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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회고록 Memoirs of Jang-Yeop Hwang, 제2부 안해에게 보내는 유서, 두 번째

제2부 안해에게 보내는 유서, 두 번째

제2부 안해에게 보내는 유서, 두 번째

“다녀오리다. 2월 12일쯤은 돌아오게 될 거요.” 결국 나는 그 짤막한 한마디로 안해와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우리는 꽃다운 시절 아득히 먼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나, 믿음과 사랑으로 반백년을 함께 보냈다. 그런 아내에게 어쩌면 이 세상에서 다시는 못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작별을 하면서도 그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게 마음속으로 비통하기 그지없었으나, 나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아내에게 이번 망명의 암시로 느껴질 만한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여름 어느 날이었다. 집 뒤켠의 남새밭을 손보면서 민족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다가와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제2부 안해에게 보내는 유서, 두 번째 Part 2 Will to Anhae, Part 2 第2部 安海に送る遺書、第二弾 Предсмертная записка для Анхэ, часть 2

제2부 안해에게 보내는 유서, 두 번째 Part 2 A note to the Inha, the second

“다녀오리다. “It’s coming back. 2월 12일쯤은 돌아오게 될 거요.” 결국 나는 그 짤막한 한마디로 안해와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I'll be back around February 12th.” In the end, I said my last goodbye with that short word.

우리는 꽃다운 시절 아득히 먼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나, 믿음과 사랑으로 반백년을 함께 보냈다. We first met in Moscow, far away in the flowery days, and spent half a hundred years together with faith and love. 그런 아내에게 어쩌면 이 세상에서 다시는 못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작별을 하면서도 그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게 마음속으로 비통하기 그지없었으나, 나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It was so grievous in my heart that I could only say that while saying goodbye to such a wife that I may never see again in this world, but I did not express it at all.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아내에게 이번 망명의 암시로 느껴질 만한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However, looking back now, it is not that there was nothing that could be felt by my wife as an indication of this exile. 1996년 여름 어느 날이었다. It was one day in the summer of 1996. 집 뒤켠의 남새밭을 손보면서 민족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다가와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I was thinking about the fate of the people while working on the mansae field at the back of the house, but my wife approached me and asked if I had any conce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