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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Reading Time podcast), Episode 13 - 레이먼드 카버 "뚱보" (Raymond Carver)

Episode 13 - 레이먼드 카버 "뚱보" (Raymond Carver)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안녕하십니까?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좀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봤습니다. 그동안 팟캐스트가 12 회, 오늘로 13회 째를 맞게 되는데요, 이 팟캐스트들 듣는 분들이 많지는 않겠습니다만, 워낙 좀 낯선 매체이죠? 이 팟캐스트를 듣는 분들이 그래도 좀 있습니다. 특히 제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듣고 뭐 이런 절너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요. 뭐 그런데요. 그러다가 이 팟캐스트에 대한 얘기를 사석에서 나누다가 좀 뭐 재밌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왔어요. 그중에 하나가 일종의 피처링 같은거죠. 가수들이 음악작업을 할 때, 예를 들면 보컬이라던가 이런 부분만좀 다른 가수들이 와서 해주는 경우를 우리가 이제 피처링을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팟캐스트에도 그런걸 좀 도입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예요. 그래서 네 뭐 좋은 생각이다. 한 번 해보자. 이런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오늘 첫 번 째로 이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사상 최초로 피처링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 도와주신 분은 가수 이적 씨입니다. 책 선정에서 부터 녹음 뭐 이런 것 까지 다.. 네, 이적 씨가 직접 했습니다. 이 피처링이라는게 아무래도 음질 문제도 있고 그래서 집에 좀 설비가 잘 돼있는 분이 하면 더 좋겠죠? 물론 저도 처음에는 그냥 노트북에 있는 내장 마이크로 했었는데요, 이적 씨 한테는 아주 좋은 설비가 당연히 있겠죠? 아주 음질이 좋은 MP3 파일을 저한테 보내줬어요. 좀 더 뭐 설비가 잘 돼있으면은 글쎄요...뭐.. 인터넷 음성전화 이런 걸로 서로 토크를 주고받고..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그..그건 좀 .. 어려웠고요. 앞으로 또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분들의 피처링을 계속 이제 받을 생각인데, 얘기를 나눠 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이적 씨 자신의 글도 아니고 다른 작가의 글이고 해서 뭐 그렇게 할 것 있겠나..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튼 이적 씨가 오늘 고른 작가는 레이먼드 카버입니다. 아주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이죠?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좀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이 레이먼드 카버는 1980년대에 주로 활동을 했어요. 미국에서 단편소설을 주로 썼던 작가입니다. 물론 시도 좀 썼는데요. 고향은 오레건 주의 클레츠케인이란 곳이고요. (19)38년 생 입니다. 네 1988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 분의 그 저서로는 뭐..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대성당],[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등이 있고요. 그 다음에 에세이 단편, 뭐 그런 시를 모은 그런 작품집도 있습니다. [불]이라는 책 입니다. 뭐 그밖에도 많은 책이 있습니다. 이 레이먼드 카버가 한국에서 유명해지게된 계기는, 흔히 문학 청년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게된 계기는.. 일단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숏 컷]이라는 영화를 발표했는데요. 그 [숏 컷]이라는 영화의 원작자로서 일단 알려졌고요. 그 다음에 1996년에 집사제라는 출판사에서 [숏 컷]이라는 단편집을 냈는데요, 그 단편집이 나오면서 더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 전에서 구해서 보시는 분들은 꽤 있어죠. 이 집사제 단편집의 특징은 지금은 절판이 됐습니다만, 뒤에 그 무라카미 하루키의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있다는 점이었어요. 뿐만 아니라 각 단편들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설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특히 미국의 작가들을, 그 중에 몇 몇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라든다 레이먼드 카버, 그리고 스티븐 킹 이런 작가들을 상당히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이 레이먼드 카버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물론 번역도 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도 한 뒤에 레이먼드 카버를 만나러 갔는데요. 그의 집까지 찾아 갔습니다.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와 상당히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하게됐죠. 번역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독서 아니겠습니까? 가장 꼼꼼하게 책을 읽는 사람이 바로 번역자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해도 깊었고요. 워낙 좋아했던 작가이기도 했고, 또 레이먼드 카버도 일본의 번역자인 무라카미 하루키, 그 당시는 무라카미 하루키라 미국에서 그렇게 유명하지 않을 때였죠. 그래서 온다는 얘기를 듣고 알아보니까, 그 주변의 일본인들이 '그 사람의 번역은 다 좋다!' 그렇게 얘기를 한거예요. 그래서 상당히 좋은인상을 가지고 둘이 만났습니다. 그 집사제 판에 보면 그 뒤에 그 인터뷰하는 장면들이 있는데요. 그것도 흥미롭고 그 인터뷰 이후에 그 후일담도 있는데 그것은 그 책에 실려있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들은 건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 인터뷰를 한 후에 레이먼드 카버에게 일본을 한 번 방문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가 흔쾌히 수락을 했죠. 그래서 '가겠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일본의 자기 집에 레이먼드 카버가 방문을 할 때를 대비해서 레이먼드 카버용 침대를 하나 주문을 해서 제작을 했다고 해요. 그.. 레이먼드 카버가 대단히 키가 큰 사람입니다. 근데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일본인이고, 키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고 또 일본의 집이 상당히 작지 않습니까? 그리고 미국인 들은 침대 생활을 하니까요. 손님을 위해서 큰 침대를 하나 제작을 했습니다. 네 그런데 오기로한 레이먼드 카버는 일본을 방문하지 못 했는데요. 왜냐하면 그가 갑자기 폐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침대만 덩그러니 남게 됐는데요. 네 그런 일화를 보더라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얼마나 레이먼드 카버를 좀 각별하게 생각했는가..이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분.. 지금은 뭐 세계적인 작가가 됐습니다만, 근데 약간 일본의 그 오타쿠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 스티븐 킹도 상당히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스티븐 킹이 사는 미국의 메인 주, 미국 동부의 최북단에 있는 주죠. 그 쪽까지 한 번은 차를 몰로 같적이 있답니다. 이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차를 직접 몰고 가서 스티븐 킹이 사는 저택을 멀리서 보고 그냥 왔데요. 일본인들의 어떤 그 팬 문화 이런거를 잠시 엿볼 수 있는 그런 장면입니다. 이 레이먼드 카버는 그래서 한국에서 상당히 독자들이 많이 생겼어요. 많이생겼고, 어떻게 보자면 레이먼드 카버와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을 살펴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의 원형같은 것을 조금은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이제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여기에서 자기 세계를 많이 발전시켜 갔지만, 그래도 어떤 담백한 문장과 간결한그런 구성에 어떤의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표현하는 방식, 레이먼드 챈들러에게서 어떤 유머 감각 같은 것을 배웠다면, 레이먼드 카버에게서는 그런 점을 배웠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레이먼드 카버는 미국 문단에서 그렇게 존재감이 강력한 작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단편이라는 것 부터가 미국 내에서 그다지 입지가 없는 그런 분야입니다. 미국 출판시장은 대체로 장편이 주도하고 있고요. 그런지는 꽤 됐습니다. 단편은 우리가 이제 오헨리라던가 애드가 앨런 포 같은 아주 오래된 그 옛날의 미국 작가들을 생각하면 '어, 꽤 활성화 돼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대의 미국의 단편 소설이라는것은 대학에서 나오는 저널들, '아이오와 리뷰'라든가 이런데 실리는.. 그야말로 문학 전공자들만 보는 그런 단편들과요, 그 밖에 그 상당히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플레이보이'라던가 '에스콰이어', 이런 잡지에서 싣는 아주 짧막한 단편, 우리 기준으로 볼 때 조금 더 짧다고 생각 될 수 있는, 한국의 단편들이 보통 원고지 80 매에서 한 100 매정도 이렇게 보는데 미국의 단편들은 그거에 반도 안되죠. 그렇게 된것은 이런 '에스콰이어'라던가 '플레이보이'라던가 네..'애틀란틱 먼슬리', 이런 잡지들에 실리면서 그 분량들이 그렇게 길어질 수는 없는 그런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꾸준히 단편소설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사람들한테서 쓰여지고 있냐면 미국에도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문예창작학과들이 좀 있죠? 그 크리에이티브 롸이팅 코스들이 있는데, 여러 대학에 있습니다. 이 대학에 있는 학생들이 뭐 학기마다 장편을 써 낼 수는 없으니까요. 단편들을 꾸준히 쓰고 이런 것들을 발표하는 지면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유능한 작가들 좋은 작가들이 발굴되기도 하는데, 지난 그 한 10년 사이에 그 과정을 통해서 발굴된 가장 유명한 작가라면 준파 라히리 같은 작가가 있겠습니다. 이 작가는 단편집을 내면서 문학적 스타가 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미국에서 보통 장편을 내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단편집을 통한 스타탄생의 기회같은 것이 미국에도 있다라는 것을 준파 라히리가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레이먼드 카버는 이런 준파 라히리 처럼 이렇게 화려하게 시작하지 못 했고요, 계속해서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그 미국 대학에 있는 저널들 이런데를 전전하면서 꽤 오랜 무명세월을 보냈다고 할 수 있고요. 작품 경향으로 보자면 백인 남성이죠? 미국의 백인 남성들이 대체로 그리고 있는 세계가, 다루고 있는 세계가 일치합니다. 특히 존 치버 같은 작가들이죠. 미국 중산층, 그외에 사는 중산층들의 어떤 고독, 소외, 그리고 가족간에 대화의 부재, 뭐 이런것들이죠. 그렇게 격렬한 충돌, 우리가 중남미 소설에서 보는 격렬한 충돌과 강렬한 캐릭터, 이런 것은 보이지 않지만 이 소설들은 대체로 쓸쓸한 정조들을 담고 있고요, 부조리라던가 아이러니 같은 것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이 있죠. 존 치버 같은 작가는 저도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 레이먼드 카버, 존 치버, 존 어빙 같은 작가요. 존 어빙이 다루고 있는 세계도 어떤 면에서는 레이먼드 카버와 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러나 존 어빙은 주로 장편을 쓴 반면 레이먼드 카버는 단편을 써왔습니다.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 져서 다시 한 번 부각된 작가가 리차드 예이츠,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작가죠. 역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계속해서 어떤 조그만 갈등, 미묘한 심리적인 변화 이런 것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소설이 전개되는데 그런데도 상당히 재미있죠? 영화로도 상당히 잘 만들어졌는데요. 이 레이먼드 카버의 세계를 장편으로 확장했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게 리차드 예이츠의 작품 세계일 겁니다. 이 그 미국 내에서 백인 남성 작가들은 1970 년 대, 80 년 대, 90 년 대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좀 저평가 됐습니다. 여성이라든가 아니면 우리가 경계선에 있다고 보는 이민자 출신의 작가들이 각광을 받은거죠. 뭐 예를 들면 한국계는 이창래 씨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어떤 학계의 유행 그리고 비평계의 유행 그리고 문학계의 유행과 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같은 작가들도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는 예전에 가졌던 중요성들을 많이 잃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어보면 이 미국 중산층 출신의 백인 남성들.. 남성작가들의 작품에는 그 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레이먼드 카버의 같은 경우에 읽기가 그렇게 쉬운 소설은 아닙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 처럼 강렬한 캐릭터와 뭐 엄청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자면 어떤 사건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옵니다. 대체로. 돌아오고 그 사이에 어떤 일을 겪었죠. 하지만 겉으로 봐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느 그런 세계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마음 속에 작은 균열이 일어났고요. 이런 균열이 앞으로 그 주인공과 그 주변의 삶에 어떤 파국을 예고하는 듯한 그런 장면에서 언제나 레이먼트 카버가 멈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이렇게 설렁설렁 읽으면 사실은 별 재미도 없고 무슨 얘긴가..싶은 그런 얘기들이 많은데 그래서 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상당히 천천히 주의깊게.. 가능하면 반복적으로 읽을 필요가있는 단편입니다. 상당히 압축돼있다고 할까요? 네 그런 소설인데, 최근데그 레이먼드 카버에 관련해가지고 재밌는 기사가 하나 났습니다. 그것도 좀 소개를 해드렸으면 좋겠는데. '레이먼드 카버의 편집자가 실제로는 레이먼드 카버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런 기사가 났어요. 뭐냐하면 레이먼드 카버가 실제로 이 편집자에게 보낸 작품은 분량이 훨씬 많았다는 거예요. 편집자가 거의 반 정도로 줄였다 이런 얘긴데요.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미국의 편집자들은 상당히 강력하게 그 에디터쉽을 발휘하고 또 작가의 그 교열과정에 개입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고, 또 레이먼드 카버가 그런것에 대해서 불평하는 그런 편지들이 발견되면서 편집자의 역활, 레이먼드 카버의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이 버전의)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만드는데 그 편집자의 칼질이 상당히 작용한게 아니냐..그렇다면 레이먼드 카버의 어떤 압축미 이런 것도 작가의 공으로만 돌리기에는 좀 그런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작가는 그 이후에도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죠. 저작권자이기 때문에. 그러나 레이먼드 카버가 그대로 나뒀다는 것은 편집자와의 대화 속에서 그것을 자기화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자기 버전으로 만들거 갔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누구 하나의 공이다 이렇게 볼 수는 없죠. 나중에는 레이먼드 카버가 이 편집자를 상당히 칭찬하는 그런 글들을 많이 씁니다. '아주 훌륭한 편집자고 나는 참 운이 좋았다.이 편집자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지만 그것도 사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부분이고요. 저는 그냥 이 편집자와 레이먼드 카버가, 궁합이 맞는 사람들이 (물론 처음부터 맞았던 건 아니지만) 만나서 처음엔 약간 갈등도 있고 충돌도 있었지만 서로의 스타일들 그리고 서로의 일하는 방식들을 잘 아는 그 둘이 만나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은 레이먼드 카버도 그렇고요, 존 치버도 그랬고 다 알콜중독의 경험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 것도 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요. 두 작가를 비교해서 보시면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허함, 후회, 고독과 알콜의 문제..이런 것도 연결해서 한번 생각해 볼만한 주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 오늘 이적 씨가 고른 작품은 [제발 조용히 좀 해요]라는 작품집인데요. 이 손성경 씨가 옮겼고 문학동네에서 2004년 3월에 초판이 나온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집에서, [뚱보]라는 소설을 뽑았습니다. 저는 약간 의외였는데요. 저는 좀 다른 작품을 뽑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뚱보]라는 소설을 뽑았습니다. 이 [뚱보]라는 소설은 얼핏봐서는 그냥 뚱뚱한 사람에 관한 얘기 같고 결말도 좀 시원치 않은 것 같은데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 보면 아주 겹이 여러개가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한마디로 만만치 않고요. 쓰기가 그다지 녹록치 않았을 그런 단편 소설입니다. 그래서 한 번 주의 깊게 들어보셔야 될 것 같고요. 특히 이것은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한테 하는 이야기를 옮기는 그런 형식이거든요. 왜 이렇게 작가가 여러 겹을 두었는가 그런 것도 유념해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적 씨의 팬들이라면 이적 씨가 도데체 왜 이 소설을 골랐을까 이런 것도 궁금해 하시면서 들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적 씨의 [뚱보] 낭독을 한번 들어보고요, 뒤에 이 작품에 대해서 세세하게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나는 친구 리타네 집에서 커피를 앞에 놓고 담배를 피워가면서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다음은 내가 그녀에게 얘기한 내용이다.

"허브가 그 뚱뚱한 남자를 내 담당 테이블에 앉힌 건 손님이 뜸한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어. 그 뚱뚱한 남자는 단정한 외모에 아주 잘 차려입고 있긴 했지만, 난 그렇게 뚱뚱한 사람은 처음 봤어. 모든 게 다 크더라구. 하지만 가장 잘 기억나는 건 손가락이야. 그 사람 테이블 가까이에 앉은 노부부의 시중을 들러 그 옆에 섰을 때 그 손가락들을 처음 보았어. 보통 사람 크기의 세 배는 되어 보이데. 길고 두껍고 말랑말랑하게 생겼어. 나는 다른 테이블이 시중도 들어야 했어. 요구가 많은 사업가 네 명이 앉은 테이블하고 남자 세명과 여자 한 명이 앉은 테이블, 그리고 노부부의 테이블이었지. 리앤더가 그 뚱뚱한 남자에게 물을 따라주었고, 나는 그 남자가 결정할 시간을 충분히 준 다음 그 테이블로 갔어." '안녕하세요? 주문 받을까요?' 내가 말했지.

리타, 그 남자는 덩치가 컸어. 정말 크더라구.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이네요. 우리 이제 주문할 준비가 된 것 같은데요' 하고 그가 말했지. 그는 이런 식으로 말했어-이상하지 않니? 그리고 때때로 조금씩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더라.

'시저 샐러드로 시작하는 게 좋겠어요. 그러고 나서 괜찮으시다면 수프에 빵과 버터를 곁들이구요. 양고기 요리가 좋을 것 같군요. 사워크림 얹은 구운 감자하고요. 디저트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합시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메뉴를 건넸어. 세상에, 리타, 그 손가락이라니.

나는 서둘러 주방으로 가서 루디에게 주문서를 내밀었어. 그는 인상을 쓰면서 그것을 받았어. 너도 알잖아. 그 사람 일할 때면 늘 그런 얼굴이지. 주방을 나오는데 마고가...마고 얘기 한 적 있지? 루디 쫓아다닌다는 애..그애가 묻는 거야. '저 뚱땡이 누구니?'라고. 그 사람 진짜 뚱보야.

그런데 그건 약과였어. 얘긴 이제부터 시작이라구. 나는 그의 테이블에서 시저 샐러드를 만들었어. 그는 내 행동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면서 빵조각마다 버터를 발라 옆에 쌓아두더라. 그 쌕쌕거리는 소리를 계속 내면서 말이야. 어쨌든 너무 긴장을 했는지 어쨌는지, 내가 그 사람 물컵을 엎어버렸어.

'정말 죄송합니다. 급하게 하다보면 언제나 이런 일이 생겨요. 정말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웨이터한테 빨리 치우라고 하겠습니다' 내가 그랬지. '괜찮아요, 됐어요. 걱정 마세요, 우린 괜찮아요.' 그가 쌕쌕거리면서 대답했어.

그러고는 내가 리앤더를 부르러 가는데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더라. 샐러드를 다시 서빙하려고 돌아와보니 그 뚱보 남자, 버터 바른 빵을 다 먹어버렸더라구. 조금 있다가는 빵을 더 갖다줬는데, 그새 샐러드를 다 먹었더군. 시저 샐러드가 얼마나 양이 많은지 알지?

'정말 친절하시네요. 이 빵, 정말 맛있습니다.' 그러더라.

'고맙습니다' 내가 그랬지. '어, 아주 훌륭해요. 진심입니다. 우린 이런 빵을 자주 먹지 못해요.' '어디서 오셨어요? 전에 뵌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보고 잊어버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네' 리타가 킬킬거리면서 끼어들었다. '덴버요.' 난 호기심이 일었지만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잠시 후면 수프가 나올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이것저것 시키는 게 많았던 사업가 네 명의 테이블을 마무리하러 갔지. 그 남자 수프를 가지고 가보니 빵이 또 다 없어진 거야. 마지막 빵조각을 막 입에 밀어넣고 있더라.

'정말이지 우린 늘 이렇게 먹지는 않는답니다. 우릴 너그럽게 이해해주셔야 해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쌕쌕거렸어.

'아,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전 남자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게 좋은 걸요.' '글쎄요, 그걸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러고는 쌕쌕거리더니, 냅킨을 바로 놓고 숟가락을 들었어.

'맙소사, 정말 뚱뚱하네!' 리앤더가 말했어.

'저 사람도 어쩔 수 없어, 그러니 그만해.' 내가 대꾸했어.

나는 빵을 또 한바구니 가져다놨어. 버터도 더 가져갔지.

'수프 어땠어요?' 내가 물었어.

'고마워요. 맛있었어요. 아주 좋았어요.' 그는 입술을 닦고 턱을 가볍게 두드렸어.

'여기가 더운가요, 아니면 저만 그런가요?' 그가 묻더군.

'아니에요, 더워요.' '우린 코트를 벗어야겠어요.' '그러세요. 편안해야죠.' '맞습니다, 진짜로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조금 후에 보니 그 남자, 여전히 코트를 입고 있더라. 여러 명씩 있던 테이블의 손님들도 갔고 노부부도 갔지. 식당이 비어가고 있었어. 내가 그 뚱뚱한 남자에게 양고기 요리와 구운 감자, 그리고 빵과 버터를 더 가지고 갔을 때, 손님은 그 사람 밖에 없었어. 나는 그 사람 감자 위에 사워크림을 듬뿍 얹어줬어. 크림 위에는 베이컨과 산파를 뿌렸지. 빵과 버터도 더 가지고 갔고.

'뭐 불편한 건 없으신지요?' 내가 물었지.

'없어요' 그러면서 쌕쌕거리더라. '아주 훌륭해요, 고마워요' 그러고는 또 쌕쌕거리고. '맛있게 드십시요' 하면서 나느 설탕 단지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가 자리를 뜰 때까지 계속 나를 쳐다봤어. 내가 뭔가를 찾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더군.

'저 늙은 뚱땡이, 어떻게 하고 있어? 널 무척 부려먹을 참인가본데' 하고 해리엇이 말했어. 너, 해리엇 알지?

'디저트로는 그린 랜턴 스페셜이 있는데, 소스를 얹은 푸딩 케이크가 나오죠, 아니면 치즈 케이크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파인애플 셔벗이 있습니다' 하고 내가 말했어. '우린 당신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겠죠?' 그가 쌕쌕거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어.

'괜찮습니다, 상관없어요. 천천히 주문하세요. 결정하실 동안 커피를 더 갖다드리죠.'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하면서 그는 자리에서 몸을 움직였어. '우린 그 스페셜 디저트를 먹겠어요, 그렇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한 접시 먹을 수 있겠어요. 괜찮으시다면 초콜릿 시럽을 딱 한 방울만 떨어뜨려서요. 말씀드렸지만 우린 배가 고팠거든요.' 나는 주방으로 가서 직접 그 사람 디저트를 챙겼어. 그런데 루디가 그러는 거야, '해리엇이 그러는데 당신 서커스단의 뚱보를 받았다며? 사실이야?' 루디는 앞치마와 모자를 벗고 있었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거야.

'루디, 저 사람은 뚱뚱해,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루디는 웃기만 했어.

'이 여자, 뚱땡이를 좋아한다는 얘기 같군.' 그때 막 주방으로 들어온 조앤이 말했어, '조심하는 게 좋아, 루디.' '질투가 나는군' 루디가 조앤에게 대답했어. 나는 스페셜 디저트를 그 뚱뚱한 남자 앞에 내려놓고 초콜릿 시럽을 뿌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담은 큰 그릇을 그 옆에 놓았어.

'고마워요.' '천만에요' 라고 대답하는데 어떤 감정이 엄습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우린 언제나 이렇게 먹지는 않아요.' '전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쪄요. 살이 찌면 좋겠는데.' '안 돼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찌지 않는 게 좋아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그리고 그는 숟가락을 들고 먹었어." "그러곤? 얘기가 점점 재밌어지는데?" 내 담배를 하나 뽑아 불을 붙이고 의자를 탁자 가까이로 끌어당기며 리타가 묻는다.

"그게 다야. 더는 없어. 그 사람, 디저트를 먹고 갔어. 루디와 나도 집으로 갔고.

'망할 놈의 뚱땡이.' 피곤할 때면 늘 그러듯이 기지개를 켜면서 루디가 그렇게 말하더군. 그러고는 그냥 웃고 텔레비전 보는 데 열중했어. 나는 차를 마시려고 물을 올려놓고 샤워를 했어. 그러면서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생각했지. 만일 내게 아이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 사람처럼 된다면, 그렇게 뚱뚱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고 말이야. 나는 물을 찻주전자에 따르고 찻잔이랑 설탕 단지랑 우유를 반 섞은 크림 한 통을 쟁반에 담아서 루디에게 가져갔어. 루디 역시 그 일을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지 이런 말을 했어.

'내가 어렸을 때 뚱뚱한 애가 한둘 있었지. 정말 뚱뚱했어. 그야 말로 굴러다녔지. 그 애들 이름은 기억이 안나. 그중 한 아이는 뚱보라는 이름만 가지고 있었어. 우린 그애를 뚱보라고 불렀지. 우리 옆집에 사는 애였어. 이웃이었지. 다른 애는 나중에 이사왔어. 그애 이름은 뒤뚱발이 였어. 선생님들만 빼놓고 모두 그렇게 불렀어. 뒤뚱발이와 뚱보. 그애들 사진이 있으면 좋았을걸.' 난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어. 그래서 우린 그냥 차를 마셨고 나는 곧 일어나서 자러 갔어. 루디도 일어나서 텔레비전을 끄고 현관문을 잠그고 옷을 벗기 시작했지. 나는 침대에 들어가서 가장자리에 딱 붙어 배를 깔고 누웠어. 그런데 불을 끄고 침대로 들어오자마자 루디가 시작하는 거야. 나는 원치 않았지만 바로 누워서 몸의 힘을 뺐어. 그런데 바로 그거였어. 그가 내 위로 올라왔을 때 난 갑자기 내가 뚱뚱하다고 느낀 거야. 내가 끔찍하게 뚱뚱하다고, 너무 뚱뚱해서 루디가 조그맣게 되어버리고 날 제대로 안지도 못한다고." "말도 안 돼!" 라고 리타가 말하지만 나는 그녀가 그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 수 없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우울해진다. 하지만 그녀와 그 얘기를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그녀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말했다. 그녀는 우아한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기다리고 앉아있다. 뭘 기다리는 걸까? 난 알고 싶다. 8월이다. 내 인생은 변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네, 이적 씨의 낭독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라는 단편을 들어보셨는데요, 네 어떻습니까? 저랑 읽은 방식이 좀 만이 다르죠? 그리고 저보다 훨씬 잘 읽으시죠? 감정을 살려가면서 이 대사의 어떤.. 뭐랄까 리듬감이랄까.. 저는 좀 건조하게 읽는 편인데 이적 씨는 그것들을 잘 살려가면서 읽으신다는 점에서 저랑 많이 다르구나 이런 생각을했고 재밌었어요. 자 이 [뚱보]라는 단편.. 어떻게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보면 처음에는 이 여자가 그 친구인 리타에게 뚱보를 만난 얘기를 그냥 하는 것이죠. 아 이러이러한 뚱보를 만났다. 그래서 이게 중요한 얘기 같아서 독자도 그렇고 소설 속에 있는 독자 그 리타도 열심히 그 얘기를 듣죠. 하지만 결국 그 뚱보가 어떤 일을 하는 건 아니예요. 그 뚱뚱한 사람은 그냥 밥을 엄청 나게먹고 엄청난 디저트와 뭐 이런 걸 먹고 그냥 나갔다는 것 밖엔 없습니다. 네 그게 이 소설에 좀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서 루디라는 남자와 자게되는데 침대에서 그 부부 또는 같이 사는 커플들이 소통하지 못한다는 주제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런 얘긴데요 이 소설에서도 이 화자는 집으로 돌아와서 같이 살고 있는 루디라는 남자와 섹스를 하게 되는데 이 여자는 그 자신이 모두가 놀리는 그 뚱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부분이 재밌죠. 모두가 놀리는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서커스에서 데려온거 아니냐라고 말을.. 그런 말까지 듣는 그런 사람에게 이 여자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친절했을 뿐이거든요. 우리가 어떤 타자, 배척하는 자들 이런 자들에게 어떤 동정심 또는 연민 또는 애정 이런 것들을 느낄 때 우리 자신이 어느 정도는 타자화 되는 듯한 이런 느낌을 받게 되죠. 이 여성도 그런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뭐 미국의 이 어떤 중서부 서부의 다이너라고 그러죠 이런 작은 식당에서 일하는 그런 여자들 여성들이 웨이트리스들이 느끼는 삶이라는 것은 사실은 이 모두가 경원시하는 뚱보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는 거예요. 누구한테도 존중받지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그 남들의 팁으로 살아가는 그런 삶인 것이죠. 그래서 이런 장면에서 이 여자는 자기도 그와 크게 다르지않다 이런 어떤 각성을 하게되는 것인데 그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릅니다 단지 자신이 뚱보화 됬다라고 느끼는 것이죠. 그런데 이 소설은 재밌는 것은 여기에서 끝나면 또 너무나 교훈적인 그런 소설이 돼버립니다. 그렇죠? 여기서 또 끝나지 않고 한 겹을 더 나아가게 되는데.. 리타가 도데체 뭘 기다리는 걸까? 그걸 갑자기 궁금해 합니다. 그게 재밌죠. 리타는 누굴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없는데 이 주인공, 화자만 '리타는 도데체 뭘 기다리고 있는거지? '얘기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리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죠. 우리가 남에 대해서 얘기할 때 정말 많은 부분이 사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 잖아요? 이 소설의 화자도 리타가 뭘 기다리고 있는가..궁금해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자신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시 인생의 변화죠. 자기 인생의 변화. 그것을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이 레이먼드 카버가참 작가로서 상당히 고수다라고 느끼는 지점들이 요런 지점입니다. 만약에 이렇게 좋은 작가가 아니였으면 '나는 내 인생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라고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근데 여기서 시점이 확 바뀌는 거죠. 짧은 순간에 리타의 마음을 추정하는, 즉 리타의 시점으로 들어갔다가 삭 나오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작가 혹은 화자의그 심정이랄까요, 주제랄까요 이런 것은 감추는 겁니다. 그러므로서 이 소설은 독자에게 어떤 미스테리를 주게되는 것이죠. 분명히 얘기하지 않는 것, 이런 모호함. 이런 모호함을 통해서 독자가 여러겹의 어떤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 요게 좋은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점을 유념해서 보지 않으면..'이게 무슨 얘기야? 도데체 주인공이 말하려는게 뭐야? '이러면서 끝나게 되는 것인데, 특히 우리나라의 문학 교육에서는 자꾸 주제를 찾으라고 하잖아요. '이 문학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 국어 시험에 맨날 나오는 것인데, 사실 주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전세계의 일급 작가들은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소설을 쓰는게 아닙니다. 설령 작가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좋은 작가들은 대체로 하고싶은 얘기들을 여러 겹의 다른 이야기, 상충하는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비슷한 다른 이야기 일 수도 있고요, 이런 것으로 겹쳐 놓아서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것들을 발견하게 만들죠. 그리고 그렇게 될 때 만이 작품이 시간을 견디면서 여러 세대 독자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어 시간에 자꾸 이 주제를 찾는 훈련을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은 소설을 즐기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죠. 소설은 매번 읽을 때 마다 다른 의미들을 가져다 주는데 극서을 자기 삶과 연관해서 독자가 즐기고 느끼면 된다고생각합니다. 이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같은 소설은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겠죠. 얘를 들어서 자신이 동료들과 지금은 잘 지내고 있지만 직장에서라든가 뭐 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든 어디든..비슷한 군대라던가 잘 지내고 있지만 그러나 우리의 마음 속에는..그러나 동료들과 100% 소통할 수 없다는 거..그리고 결국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그리고 충족되지 않는 어떤 소통의 갈망 같은 것이 있죠. 그런걸 느끼고 있는 분이 이 소설을 읽으면 이 소설의 주제가 뭔지는 몰라도 이 인물이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인생의 다른 국면에서는 이 소설에서 또 다른 측면들을 발견해 낼 수 있겠죠. 자오늘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라는 소설을 이적 씨의 낭독으로 들어봤는데요. 네, 이적 씨 피처링을 선뜻 해주셔서 대단히 고맙고요. 아마 이 팟캐스트를 듣는 청취자들께도 대단히 이색적인 경험이 됐을거라고 생각이드네요. 자 오늘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열 세 번 째 에피소드는 여기서 마치겠고요. 자 그럼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Episode 13 - 레이먼드 카버 "뚱보" (Raymond Carver) Episode 13 - Raymond Carver "The Fat Man" (Raymond Carver)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안녕하십니까?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진행하는 작가 김영하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좀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 봤습니다. Today we have a special time. 그동안 팟캐스트가 12 회, 오늘로 13회 째를 맞게 되는데요, 이 팟캐스트들 듣는 분들이 많지는 않겠습니다만, 워낙 좀 낯선 매체이죠? In the meantime, the 12th podcast and the 13th today will be held. There aren't many people who listen to these podcasts, but it's a strange medium, right? 이 팟캐스트를 듣는 분들이 그래도 좀 있습니다. 특히 제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이 듣고 뭐 이런 절너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요. Especially, people close to me listen to me and talk about me. 뭐 그런데요. 그러다가 이 팟캐스트에 대한 얘기를 사석에서 나누다가 좀 뭐 재밌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나왔어요. Then, while talking about this podcast in private, various interesting opinions came out. 그중에 하나가 일종의 피처링 같은거죠. One of them is kind of like a feature. 가수들이 음악작업을 할 때, 예를 들면 보컬이라던가 이런 부분만좀 다른 가수들이 와서 해주는 경우를 우리가 이제 피처링을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When singers are working on music, for example, vocals or when other singers come and do only this part, we now feature. 팟캐스트에도 그런걸 좀 도입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예요. 그래서 네 뭐 좋은 생각이다. 한 번 해보자. 이런 얘기들이 오갔습니다. 오늘 첫 번 째로 이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사상 최초로 피처링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 도와주신 분은 가수 이적 씨입니다. The person who helped me today is Singer Jeok Lee. 책 선정에서 부터 녹음 뭐 이런 것 까지 다.. 네, 이적 씨가 직접 했습니다. 이 피처링이라는게 아무래도 음질 문제도 있고 그래서 집에 좀 설비가 잘 돼있는 분이 하면 더 좋겠죠? There is sound quality problem with this featureing, so it would be better if you have a well-equipped house, right? 물론 저도 처음에는 그냥 노트북에 있는 내장 마이크로 했었는데요, 이적 씨 한테는 아주 좋은 설비가 당연히 있겠죠? Of course, at first I just used the built-in microphone on the laptop, but of course, Lee Jeok-san has a very good facility, right? 아주 음질이 좋은 MP3 파일을 저한테 보내줬어요. They sent me an MP3 file with very good sound quality. 좀 더 뭐 설비가 잘 돼있으면은 글쎄요...뭐.. 인터넷 음성전화 이런 걸로 서로 토크를 주고받고..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그..그건 좀 .. 어려웠고요. 앞으로 또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분들의 피처링을 계속 이제 받을 생각인데, 얘기를 나눠 볼 수도 있겠죠. If there is another chance in the future, I will continue to receive features from other people, but we can talk about it.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이적 씨 자신의 글도 아니고 다른 작가의 글이고 해서 뭐 그렇게 할 것 있겠나..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튼 이적 씨가 오늘 고른 작가는 레이먼드 카버입니다. 아주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이죠? 레이먼드 카버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좀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I think everyone knows about Raymond Carver very well, but I will introduce you a little. 이 레이먼드 카버는 1980년대에 주로 활동을 했어요. 미국에서 단편소설을 주로 썼던 작가입니다. He is a writer who mainly wrote short stories in the United States. 물론 시도 좀 썼는데요. Of course, I wrote some attempts. 고향은 오레건 주의 클레츠케인이란 곳이고요. My hometown is Kletscaine, Oregon. (19)38년 생 입니다. 네 1988년에 돌아가셨습니다. 이 분의 그 저서로는 뭐..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대성당],[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등이 있고요. 그 다음에 에세이 단편, 뭐 그런 시를 모은 그런 작품집도 있습니다. Then there is a collection of essays, short stories, and poems. [불]이라는 책 입니다. 뭐 그밖에도 많은 책이 있습니다. 이 레이먼드 카버가 한국에서 유명해지게된 계기는, 흔히 문학 청년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게된 계기는.. 일단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숏 컷]이라는 영화를 발표했는데요. 그 [숏 컷]이라는 영화의 원작자로서 일단 알려졌고요. It was first known as the original author of that [Short Cut]. 그 다음에 1996년에 집사제라는 출판사에서 [숏 컷]이라는 단편집을 냈는데요, 그 단편집이 나오면서 더 알려지게 됐습니다. 그 전에서 구해서 보시는 분들은 꽤 있어죠. 이 집사제 단편집의 특징은 지금은 절판이 됐습니다만, 뒤에 그 무라카미 하루키의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인터뷰가 실려있다는 점이었어요. The feature of this butler's short story is that it is now out of print, but there is an interview with Haruki Murakami's Raymond Carver later. 뿐만 아니라 각 단편들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설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특히 미국의 작가들을, 그 중에 몇 몇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This Haruki Murakami was particularly fond of American writers, some of them. 레이먼드 챈들러라든다 레이먼드 카버, 그리고 스티븐 킹 이런 작가들을 상당히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Raymond Chandler, Raymond Carver, and Stephen King are known to be very fond of writers. 이 레이먼드 카버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물론 번역도 했습니다. To interview this Raymond Carver, of course, I translated it.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도 한 뒤에 레이먼드 카버를 만나러 갔는데요. 그의 집까지 찾아 갔습니다. I went to his house.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와 상당히 깊이 있는 인터뷰를 하게됐죠. So I did a fairly in-depth interview with Raymond Carver. 번역이라는 것은 또 하나의 독서 아니겠습니까? Isn't translation another reading? 가장 꼼꼼하게 책을 읽는 사람이 바로 번역자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해도 깊었고요. The person who reads the book most meticulously is the translator, and that's why I understand it deeply. 워낙 좋아했던 작가이기도 했고, 또 레이먼드 카버도 일본의 번역자인 무라카미 하루키, 그 당시는 무라카미 하루키라 미국에서 그렇게 유명하지 않을 때였죠. I was a writer I liked so much, and Raymond Carver was also a Japanese translator, Haruki Murakami, and at that time Haruki Murakami was not that famous in the United States. 그래서 온다는 얘기를 듣고 알아보니까, 그 주변의 일본인들이 '그 사람의 번역은 다 좋다!' So, after hearing that he was coming, the Japanese people around him said,'All his translations are good!' 그렇게 얘기를 한거예요. 그래서 상당히 좋은인상을 가지고 둘이 만났습니다. 그 집사제 판에 보면 그 뒤에 그 인터뷰하는 장면들이 있는데요. 그것도 흥미롭고 그 인터뷰 이후에 그 후일담도 있는데 그것은 그 책에 실려있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들은 건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 인터뷰를 한 후에 레이먼드 카버에게 일본을 한 번 방문해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가 흔쾌히 수락을 했죠. So Raymond Carver readily accepted. 그래서 '가겠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일본의 자기 집에 레이먼드 카버가 방문을 할 때를 대비해서 레이먼드 카버용 침대를 하나 주문을 해서 제작을 했다고 해요. So Haruki Murakami said that he ordered a bed for Raymond Carver and made it in case Raymond Carver visits his house in Japan. 그.. 레이먼드 카버가 대단히 키가 큰 사람입니다. The... Raymond Carver is a very tall man. 근데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일본인이고, 키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고 또 일본의 집이 상당히 작지 않습니까? 그리고 미국인 들은 침대 생활을 하니까요. 손님을 위해서 큰 침대를 하나 제작을 했습니다. 네 그런데 오기로한 레이먼드 카버는 일본을 방문하지 못 했는데요. Yes, but Raymond Carver, who decided to come, couldn't visit Japan. 왜냐하면 그가 갑자기 폐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Because he suddenly died of lung cancer. 결국 이 침대만 덩그러니 남게 됐는데요. 네 그런 일화를 보더라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얼마나 레이먼드 카버를 좀 각별하게 생각했는가..이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Yes, even if you look at such an anecdote, you can see how special Haruki Murakami thought Raymond Carver a little bit. 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분.. 지금은 뭐 세계적인 작가가 됐습니다만, 근데 약간 일본의 그 오타쿠적인 부분이 있어요. 그 스티븐 킹도 상당히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It is said that Stephen King also liked quite a bit. 스티븐 킹이 사는 미국의 메인 주, 미국 동부의 최북단에 있는 주죠. It's the northernmost state of the eastern United States, Maine, where Stephen King lives. 그 쪽까지 한 번은 차를 몰로 같적이 있답니다. It seems like driving a car to that side once. 이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차를 직접 몰고 가서 스티븐 킹이 사는 저택을 멀리서 보고 그냥 왔데요. Mr. Haruki Murakami drove himself and saw Stephen King's mansion from a distance, and he just came. 일본인들의 어떤 그 팬 문화 이런거를 잠시 엿볼 수 있는 그런 장면입니다. This is a scene where you can get a glimpse of some of the fan cultures of Japanese people. 이 레이먼드 카버는 그래서 한국에서 상당히 독자들이 많이 생겼어요. 많이생겼고, 어떻게 보자면 레이먼드 카버와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을 살펴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의 원형같은 것을 조금은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It happened a lot, and in a way, if you look at Raymond Carver and Raymond Chandler's novels, you can find a little bit of the archetype of Haruki Murakami's novel. 물론 이제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여기에서 자기 세계를 많이 발전시켜 갔지만, 그래도 어떤 담백한 문장과 간결한그런 구성에 어떤의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표현하는 방식, 레이먼드 챈들러에게서 어떤 유머 감각 같은 것을 배웠다면, 레이먼드 카버에게서는 그런 점을 배웠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Of course, Haruki Murakami has developed a lot of his world here, but if he learned a certain sense of humor from Raymond Chandler, how to express some human alienation and solitude in some plain sentence and concise composition. It can be said that I learned that from my friends. 레이먼드 카버는 미국 문단에서 그렇게 존재감이 강력한 작가는 아닙니다. Raymond Carver is not a writer with such strong presence in American literature. 왜냐하면 단편이라는 것 부터가 미국 내에서 그다지 입지가 없는 그런 분야입니다. Because short stories are those fields that do not have a very strong presence in the United States. 미국 출판시장은 대체로 장편이 주도하고 있고요. The US publishing market is largely dominated by feature films. 그런지는 꽤 됐습니다. 단편은 우리가 이제 오헨리라던가 애드가 앨런 포 같은 아주 오래된 그 옛날의 미국 작가들을 생각하면 '어, 꽤 활성화 돼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대의 미국의 단편 소설이라는것은 대학에서 나오는 저널들, '아이오와 리뷰'라든가 이런데 실리는.. 그야말로 문학 전공자들만 보는 그런 단편들과요, 그 밖에 그 상당히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플레이보이'라던가 '에스콰이어', 이런 잡지에서 싣는 아주 짧막한 단편, 우리 기준으로 볼 때 조금 더 짧다고 생각 될 수 있는, 한국의 단편들이 보통 원고지 80 매에서 한 100 매정도 이렇게 보는데 미국의 단편들은 그거에 반도 안되죠. 그렇게 된것은 이런 '에스콰이어'라던가 '플레이보이'라던가 네..'애틀란틱 먼슬리', 이런 잡지들에 실리면서 그 분량들이 그렇게 길어질 수는 없는 그런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That's what happened, such as'Esquire' or'Playboy', yes... 그래도 미국에서는 꾸준히 단편소설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Still, short stories are constantly being written in the United States. 주로 어떤 사람들한테서 쓰여지고 있냐면 미국에도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문예창작학과들이 좀 있죠? 그 크리에이티브 롸이팅 코스들이 있는데, 여러 대학에 있습니다. 이 대학에 있는 학생들이 뭐 학기마다 장편을 써 낼 수는 없으니까요. Because the students at this university cannot write feature films every semester. 단편들을 꾸준히 쓰고 이런 것들을 발표하는 지면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유능한 작가들 좋은 작가들이 발굴되기도 하는데, 지난 그 한 10년 사이에 그 과정을 통해서 발굴된 가장 유명한 작가라면 준파 라히리 같은 작가가 있겠습니다. 이 작가는 단편집을 내면서 문학적 스타가 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It can be said that this writer became a literary star by publishing a short story. 미국에서 보통 장편을 내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단편집을 통한 스타탄생의 기회같은 것이 미국에도 있다라는 것을 준파 라히리가 보여줬습니다. It may be said that it is a little different from starting an artist career while making a regular feature film in the United States, but Junpar Rahiri showed that there is still an opportunity to create a star through the short story in the United States. 그러나 레이먼드 카버는 이런 준파 라히리 처럼 이렇게 화려하게 시작하지 못 했고요, 계속해서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그 미국 대학에 있는 저널들 이런데를 전전하면서 꽤 오랜 무명세월을 보냈다고 할 수 있고요. However, Raymond Carver didn't start out so splendidly like this Junpa Lahiri, and it can be said that he spent quite a long time obscuring the journals at that American university that I mentioned earlier. 작품 경향으로 보자면 백인 남성이죠? Isn't it a white man in terms of the work trend 미국의 백인 남성들이 대체로 그리고 있는 세계가, 다루고 있는 세계가 일치합니다. 특히 존 치버 같은 작가들이죠. 미국 중산층, 그외에 사는 중산층들의 어떤 고독, 소외, 그리고 가족간에 대화의 부재, 뭐 이런것들이죠. 그렇게 격렬한 충돌, 우리가 중남미 소설에서 보는 격렬한 충돌과 강렬한 캐릭터, 이런 것은 보이지 않지만 이 소설들은 대체로 쓸쓸한 정조들을 담고 있고요, 부조리라던가 아이러니 같은 것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이 있죠. 존 치버 같은 작가는 저도 상당히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 레이먼드 카버, 존 치버, 존 어빙 같은 작가요. Writers like John Cheeber are my favorite writers, such as Raymond Carver, John Cheeber, and John Irving. 존 어빙이 다루고 있는 세계도 어떤 면에서는 레이먼드 카버와 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러나 존 어빙은 주로 장편을 쓴 반면 레이먼드 카버는 단편을 써왔습니다. 최근에 영화로 만들어 져서 다시 한 번 부각된 작가가 리차드 예이츠,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작가죠. 역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It is also my favorite piece. [레볼루셔너리 로드]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 계속해서 어떤 조그만 갈등, 미묘한 심리적인 변화 이런 것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소설이 전개되는데 그런데도 상당히 재미있죠? In the case of [Revolutionary Road], the novel is unfolding as such a small conflict and subtle psychological changes continue to occur without such a big incident, but it is still quite interesting, right? 영화로도 상당히 잘 만들어졌는데요. 이 레이먼드 카버의 세계를 장편으로 확장했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게 리차드 예이츠의 작품 세계일 겁니다. The world of Raymond Carver has been expanded into a feature film. One of the things that can be viewed like this is the world of Richard Yeats. 이 그 미국 내에서 백인 남성 작가들은 1970 년 대, 80 년 대, 90 년 대를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좀 저평가 됐습니다. White male writers in the United States were relatively undervalued through the 1970s, 80s, and 90s. 여성이라든가 아니면 우리가 경계선에 있다고 보는 이민자 출신의 작가들이 각광을 받은거죠. Women or writers from immigrants who believe we are on the border have been in the spotlight. 뭐 예를 들면 한국계는 이창래 씨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어떤 학계의 유행 그리고 비평계의 유행 그리고 문학계의 유행과 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네스트 헤밍웨이 같은 작가들도 그 시기를 지나오면서는 예전에 가졌던 중요성들을 많이 잃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어보면 이 미국 중산층 출신의 백인 남성들.. 남성작가들의 작품에는 그 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레이먼드 카버의 같은 경우에 읽기가 그렇게 쉬운 소설은 아닙니다. In the case of this Raymond Carver, it's not that easy to read novel.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 처럼 강렬한 캐릭터와 뭐 엄청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자면 어떤 사건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옵니다. In a way, it comes back to where an event began. 대체로. 돌아오고 그 사이에 어떤 일을 겪었죠. 하지만 겉으로 봐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느 그런 세계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마음 속에 작은 균열이 일어났고요. But a small crack broke out in the hero's mind. 이런 균열이 앞으로 그 주인공과 그 주변의 삶에 어떤 파국을 예고하는 듯한 그런 장면에서 언제나 레이먼트 카버가 멈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이렇게 설렁설렁 읽으면 사실은 별 재미도 없고 무슨 얘긴가..싶은 그런 얘기들이 많은데 그래서 이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은 상당히 천천히 주의깊게.. 가능하면 반복적으로 읽을 필요가있는 단편입니다. So, if you read Raymond Carver's novel like this, it's not really fun and there are a lot of things that you want to talk about, but this Raymond Carver novel is a short story that needs to be read fairly slowly and carefully. 상당히 압축돼있다고 할까요? Is it quite compressed? 네 그런 소설인데, 최근데그 레이먼드 카버에 관련해가지고 재밌는 기사가 하나 났습니다. 그것도 좀 소개를 해드렸으면 좋겠는데. I would like to introduce you to that as well. '레이먼드 카버의 편집자가 실제로는 레이먼드 카버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런 기사가 났어요. 뭐냐하면 레이먼드 카버가 실제로 이 편집자에게 보낸 작품은 분량이 훨씬 많았다는 거예요. In other words, Raymond Carver's work actually sent to this editor was much larger. 편집자가 거의 반 정도로 줄였다 이런 얘긴데요.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미국의 편집자들은 상당히 강력하게 그 에디터쉽을 발휘하고 또 작가의 그 교열과정에 개입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고, 또 레이먼드 카버가 그런것에 대해서 불평하는 그런 편지들이 발견되면서 편집자의 역활, 레이먼드 카버의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이 버전의)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만드는데 그 편집자의 칼질이 상당히 작용한게 아니냐..그렇다면 레이먼드 카버의 어떤 압축미 이런 것도 작가의 공으로만 돌리기에는 좀 그런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작가는 그 이후에도 수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죠. However, in any case, the artist has the right to revise after that. 저작권자이기 때문에. 그러나 레이먼드 카버가 그대로 나뒀다는 것은 편집자와의 대화 속에서 그것을 자기화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자기 버전으로 만들거 갔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누구 하나의 공이다 이렇게 볼 수는 없죠. 나중에는 레이먼드 카버가 이 편집자를 상당히 칭찬하는 그런 글들을 많이 씁니다. '아주 훌륭한 편집자고 나는 참 운이 좋았다.이 편집자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지만 그것도 사실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부분이고요. 저는 그냥 이 편집자와 레이먼드 카버가, 궁합이 맞는 사람들이 (물론 처음부터 맞았던 건 아니지만) 만나서 처음엔 약간 갈등도 있고 충돌도 있었지만 서로의 스타일들 그리고 서로의 일하는 방식들을 잘 아는 그 둘이 만나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 하나 재밌는 것은 레이먼드 카버도 그렇고요, 존 치버도 그랬고 다 알콜중독의 경험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 것도 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요. 두 작가를 비교해서 보시면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허함, 후회, 고독과 알콜의 문제..이런 것도 연결해서 한번 생각해 볼만한 주제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The problem of emptiness, regret, solitude and alcohol... I think this is a topic worth thinking about. 자 오늘 이적 씨가 고른 작품은 [제발 조용히 좀 해요]라는 작품집인데요. Now, the work that Jeok Lee picked today is a collection of works called [Please, do it quietly]. 이 손성경 씨가 옮겼고 문학동네에서 2004년 3월에 초판이 나온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집에서, [뚱보]라는 소설을 뽑았습니다. 저는 약간 의외였는데요. 저는 좀 다른 작품을 뽑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뚱보]라는 소설을 뽑았습니다. 이 [뚱보]라는 소설은 얼핏봐서는 그냥 뚱뚱한 사람에 관한 얘기 같고 결말도 좀 시원치 않은 것 같은데 그러나 꼼꼼히 들여다 보면 아주 겹이 여러개가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At first glance, this novel called [Fat] seems to be just about a fat person, and it doesn't seem to have a cool ending. 한마디로 만만치 않고요. In a word, it's not easy. 쓰기가 그다지 녹록치 않았을 그런 단편 소설입니다. 그래서 한 번 주의 깊게 들어보셔야 될 것 같고요. 특히 이것은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한테 하는 이야기를 옮기는 그런 형식이거든요. 왜 이렇게 작가가 여러 겹을 두었는가 그런 것도 유념해서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적 씨의 팬들이라면 이적 씨가 도데체 왜 이 소설을 골랐을까 이런 것도 궁금해 하시면서 들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이적 씨의 [뚱보] 낭독을 한번 들어보고요, 뒤에 이 작품에 대해서 세세하게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First, let's listen to Lee Jeok's reading of [The Fat Boy], and later, we will talk about this work in detail.

나는 친구 리타네 집에서 커피를 앞에 놓고 담배를 피워가면서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I'm talking about it at my friend Rita's house with coffee in front of me and smoking a cigarette. 다음은 내가 그녀에게 얘기한 내용이다. The following is what I told her.

"허브가 그 뚱뚱한 남자를 내 담당 테이블에 앉힌 건 손님이 뜸한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어. “It was one Wednesday evening when there were few customers when Herb sat the fat man at my table. 그 뚱뚱한 남자는 단정한 외모에 아주 잘 차려입고 있긴 했지만, 난 그렇게 뚱뚱한 사람은 처음 봤어. The fat man was well-dressed and well-dressed, but I've never seen such a fat man. 모든 게 다 크더라구. 하지만 가장 잘 기억나는 건 손가락이야. 그 사람 테이블 가까이에 앉은 노부부의 시중을 들러 그 옆에 섰을 때 그 손가락들을 처음 보았어. 보통 사람 크기의 세 배는 되어 보이데. It looks like three times the size of an average person. 길고 두껍고 말랑말랑하게 생겼어. 나는 다른 테이블이 시중도 들어야 했어. 요구가 많은 사업가 네 명이 앉은 테이블하고 남자 세명과 여자 한 명이 앉은 테이블, 그리고 노부부의 테이블이었지. 리앤더가 그 뚱뚱한 남자에게 물을 따라주었고, 나는 그 남자가 결정할 시간을 충분히 준 다음 그 테이블로 갔어." '안녕하세요? 주문 받을까요?' 내가 말했지.

리타, 그 남자는 덩치가 컸어. 정말 크더라구.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이네요. 우리 이제 주문할 준비가 된 것 같은데요' 하고 그가 말했지. 그는 이런 식으로 말했어-이상하지 않니? 그리고 때때로 조금씩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더라. And sometimes it made a wheezing sound little by little.

'시저 샐러드로 시작하는 게 좋겠어요. 그러고 나서 괜찮으시다면 수프에 빵과 버터를 곁들이구요. Then, if you like, add bread and butter to the soup. 양고기 요리가 좋을 것 같군요. I think the lamb dish would be good. 사워크림 얹은 구운 감자하고요. Baked potatoes with sour cream. 디저트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합시다. Let's think about dessert later. 대단히 고맙습니다.' thank you very much.'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메뉴를 건넸어. He said so and handed me a menu. 세상에, 리타, 그 손가락이라니. My God, Rita, that finger.

나는 서둘러 주방으로 가서 루디에게 주문서를 내밀었어. I hurried to the kitchen and handed the order to Rudy. 그는 인상을 쓰면서 그것을 받았어. He got it while making an impression. 너도 알잖아. 그 사람 일할 때면 늘 그런 얼굴이지. Whenever he works, he always looks like that. 주방을 나오는데 마고가...마고 얘기 한 적 있지? When you leave the kitchen, Margot... did you ever talk to Margot? 루디 쫓아다닌다는 애..그애가 묻는 거야. '저 뚱땡이 누구니?'라고. 그 사람 진짜 뚱보야.

그런데 그건 약과였어. 얘긴 이제부터 시작이라구. 나는 그의 테이블에서 시저 샐러드를 만들었어. 그는 내 행동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면서 빵조각마다 버터를 발라 옆에 쌓아두더라. 그 쌕쌕거리는 소리를 계속 내면서 말이야. 어쨌든 너무 긴장을 했는지 어쨌는지, 내가 그 사람 물컵을 엎어버렸어.

'정말 죄송합니다. 급하게 하다보면 언제나 이런 일이 생겨요. 정말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웨이터한테 빨리 치우라고 하겠습니다' 내가 그랬지. '괜찮아요, 됐어요. 걱정 마세요, 우린 괜찮아요.' 그가 쌕쌕거리면서 대답했어.

그러고는 내가 리앤더를 부르러 가는데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더라. 샐러드를 다시 서빙하려고 돌아와보니 그 뚱보 남자, 버터 바른 빵을 다 먹어버렸더라구. 조금 있다가는 빵을 더 갖다줬는데, 그새 샐러드를 다 먹었더군. 시저 샐러드가 얼마나 양이 많은지 알지?

'정말 친절하시네요. 이 빵, 정말 맛있습니다.' 그러더라.

'고맙습니다' 내가 그랬지. '어, 아주 훌륭해요. 진심입니다. 우린 이런 빵을 자주 먹지 못해요.' '어디서 오셨어요? 전에 뵌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보고 잊어버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네' 리타가 킬킬거리면서 끼어들었다. '덴버요.' 난 호기심이 일었지만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잠시 후면 수프가 나올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이것저것 시키는 게 많았던 사업가 네 명의 테이블을 마무리하러 갔지. 그 남자 수프를 가지고 가보니 빵이 또 다 없어진 거야. 마지막 빵조각을 막 입에 밀어넣고 있더라.

'정말이지 우린 늘 이렇게 먹지는 않는답니다. 우릴 너그럽게 이해해주셔야 해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쌕쌕거렸어.

'아,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전 남자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는 게 좋은 걸요.' '글쎄요, 그걸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그러고는 쌕쌕거리더니, 냅킨을 바로 놓고 숟가락을 들었어.

'맙소사, 정말 뚱뚱하네!' 리앤더가 말했어.

'저 사람도 어쩔 수 없어, 그러니 그만해.' 내가 대꾸했어.

나는 빵을 또 한바구니 가져다놨어. 버터도 더 가져갔지.

'수프 어땠어요?' 내가 물었어.

'고마워요. 맛있었어요. 아주 좋았어요.' 그는 입술을 닦고 턱을 가볍게 두드렸어.

'여기가 더운가요, 아니면 저만 그런가요?' 그가 묻더군.

'아니에요, 더워요.' '우린 코트를 벗어야겠어요.' '그러세요. 편안해야죠.' '맞습니다, 진짜로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조금 후에 보니 그 남자, 여전히 코트를 입고 있더라. 여러 명씩 있던 테이블의 손님들도 갔고 노부부도 갔지. 식당이 비어가고 있었어. 내가 그 뚱뚱한 남자에게 양고기 요리와 구운 감자, 그리고 빵과 버터를 더 가지고 갔을 때, 손님은 그 사람 밖에 없었어. 나는 그 사람 감자 위에 사워크림을 듬뿍 얹어줬어. 크림 위에는 베이컨과 산파를 뿌렸지. 빵과 버터도 더 가지고 갔고.

'뭐 불편한 건 없으신지요?' 내가 물었지.

'없어요' 그러면서 쌕쌕거리더라. '아주 훌륭해요, 고마워요' 그러고는 또 쌕쌕거리고. '맛있게 드십시요' 하면서 나느 설탕 단지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가 자리를 뜰 때까지 계속 나를 쳐다봤어. 내가 뭔가를 찾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더군.

'저 늙은 뚱땡이, 어떻게 하고 있어? 널 무척 부려먹을 참인가본데' 하고 해리엇이 말했어. 너, 해리엇 알지?

'디저트로는 그린 랜턴 스페셜이 있는데, 소스를 얹은 푸딩 케이크가 나오죠, 아니면 치즈 케이크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파인애플 셔벗이 있습니다' 하고 내가 말했어. '우린 당신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겠죠?' 그가 쌕쌕거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어.

'괜찮습니다, 상관없어요. 천천히 주문하세요. 결정하실 동안 커피를 더 갖다드리죠.'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하면서 그는 자리에서 몸을 움직였어. '우린 그 스페셜 디저트를 먹겠어요, 그렇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한 접시 먹을 수 있겠어요. 괜찮으시다면 초콜릿 시럽을 딱 한 방울만 떨어뜨려서요. 말씀드렸지만 우린 배가 고팠거든요.' 나는 주방으로 가서 직접 그 사람 디저트를 챙겼어. 그런데 루디가 그러는 거야, '해리엇이 그러는데 당신 서커스단의 뚱보를 받았다며? 사실이야?' 루디는 앞치마와 모자를 벗고 있었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거야.

'루디, 저 사람은 뚱뚱해, 그렇지만 그게 다는 아니야.' 루디는 웃기만 했어.

'이 여자, 뚱땡이를 좋아한다는 얘기 같군.' 그때 막 주방으로 들어온 조앤이 말했어, '조심하는 게 좋아, 루디.' '질투가 나는군' 루디가 조앤에게 대답했어. 나는 스페셜 디저트를 그 뚱뚱한 남자 앞에 내려놓고 초콜릿 시럽을 뿌린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담은 큰 그릇을 그 옆에 놓았어.

'고마워요.' '천만에요' 라고 대답하는데 어떤 감정이 엄습하는 거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우린 언제나 이렇게 먹지는 않아요.' '전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쪄요. 살이 찌면 좋겠는데.' '안 돼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찌지 않는 게 좋아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지요.' 그리고 그는 숟가락을 들고 먹었어." "그러곤? 얘기가 점점 재밌어지는데?" 내 담배를 하나 뽑아 불을 붙이고 의자를 탁자 가까이로 끌어당기며 리타가 묻는다.

"그게 다야. 더는 없어. 그 사람, 디저트를 먹고 갔어. 루디와 나도 집으로 갔고.

'망할 놈의 뚱땡이.' 피곤할 때면 늘 그러듯이 기지개를 켜면서 루디가 그렇게 말하더군. 그러고는 그냥 웃고 텔레비전 보는 데 열중했어. 나는 차를 마시려고 물을 올려놓고 샤워를 했어. 그러면서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생각했지. 만일 내게 아이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그 사람처럼 된다면, 그렇게 뚱뚱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고 말이야. 나는 물을 찻주전자에 따르고 찻잔이랑 설탕 단지랑 우유를 반 섞은 크림 한 통을 쟁반에 담아서 루디에게 가져갔어. 루디 역시 그 일을 내내 생각하고 있었던지 이런 말을 했어.

'내가 어렸을 때 뚱뚱한 애가 한둘 있었지. 정말 뚱뚱했어. 그야 말로 굴러다녔지. 그 애들 이름은 기억이 안나. 그중 한 아이는 뚱보라는 이름만 가지고 있었어. 우린 그애를 뚱보라고 불렀지. 우리 옆집에 사는 애였어. 이웃이었지. 다른 애는 나중에 이사왔어. 그애 이름은 뒤뚱발이 였어. 선생님들만 빼놓고 모두 그렇게 불렀어. 뒤뚱발이와 뚱보. 그애들 사진이 있으면 좋았을걸.' 난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어. 그래서 우린 그냥 차를 마셨고 나는 곧 일어나서 자러 갔어. 루디도 일어나서 텔레비전을 끄고 현관문을 잠그고 옷을 벗기 시작했지. 나는 침대에 들어가서 가장자리에 딱 붙어 배를 깔고 누웠어. 그런데 불을 끄고 침대로 들어오자마자 루디가 시작하는 거야. 나는 원치 않았지만 바로 누워서 몸의 힘을 뺐어. 그런데 바로 그거였어. 그가 내 위로 올라왔을 때 난 갑자기 내가 뚱뚱하다고 느낀 거야. 내가 끔찍하게 뚱뚱하다고, 너무 뚱뚱해서 루디가 조그맣게 되어버리고 날 제대로 안지도 못한다고." "말도 안 돼!" 라고 리타가 말하지만 나는 그녀가 그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알 수 없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우울해진다. 하지만 그녀와 그 얘기를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그녀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말했다. 그녀는 우아한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기다리고 앉아있다. 뭘 기다리는 걸까? 난 알고 싶다. 8월이다. 내 인생은 변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네, 이적 씨의 낭독으로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라는 단편을 들어보셨는데요, 네 어떻습니까? 저랑 읽은 방식이 좀 만이 다르죠? 그리고 저보다 훨씬 잘 읽으시죠? 감정을 살려가면서 이 대사의 어떤.. 뭐랄까 리듬감이랄까.. 저는 좀 건조하게 읽는 편인데 이적 씨는 그것들을 잘 살려가면서 읽으신다는 점에서 저랑 많이 다르구나 이런 생각을했고 재밌었어요. 자 이 [뚱보]라는 단편.. 어떻게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보면 처음에는 이 여자가 그 친구인 리타에게 뚱보를 만난 얘기를 그냥 하는 것이죠. 아 이러이러한 뚱보를 만났다. 그래서 이게 중요한 얘기 같아서 독자도 그렇고 소설 속에 있는 독자 그 리타도 열심히 그 얘기를 듣죠. 하지만 결국 그 뚱보가 어떤 일을 하는 건 아니예요. 그 뚱뚱한 사람은 그냥 밥을 엄청 나게먹고 엄청난 디저트와 뭐 이런 걸 먹고 그냥 나갔다는 것 밖엔 없습니다. 네 그게 이 소설에 좀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서 루디라는 남자와 자게되는데 침대에서 그 부부 또는 같이 사는 커플들이 소통하지 못한다는 주제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런 얘긴데요 이 소설에서도 이 화자는 집으로 돌아와서 같이 살고 있는 루디라는 남자와 섹스를 하게 되는데 이 여자는 그 자신이 모두가 놀리는 그 뚱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부분이 재밌죠. 모두가 놀리는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서커스에서 데려온거 아니냐라고 말을.. 그런 말까지 듣는 그런 사람에게 이 여자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친절했을 뿐이거든요. 우리가 어떤 타자, 배척하는 자들 이런 자들에게 어떤 동정심 또는 연민 또는 애정 이런 것들을 느낄 때 우리 자신이 어느 정도는 타자화 되는 듯한 이런 느낌을 받게 되죠. 이 여성도 그런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뭐 미국의 이 어떤 중서부 서부의 다이너라고 그러죠 이런 작은 식당에서 일하는 그런 여자들 여성들이 웨이트리스들이 느끼는 삶이라는 것은 사실은 이 모두가 경원시하는 뚱보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는 거예요. 누구한테도 존중받지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그 남들의 팁으로 살아가는 그런 삶인 것이죠. 그래서 이런 장면에서 이 여자는 자기도 그와 크게 다르지않다 이런 어떤 각성을 하게되는 것인데 그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릅니다 단지 자신이 뚱보화 됬다라고 느끼는 것이죠. 그런데 이 소설은 재밌는 것은 여기에서 끝나면 또 너무나 교훈적인 그런 소설이 돼버립니다. 그렇죠? 여기서 또 끝나지 않고 한 겹을 더 나아가게 되는데.. 리타가 도데체 뭘 기다리는 걸까? 그걸 갑자기 궁금해 합니다. 그게 재밌죠. 리타는 누굴 기다리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없는데 이 주인공, 화자만 '리타는 도데체 뭘 기다리고 있는거지? '얘기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리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죠. 우리가 남에 대해서 얘기할 때 정말 많은 부분이 사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 잖아요? 이 소설의 화자도 리타가 뭘 기다리고 있는가..궁금해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자신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시 인생의 변화죠. 자기 인생의 변화. 그것을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이 레이먼드 카버가참 작가로서 상당히 고수다라고 느끼는 지점들이 요런 지점입니다. 만약에 이렇게 좋은 작가가 아니였으면 '나는 내 인생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라고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근데 여기서 시점이 확 바뀌는 거죠. 짧은 순간에 리타의 마음을 추정하는, 즉 리타의 시점으로 들어갔다가 삭 나오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작가 혹은 화자의그 심정이랄까요, 주제랄까요 이런 것은 감추는 겁니다. 그러므로서 이 소설은 독자에게 어떤 미스테리를 주게되는 것이죠. 분명히 얘기하지 않는 것, 이런 모호함. 이런 모호함을 통해서 독자가 여러겹의 어떤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 요게 좋은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점을 유념해서 보지 않으면..'이게 무슨 얘기야? 도데체 주인공이 말하려는게 뭐야? '이러면서 끝나게 되는 것인데, 특히 우리나라의 문학 교육에서는 자꾸 주제를 찾으라고 하잖아요. '이 문학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 국어 시험에 맨날 나오는 것인데, 사실 주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전세계의 일급 작가들은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소설을 쓰는게 아닙니다. 설령 작가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좋은 작가들은 대체로 하고싶은 얘기들을 여러 겹의 다른 이야기, 상충하는 이야기 일 수도 있고, 비슷한 다른 이야기 일 수도 있고요, 이런 것으로 겹쳐 놓아서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것들을 발견하게 만들죠. 그리고 그렇게 될 때 만이 작품이 시간을 견디면서 여러 세대 독자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국어 시간에 자꾸 이 주제를 찾는 훈련을 학생들에게 시키는 것은 소설을 즐기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죠. 소설은 매번 읽을 때 마다 다른 의미들을 가져다 주는데 극서을 자기 삶과 연관해서 독자가 즐기고 느끼면 된다고생각합니다. 이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같은 소설은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가 있겠죠. 얘를 들어서 자신이 동료들과 지금은 잘 지내고 있지만 직장에서라든가 뭐 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든 어디든..비슷한 군대라던가 잘 지내고 있지만 그러나 우리의 마음 속에는..그러나 동료들과 100% 소통할 수 없다는 거..그리고 결국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그리고 충족되지 않는 어떤 소통의 갈망 같은 것이 있죠. 그런걸 느끼고 있는 분이 이 소설을 읽으면 이 소설의 주제가 뭔지는 몰라도 이 인물이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것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또 인생의 다른 국면에서는 이 소설에서 또 다른 측면들을 발견해 낼 수 있겠죠. 자오늘 레이먼드 카버의 [뚱보]라는 소설을 이적 씨의 낭독으로 들어봤는데요. 네, 이적 씨 피처링을 선뜻 해주셔서 대단히 고맙고요. 아마 이 팟캐스트를 듣는 청취자들께도 대단히 이색적인 경험이 됐을거라고 생각이드네요. 자 오늘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 열 세 번 째 에피소드는 여기서 마치겠고요. 자 그럼 지금까지 김영하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