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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 Min Jin Lee ⎟ 파친코 ⟨2018 번역, 이미정 옮김⟩, 「우동두그릇」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우동두그릇」 Pachinko 파친코 [Book 1. 고향]

파친코. Book 1. 고향. 우동두그릇.

부엌 청소를 마친 후 선자는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동희 자매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보통 선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지난달에는 유독 피곤해서 다른 사람들이 일을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침에는 억센 두 손이 그녀의 양어깨를 내리누르는 것만 같았다. 선자는 차가운 방에 공기가 체온을 빼앗아 가기 전에 재빨리 옷을 벗고 두꺼운 이불 밑으로 들어갔다. 온돌 바닥이 따뜻했다. 베개에 무거운 머리를 대자마자 제일 먼저 한수가 생각났다.

한수는 더 이상 부산에 없었다. 해변에 한수를 두고 떠나왔던 그다음 날, 선자는 엄마에게 속이 메스꺼워서 집 밖으로 멀리 나갈 수가 없다며 시장에 대신 가달라고 했다. 일주일 동안 선자는 시장에 가지 않았다. 선자가 마침내 보통 때처럼 장을 보러 나가기 시작했을 때, 한수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매일 아침 시장에 가서 한수를 찾아보았지만 한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온돌 바닥에 열기가 올라와 깔고 누운 요가 따끈따끈해졌다. 하루종일 차가와던 몸이 녹자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선자는 살짝 불러온 배에 두 손을 올렸다. 아직은 아이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몸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예민해진 후각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다. 생선 좌판을 지나갈 때면 속이 울렁거렸다. 특히 게와 새우 냄새가 제일 지독했다. 팔다리는 보어올라 스펀지라도 된 것만 같았다. 선자는 임신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자신의 배 속에서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었고, 선자 자신에게도 그 사실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선자는 이런 생각들을 한수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선자가 엄마에게 임신했다는 것을 말하고 난 후,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다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진해지는 엄마의 주름은 찡그린 채 그대로 굳어질 것만 같았다. 낮에는 늘 하던 것처럼 일에 전념했지만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면 선자는 한수가 자신과 아이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한수의 첩이 되겠다고 말하고 그를 붙잡았다면 그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수는 마음 내킬 때마다 언제든지 일본에 있는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갔을 것이다. 하지만 선자는 그런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지금 이렇게 약해진 순간에도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선자는 한수가 그리웠지만 다른 여자와 그를 나누어 갖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멍청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왜 나이도 있고 지위도 있는 사람에게 아내와 자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한수가 자기처럼 무식한 시골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 조선의 부잣집 남자들은 아내와 첩을 여럿 거느리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심지어는 본처와 첩이 한집에서 같이 살기도 했다. 하지만 선자는 한수의 첩이 될 수는 없었다. 몸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자기보다 더 가난하게 자란 엄마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에는 하숙집 사람들에게 식사를 준비해주고 난 후, 세 식구가 나지막한 상 앞에 앉아 다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아버지는 여자들보다 먼저 먹을 수 있었지만 늘 함께 먹겠다고 했고, 다른 집 남자들처럼 상을 따로 차려주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엄마가 자기만큼 고기와 생선을 먹고 있는지 확인했다. 여름에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수박을 먹여주겠다고 수박 밭을 일구었고, 매년 겨울이 돌아오면 가족들이 입을 외투 안에 채워 넣으라고 깨끗한 솜도 잊지 않고 사 뒀다. 아버지는 혹시라도 솜이 부족하면 자기 옷에는 솜을 새로 채워 넣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니한테는 세상에서 젤 상냥한 아부지가 있다 아이가." 엄마는 종종 이렇게 말했고, 선자는 부잣집 아이가 자기 아버지의 수북하게 쌓인 쌀 포대들과 금반지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데도 선자는 한수 생각을 그만둘 수 없었다. 해변에서 한수를 만날 때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옥빛의 바다는 보이지도 않았다. 늘 한수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선자는 시간이 어쩜 그렇게 빨리 흘러갈 수 있었는지 항상 궁금했다. 오늘은 한수가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까? 그와 좀 더 오랫동안 같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선자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이런 생각만 맴돌았다. 그래서 한수가 바위틈으로 그녀를 쓰러뜨리고 저고리 끈을 풀어도 선자는 저항하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에 살이 에일 것 같았어도 한수가 원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한수의 따뜻한 입술과 살갗에 다음 몸이 너무 뜨거워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긴 치마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온 그의 두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쓸 때 턴 자는 남자가 여자에게 바라는 것이 이런 것이란 걸 알아차렸다. 한수와 사랑을 나누는 내내 온 몸의 감각은 날카롭게 곤두서서 그의 손길만을 바라고 있었다. 선자는 자신의 아래를 뭉근하게 눌리오는 한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한수가 자기에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선자는 빨래 보따리를 이고 해변으로 나가면 한수가 가파른 바위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펼쳐든 신문이 산들 바람에 시끄럽게 퍼덕거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수는 그녀의 땋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당기며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 "사랑스러운 우리 애기, 어디 있었어? 내가 아침까지 널 기다렸을 거라는 걸 알아?"

지난주에 선자는 한수가 자신을 부르고 있을 것만 같은 강한 예감이 들어 변명을 둘러대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두 사람이 메시지처럼 남겨두었던 돌맹이는 더 이상 바위 틈새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돌멩이에 x 표시를 그려 바위틈에 넣어두고 자신이 다시 돌아와서 그를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돌멩이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선자는 깊은 상실감에 사로잡혔다.

한수가 그녀에게 했던 모든 것은 진심이었다. 그건 선자도 알고 있었다. 한수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갑자기 부엌에서 식모 언니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와 선자는 감고 있던 눈을 번뜩 떴다. 잠시 후 언니들의 웃음 소리가 잦아들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선자는 문에서 떨어져 나와 안쪽 벽을 마주보고 서서 한수가 그랬던 것처럼 한손으로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한수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끊임없이 그녀를 어루만졌다. 사랑을 나눈 후에 그의 손가락은 선자의 작고 둥근 턱에서 둥그스름한 귓불을 타고 올라가 창백하고 널찍한 이마를 쓸며 그녀의 얼굴을 매만졌다. 왜 나도 그런 식으로 그를 만져 보지 못했을까? 선자는 자기가 먼저 한수를 만진 적이 없었다. 언제나 한수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왔다. 선자는 그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피부 아래 이어지는 강인한 뼈 마디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 속에 담아두고 싶었다.

아침이 밝았다. 이삭은 따뜻한 내복과 와이셔츠 위에 남색 모직 스웨터를 입은 채 책상으로 쓰려고 갖다 놓은 나지막한 밥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하숙직 남자들은 모두 일하러 나갔고, 여자들이 일하는 소리만 뜨문뜨문 들려왔다. 집 안은 아주 조용했고 성경책은 밥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이삭은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방 앞에서는 양진이 앉아서 화로에 석탄을 채워 넣고 있었다. 이삭은 양진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양진은 타 오르는 불씨를 관찰하면서 부지깽이로 석탄을 뒤집고 있었다.

"따뜻하십니꺼? 옆에 갖다 놓을게예." 양진은 무릎을 꿇고 화로를 이삭 쪽으로 밀었다.

"제가 할게요." 이삭이 말했다.

"아닙니더, 마 거기 계시소. 그냥 밀면 됩니더." 다리가 불편했던 남편은 항상 그런 식으로 화로를 움직였다.

양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이삭은 주변을 둘러보고 엿듣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아주머니, 선자 씨가 절 남편으로 받아줄까요? 제가 청혼하면요?"

양진의 주름진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지면서 부지깽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양지는 부지깽이를 재빨리 집어 들고는 좀 전의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이삭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양진은 그때까지 남편과 아버지를 제외하고 남자 옆에 그렇게 가까이 앉아 본 적이 없었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이삭이 물었다. "와예? 와 그라실라고예?"

"아내가 있다면 오사카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형한테도 이미 편지로 알렸어요. 형님과 형수는 선자 씨를 환영해 줄 거예요."

"부모님은예?"

"부모님은 오랫동안 제가 결혼했으면 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항상 싫다고 했지요."

"와예?"

"늘 아팠으니까요. 지금은 몸이 괜찮은 것 같지만 전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에요. 선자 씨도 그런 건 이미 알고 있고요. 놀랄 일도 아니지요."

"그치만 우리 선자는 지금 . . . "

"네, 잘 알아요. 저랑 결혼하면 선자 씨는 젊은 과부가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아시다시피 살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전 죽기 전에 아이 아버지가 될 수 있어요."

양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젊어서 과부가 되었다. 남편은 장애를 안고 태어났어도 나름 최선을 다해 한평생 살다 간 정직한 사람이었다. 남편이 죽었을 때 양진은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남편이 돌아와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머니를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삭이 양진의 충격받은 얼굴을 보고 말했다. "전 선자 씨가 바라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요. 선자 씨가 제 청혼을 받아들일까요? 어쩌면 아주머니와 여기에서 살고 싶어 할지도 몰라요. 그게 선자 씨와 아이에게 더 좋을까요?"

"무신, 아입니더. 여길 떠나는 게 훨씬 나을 기라예." 양진이 냉혹한 현실을 생각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선자도 여서 사는 게 끔찍할 깁니더. 목사님이 그리 해주시면 지 딸 인생을 구해주시는 거지예. 선자를 돌봐주신다카면 제 목숨이라도 기꺼이 드릴 수 있어예. 할 수만 있으면는 이 은혜 잊지 않고 두 배로 갚아드리고 싶습니더." 양진이 눈물을 훔치며 바닥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깊이 숙여 절했다.

"아니, 그러지 마세요. 아주머니와 선자 씨는 천사 같은 분들이에요."

"퍼뜩 선자한테 얘기할게예. 선자도 고마워할 깁니더."

이삭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다음 말을 어떻게 꺼내야 좋을지 생각해야 했다.

"그러지 마세요." 이삭이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선자 씨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선자 씨가 언젠가는 절 사랑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요." 이상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마음에 당혹스러웠다. 자신도 평범한 남자처럼 여자가 은혜를 갚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를 사랑해서 그의 아내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목사님이 선자하고 얘기해보는 게 좋겠네예." 선자가 어떻게 이런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선자 씨에게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전 또 병에 걸리거나 아플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전 괜찮은 남편이 되려고 노력할 거고 아이도 사랑해줄 거예요. 그 아이는 제 아이가 될 겁니다." 이삭은 아이를 키우며 오래오래 살 수 있다면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내 말입니더, 선자랑 같이 산책을 하시면서 지금 하신 얘기 전부 해주이시소."

선자는 엄마에게 백이삭의 생각을 듣게 되었고, 곧 그의 아내가 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백이삭과 결혼을 한다면 선자는 물론이고 선자의 아이와 엄마 모두 고통스러운 짐을 덜게 될 것이다. 하숙집도 평안해질 테고 선자의 아이는 좋은 가정에서 영예롭게 태어난 사람의 성을 얻을 것이다. 선자는 백이삭이 왜 그런 일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가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사실 선자의 엄마나 선자 둘 다 백이삭을 돌봐준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숙집 사람이 그런 병에 걸렸다면 누구라도 보살펴주었을 터였다. 게다가 이삭은 하숙비를 제때에 꼬박꼬박 지불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보통 남자라카면 다른 남자한테서 얻은 아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을기다. 천사나 바보천치가 아이모 못 그라제." 선자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이삭은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식모가 필요할지도 몰랐지만 그런 것을 바라는 사람 같지도 않았다. 백 목사는 몸이 나아지자마자, 아니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았을 때도 식사가 끝나면 그릇이 담긴 쟁반을 부엌 문 지방까지 날라다 주었다. 아침에는 자기 이불을 흔들어 먼지를 털고 요와 함께 잘 개어뒀다. 이삭만큼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하숙인은 아무도 없었다. 선자는 하인을 거느리고 사는 상류층 출신의 남자가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선자는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고 흰 면양말을 신은 두 발에 짚신을 신었다. 그리고 대문 밖에서 이삭을 기다렸다. 공기는 차가웠고 눈앞에는 안개가 깔려 있었다. 한 달도 안 되어 곧 봄이 오겠지만, 선자는 여전히 한겨울 같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양진은 이삭에게 집 밖에서 선자를 만나달라고 부탁했다. 하숙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후에 이삭이 중절모를 들고 나왔다.

"안녕하세요?" 이삭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일단 선자 옆에 나란히 섰다. 이삭은 이렇게 젊은 여성과 함께 외출한 적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청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삭은 고향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자 신도를 상담해주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시내로 갈까요? 연락선을 타고요." 갑작스러운 제안이 이삭의 입에서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선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뚜꺼운 목도리로 머리를 감쌌다. 귀와 새까만 머리가 가려지자 선자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여자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선착장으로 말없이 걸어갔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지 몰랐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배 앞에서 선장이 나와 두 사람의 뱃삯을 받았다.

배에 탄 승객이 거의 없었던 덕분에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이나마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어머니한테서 이야기를 들었군요." 이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 이삭은 선자의 젊고 예쁜 얼굴에 비친 감정을 읽으려 애썼다.

선자는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감사합니더." 선자가 말했다.

"선자 씨 생각은 어때요?"

"그저 감사할 뿐이지예. 목사님이 제 어께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 주셨으니까예.

우째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인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잘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죠.

그렇지 않나요?" 선자는 치마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렸다.

"물어볼 게 있어요." 이삭이 말했다.

선자는 여전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었다.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이삭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이었다.

"선자 씨가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겁니다.

아마 궁금한 게 많을 거예요.

지금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시간이 걸릴겁니다. 이해할 수 있어요."

오늘 아침, 선자는 백 목사가 그런 질문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 목사가 믿는 하나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버지는 귀신을 믿지 않았지만 선자는 세상에는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자신 곁에 함께하는 것만 같았다.

제사를 지내러 아버지 산소에 가면 아버지의 존재를

보다 더 잘 느낄 수있었고, 그것은 큰 위안이 되었다.

많은 신들과 죽은 영혼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삭의 하나님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삭의 하나님이 백 이삭에게

그토록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했다면

그분을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예, 그럴 수 있어예."

배가 항구에 닿자 이삭은 선자가 무사히 내리도록 도와주었다.

부산의 날씨는 영도보다 더 추었다.

선자는 외투 소매를 끌어당겨 손을 덮었다.

날카로운 바람이 살갗을 에는 것 같았다.

선자는 추운 날씨가 백 목사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둘 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선자는 항구에서 멀지 않은 시장을 가리켰다.

그곳은 선자가 부모님과 함께 부산에 왔을 때 유일하게 가본 곳이었다.

선자는 그쪽으로 걷기 시작했지만 남자보다 앞장서 걷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삭은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 말않고 선자의 뒤를 따라갔다.

"선자 씨가 하나님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겠다니 기뻐요.

그건 제게 아주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 신앙을 나눌 수 있다면 결혼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선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삭이 그런 요구를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함께 사는 게 낯설게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하나님께 우리와 아이를 축복해달라고 기도드릴 겁니다."

선자는 그의 기도가 두꺼운 외투처럼 그들을 감싸 보호해줄 것만 같았다.

갈매기는 시끄럽게 울면서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맴돌다가 멀리 날아갔다.

선자는 이삭과의 결혼에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조건을 내거는 것 외에는

이삭이 선자의 헌신을 시험해볼 방법이 달리 없었을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보일 수 있을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선자는 결코 이삭을 배신하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삭을 잘 보필하는 것이었다.

이삭은 국수를 파는 깔끔한 일식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우동 먹어 봤어요?" 이삭이 눈썹을 찡긋거리며 물었다.

선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삭이 그녀를 안으로 이끌었다.

손님들은 모두 일본인이었고 여자 손님은 선자뿐이었다.

깨끗한 앞치마를 두른 일본인 주인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일본어로 인사했다.

이삭은 일본어로 두 사람이 앉을 자리를 요구했고 가게 주인은

이삭의 유창한 일본어에 마음이 놓인 것 같았다.

가게 주인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문 근처의 테이블로 두 사람을 안내해주었다.

이삭과 선자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앉았다.

자리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선자는 합판으로 된 벽에 손으로 써놓은 메뉴를 바라보았다.

글자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숫자 몇 개는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는 이 근방에서 일하는 사무원들과 가게 주인들이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를 먹고 있었다.

빡빡머리 일본인 남자 아이가 무거운 주전자를 들고 와 보리차를 따라주었다.

아이는 선자를 힐끗거리며 쳐다보다 돌아갔다.

"이런 데는 한 번도 안 와봤어예." 선자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저도 많이 온 건 아니에요.

그래도 여긴 깨끗해 보이네요.

저희 아버지는 집 밖에서 식사를 할 때는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이삭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는 선자가 불편하지 않기를 바랐다.

가게 안이 따뜻해서 선자의 얼굴에도 색이 돌아왔다.

"배고프죠?"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선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삭은 우동 두 그릇을 주문했다.

"칼국수처럼 보이지만 좀 달라요. 선자 씨 입에도 잘 맞을 것 같은데.

오사카에서는 어딜 가든 이런 우동을 판데요.

조선과는 모든 게 다 다를 겁니다.

이삭은 선자와 함께 오사카에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자 점점 더 기분이 좋아졌다.

선자는 이미 한수에게서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삭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한수는 오사카가 같은 사람과 두 번 마주칠 수 없는 거대한 도시라고 말했다.

이삭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선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선자는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집에 있을 때도 다른 식모나 어머니에게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선자는 항상 이런 모습인 걸까?

이삭은 이렇게 내성적인 선자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삭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선자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선자 씨, 절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으로서?" 이삭은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손을 움켜쥐었다.

"네." 진심이었기에 대답은 재깍 나왔다.

선자는 지금도 이삭을 좋아했고, 그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이삭은 마치 병든 폐가 다 낫기라도 한 것처럼 속이 깨끗하고 맑아진 기분이었다.

짧게 숨을 고른 다음 이삭이 말을 이었다.

"어려운 건 알아요. 그렇지만 그 사람을 잊기 위해 노력해주겠어요?"

서로에게 비밀은 없어야 했다.

선자는 눈을 깜빡거렸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남자입니다.

잘못된 일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도 자존심이 있어요."

이삭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당신과 아이를 사랑하고 존경할 겁니다."

"좋은 아내가 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낍니더."

"고마워요." 이삭이 말했다.

이삭은 자신의 부모님이 그러했듯 자신도 선자와 다정한 사이가 되고 싶었다.

우동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이삭은 감사 기도를 하려고

고개를 숙였고, 선자는 이삭을 흉내 내어 두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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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Book 1. 고향. 우동두그릇. Pachinko. Book 1. Hometown. A bowl of udon noodles.

부엌 청소를 마친 후 선자는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After cleaning the kitchen, Seon-ja greets his mother and 동희 자매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I went into the room with sister Dong-hee. 보통 선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I went into the room with my sister-in-law. 지난달에는 유독 피곤해서 Last month, I was particularly tired, so I decided to use 다른 사람들이 일을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I couldn't wait for everyone else to finish their work.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Waking up in the morning wasn't easy either. 아침에는 억센 두 손이 그녀의 양어깨를 내리누르는 것만 같았다. In the morning, it felt like a pair of strong hands were pressing down on her shoulders. 선자는 차가운 방에 공기가 체온을 빼앗아 가기 전에 재빨리 옷을 벗고 The Zen master was in a cold room, and before the air could steal his body heat, he quickly removed his clothes and put on the 두꺼운 이불 밑으로 들어갔다. I slipped under the thick comforter. 온돌 바닥이 따뜻했다. The heated floor was warm. 베개에 무거운 머리를 대자마자 제일 먼저 한수가 생각났다. As soon as my heavy head hit the pillow, the first thing I thought of was Hansou.

한수는 더 이상 부산에 없었다. Hansu was no longer in Busan. 해변에 한수를 두고 떠나왔던 그다음 날, 선자는 엄마에게 속이 메스꺼워서 The day after leaving Han Shuo on the beach, Sun Tzu told his mother that he felt nauseous and that he had to use the 집 밖으로 멀리 나갈 수가 없다며 시장에 대신 가달라고 했다. She said she couldn't go far from home and asked me to go to the market for her. 일주일 동안 선자는 시장에 가지 않았다. For a week, the Zen master did not go to the market. 선자가 마침내 보통 때처럼 장을 보러 나가기 시작했을 때, When the Zen master finally went out to do his usual grocery shopping, 한수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Hansu was no longer visible. 매일 아침 시장에 가서 한수를 찾아보았지만 한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Every morning I went to the market to look for Hansu, but he was nowhere to be found.

온돌 바닥에 열기가 올라와 깔고 누운 요가 따끈따끈해졌다. The heated floor heated up and made my yoga mat toasty. 하루종일 차가와던 몸이 녹자 두 눈이 스르륵 감겼다. My eyes rolled back in my head as my body thawed from the day's chill. 선자는 살짝 불러온 배에 두 손을 올렸다. The Zen master placed his hands on his slightly raised belly. 아직은 아이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몸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He couldn't feel her move yet, but his body was changing every second. 무엇보다도 예민해진 후각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다. Most of all, my heightened sense of smell was unbearable. 생선 좌판을 지나갈 때면 속이 울렁거렸다. My stomach would churn as I walked past the fish stand. 특히 게와 새우 냄새가 제일 지독했다. The crab and shrimp smells were the worst. 팔다리는 보어올라 스펀지라도 된 것만 같았다. My limbs were swollen and I felt like a sponge. 선자는 임신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The Zen master had no idea what pregnancy was like. 자신의 배 속에서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The fact that you have a child growing inside of you is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었고, 선자 자신에게도 그 사실은 낯설게만 느껴졌다. It was a secret he couldn't tell anyone else, and even to himself, it was a stranger.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선자는 이런 생각들을 한수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What kind of child will be born? The Zen master wanted to confide these thoughts to Han Shu.

선자가 엄마에게 임신했다는 것을 말하고 난 후,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다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After she told her mom that she was pregnant, neither of them brought it up again. 고민이 깊어지는 만큼 진해지는 엄마의 주름은 찡그린 채 그대로 굳어질 것만 같았다. I get a secret that I can't tell others, and the fact is unfamiliar to myself 낮에는 늘 하던 것처럼 일에 전념했지만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면 선자는 한수가 자신과 아이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During the day, he went about his business as usual, but at night, when he went to bed, he wondered if Hansoo was thinking about him and the child. 한수의 첩이 되겠다고 말하고 그를 붙잡았다면 그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If she had told Han Shuo she would be his concubine and captured him, she could have made him her own. 그렇게 되면 한수는 마음 내킬 때마다 언제든지 일본에 있는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갔을 것이다. In that case, Hansu would have traveled to see his wife and daughter in Japan whenever he felt like it. 하지만 선자는 그런 관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But the Zen master couldn't accept that relationship, 지금 이렇게 약해진 순간에도 그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Even in this moment of weakness, I thought that was unacceptable. 선자는 한수가 그리웠지만 다른 여자와 그를 나누어 갖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The Zen master missed Han Shu, but he couldn't imagine sharing him with another woman.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멍청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I'm not a three year old, I'm too stupid for that!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How foolish of me! 왜 나이도 있고 지위도 있는 사람에게 아내와 자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Why did I assume that a man of his age and status would not have a wife and children? 한수가 자기처럼 무식한 시골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 It was ridiculous to think that Hansoo would want to marry an ignorant country girl like her. 조선의 부잣집 남자들은 아내와 첩을 여럿 거느리는 것이 일상적이었고, It was common for wealthy men in Joseon to have multiple wives and concubines, 심지어는 본처와 첩이 한집에서 같이 살기도 했다. He even had his wife and concubine living in the same house. 하지만 선자는 한수의 첩이 될 수는 없었다. But Sun Tzu could not be Han Shuo's concubine. 몸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자기보다 더 가난하게 자란 엄마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겼다. My father, who was physically challenged, loved and cherished my mother, who grew up poorer than him. 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에는 하숙집 사람들에게 식사를 준비해주고 난 후, When my dad was alive, after preparing meals for the boarders, 세 식구가 나지막한 상 앞에 앉아 다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A family of three sits down to dinner at a modest table. 아버지는 여자들보다 먼저 먹을 수 있었지만 늘 함께 먹겠다고 했고, My father was allowed to eat before the women, but he always said he would eat with them, 다른 집 남자들처럼 상을 따로 차려주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He didn't even want me to set up an award like the other men in the house. 아버지는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엄마가 자기만큼 고기와 생선을 먹고 있는지 확인했다. Even while he was eating, he made sure that his mom was eating as much meat and fish as he was. 여름에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수박을 먹여주겠다고 수박 밭을 일구었고, In the summer, I grew a watermelon patch to feed my mom her favorite fruit, 매년 겨울이 돌아오면 가족들이 입을 외투 안에 채워 넣으라고 깨끗한 솜도 잊지 않고 사 뒀다. Every year when winter comes around, I make sure to stock up on clean cotton balls for my family to stuff inside their coats. 아버지는 혹시라도 솜이 부족하면 자기 옷에는 솜을 새로  채워 넣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He told me that if he ever ran out of cotton, he didn't have to stuff his own clothes. "니한테는 세상에서 젤 상냥한 아부지가 있다 아이가." "You have the sweetest father in the world, child." 엄마는 종종 이렇게 말했고, 선자는 부잣집 아이가 자기 아버지의 수북하게 쌓인 쌀 포대들과 금반지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She often said this, and the Zen master was as proud of his father's love as a rich child is of his father's piles of rice bags and gold rings. 그런데도 선자는 한수 생각을 그만둘 수 없었다. Still, he couldn't stop thinking about Han Shuo. 해변에서 한수를 만날 때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옥빛의 바다는 보이지도 않았다. When I met Hansu on the beach, the cloudless sky and jade-colored sea were nowhere to be seen. 늘 한수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All I could see was Hansoo. 선자는 시간이 어쩜 그렇게 빨리 흘러갈 수 있었는지 항상 궁금했다. The Zen master always wondered how time could pass so quickly. 오늘은 한수가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까? Today, we're going to talk about how funny Hansu is. 그와 좀 더 오랫동안 같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What can I do to stay with him longer? 선자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이런 생각만 맴돌았다. It was always in the back of his mind. 그래서 한수가 바위틈으로 그녀를 쓰러뜨리고 저고리 끈을 풀어도 선자는 저항하지 않았다. So when Hansoo knocked her over the edge of a rock and untied her collar, she didn't resist. 차가운 공기에 살이 에일 것 같았어도 한수가 원하는 대로 몸을 맡겼다. Even though the cold air made his flesh burn, Hansoo did as he was told. 한수의 따뜻한 입술과 살갗에 다음 몸이 너무 뜨거워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Hansoo's warm lips and skin were so hot against his next body that he felt like he was going to melt. 긴 치마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온 그의 두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쓸 때 턴 자는 남자가 여자에게 바라는 것이 이런 것이란 걸 알아차렸다. As his hands slipped under her long skirt and gripped her ass, pulling her toward him, Turner knew this was what a man wanted from a woman. 한수와 사랑을 나누는 내내 온 몸의 감각은 날카롭게 곤두서서 그의 손길만을 바라고 있었다. The entire time she was making love to Hansoo, her senses were on high alert, craving only his touch. 선자는 자신의 아래를 뭉근하게 눌리오는 한수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The Zen master obediently accepted Han Shuo, who pressed firmly beneath him. 한수가 자기에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You have the kindest father in the world.

이따금씩 선자는 빨래 보따리를 이고 해변으로 나가면 한수가 가파른 바위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very once in a while, Sun Tzu would carry a bag of laundry and go ashore, thinking that Han Shuo would be waiting for him on the steep rocks. 그가 펼쳐든 신문이 산들 바람에 시끄럽게 퍼덕거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The newspaper he held open flapped noisily in the breeze. 한수는 그녀의 땋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당기며 이렇게 말할 것 같았다. Hansoo gently tugged at her pigtails, as if to say, "I'm sorry. "사랑스러운 우리 애기, 어디 있었어? "My sweet baby, where have you been? 내가 아침까지 널 기다렸을 거라는 걸 알아?" Do you realize that I would have waited for you until morning?"

지난주에 선자는 한수가 자신을 부르고 있을 것만 같은 강한 예감이 들어 변명을 둘러대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두 사람이 메시지처럼 남겨두었던  돌맹이는 더 이상 바위 틈새에 남아 있지 않았다. The rock they had left as a message was no longer in the crevice. 그 돌멩이에 x 표시를 그려 바위틈에 넣어두고 자신이 다시 돌아와서 그를 기다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He wanted to draw an X on the rock and put it in a crevice to let her know that he was back and waiting for her. 하지만 이제는 그 돌멩이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But now, even that stone was disappearing. 선자는 깊은 상실감에 사로잡혔다.

한수가 그녀에게 했던 모든 것은 진심이었다. So Hansoo knocked her down through the gap. 그건 선자도 알고 있었다. The car did not resist even after loosening the jeogori laces. 한수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위안이 되지는 못했다. I knew Hansoo wasn't lying, but that was little consolation. 갑자기 부엌에서 식모 언니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와 선자는 감고 있던 눈을 번뜩 떴다. 잠시 후 언니들의 웃음 소리가 잦아들었다. After a while, the sisters' laughter died down.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선자는 문에서 떨어져 나와 안쪽 벽을 마주보고 서서 한수가 그랬던 것처럼 한손으로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The Zen master moved away from the door and stood facing the inner wall, cupping his cheek with one hand, just as Han Shuo had done. 한수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끊임없이 그녀를 어루만졌다. Every time he saw her, Hansoo would fondle her incessantly, as if he couldn't help himself. 사랑을 나눈 후에 그의 손가락은 선자의 작고 둥근 턱에서 둥그스름한 귓불을 타고 올라가 창백하고 After making love, his fingers would climb from the Zen master's small, rounded chin, up the rounded earlobe, and touch the pale, 널찍한 이마를 쓸며 그녀의 얼굴을 매만졌다. I swiped my hand across her broad forehead. 왜 나도 그런 식으로 그를 만져 보지 못했을까? 선자는 자기가 먼저 한수를 만진 적이 없었다. 언제나 한수가 먼저 그녀에게 다가왔다. 선자는 그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피부 아래 이어지는 강인한 뼈 마디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 속에 담아두고 싶었다. I wanted to caress his face, to memorize every strong bone under his skin.

아침이 밝았다.  이삭은 따뜻한 내복과 와이셔츠 위에 남색 모직 스웨터를 입은 채 책상으로 쓰려고 갖다 놓은 나지막한 밥상 앞에 앉아 있었다. Dressed in a navy blue woolen sweater, I sat at a ramshackle table I'd set up to serve as a desk. 하숙직 남자들은 모두 일하러 나갔고, 여자들이 일하는 소리만 뜨문뜨문 들려왔다. 집 안은 아주 조용했고 성경책은 밥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이삭은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방 앞에서는 양진이 앉아서 화로에 석탄을 채워 넣고 있었다. 이삭은  양진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Isaac wanted to speak to Yang Jin, but he was too embarrassed to do so. 양진은 타 오르는 불씨를 관찰하면서 부지깽이로 석탄을 뒤집고 있었다. Yang Jin watched the embers burn, turning over the coals with a poker.

"따뜻하십니꺼? 옆에 갖다 놓을게예."  양진은 무릎을 꿇고 화로를 이삭 쪽으로 밀었다.

"제가 할게요." 이삭이 말했다.

"아닙니더, 마 거기 계시소.  그냥 밀면 됩니더." 다리가 불편했던 남편은 항상 그런 식으로 화로를 움직였다.

양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이삭은 주변을 둘러보고 엿듣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아주머니, 선자 씨가 절 남편으로 받아줄까요? "Madam, do you think Mr. Sun Tzu will take me as his husband? 제가 청혼하면요?"

양진의 주름진 두 눈이 휘둥그레 커지면서 부지깽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양지는 부지깽이를 재빨리 집어 들고는 좀 전의 행동을 바로잡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Yang Zhi quickly picked up the poker and carefully put it down, as if to make amends for his earlier behavior. 그러고는 이삭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양진은 그때까지 남편과 아버지를 제외하고 남자 옆에 그렇게 가까이 앉아 본 적이 없었다.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이삭이 물었다. "와예?  와 그라실라고예?"

"아내가 있다면 오사카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형한테도 이미 편지로 알렸어요. 형님과 형수는 선자 씨를 환영해 줄 거예요."

"부모님은예?"

"부모님은 오랫동안 제가 결혼했으면 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항상 싫다고 했지요."

"와예?"

"늘 아팠으니까요. 지금은 몸이 괜찮은 것 같지만 전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에요. 선자 씨도 그런 건 이미 알고 있고요. 놀랄 일도 아니지요."

"그치만 우리 선자는 지금 . . . "

"네, 잘 알아요. 저랑 결혼하면 선자 씨는 젊은 과부가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아시다시피 살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전 죽기 전에 아이 아버지가 될 수 있어요."

양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젊어서 과부가 되었다. Yangji plays poker while observing the burning embers 남편은 장애를 안고 태어났어도 나름 최선을 다해 한평생 살다 간 정직한 사람이었다. My husband was an honest man who lived his life to the fullest, even though he was born with a disability. 남편이 죽었을 때 양진은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남편이 돌아와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How nice it would be if my husband could come back and tell me what to do now.

"아주머니를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닙니다." "I don't mean to embarrass you." 이삭이 양진의 충격받은 얼굴을 보고 말했다. Isaac said, seeing Yang Jin's shocked face. "전 선자 씨가 바라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요. "I thought it was something Mr. Sunja wanted to do, for the sake of his child's future. 선자 씨가 제 청혼을 받아들일까요? 어쩌면 아주머니와 여기에서 살고 싶어 할지도 몰라요. 그게 선자 씨와 아이에게 더 좋을까요?"

"무신, 아입니더. 여길 떠나는 게 훨씬 나을 기라예." "Muhsin, Aynidder. It is far better for you to leave this place." 양진이 냉혹한 현실을 생각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선자도 여서 사는 게 끔찍할 깁니더. 목사님이 그리 해주시면 지 딸 인생을 구해주시는 거지예. 선자를 돌봐주신다카면 제 목숨이라도 기꺼이 드릴 수 있어예. I would gladly give you my life for your care of the Zen Master. 할 수만 있으면는 이 은혜 잊지 않고 두 배로 갚아드리고 싶습니더." If I can, I will not forget this favor and will pay you back twice as much." 양진이 눈물을 훔치며 바닥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깊이 숙여 절했다.

"아니, 그러지 마세요. 아주머니와 선자 씨는 천사 같은 분들이에요."

"퍼뜩 선자한테 얘기할게예. 선자도 고마워할 깁니더."

이삭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다음 말을 어떻게 꺼내야 좋을지 생각해야 했다.

"그러지 마세요." 이삭이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Isaac said, embarrassment evident in his voice. "전 선자 씨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선자 씨가 언젠가는 절 사랑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요." 이상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마음에 당혹스러웠다. Sang was embarrassed by his unexpected outburst. 자신도 평범한 남자처럼 여자가 은혜를 갚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를 사랑해서 그의 아내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아주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목사님이 선자하고 얘기해보는 게 좋겠네예." 선자가 어떻게 이런 남자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How could a Zen master not like a man like this?

"선자 씨에게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This may not be a good thing for Mr. Zen. 전 또 병에 걸리거나 아플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전 괜찮은 남편이 되려고 노력할 거고 아이도 사랑해줄 거예요. 그 아이는 제 아이가 될 겁니다." Even though my husband was born with a disability, he did his best and lived his whole life to be honest. 이삭은 아이를 키우며 오래오래 살 수 있다면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Isaac thought he would be happy if he could live long enough to raise his children.

"내 말입니더, 선자랑 같이 산책을 하시면서 지금 하신 얘기 전부 해주이시소."

선자는 엄마에게 백이삭의 생각을 듣게 되었고, The Zen master told his mother what he was thinking, 곧 그의 아내가 될 마음의 준비를 했다. I prepared myself to become his wife. 백이삭과 결혼을 한다면 선자는 물론이고 If you marry White Isaac, you're not going to get a good man. 선자의 아이와 엄마 모두 고통스러운 짐을 덜게 될 것이다. 하숙집도 평안해질 테고 선자의 아이는 좋은 가정에서 영예롭게 태어난 사람의 성을 얻을 것이다. 선자는 백이삭이 왜 그런 일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엄마가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사실 선자의 엄마나 선자 둘 다 백이삭을 돌봐준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숙집 사람이 그런 병에 걸렸다면 누구라도 보살펴주었을 터였다. If someone at the boarding house had gotten that sick, anyone would have taken care of them. 게다가 이삭은 하숙비를 제때에 꼬박꼬박 지불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보통 남자라카면 다른 남자한테서 얻은 아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을기다. "A normal man would not want to raise a child from another man. 천사나 바보천치가 아이모 못 그라제." An angel or a fool can't do it." 선자의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이삭은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식모가 필요할지도 몰랐지만 그런 것을 바라는 사람 같지도 않았다. I didn't know if she needed a haircut, but she didn't seem like the kind of person who would want one. 백 목사는 몸이 나아지자마자, 아니 몸이 완전히 낫지 않았을 때도 식사가 끝나면 그릇이 담긴 쟁반을 부엌 문 지방까지 날라다 주었다. 아침에는 자기 이불을 흔들어 먼지를 털고 요와 함께 잘 개어뒀다. 이삭만큼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하숙인은 아무도 없었다. 선자는 하인을 거느리고 사는 상류층 출신의 남자가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He never imagined that a man from an upper-class family with servants would do such a thing.

선자는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고 흰 면양말을 신은 두 발에 짚신을 신었다. The Zen master pulled on his thick coat and put on straw shoes with white cotton socks on each foot. 그리고 대문 밖에서 이삭을 기다렸다. 공기는 차가웠고 눈앞에는 안개가 깔려 있었다. 한 달도 안 되어 곧 봄이 오겠지만, 선자는 여전히 한겨울 같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It would be spring in less than a month, but the Zen master still thought it was the middle of winter. 양진은 이삭에게 집 밖에서 선자를 만나달라고 부탁했다. 하숙집에 있는 사람들에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He didn't want people at the boarding house to see the two of them together.

잠시 후에 이삭이 중절모를 들고 나왔다. He was talking about loving me and becoming his wife.

"안녕하세요?" 이삭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일단 선자 옆에 나란히 섰다. 이삭은 이렇게 젊은 여성과 함께 외출한 적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청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삭은 고향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자 신도를 상담해주듯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Isaac tried to act natural, as if he were counseling a woman, as he had done back home.

"시내로 갈까요? 연락선을 타고요." 갑작스러운 제안이 이삭의 입에서 무의식중에 흘러나왔다.

선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뚜꺼운 목도리로 머리를 감쌌다. 귀와 새까만 머리가 가려지자 선자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여자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선착장으로 말없이 걸어갔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지 몰랐지만 두 사람은 그런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They didn't care about any of that. 배 앞에서 선장이 나와 두 사람의 뱃삯을 받았다.

배에 탄 승객이 거의 없었던 덕분에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이나마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With few passengers on board, the two were able to sit next to each other for a short time.

"어머니한테서 이야기를 들었군요." 이삭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 이삭은 선자의 젊고 예쁜 얼굴에 비친 감정을 읽으려 애썼다.

선자는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감사합니더." 선자가 말했다.

"선자 씨 생각은 어때요?"

"그저 감사할 뿐이지예. 목사님이 제 어께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 주셨으니까예.

우째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인생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잘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죠. "My life is nothing if I don't use it well.

그렇지 않나요?" 선자는 치마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렸다.

"물어볼 게 있어요." 이삭이 말했다.

선자는 여전히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 채었다.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이삭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말이었다. Isaac took a deep breath.

"선자 씨가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겁니다.

아마 궁금한 게 많을 거예요. You probably have a lot of questions.

지금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시간이 걸릴겁니다. 이해할 수 있어요."

오늘 아침, 선자는 백 목사가 그런 질문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 목사가 믿는 하나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버지는 귀신을 믿지 않았지만 선자는 세상에는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자신 곁에 함께하는 것만 같았다. She felt like her late father was with her.

제사를 지내러 아버지 산소에 가면 아버지의 존재를

보다 더 잘 느낄 수있었고, 그것은 큰 위안이 되었다. and that was a huge relief.

많은 신들과 죽은 영혼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삭의 하나님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삭의 하나님이 백 이삭에게

그토록 친절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했다면

그분을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예, 그럴 수 있어예."

배가 항구에 닿자 이삭은 선자가 무사히 내리도록 도와주었다.

부산의 날씨는 영도보다 더 추었다. The weather in Busan was colder than Yeongdo.

선자는 외투 소매를 끌어당겨 손을 덮었다. The Zen master pulled the sleeve of his coat over his hand.

날카로운 바람이 살갗을 에는 것 같았다.

선자는 추운 날씨가 백 목사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둘 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선자는 항구에서 멀지 않은 시장을 가리켰다.

그곳은 선자가 부모님과 함께 부산에 왔을 때 유일하게 가본 곳이었다. It was the only place he had been to when he came to Busan with his parents.

선자는 그쪽으로 걷기 시작했지만 남자보다 앞장서 걷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삭은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아무 말않고 선자의 뒤를 따라갔다.

"선자 씨가 하나님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겠다니 기뻐요.

그건 제게 아주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 신앙을 나눌 수 있다면 결혼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선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삭이 그런 요구를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Isaac made the request because he believed there was a reason for it.

"처음에는 함께 사는 게 낯설게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하나님께 우리와 아이를 축복해달라고 기도드릴 겁니다." But we're going to ask God to bless us and the child."

선자는 그의 기도가 두꺼운 외투처럼 그들을 감싸 보호해줄 것만 같았다. The Zen master felt that his prayers would wrap around them like a thick coat, protecting them.

갈매기는 시끄럽게 울면서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맴돌다가 멀리 날아갔다.

선자는 이삭과의 결혼에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조건을 내거는 것 외에는 Other than those conditions, the

이삭이 선자의 헌신을 시험해볼 방법이 달리 없었을 것이다. There would be no other way for Isaac to test his prodigy's dedication.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보일 수 있을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선자는 결코 이삭을 배신하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The good man resolved that he would never betray Isaac.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삭을 잘 보필하는 것이었다. The only thing she could do was make sure Isaac was well taken care of.

이삭은 국수를 파는 깔끔한 일식집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우동 먹어 봤어요?" 이삭이 눈썹을 찡긋거리며 물었다.

선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삭이 그녀를 안으로 이끌었다.

손님들은 모두 일본인이었고 여자 손님은 선자뿐이었다.

깨끗한 앞치마를 두른 일본인 주인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일본어로 인사했다.

이삭은 일본어로 두 사람이 앉을 자리를 요구했고 가게 주인은

이삭의 유창한 일본어에 마음이 놓인 것 같았다.

가게 주인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문 근처의 테이블로 두 사람을 안내해주었다.

이삭과 선자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앉았다. Isaac and Abraham sat across from each other at the center of the table.

자리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었다.

선자는 합판으로 된 벽에 손으로 써놓은 메뉴를 바라보았다.

글자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숫자 몇 개는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는 이 근방에서 일하는 사무원들과 가게 주인들이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를 먹고 있었다.

빡빡머리 일본인 남자 아이가 무거운 주전자를 들고 와 보리차를 따라주었다.

아이는 선자를 힐끗거리며 쳐다보다 돌아갔다.

"이런 데는 한 번도 안 와봤어예." 선자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튀어나왔다. "I've never been to a place like this before." The words came out of his mouth without realizing it.

"저도 많이 온 건 아니에요.

그래도 여긴 깨끗해 보이네요.

저희 아버지는 집 밖에서 식사를 할 때는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이삭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는 선자가 불편하지 않기를 바랐다.

가게 안이 따뜻해서 선자의 얼굴에도 색이 돌아왔다.

"배고프죠?"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선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삭은 우동 두 그릇을 주문했다.

"칼국수처럼 보이지만 좀 달라요. 선자 씨 입에도 잘 맞을 것 같은데.

오사카에서는 어딜 가든 이런 우동을 판데요.

조선과는 모든 게 다 다를 겁니다.

이삭은 선자와 함께 오사카에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자 점점 더 기분이 좋아졌다.

선자는 이미 한수에게서 일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삭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한수는 오사카가 같은 사람과 두 번 마주칠 수 없는 거대한 도시라고 말했다.

이삭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선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Isaac watched the Zen master closely as they talked.

선자는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The Zen master was an introvert.

집에 있을 때도 다른 식모나 어머니에게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선자는 항상 이런 모습인 걸까? Is this what a Zen master always looks like?

이삭은 이렇게 내성적인 선자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려웠다. It was hard for Isaac to imagine that such an introverted Zen master had a lover.

이삭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선자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선자 씨, 절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으로서?" 이삭은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손을 움켜쥐었다.

"네." 진심이었기에 대답은 재깍 나왔다.

선자는 지금도 이삭을 좋아했고, 그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The good man still liked Isaac, and he didn't want him to think otherwise.

이삭은 마치 병든 폐가 다 낫기라도 한 것처럼 속이 깨끗하고 맑아진 기분이었다.

짧게 숨을 고른 다음 이삭이 말을 이었다. The only thing she could do was take good care of Isaac.

"어려운 건 알아요. 그렇지만 그 사람을 잊기 위해 노력해주겠어요?"

서로에게 비밀은 없어야 했다.

선자는 눈을 깜빡거렸다. The adept blinked.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남자입니다. It was an unexpected question. "I'm just a guy like everyone else.

잘못된 일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도 자존심이 있어요."

이삭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당신과 아이를 사랑하고 존경할 겁니다." "But I will love and respect you and the child."

"좋은 아내가 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낍니더."

"고마워요." 이삭이 말했다.

이삭은 자신의 부모님이 그러했듯 자신도 선자와 다정한 사이가 되고 싶었다. Isaac wanted to be as close to the good man as his parents had been.

우동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이삭은 감사 기도를 하려고

고개를 숙였고, 선자는 이삭을 흉내 내어 두 손을 맞잡았다. He bowed his head and clasped his hands together in imitation of Isa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