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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나의 어린시절, 열 아홉 번째-19

나의 어린시절, 열 아홉 번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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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시절, 열 아홉 번째

북조선에서는 10월 중순이 넘으면 새벽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다. 어떤 곳은 서리가 내리고 개울가에는 얼음까지 진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 새벽 6시부터 일어나 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서리 내린 들판에 나가 벼베기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손과 얼굴이 터서 꺼칠해지곤한다. 다후다지솜옷에 비닐장화를 신고 일하지만 새벽 서리에 옷을 적시며 일하다나면 춥기는 마찬가지다.

한번은 6천 평쯤 되는 수렁논에 나가 세워 놓은 볏단을 끌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의 고생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긴 장화를 신고 들어가 발을 옮기려면 진흙탕에 빠진 장화는 나오지 않고 발만 빠져나와 한발자국도 옮겨 딛기 힘들었다. 이런 논에서 물에 젖어 천근 만근 무거운 볏단을 질질 끌고 논두렁까지 나오기를 몇 번 하고 나면 너무 지치고 옷과 얼굴까지 온통 진탕물에 젖어 춥고 나중에는 눈물이 절로 쏟아졌다.

그래도 가을걷이는 곡식이나 수확이 풍족할 때라 강냉이나 고구마를 쪄내오기도 한다. 가끔은 콩국수도 말아 주기 때문에 배는 곯지 않아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그러나 모내기 전투때는 농촌도 춘궁기에 접어들어 먹을 것이라곤 하루 밥 세끼 뿐이였다. 모두들 힘든 일을 하는 탓에 배는 금방 꺼져버리고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때 아이들은 평양 나가는 사람만 있으면 자기 집에 편지를 전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편지 내용은 한결 같이 배가 고파 죽겠으니 먹을 것을 좀 보내 달라는 것이였는데 그 편지를 받은 부모들은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애를 태운다.

열흘에 한 번씩 쉬는 날이 되면 이따금 안면이 많은 애가 외출하게 된다. 외출하는 애는 전날부터 다른 애들의 편지를 챙기느라고 바쁘고 외출 나가서도 부탁받은 편지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전해줬다. 또 돌아오기 전에는 다시 그 집들을 찾아다니며 부모들이 준비한 보따리를 찾아 낑낑 대고 매고 와야 해서 자기 일 보기도 바쁘다.

아이들의 편지 내용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아버지 어머니, 이 딸은 위대한 어버이 수령님께서 신년사에서 제시하신 800만톤의 알곡고지 점령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대한 수령님의 따뜻한 배려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다름아니라'는 내용부터는 부모님들에게는 큰 짐이 되는 것들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편지를 받으면 집에서는 못 먹더라도 식량으로 빵과 떡을 보내고 장갑이나 비누 등을 뒷면치기로라도 구해서 챙겨 보낸다. 물론 이런 편지를 받고도 못 보내주는 부모님도 있고 또 집안 사정을 잘 알아서 아예 편지조차 보내지 않고 참는 애들도 있다.

모내기 전투는 제한된 시일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팔 사이가 없다. 한 번 모내기에 동원돼 모를 꽂다보면 손톱이 모두 갈라지고 부러져 손끝이 퉁퉁 부어오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작업 도중 매시간 15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주지만 이 시간에 쉬기는 커녕 모두 모아 놓고 정치학습을 한다. ‘김일성 로작', ‘신년사', ‘로동신문' 등을 가지고 약 10분간 학습을 하고 나서야 나머지 5분 동안 용변을 보게한다. 용변을 참았던 우리는 논 한가운데 둔덕진 곳에 가마니를 둘러 임시로 지어 놓은 변소를 가려고 달음박질을 한다.

농촌 지원에 나가면 매일 저녁식사 뒤에 하는 생활 총화와 매주 토요일에 하는 주생활 총화 시간은 학생들의 지친 몸을 더 고달프게 했다. 하지만 저녁8시부터 학과별 또는 학년별로 약 30분간 진행되는 오락회는 우리에게 하루 일과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였다.

내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나의 어린시절, 열 아홉 번째-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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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시절, 열 아홉 번째

북조선에서는 10월 중순이 넘으면 새벽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다. In mid-October, the weather is quite chilly at dawn in North Korea. 어떤 곳은 서리가 내리고 개울가에는 얼음까지 진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 새벽 6시부터 일어나 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서리 내린 들판에 나가 벼베기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손과 얼굴이 터서 꺼칠해지곤한다. Most of the hands and faces are blown out because they wake up from 6 am, before dawn, wash their face in the stream, and go out in the frosty fields. 다후다지솜옷에 비닐장화를 신고 일하지만 새벽 서리에 옷을 적시며 일하다나면 춥기는 마찬가지다. I work with Dabutaji cotton clothes in plastic boots, but when I work with wet clothes in frost at dawn, it is cold. ダフタジの綿の服にビニールブーツを履いて働くが、早朝の霜に衣服を濡らしながら働くのは寒いものだ。

한번은 6천 평쯤 되는 수렁논에 나가 세워 놓은 볏단을 끌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의 고생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ある時、6千坪ほどの水田に出かけ、立てた稲穂を引き抜く作業をしたことがあるが、その時の苦労は永遠に忘れられない。 긴 장화를 신고 들어가 발을 옮기려면 진흙탕에 빠진 장화는 나오지 않고 발만 빠져나와 한발자국도 옮겨 딛기 힘들었다. 長い長靴を履いて入って足を移すには、泥に落ちた長靴は出ず、足だけが抜けてしまい、一歩を踏み出すのも大変でした。 이런 논에서 물에 젖어 천근 만근 무거운 볏단을 질질 끌고 논두렁까지 나오기를 몇 번 하고 나면 너무 지치고 옷과 얼굴까지 온통 진탕물에 젖어 춥고 나중에는 눈물이 절로 쏟아졌다. このような田んぼで水浸しになり、重たい籾殻を何度も引きずって田んぼの中まで出てくると、とても疲れて、服や顔まで泥水に濡れて寒くなり、最後には涙が止まらなくなりました。

그래도 가을걷이는 곡식이나 수확이 풍족할 때라 강냉이나 고구마를 쪄내오기도 한다. Still, harvesting grains and harvesting are abundant, and they sometimes boil corn or sweet potatoes. それでも秋の収穫は穀物や収穫が豊富な時期なので、川柳やサツマイモを蒸してくることもある。 가끔은 콩국수도 말아 주기 때문에 배는 곯지 않아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たまに豆もどきも巻いてくれるので、お腹は空かないのでまあまあ我慢できる。 그러나 모내기 전투때는 농촌도 춘궁기에 접어들어 먹을 것이라곤 하루 밥 세끼 뿐이였다. しかし、田植えの時期は農村も春窮地に入り、食べるものは一日三食だけだった。 모두들 힘든 일을 하는 탓에 배는 금방 꺼져버리고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みんな大変な仕事をするため、お腹はすぐに空くし、苦労もひとしおです。

이때 아이들은 평양 나가는 사람만 있으면 자기 집에 편지를 전해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At this time, the children shouted to send a letter to their homes if anyone left Pyongyang. この時、子供たちは平壌に出かける人さえいれば、自分の家に手紙を届けてほしいと叫んだ。 편지 내용은 한결 같이 배가 고파 죽겠으니 먹을 것을 좀 보내 달라는 것이였는데 그 편지를 받은 부모들은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애를 태운다. 手紙の内容は一様に「お腹がすいて死にそうなので、何か食べ物を送ってほしい」というものでしたが、その手紙を受け取った両親は胸が痛くなり、かわいそうで子供を抱きしめます。

열흘에 한 번씩 쉬는 날이 되면 이따금 안면이 많은 애가 외출하게 된다. 10日に一度の休みの日になると、たまに顔見知りの子が出かけるようになる。 외출하는 애는 전날부터 다른 애들의 편지를 챙기느라고 바쁘고 외출 나가서도 부탁받은 편지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전해줬다. The kids who are out have been busy getting the letters of other kids since the day before, and they went around and delivered the letters that they were asked to go out. 外出する子は、前日から他の子の手紙の準備で忙しく、外出先でも頼まれた手紙を一つ一つ回って渡していました。 또 돌아오기 전에는 다시 그 집들을 찾아다니며 부모들이 준비한 보따리를 찾아 낑낑 대고 매고 와야 해서 자기 일 보기도 바쁘다. また帰ってくる前にまたその家々を回って、親が用意した袋を探しに行ったり来たりして、自分の用事も忙しいです。

아이들의 편지 내용은 대체로 이런 식이다. 子供たちの手紙の内容はだいたいこんな感じです。

“아버지 어머니, 이 딸은 위대한 어버이 수령님께서 신년사에서 제시하신 800만톤의 알곡고지 점령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父と母、この娘は、偉大な御父母様が新年の辞で提示された800万トンの穀倉地帯占領のために誰よりも一生懸命働いています。 특히 위대한 수령님의 따뜻한 배려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特に偉大な領主の暖かい配慮でうまくやっています。 다름아니라.......” 다름 아닌......."

‘다름아니라'는 내용부터는 부모님들에게는 큰 짐이 되는 것들이다. 他でもない」という内容から、親にとっては大きな負担となるものである。 그러나 부모들은 편지를 받으면 집에서는 못 먹더라도 식량으로 빵과 떡을 보내고 장갑이나 비누 등을 뒷면치기로라도 구해서 챙겨 보낸다. しかし、両親は手紙を受け取ると、家では食べられなくとも、食料としてパンや餅を送り、手袋や石鹸などを裏技ででも手に入れて送る。 물론 이런 편지를 받고도 못 보내주는 부모님도 있고 또 집안 사정을 잘 알아서 아예 편지조차 보내지 않고 참는 애들도 있다. Of course, there are parents who can't send these letters, and some of them are aware of the situation of the family and don't even send a letter at all. もちろん、このような手紙を受け取っても送れない親もいれば、家庭の事情をよく知っていて、手紙すら送らないで我慢している子もいます。

모내기 전투는 제한된 시일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팔 사이가 없다. 田植えの戦いは限られた時間内に終わらせなければならないため、一刻の猶予もない。 한 번 모내기에 동원돼 모를 꽂다보면 손톱이 모두 갈라지고 부러져 손끝이 퉁퉁 부어오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一度田植えに動員され、苗を植えると爪が全部割れて折れ、指先がパンパンに腫れる子供たちが多かった。 작업 도중 매시간 15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주지만 이 시간에 쉬기는 커녕 모두 모아 놓고 정치학습을 한다. While working, I give them a break of about 15 minutes every hour, but instead of taking a break, I gather all of them and study politics. 作業中に1時間ごとに15分程度の休憩時間を与えるが、この時間に休むどころか、全員集まって政治学習をする。 ‘김일성 로작', ‘신년사', ‘로동신문' 등을 가지고 약 10분간 학습을 하고 나서야 나머지 5분 동안 용변을 보게한다. 金日成ロジャック」、「新年の辞」、「朝鮮労働新聞」などを持って約10分間学習してから、残りの5分間は排便をさせる。 용변을 참았던 우리는 논 한가운데 둔덕진 곳에 가마니를 둘러 임시로 지어 놓은 변소를 가려고 달음박질을 한다. 便意を我慢していた私たちは、田んぼの真ん中の窪地に俵を囲んで仮設の便所を作ろうと急いで移動します。

농촌 지원에 나가면 매일 저녁식사 뒤에 하는 생활 총화와 매주 토요일에 하는 주생활 총화 시간은 학생들의 지친 몸을 더 고달프게 했다. 農村支援に出ると、毎日夕食後に行われる生活総括と毎週土曜日に行われる主な生活総括の時間は、学生の疲れた体をさらに苦しめた。 하지만 저녁8시부터 학과별 또는 학년별로 약 30분간 진행되는 오락회는 우리에게 하루 일과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였다. However, the entertainment event, which lasted about 8 minutes by department or grade from 8:00 pm, was the most enjoyable time of the day. しかし、夕方8時から学科別または学年別に約30分間行われるレクリエーションは、私たちにとって一日の中で最も楽しい時間でした。

내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