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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의 고백 (Kim Hyun-hee's confession), 절망의 나날, 열 여덟 번째-114

절망의 나날, 열 여덟 번째-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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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열 여덟 번째

간호원들과 여자 경찰관들은 나에게 인간적으로 잘 대해 주었지만 내가 115명을 살해한 살인마라는 사실은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나는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빴다.

홍콩 여자를 비롯하여 간호원과 여자 경찰은 내 처지를 가슴 아프게 여겨 내 방에 들어올 때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검은색 류의 수수한 복장을 하고 들어왔다. 그녀들 나름대로의 불행한 나에 대한 예의와 배려였던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마음 깊이에서부터 동정심이 우러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을 마음속에서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핸더슨과 마리아의 심문과 추궁은 좀 더 구체적으로 변해갔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숨 돌릴 사이도 없이 퍼부었다.

그들은 올 때마다 스웨터, 신발 등 선물을 사들고 와서 친절한 태도로 나를 대했지만 막상 심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다른 사람처럼 돌변하여 몰아세웠다. 자살 이유, 중국에 있는 친구 이름, 내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 려행 경위 등 의심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WHY? WHY? " 하며 들볶아대고 별의별 수단을 다 써가며 캐물었다. 나는 그들이 숨가쁘게 물어대면 입을 다문 채 함구해 버리곤 하며 순간순간을 넘겼다. 그들은 아마도 ‘쟤는 기분만 상하면 말을 안한다'고 나를 판단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나로서는 편했다. 할 말이 궁할 때는 기분 나쁜듯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면 그만이었다. 나중에는 남조선에 와서까지도 그것이 내 버릇인 것처럼 소문이 나 버렸다.

핸더슨은 속이 탄 나머지 어느날 일본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일본어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핸더슨이 데려 온 일본 여자는 리젠시호텔에 복무하고 있는 여자로 김승일과 내가 그 호텔에 투숙하고 있을 때 만난 일이 있는 여자였다. 김 선생과 내가 점심식사를 하려고 호텔 커피숍으로 내려가 스프와 샌드위치빵 주문하여 먹고 있을 때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기는 판매담당관 오꾸보라고 소개를 하면서 “일본에서 왔습니까?” 하고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갑자기 나타난 달갑지 않은 접근자를 경계하면서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그녀는 그날 여러 가지에 대해 말을 했지만 나는 그녀와 눈조차 마주치기를 꺼려 고개를 다른 데로 돌리는 등 로골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기색을 나타냈다. 마지못해 신이찌가 간단하게 “하이. 하이.” 하며 응수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머쓱해져서 빈 그릇 몇 개를 챙겨 들고 다른 곳으로 갔다. 신이찌가 그녀의 등 뒤에다 대고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했었다.

또 이 여자는 우리가 붙잡히기 전날 저녁에 우리 방으로 전화를 걸어 “려권에 대해 좀 물어볼 것이 있어서 남조선 대한항공사 직원을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때도 신이찌가 전화를 받았다. 바로 직전에도 이런 전화가 몇 번이나 있었던 터라 신이찌는 짜증을 내었다.

“왜 우리가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몇 번씩이나 질문을 받고 똑같은 대답을 해야합니까? 우린 좀 쉬어야겠소. 귀찮게 하지 마시오.”

신이찌는 퉁명스럽게 따지며 전화를 끊을 듯이 말했다. 그래도 그녀는 상세히 설명하고 량해를 구하는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남조선 려객기가 실종됐기 때문에 항공사 직원이 탑승자의 신원을 일일이 파악하는 중이니 리해해 주십시오. 다음 여행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그녀의 끈질긴 질문에 신이찌는 “내일 알리아 항공 편으로 떠난다” 고만 말해주고 전화를 놓았다.

바로 그 여자가 지금 나를 조사하기 위해 와 있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절망의 나날, 열 여덟 번째-114 Дни отчаяния, восемнадцатый -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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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날, 열 여덟 번째

간호원들과 여자 경찰관들은 나에게 인간적으로 잘 대해 주었지만 내가 115명을 살해한 살인마라는 사실은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나는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빴다.

홍콩 여자를 비롯하여 간호원과 여자 경찰은 내 처지를 가슴 아프게 여겨 내 방에 들어올 때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검은색 류의 수수한 복장을 하고 들어왔다. 그녀들 나름대로의 불행한 나에 대한 예의와 배려였던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마음 깊이에서부터 동정심이 우러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을 마음속에서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핸더슨과 마리아의 심문과 추궁은 좀 더 구체적으로 변해갔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숨 돌릴 사이도 없이 퍼부었다.

그들은 올 때마다 스웨터, 신발 등 선물을 사들고 와서 친절한 태도로 나를 대했지만 막상 심문에 들어가기만 하면 다른 사람처럼 돌변하여 몰아세웠다. 자살 이유, 중국에 있는 친구 이름, 내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 려행 경위 등 의심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WHY? WHY? " 하며 들볶아대고 별의별 수단을 다 써가며 캐물었다. 나는 그들이 숨가쁘게 물어대면 입을 다문 채 함구해 버리곤 하며 순간순간을 넘겼다. 그들은 아마도 ‘쟤는 기분만 상하면 말을 안한다'고 나를 판단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생각해 주는 것이 나로서는 편했다. 할 말이 궁할 때는 기분 나쁜듯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면 그만이었다. 나중에는 남조선에 와서까지도 그것이 내 버릇인 것처럼 소문이 나 버렸다.

핸더슨은 속이 탄 나머지 어느날 일본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일본어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핸더슨이 데려 온 일본 여자는 리젠시호텔에 복무하고 있는 여자로 김승일과 내가 그 호텔에 투숙하고 있을 때 만난 일이 있는 여자였다. 김 선생과 내가 점심식사를 하려고 호텔 커피숍으로 내려가 스프와 샌드위치빵 주문하여 먹고 있을 때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기는 판매담당관 오꾸보라고 소개를 하면서 “일본에서 왔습니까?” 하고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갑자기 나타난 달갑지 않은 접근자를 경계하면서 건성으로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그녀는 그날 여러 가지에 대해 말을 했지만 나는 그녀와 눈조차 마주치기를 꺼려 고개를 다른 데로 돌리는 등 로골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기색을 나타냈다. 마지못해 신이찌가 간단하게 “하이. 하이.” 하며 응수해 주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머쓱해져서 빈 그릇 몇 개를 챙겨 들고 다른 곳으로 갔다. 신이찌가 그녀의 등 뒤에다 대고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했었다.

또 이 여자는 우리가 붙잡히기 전날 저녁에 우리 방으로 전화를 걸어 “려권에 대해 좀 물어볼 것이 있어서 남조선 대한항공사 직원을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때도 신이찌가 전화를 받았다. 바로 직전에도 이런 전화가 몇 번이나 있었던 터라 신이찌는 짜증을 내었다.

“왜 우리가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몇 번씩이나 질문을 받고 똑같은 대답을 해야합니까? 우린 좀 쉬어야겠소. 귀찮게 하지 마시오.”

신이찌는 퉁명스럽게 따지며 전화를 끊을 듯이 말했다. 그래도 그녀는 상세히 설명하고 량해를 구하는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남조선 려객기가 실종됐기 때문에 항공사 직원이 탑승자의 신원을 일일이 파악하는 중이니 리해해 주십시오. 다음 여행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그녀의 끈질긴 질문에 신이찌는 “내일 알리아 항공 편으로 떠난다” 고만 말해주고 전화를 놓았다.

바로 그 여자가 지금 나를 조사하기 위해 와 있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