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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공작원 초대소, 두 번째-47

공작원 초대소, 두 번째-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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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 초대소, 두 번째

평성시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산길로 접어들자 정 지도원은 나에게 거듭 주의를 주었다.

“이제부터는 집에서 이름은 쓸 수 없고 김옥화라는 이름을 부르게 되오. 앞으로 김숙희라는 녀동무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원래 이름은 물론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비밀로 해야 하오. 김숙희에 대하여 묻지도 말고 듣지도 말아야 하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김옥화 동무를 알아볼 수 있는 미끼를 주어서는 안되오.”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10여 분간 들어가니 집이 한 채 나타났다. 이런 깊은 산속에 이렇게 아담한 집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차가 집 마당에 들어서자 한복을 입고 흰 행주치마를 두른 복스럽게 생긴 50대 아주머니가 나와 차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시라요.”

사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윤기있는 피부를 가진 데다가 화장도 하고 옷도 단정히 입고있었다. 사회의 아주머니들은 로동과 살림에 찌들어 피부가 검고 거칠었으며 더구나 화장을 한다는 건 엄두도 못냈다. 정 지도원이 아주머니에게 나를 소개했다.

“현희 동무, 김옥화 선생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아주머니는,

“아유, 곱기도 해라. 오히려 내가 선생님께 많이 부탁드립네다.” 라며 내 손을 반갑게 잡았다.

생전 처음으로 들어 보는 선생 소리에 어쩐지 멋쩍기도 하고 갑자기 변해버린 환경에 은근히 겁도 났다.

내가 거처하기로 정해진 방에 짐을 풀자 초대소 어머니는 집을 자랑이나 하듯 나를 목욕실로 안내했다. 목욕실에는 욕조와 샤워기가 달려 있었다. 나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너무 좋은 시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회에 있을 때는 집안에 이런 목욕 시설이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더구나 더운 물을 수도로 틀어 쓴다는 건 공중목욕탕에나 있는 시설인 줄 알았다.

얼떨떨한 상태에서 초대소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욕조에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그 안에 몸을 담갔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 ‘내가 이렇게 과분한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 ‘그리고 정말 가족과는 이제 영영 만나지 못하는 것인가?' 뜨거운 물속에 들어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자니 온몸에서 땀이 솟았다. 고급 비누로 몸을 닦으며 사회에서의 찌꺼기는 모두 씻어 버리고 나를 뽑아 준 당과 수령님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이 한 몸을 다 바쳐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목욕을 마치자 초대소 어머니가 ‘신덕샘물' 한 잔을 내왔다. 그야말로 소설책에서나 보던 공주가 된 기분이였다.

저녁식사 후에는 내 방에 들어가 공작원 상점에서 사준 트렁크를 열어 내의와 간소복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정말 고급품이였다. 내의를 얼굴에 대여보니 촉감도 부드러웠다. 귀중품을 다루듯 정리해서 다시 트렁크에 넣었다. 나로서는 처음 가져보는 소중한 것들이였다. 날이 어두워 오자 떠나 온 학교 김일성 혁명력사 연구실의 뒤일 등 이것저것 걱정이 되였다.

‘내가 담당했던 방 청소는 제대로 했으려나.... 내가 학교에서 갑자기 없어진 걸 알고 학급 동무들은 무어라 하고 있을까?' 일찍 침대에 누웠으나 잠자리가 낯설고 생각이 많은 탓인지 통 잠이 오지 않았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공작원 초대소, 두 번째-47 Workmen's Invitation, Second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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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 초대소, 두 번째

평성시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산길로 접어들자 정 지도원은 나에게 거듭 주의를 주었다.

“이제부터는 집에서 이름은 쓸 수 없고 김옥화라는 이름을 부르게 되오. 앞으로 김숙희라는 녀동무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원래 이름은 물론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비밀로 해야 하오. 김숙희에 대하여 묻지도 말고 듣지도 말아야 하오. 그리고 누구에게도 김옥화 동무를 알아볼 수 있는 미끼를 주어서는 안되오.”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10여 분간 들어가니 집이 한 채 나타났다. 이런 깊은 산속에 이렇게 아담한 집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차가 집 마당에 들어서자 한복을 입고 흰 행주치마를 두른 복스럽게 생긴 50대 아주머니가 나와 차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시라요.”

사회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윤기있는 피부를 가진 데다가 화장도 하고 옷도 단정히 입고있었다. 사회의 아주머니들은 로동과 살림에 찌들어 피부가 검고 거칠었으며 더구나 화장을 한다는 건 엄두도 못냈다. 정 지도원이 아주머니에게 나를 소개했다.

“현희 동무, 김옥화 선생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자 아주머니는,

“아유, 곱기도 해라. 오히려 내가 선생님께 많이 부탁드립네다.” 라며 내 손을 반갑게 잡았다.

생전 처음으로 들어 보는 선생 소리에 어쩐지 멋쩍기도 하고 갑자기 변해버린 환경에 은근히 겁도 났다.

내가 거처하기로 정해진 방에 짐을 풀자 초대소 어머니는 집을 자랑이나 하듯 나를 목욕실로 안내했다. 목욕실에는 욕조와 샤워기가 달려 있었다. 나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너무 좋은 시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회에 있을 때는 집안에 이런 목욕 시설이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고 더구나 더운 물을 수도로 틀어 쓴다는 건 공중목욕탕에나 있는 시설인 줄 알았다.

얼떨떨한 상태에서 초대소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욕조에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그 안에 몸을 담갔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  ‘내가 이렇게 과분한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  ‘그리고 정말 가족과는 이제 영영 만나지 못하는 것인가?' 뜨거운 물속에 들어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자니 온몸에서 땀이 솟았다. お湯の中に入って、あれこれ考え込んでいると、全身から汗が出てきた。 고급 비누로 몸을 닦으며 사회에서의 찌꺼기는 모두 씻어 버리고 나를 뽑아 준 당과 수령님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 이 한 몸을 다 바쳐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高級石鹸で体を拭きながら、社会での汚れはすべて洗い流し、私を選んでくれた党と領袖のご配慮に報いるために、この身を尽くすことを決意した。 목욕을 마치자 초대소 어머니가 ‘신덕샘물' 한 잔을 내왔다. 入浴を終えると、招待所のお母さんが「神徳泉の水」を一杯出してくれた。 그야말로 소설책에서나 보던 공주가 된 기분이였다. まさに小説に出てくるようなお姫様になった気分でした。

저녁식사 후에는 내 방에 들어가 공작원 상점에서 사준 트렁크를 열어 내의와 간소복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夕食後、自分の部屋に入り、工作員ショップで買ったトランクを開けて、下着や簡易的な服を一枚一枚じっくりと見る。 보면 볼수록 정말 고급품이였다. 見れば見るほど、本当に高級品でした。 내의를 얼굴에 대여보니 촉감도 부드러웠다. 内服を顔に貸してみると、肌触りも柔らかかった。 귀중품을 다루듯 정리해서 다시 트렁크에 넣었다. 나로서는 처음 가져보는 소중한 것들이였다. 私にとっては初めての貴重なものでした。 날이 어두워 오자 떠나 온 학교 김일성 혁명력사 연구실의 뒤일 등 이것저것 걱정이 되였다. 日が暮れてくると、去った学校の金日成革命史研究室の後始末など、いろいろと心配になった。

‘내가 담당했던 방 청소는 제대로 했으려나.... 내가 학교에서 갑자기 없어진 걸 알고 학급 동무들은 무어라 하고 있을까?' 私が担当した部屋の掃除はちゃんとしたかな....。私が学校から突然いなくなったことを知ったクラスメートはどう思っているのだろう? 일찍 침대에 누웠으나 잠자리가 낯설고 생각이 많은 탓인지 통 잠이 오지 않았다. 早めにベッドに寝たが、寝床が慣れないのと考え事が多いせいか、なかなか眠りにつけない。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