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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회고록 Memoirs of Jang-Yeop Hwang, 제20부 일본에서의 고학, 세번째

제20부 일본에서의 고학, 세번째

제20부 [...] 일본에서의 고학, 세번째

품팔이 판에는 부끄러운 것이 없고 크게 숨길 것도 없었다. 그들의 생활은 참으로 단순했다. 그 속에서는 조선인, 일본인을 따지지도 않았다. 십장이나 일을 하는 사람이나 남들과 함께 일하다가 하루 품값을 타면 그만이었고, 다음에 만나면 만난 대로 또 일을 하면 그만이었다.

나는 물건을 아끼는 습관도 몸에 배었다. 나는 자주 일하러 나가는 것이 싫어서 외투든 시계든 무엇이나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내다팔아서 썼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도 신문은 꼭 봤다. 신문을 다 보고는 버리기 아까워 적당히 접어서 노트로 쓰기도 했다. 신문지 위에 글을 쓰자면 신문활자보다 크게 써야 했는데, 그러자니 잉크가 푹푹 줄어드는 게 아까워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나는 철저하게 절제했다. 빨래나 청소, 바느질은 물론이고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 습관도 생겼다. 이습관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대학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철학에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었다. 서양철학사를 안내서로 삼아 독일고전철학을 공부했는데, 그중에서도 칸트의『순수이성비판』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제20부 일본에서의 고학, 세번째 Part 20: Studying in Japan, Part 3

제20부 [...] 일본에서의 고학, 세번째 Part 20 [...] Archaeology in Japan, Part 3 第20部[...]日本での苦学、第三

품팔이 판에는 부끄러운 것이 없고 크게 숨길 것도 없었다. I had nothing to be ashamed of and nothing to hide on the armor plate. 그들의 생활은 참으로 단순했다. Their lives were simple indeed. 그 속에서는 조선인, 일본인을 따지지도 않았다. There was no distinction between Koreans and Japanese. 십장이나 일을 하는 사람이나 남들과 함께 일하다가 하루 품값을 타면 그만이었고, 다음에 만나면 만난 대로 또 일을 하면 그만이었다. You'd work with someone for ten days, you'd get paid for a day's work, and then the next time you saw them, you'd do the same thing.

나는 물건을 아끼는 습관도 몸에 배었다. I've also gotten into the habit of saving things. 나는 자주 일하러 나가는 것이 싫어서 외투든 시계든 무엇이나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내다팔아서 썼다. I didn't like to go to work often, so I sold my coat, my watch, anything that would bring me money. 그런 생활을 하면서도 신문은 꼭 봤다. Even with all that, I still read the newspaper. 신문을 다 보고는 버리기 아까워 적당히 접어서 노트로 쓰기도 했다. When I finished the newspaper, I didn't want to throw it away, so I folded it up and used it for notes. 신문지 위에 글을 쓰자면 신문활자보다 크게 써야 했는데, 그러자니 잉크가 푹푹 줄어드는 게 아까워 가슴이 아플 정도였다. To write on newsprint, I had to write larger than newsprint, and it was heartbreaking to watch the ink shrink.

나는 철저하게 절제했다. I was thoroughly disciplined. 빨래나 청소, 바느질은 물론이고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 습관도 생겼다. I've gotten into the habit of not hiring other people to do my laundry, cleaning, sewing, or anything else I can do with my own hands. 이습관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This habit has continued ever since.

대학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나는 철학에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었다. As I got used to college life, I was drawn to philosophy and fell in love with it. 서양철학사를 안내서로 삼아 독일고전철학을 공부했는데, 그중에서도 칸트의『순수이성비판』에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I studied German classical philosophy using the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as a guide, and I spent a lot of time on Kant's Critique of Pure R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