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원 초대소, 열 세 번째-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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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 초대소, 열 세 번째
일본인화 교육의 하루 일과는 아침 6시 반 기상으로 시작된다. 8시까지 청소와 아침식사를 마치고 은혜 선생과 함께 학습실에 정좌하여 일본어로 된 김일성, 김정일 덕성 자료를 가지고 독보를 한다. 독보를 마치고 나면 바로 강의가 시작되어 12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오전 중에는 리은혜가 작성한 강의 내용을 설명하고 그 강의록에 의거한 교육을 받는다. 점심식사 후에는 산책도 하고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강의 받은 내용과 강의 내용 중 새로운 단어, 한자를 암송하는 복습을 한 다음 1시간 동안 운동을 한다. 저녁 6시에 식사를 한 뒤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정해진 코스를 따라 행군하고, 행군이 끝나면 텔레비전을 본 후, NHK라지오 방송을 듣는다. 가끔은 일본 신문이나 잡지도 읽어보고 자정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시험은 매일 아침 20분과 매주 토요일, 매월 말별로 학습 내용 중에서 리은혜가 출제한 시험문제로 시험을 치고 그 시험 결과를 담당 지도원에게 생활총화와 함께 보고했다.
초대소의 교육 규률도 세워서 지켜 나갔다.
‘초대소에서 은혜와 동거하면서 그녀가 작성한 강의록에 의거해서 교육한다. ' ‘모든 일상생활 용어는 일본어만을 사용한다. ' ‘오전 중에는 은혜로부터 그가 작성한 강의안을 중심으로 설명을 듣고 오후에는 강의받은 내용을 복습하는 한 편 일본 신문 잡지를 읽어 새로운 단어를 발췌, 암송한다. 매일 일본 라지오 방송을 청취한다. ' ‘일본 영화나 텔레비죤 프로그람은 록화기로 보거나 평양 보통강 구역 서장동에 있는 공작원 전용 영화관에서 관람한다. ' ‘아침 독보 시간에는 리은혜와 함께 일어판 <주체사상에 대하여> 교제를 독보한다.' 지도원은 월요일마다 와서 주간 학습내용과 시험지 등을 검토하고 따로 주생활총화를 진행했다. 주생활총화 때마다 그는 은혜로부터 일본의 모든 것을 배우되 은혜는 일본인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속을 다 주면 안 되니 지킬 것은 지키고 경계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은혜와 같이 붙어 지냈다. 마당 청소할 때도 산길을 산책할 때도 같이 다니며 일본어로 회화를 하므로 조선어를 쓸 기회가 없었다.
은혜는 마치 자기가 일본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면서 겨우 배운 조선말까지 잊어버리겠다고 안달이었다. 그러나 은혜는 그 일이 자기가 맡은 과업인지라 나를 일본인화시키는 데 전심전력을 다했다. 자기의 모든 지식과 상식, 그리고 잡지와 서적을 다 동원해서 교수안을 작성하였고 내가 리해할 때까지 가르쳤다.
은혜 선생에게서 배운 학습 교재는 은혜가 직접 작성한 강의록 말고도 <일본 교과서>, <일어판 주체사상에 대하여>, <일어판 김일성 혁명력사 약력>, 일본 신문과 잡지가 모두 교재가 되었다. 심지어는 NHK 방송 보도와 해설 프로그람을 록화 편집한 비데오 테이프도 교재로 쓰였다. 일본 노래도 많이 배웠다. 많은 일본가요 테이프를 틀어놓고 은혜와 같이 따라 노래하며 익혔다.
완전한 일본인처럼 되기 위하여는 ‘일본인의 식생활 환경', ‘손님접대와 가정생활 예절', ‘식사와 음식의 종류', ‘기차, 자동차 등 교통시설 이용 방법과 교통질서', ‘일본의 전통 명절', ‘주부의 일상생활', ‘일본의 사회질서와 동경의 환경', ‘일본 각지역의 특성과 거주 종족' 등도 빼놓을 수 없이 학습했다. 나는 은혜로부터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보면서 실제로 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다 해보며 익힐 수 있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