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use cookies to help make LingQ better. By visiting the site, you agree to our cookie policy.


image

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절망의 나날, 열 다섯 번째-111

절망의 나날, 열 다섯 번째-111

[...]

절망의 나날, 열 다섯 번째

“모두들 내 말을 믿지 않으니 이제 모든 루명을 나 혼자 뒤집어쓰고 죽을 수밖에 없는 가련한 신세가 된 것이 너무나 억울합니다.”

나는 위장된 경력을 말하며 내친 김에 흑흑 흐느껴 울었다.

“어차피 죽게 될 바에야 더 이상 괴로움을 당하지 않고 여기에서 편히 죽고 싶습니다. 내가 만약 이번 남조선 비행기 폭파 사건으로 많은 인민이 희생당한 남조선으로 끌려간다면 나는 정당한 조사도 받지 못하고 갖은 고통을 받다가 루명을 덮어쓰고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죽어도 남조선에는 갈 수 없습니다.”

나는 울부짖었다. 조사실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마리아도 홍콩 여자도 내 말을 들으며 함께 울었다. 심지어 홍콩 여자는 자기도 도울 길이 없을까 하며 안타까워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남조선에 끌려가면 빠이추이후이의 말대로 그 일을 했든 안했든 무조건 한 것으로 강요당할 것이 틀림없어. 끝내는 처참한 꼴로 죽게 될 것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남조선에는 가지 않겠다고 더 강력하게 요구를 해야 해.”

홍콩 여자는 내가 취할 행동을 일러 주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여자경찰과 간호사들도 그 일이 있은 후 나를 더욱 더 열성적으로 돌보아 주고 내 처지를 리해하는 듯 극진하게 대해 주었다.

나는 그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너무 착하고 천진난만했다. 그러나 내 처지가 이러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공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란관에 봉착하더라도 조국통일이라는 커다란 과업을 이룩하는 데 그 의의를 두면 어려울 것이 없다. 영예로운 공작 임무를 내게 맡겨 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신임과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사업 비밀을 고수하고 깨끗이 죽었어야 할 몸이다. 그런데 죽지 못하고 이렇게 살았으니 사업 비밀을 고수하고 밀봉하기 위해서는 적극성과 대담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은 필사의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여기에서 무너져서는 안 된다. 감상에 젖지 말고 작은 인정에 약해지지 말자.' 나는 자신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것은 나 자신을 미덥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밤이 되면 그러한 나 자신의 미덥지 못한 마음이 더욱 더 두려워졌다. 잠만 들면 악몽에 시달리는데 악몽을 꾸다가 혹시라도 잠결에 조선말이 나올까봐서였다. 나는 깊은 잠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낮에는 조사받느라고 시달리고 밤에는 악몽에 부대끼다나니 몸은 파김치가 되어 일어나 앉을 수조차 없었다.

잠깐 잠든 사이에 또 꿈을 꾸었다. 금성정치군사대학 시절에 두 키로(2km) 수영 훈령을 받는 꿈이었다.

담당지도원인 박 지도원이 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 수영해 나갔다.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 죽을 힘을 다해 허우적거렸지만 전혀 앞으로 나가지도 않고 몸이 자꾸 가라앉는다. 아직 1km가 남았다고 한다. 기를 쓰며 손발을 움직이다가 쥐가 나기 시작했다. 손발은 완전히 마비 증상을 일으켰다. 나는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 호흡이 곤란해졌다. 앞서가는 박 지도원을 소리쳐 불렀다. 그가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그는 박 지도원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였다. 너무나 반가워서 ‘아버지, 아버지, 저예요. 현희요'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표정 없이 한번 힐끗 보고는 모르는 척 그냥 노를 저어 저 멀리 가 버린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딸을 그대로 버려두고 가 버리는 것이 랭정하기 그지없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절망의 나날, 열 다섯 번째-111

[...]

절망의 나날, 열 다섯 번째

“모두들 내 말을 믿지 않으니 이제 모든 루명을 나 혼자 뒤집어쓰고 죽을 수밖에 없는 가련한 신세가 된 것이 너무나 억울합니다.”

나는 위장된 경력을 말하며 내친 김에 흑흑 흐느껴 울었다.

“어차피 죽게 될 바에야 더 이상 괴로움을 당하지 않고 여기에서 편히 죽고 싶습니다. 내가 만약 이번 남조선 비행기 폭파 사건으로 많은 인민이 희생당한 남조선으로 끌려간다면 나는 정당한 조사도 받지 못하고 갖은 고통을 받다가 루명을 덮어쓰고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죽어도 남조선에는 갈 수 없습니다.”

나는 울부짖었다. 조사실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마리아도 홍콩 여자도 내 말을 들으며 함께 울었다. 심지어 홍콩 여자는 자기도 도울 길이 없을까 하며 안타까워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남조선에 끌려가면 빠이추이후이의 말대로 그 일을 했든 안했든 무조건 한 것으로 강요당할 것이 틀림없어. 끝내는 처참한 꼴로 죽게 될 것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남조선에는 가지 않겠다고 더 강력하게 요구를 해야 해.”

홍콩 여자는 내가 취할 행동을 일러 주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여자경찰과 간호사들도 그 일이 있은 후 나를 더욱 더 열성적으로 돌보아 주고 내 처지를 리해하는 듯 극진하게 대해 주었다.

나는 그들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너무 착하고 천진난만했다. 그러나 내 처지가 이러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공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란관에 봉착하더라도 조국통일이라는 커다란 과업을 이룩하는 데 그 의의를 두면 어려울 것이 없다. 영예로운 공작 임무를 내게 맡겨 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신임과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사업 비밀을 고수하고 깨끗이 죽었어야 할 몸이다. 그런데 죽지 못하고 이렇게 살았으니 사업 비밀을 고수하고 밀봉하기 위해서는 적극성과 대담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은 필사의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여기에서 무너져서는 안 된다. 감상에 젖지 말고 작은 인정에 약해지지 말자.' 나는 자신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것은 나 자신을 미덥지 못하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밤이 되면 그러한 나 자신의 미덥지 못한 마음이 더욱 더 두려워졌다. 잠만 들면 악몽에 시달리는데 악몽을 꾸다가 혹시라도 잠결에 조선말이 나올까봐서였다. 나는 깊은 잠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낮에는 조사받느라고 시달리고 밤에는 악몽에 부대끼다나니 몸은 파김치가 되어 일어나 앉을 수조차 없었다.

잠깐 잠든 사이에 또 꿈을 꾸었다. 금성정치군사대학 시절에 두 키로(2km) 수영 훈령을 받는 꿈이었다.

담당지도원인 박 지도원이 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뒤를 따라 수영해 나갔다. 손발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 죽을 힘을 다해 허우적거렸지만 전혀 앞으로 나가지도 않고 몸이 자꾸 가라앉는다. 아직 1km가 남았다고 한다. 기를 쓰며 손발을 움직이다가 쥐가 나기 시작했다. 손발은 완전히 마비 증상을 일으켰다. 나는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 호흡이 곤란해졌다. 앞서가는 박 지도원을 소리쳐 불렀다. 그가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그는 박 지도원이 아니라 바로 아버지였다. 너무나 반가워서 ‘아버지, 아버지, 저예요. 현희요'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무 표정 없이 한번 힐끗 보고는 모르는 척 그냥 노를 저어 저 멀리 가 버린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딸을 그대로 버려두고 가 버리는 것이 랭정하기 그지없었다. 水没して死んでいく娘をそのまま放置して行ってしまうのは無情でしかなかった。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