 그분이 어떠셨는지를 잘 아시니까-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걸 보니까, 안 된다고 할 수가 없습디다. 내게는 어린애도 없겠다, 다른 일은 될 대로 되라, 에라 모르겠다. 그러고 나니까 택시 경주쯤은 문제가 안 되더군. 오백 킬로미터짜리 경주라도 말이오. 그래 내가 말했지. ‘까짓거..좋아요, 갑시다. 그렇지만 휘발유는 당신이 채워야 돼요,' 원칙으로 말이오. 어머닌 칠 년 전에 동업했었다는 그것만 가지고 차에 대해 무슨 권리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양 생각하셨더랬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당신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어머닌 날 사랑하셨다'고 말이오.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셨을 거요……”

나는 지팡이를 짚고 골루아즈 담배를 입에 문 어머니가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그러더니 어머니는 졸병들의 조롱 섞인 시선아래 연극적인 몸짓으로 나를 향해 팔을 벌리는 것이었다. 지고의 전통에 따라 아들이 그 안으로 뛰어들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나는 어깨를 조금 으스대며 , 눈까지 모자를 눌러쓰고, 젊은이들을 공군으로 불러들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그 가죽 점퍼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서, 건방지게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나는 내가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센 놈” “진짜배기” 등의 평판을 즐기고 있던 그 남성적 세계에 한 어머니가 침입했다는 용납될 수 없는 사실에 화도 나고 당황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나는 최대한도로 냉정을 가장하여 어머니를 안고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택시 뒤쪽으로 어머니를 솜씨 있게 옳겨놓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허사였다. 어머니는 좀더 나를 잘 보기 위해 겨우 몇 발짝 뒤로 물러났을 뿐이었다. My mother only took a few steps back to get a better look at me. 그러더니, 얼굴을 빛내며 감동한 눈빛으로 손을 가슴에 얹고서 요란스럽게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며-어머니에겐 언제나 이것이 극도로 만족했다는 표시였다-모두들 알아들을 만큼 큰 목소리로 강한 러시아 악센트를 섞어서 부르짖는 것이었다.

"긴메르! (1 차 대전의 전설적 전쟁 영웅인 프랑스의 공군 비행사인데요. 주석에달려있습니다.) 긴메르! 넌 제2의 긴메르가 될 거다! You will become the second Ginmer! 두고 봐라, 네 엄마는 늘 틀림이 없지 !" 나는 피가 얼굴에 몰려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등 뒤에서 웃음소리들이 들려왔다. 벌써 어머니는 카페 앞에 모여선 장난꾸러기 오합지졸들을 향해 지팡이로 위협하는 시늉을 하며, 영감이라도 받은듯이 선언하였다.

“너는 영웅이 될 것이다. 너는 장군이 되고, 가브리엘레 단눈치오가 되고 프랑스 대사가 될 것이다 ! 저 불량배들은 네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있다!" 어떤 아들도 이때의 나만큼 어머니를 미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화가나서 중얼중얼, 어머니가 공군 장병들 앞에서 얼마나 치명적으로 내 체면을 손상시키고 있는가를 설명하려 애쓰면서 다시 한 번 어머니를 차 뒤쪽으로 밀려고 하자, 어머니의 얼굴에는 완전히 무너지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고,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의 대화에서 오래전에 고전이 된 참을 수 없는 문구가 들려왔다.

"그래, 넌 네 늙은 에미가 부끄럽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