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장 몽룡과 춘향, 결혼을 약속하다
춘향과 헤어져 집에 돌아온 몽룡은 책을 폈지만, 책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춘향 생각만 났어요. 몽룡은 해가 지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어요. 날이 어두워지자 몽룡이 벌떡 일어났어요.
“방자야! 어서 춘향이네 집으로 안내하거라.”
몽룡이 방자를 따라 춘향의 집에 도착했어요. 방자는 춘향의 방에 있는 창문 밑으로 가서 춘향을 불렀어요. 춘향은 깜짝 놀라 건넌방에 있는 어머니를 깨웠어요.
“어머니, 방자가 도련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월매는 그 말을 듣고 향단이를 불렀어요.
“향단아! 방을 정리하고 불을 켜라.”
급히 방에서 나오는 월매는 나이 오십이 넘었지만, 외모가 단정하고 여전히 아름다웠어요. 춘향이 아름다운 건 어머니를 닮았기 때문이었어요.
월매는 두 손을 모으고 몽룡을 공손히 맞이했어요.
“도련님, 안녕하십니까?”
“자네가 춘향이 어미인가? 자네도 잘 지냈는가?”
“네, 귀하신 도련님이 저희 집에 와 주시니 어떻게 대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월매는 몽룡을 방으로 모셔 차와 담배를 권한 후 춘향을 불렀어요. 춘향은 조용히 들어와 부끄러워하며 서 있었어요.
“낮에 우연히 광한루에서 춘향을 보고 첫눈에 반해 나비가 꽃을 찾듯이 이렇게 왔네. 춘향과 결혼을 하고 싶은데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도련님, 소인이 젊었을 때 성 참판 영감이 한양에서 잠시 남원에 내려왔지요. 그때 수청을 들라는 명령을 어기지 못해 그분을 모셨지요. 그러나 석 달 만에 한양으로 떠나시고 그 후 저는 딸 춘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참판 영감이 춘향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소인이 혼자 지금까지 춘향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뼈대 있는 집안의 아이인데 제가 부족하여 열여섯 살이 될때까지 시집을 못 보냈지요. 도련님, 순간의 감정으로 결혼한다고 하시는데, 그런 말씀 마시고 그냥 차 한잔하시고 가십시오.”
월매는 사실 몽룡의 진심을 알기 위해 속마음과 다른 말을 했어요.
“월매, 부모님 모셔 놓고 결혼식은 못 올리지만, 양반의 자식이 한 입으로 두말하겠는가? 내 춘향을 첫 아내같이 여길 테니 걱정하지 말고 허락해 주게.”
월매는 잠시 생각하더니 기분 좋게 승낙했어요.
“이제 우리 춘향이는 도련님의 짝이 되었습니다. 저도 도련님을 내 사위로 알겠습니다. 향단아, 어서 술상 준비하거라.”
춘향이 몽룡에게 술을 가득 부어 올리자 몽룡이 잔을 앞에 두고 말했어요.
“내가 예를 갖춰 결혼식을 치르지 못해 미안하구나. 춘향아, 이 술을 결혼의 약속으로 알고 마시자.”
부부의 인연을 맺은 후 몽룡은 춘향의 집을 자기 집처럼 자주 드나들었어요. 처음에는 부끄러워 얼굴만 붉히던 춘향도 웃음을 보였어요. 몽룡은 넘치는 사랑을 참지 못해 노래를 불렀어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얘, 춘향아. 우리 업기 놀이나 하자. 이리 와 업히어라.”
춘향은 부끄러워 가만히 있다가 못 이기는 척 업혔어요.
“아구, 아주 무겁구나! 내 등에 업히니 기분이 어떠하냐?”
“너무너무 좋아요.”
두 사람이 노래하고 업고 업히고 노는 사이에 시간은 빠르게 지났어요. 열여섯 살 두 사람이 만나 세월 가는 줄 몰랐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