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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흥부전 (The Story of Heungbu), 1 장 쫓겨난 흥부

1 장 쫓겨난 흥부

경상도와 전라도가 이웃처럼 붙어 있는 마을에 연 생원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조상에게 받은 땅이 있어서 먹고 살 만했어요. 그에게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형의 이름은 놀부이고, 동생 이름은 흥부였어요.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인데 둘의 성격은 너무 달랐어요. 흥부는 마음씨가 착해서 부모님께 잘하고 형을 존중했는데, 놀부는 부모님과 동생을 위하는 마음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사람들은 놀부의 몸에는 심술이 가득 차있다고 말했어요. 과연 그 심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들어 보실래요?

술 먹고 싸움질하기, 불난 데 부채질하기, 죄 없는 사람 뺨 때리기, 우물가에 똥 누기, 다 된 밥에 흙 뿌리기, 호박에 말뚝 박기, 어린 아이 꼬집기…….

형과 달리 동생 흥부는 온 동네 사람들이 칭찬할 정도였어요. 동네 어른에게 인사하기,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기, 굶는 사람에게 밥 덜어 주기,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 자기 옷 벗어 주기, 길 잃은 아이 부모 찾아 주기…….

흥부는 길거리에 있는 돌멩이조차 함부로 차지 않는 착한 사람이었어요. 놀부는 이런 흥부를 볼 때마다 눈엣가시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병을 앓던 연 생원이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요.

“얘들아, 아무래도 내가 오래 살지 못할 것 같구나. 저 양지 쪽에 있는 땅은 흥부네 몫이고 나머지는 놀부네가 모두 가지거라. 대신 동생을 잘 돌봐야 한다. 내가 죽어도 지금처럼 이 집에서 다 함께 행복하고 사이좋게 살도록 해라.”

하지만 놀부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킬 마음이 전혀 없었어요. 놀부는 흥부를 내쫓고 부모가 남긴 많은 재산을 혼자 가지려고 했어요.

어느 날 놀부는 잠자는 흥부를 깨워 소리쳤어요.

“흥부야. 돈 벌 생각은 하지 않고 매일같이 놀고먹으니 보기 싫어 함께 못 살겠다. 비록 부모님이 남기신 재산이 있지만, 그건 마땅히 장손인 나의 몫이니, 너에게는 지푸라기 하나 줄 수 없다. 어려서는 형제가 같이 살아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각각 따로 사는 법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네 식구들을 데리고 멀리 떠나거라.”

흥부는 갑자기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네가 나만 믿는 모양인데, 이제 더는 네 식구들을 먹이고 입히며 살 수 없다. 그러니 당장 내 집에서 나가 혼자 힘으로 살아 봐라. 돌아가신 아버지도 아마 내 생각과 같을 것이다.”

흥부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살아가라고 했는데 형님이 갑자기 집을 나가라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흥부는 땅바닥에 엎드려 놀부에게 사정했어요.

“아니, 형님. 갑자기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나가 어딜 가서 뭘 먹고 지낼 수 있겠습니까? 제발 그런 말씀 마세요.”

놀부가 화를 내며 소리쳤어요.

“지금까지 먹여 주고 입혀 주었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느냐? 장가를 들어 처자식을 두었으면 당연히 나가 살아야지.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흥부는 울고불고 사정했지만, 놀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흥부는 하는 수 없이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빈손으로 집을 나섰어요.

“아이고, 여보. 이렇게 갑자기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불쌍한 흥부 아내는 어린 자식을 안고 업고 울면서 따라갔어요. 그러나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을 게 없고, 밤이 깊어도 잘 데가 없었어요.

하루 종일 쫄쫄 굶고 나니 아이들은 아침부터 밥 달라고 울기 시작했어요. 흥부는 이제 체면이고 뭐고 없었어요. 우선 집을 먼저 찾고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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