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use cookies to help make LingQ better. By visiting the site, you agree to our cookie policy.


image

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남산 지하 조사실, 네 번째-135

남산 지하 조사실, 네 번째-135

[...]

남산 지하 조사실, 네 번째

남조선 특무들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리하게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깊은 눈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마개를 풀어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 나의 심리를 파악해 그들은 입마개를 제거해 주었다. 속으로 이렇게 이악한 놈들이 있나 하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수사관들은 입마개를 제거하고 나를 일으켜 앉힌 다음 우유를 마시게 했다. 거의 반강제적이었다. 우유를 마시고도 내가 부담을 느낄 만한 말은 일체 하지 않았다. 단지 나를 푹 쉬게 해주려고 애썼다. 작전치고는 너무나 완벽했다.

거의 공복상태로 지내다가 우유를 마시고 나니 몸이 나른해졌다. 평양을 출발한 이후 편히 잠을 자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몸이 극도로 지쳐 있었던 것이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에 곯아떨어졌다. 이곳보다는 마음이 덜 불안했던 바레인에서도 그런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악명 높은 남산 지하 조사실에 와서 잠이 들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얼마나 잤는지 깜짝 놀라 잠이 깼다. 그동안 정신없이 잠을 잤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자지러지게 놀라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혹시 깊은 잠이 들어 조선말로 잠꼬대를 한 마디라도 뱉은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던 때문이었다. 내가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수사관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위치와 자세는 잠들기 전과 똑같았다. 수사관들이 의아해 하는 표정을 보고서야 잠꼬대는 하지 않았구나 하고 안심했다. 다시 자리에 누웠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남산 지하 조사실에는 각종 고문기구가 많다는데 어디에 있을까? 아까 방 안을 둘러볼 때 잘못 본 게 아닐까.' 나는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고문기구로 쓸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여튼 이놈들이 철저하게 해놓았구나. 나에게 회유를 해볼 작간이구만.' 나는 그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시끌시끌한 것으로 미루어 아침인 듯했다. 여자수사관이 나에게 일어나라고 하더니 바로 방 안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 목욕을 시켰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나를 그 속에 들어가게 했다. 무릎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혼자서 몸을 가눌 수 없었기 때문에 여자수사관들이 부축해가며 몸을 씻겨 주었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몸을 맡겨 보고는 생전 처음으로 남에게 몸을 내맡긴다는 일이 부끄러웠다. 더구나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못한 몸이라 때도 많아서 창피스러웠다. 그래도 뜨거운 물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날아갈 듯 기분이 상쾌했다. 정말 살 것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도 남의 가려운 데를 잘 긁어 주는지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이악한 것들.' 좋은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욕설을 가슴에 담았다. 회유작간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내 발버둥질이었다.

수증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목욕탕 안에서도 여자수사관들의 감시는 철저하였다. 자해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은 내게서 멀리 치우고 때를 밀어주거나 붙잡아 주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나를 다루었다.

다음에는 칫솔에 치약을 짜서 건네주었다. 칫솔질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바레인에서는 어쩌다가 손가락에 치약을 조금 짜주었을 뿐이었다. 칫솔을 입에 물었다. 칫솔을 무는 순간 치약의 향긋하고 화한 냄새가 입안에 좌악 퍼진다. 남조선에 이런 좋은 치약이 있을까 하고 유심히 치약 껍질을 살폈다. 껍데기에는 조선어와 영어로 치약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이름 자체는 영어였다. ‘그러면 그렇지', 나는 속으로 남조선을 비웃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남산 지하 조사실, 네 번째-135

[...]

남산 지하 조사실, 네 번째 Namsan underground investigation room, fourth

남조선 특무들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예리하게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깊은 눈이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I realized that the sharp observation of the South Korean specialties and the deep eyes that sharply pierce the human mind are scary. 입마개를 풀어줬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는 나의 심리를 파악해 그들은 입마개를 제거해 주었다. They grasped my feelings of wanting to loosen the muzzle, and they removed the muzzle. 속으로 이렇게 이악한 놈들이 있나 하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I was grateful on the other hand while sticking my tongue out to see if there were such wicked guys inside. 内心、こんな邪悪な奴らがいるのかと舌打ちしながらも、一方で感謝した。

수사관들은 입마개를 제거하고 나를 일으켜 앉힌 다음 우유를 마시게 했다. 捜査官たちは口栓を外し、私を起こして座らせ、牛乳を飲ませた。 거의 반강제적이었다. It was almost anti-force. ほぼ半強制的だった。 우유를 마시고도 내가 부담을 느낄 만한 말은 일체 하지 않았다. Even after drinking milk, I didn't say anything that made me feel burdened. 牛乳を飲んでも、私が負担になるようなことは一切言わなかった。 단지 나를 푹 쉬게 해주려고 애썼다. I just tried to make me rest. ただ、私をゆっくり休ませようとしてくれた。 작전치고는 너무나 완벽했다. 作戦としてはあまりにも完璧だった。

거의 공복상태로 지내다가 우유를 마시고 나니 몸이 나른해졌다. I was almost on an empty stomach, but after drinking milk, my body became drowsy. ほぼ空腹状態で過ごし、牛乳を飲むと体がだるくなった。 평양을 출발한 이후 편히 잠을 자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몸이 극도로 지쳐 있었던 것이다. Since I left Pyongyang, I had never slept comfortably, so my body was extremely exhausted.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잠에 곯아떨어졌다. I fell asleep without knowing. いつの間にか眠りに落ちていた。 이곳보다는 마음이 덜 불안했던 바레인에서도 그런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악명 높은 남산 지하 조사실에 와서 잠이 들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Even in Bahrain, where I was less anxious than here, I had never slept like that, but it was strange to fall asleep at the infamous Namsan underground investigation room. ここより不安が少なかったバーレーンでもそんな睡眠をとったことがなかったのに、あの悪名高い南山地下調査室に来て眠りにつくなんて不思議なことだった。

얼마나 잤는지 깜짝 놀라 잠이 깼다. I woke up in amazement at how much I slept. どれだけ寝たのか、びっくりして目が覚めた。 그동안 정신없이 잠을 잤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자지러지게 놀라서 몸을 반쯤 일으켰다. In the meantime, realizing that I had slept insanely, I was stunned and raised halfway. その間、夢中で寝ていたことに気づいた私は、眠気が襲ってくるほど驚いて半身を起こした。 혹시 깊은 잠이 들어 조선말로 잠꼬대를 한 마디라도 뱉은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던 때문이었다. It was because I was worried that he might have fallen asleep and spit a word of drool in Korean. 내가 깜짝 놀라는 것을 보고 수사관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위치와 자세는 잠들기 전과 똑같았다. 彼らの位置と姿勢は寝る前と同じだった。 수사관들이 의아해 하는 표정을 보고서야 잠꼬대는 하지 않았구나 하고 안심했다. 捜査官たちの不思議そうな顔を見て、寝言を言っていないんだなと安心した。 다시 자리에 누웠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再び席に横になったが、眠りは来ない。

‘남산 지하 조사실에는 각종 고문기구가 많다는데 어디에 있을까? 南山地下調査室には様々な拷問器具があるそうだが、どこにあるのだろう? 아까 방 안을 둘러볼 때 잘못 본 게 아닐까.' さっき部屋の中を見回した時に見間違えたのかな」。 나는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고문기구로 쓸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여튼 이놈들이 철저하게 해놓았구나. 'とにかくこいつらは徹底しているんだな。 나에게 회유를 해볼 작간이구만.' 私に宥和を試みるつもりなのだな。 나는 그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私は彼らの思惑に気づいた。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지고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시끌시끌한 것으로 미루어 아침인 듯했다. 人の出入りが多くなり、外の話し声がうるさいことから、朝であることが伺えました。 여자수사관이 나에게 일어나라고 하더니 바로 방 안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 목욕을 시켰다. 女性捜査官が私に起き上がれと言うと、すぐに部屋の中にあるトイレに連れて行き、お風呂に入れました。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놓고 나를 그 속에 들어가게 했다. 浴槽にお湯を張って、私をその中に入れさせた。 무릎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혼자서 몸을 가눌 수 없었기 때문에 여자수사관들이 부축해가며 몸을 씻겨 주었다. 膝の怪我が完治していないため、一人で体を動かせないため、女性捜査官が介助しながら体を洗ってくれた。

어릴 적 어머니에게 몸을 맡겨 보고는 생전 처음으로 남에게 몸을 내맡긴다는 일이 부끄러웠다. 幼い頃、母親に体を預けて以来、生まれて初めて他人に体を預けることが恥ずかしかった。 더구나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못한 몸이라 때도 많아서 창피스러웠다. しかも、長い間お風呂に入らなかったので、恥ずかしい思いをすることも多かった。 그래도 뜨거운 물에 들어가 앉아 있으니 날아갈 듯 기분이 상쾌했다. でも、お湯に浸かって座っていると、吹き飛ばされるような爽快感がありました。 정말 살 것 같았다. 本当に買えそうだった。 어떻게 이렇게도 남의 가려운 데를 잘 긁어 주는지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よくぞここまで他人の痒いところに手が届くものだと感心してしまいました。

‘이악한 것들.' 邪悪なもの」。 좋은 기분이 들 때마다 나는 욕설을 가슴에 담았다. いい気分になるたびに私は罵詈雑言を胸に抱く。 회유작간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내 발버둥질이었다. 宥和工作に引っかからないための私の必死の努力だった。

수증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목욕탕 안에서도 여자수사관들의 감시는 철저하였다. 水蒸気でよく見えない浴場の中でも、女性捜査官たちの監視は徹底していた。 자해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은 내게서 멀리 치우고 때를 밀어주거나 붙잡아 주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나를 다루었다. 自傷するような危険なものは私から遠ざけ、押したり押さえたりしながらも、巧みな手つきで私を扱ってくれた。

다음에는 칫솔에 치약을 짜서 건네주었다. 次は歯ブラシに歯磨き粉を絞って渡しました。 칫솔질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歯磨きも久しぶりです。 바레인에서는 어쩌다가 손가락에 치약을 조금 짜주었을 뿐이었다. バーレーンでは、たまたま指に歯磨き粉を少し絞っただけだった。 칫솔을 입에 물었다. 歯ブラシを口にくわえた。 칫솔을 무는 순간 치약의 향긋하고 화한 냄새가 입안에 좌악 퍼진다. 歯ブラシを噛んだ瞬間、歯磨き粉の香ばしい匂いが口の中に広がる。 남조선에 이런 좋은 치약이 있을까 하고 유심히 치약 껍질을 살폈다. 南朝鮮にこんな良い歯磨き粉があるのかと思い、歯磨き粉の皮を注意深く見ました。 껍데기에는 조선어와 영어로 치약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이름 자체는 영어였다. 殻には朝鮮語と英語で歯磨き粉の名前が書かれていましたが、名前自体は英語でした。 ‘그러면 그렇지', 나는 속으로 남조선을 비웃었다. そりゃそうだ」、私は心の中で南朝鮮を笑った。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