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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무대: 2016 10월 - 11월, 이 구역의 미친 사랑 (2016/10/14) (2 - Audio ~19:38)

이 구역의 미친 사랑 (2016/10/14) (2 - Audio ~19:38)

...우리 집 양반은 직접 터미 널에서 대면까지 하고 와서는 먹지도 못 하는 술을 진탕 마시고는 산 에 가서 뻗었잖아요. 지금...내가 속상해서 진짜..

남희 ...산에 가서 뻗다니?

금주 돌아가신 아주버니 산소 앞에 가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라고요 ...저 러다 늙은이 잡겠다고요.

남희 뭐어?

M. 브릿지

E 급하게 오는 남희의 숨소리, 발소리. 산 새 소리. 문흡 흐느끼는 소리(OFF →ON)

남희 작은 서방님 뭐 하세요? 여기서...

문흡 (약간 취한, 떨떠름) 형수님이 여기까지는 웬일이세요?

남희 나야, 내 남편 산손데 언젠들 오죠. 작은 서방님은요?

문흡 ..불쌍한 우리 형님... 저 세상에서도 뒤숭숭하실 거 같아서 술 한 잔 올렸습니다. 제가!

남희 뭐가 불쌍하고, 뭐가 뒤숭숭한데요?

문흡 (버럭) 아 몰라 물으세요?

남희 모르니까 묻지요.

문흡 ..그래요. 그 걸 알면 우리 형수님이 아니지요. 아냐...

남희 (짐짓) 왜요? 나랑 사는 거 힘들다고 그랬어요? 우리 집 양반이...살아 생전에?

문흡 ! 아구 야...! (가슴 퍽퍽치는)

남희 ...

문흡 나 진짜 이제 와 얘기지만 형님한테 이혼하라고, ..내 혀가 닳는 거 였으면 두 번은 닳아 없어졌을 겁니다.

남희 ....

문흡 솔직히 우리 형님 형수님이랑 살면서 온 읍 전체가 다 아는 바보된 거 사실이잖아요? 그래요, 딱 까놓고 우리가 형수님 재산 덕 본 건 사실입 니다. 사실이에요. 하지만 돈이 답니까? 돈이 다예요?

남희 ... 왜 이혼 안 했을까요?

문흡 으휴....돌아가신 사돈어른이랑 한 약속이 있다고 그런 거 아닙니까!

남희 ! 약속? 우리 아버지랑요?

문흡 네! 사돈어른이 그러셨답니다. 우리 딸 좀 잘 부탁한다고...아무리 봐 도 우리 딸이랑 같이 살 남편은 자네 밖에 없는 것 같다고 ... 다 내가 자식을 잘 못 키운 탓이니 나를 봐서...딸을 예쁘게 봐 달라고.

남희 에?

문흡 더 없이 심성 고운 사람이란 걸 알아보신 것이죠. 사돈어른께서. ....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혼자 화를 삭이면서...난 솔직히 자식들 생각 해서라도 헤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엄마란 모름지기 자식들 본이 돼 야 하니까요. 형수님이 본 되는 엄마는 아니었잖아요? 그러면 뭐..엄마는 엄마로 있어주면 되는 거라고... 부처님 사리를 삶아먹은 것 같은 소리만 해대고....

아고, 형님, 그 끝이 이 꼴이요.그 끝이....흑흑...

브리지

E 도로 소음, 차들 지나다니는.

남희 흐흠....(걷는)

(남희 회상)

문구 당신이...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면 나도 안 참았을 거요.

젊은 남희 (표독) 그런 사람이라니, 어떤 사람요? 확실하게 말을 해요.

문구 흠...허지만.... 나랑 살면서, 살다보니까 그런 거니까...나도 아주 탓이 없다고는 못 허는 거고... 내 몫이 있는 거지. 내가져야 할 내 몫이....

남희 (혼잣말)심지 약하고, 출세욕도 없고, 사내다운 기개는 약에 쓸래도 없 는 사람인 줄만 알았더니..(진짜 남자 였다는)

E 택시 다가오는, 서고, 차창문 내리고

선숙 언니, 남희 언니!

남희 어, 선숙아..

선숙 어딜 걸어가요? 타요. 가는데 까지 태워다 드릴게.

남희 아냐...시동생이랑 동서가 태워준다는 걸..걸어간다고 했어.

선숙 타라니까. 늙은이가 갓길로 그렇게 걸어다니면 사람들 다 싫어해요. 타 요 얼른!

남희 (웃는) 그래.

E 택시 문 열고 닫히고 출발하는.

선숙 기사님, 저 터미널에 내려 주시고 이 언니 집까지 부탁드려요.

기사 네.

남희 가는구나.

선숙 가야죠.

남희 조심해서 가라. 너 왔는데 따듯한 밥 한 끼 못 해 줬다.

선숙 아구, 언니,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건강하세요.

남희 너도, 건강하고.

선숙 참, 그 구종찬 아들은 갔어요?

남희 아니, 집에...

선숙 왜 안 가고 그러고 있어요? 남의 집에...

남희 (농담)내 아들 아니구?

선숙 아구, 언니 .. 뭐 내가 아주 언닐 의심 안 한 건 아닌데.. 그래도 그럴 사람은 아니란 건 믿수.

남희 (웃는)

선숙 하여간 그 오빠는 젊어서도 좀 그러더니..

남희 뭐가 좀 그랬는데?

선숙 무책임하고 기분파고 이기적이고.... 난 오히려 언니한테서 떨어져 나가 니까 좋았어요. 사실. 그 때도 말은 안 했지만.... 사람이 누구 눈치도 좀 보고, 조심도 좀 하고...그러는 게 맞는데, 그 사람은 도통...언니는 그런 게 멋지게 보이셨으려나?

남희 (픽)

선숙 건강할 때 서울 한번 오세요.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봐 둬야죠. 이 좋 은 세상. 안 그래요?

남희 고맙다.

선숙 경자가 걱정이에요. 남편을 어찌나 잡아대는지... 내가 상철씨 보기 무 색해서 혼났네요.

남희 아니, 경자 걔는 ..아니야. 부부 일 부부 밖에 모르는 거지 ...

E 택시 달리는.

브리지

E 현만, 설거지 다 하고 고무장갑 벗는.

남희 ..하루 이틀 한 설거지가 아니네.

현만 저야말로 얼마 만에 이렇게 맛있는 아침을 먹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남희 결혼하면 되지....

현만 커피 마실까요? 제가 타겠습니다.

남희 아니..그러지 말고 이리와 앉아 봐요.

현만 (와 앉는)

남희 진짜 여기 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현만 아, 네에...

남희 혹시나 생모 소식 궁금해 온 거면 잘못 알..

현만 (E 가방 끌어와 열고 서류 봉투 부스럭 거리며 꺼내는) 이거 좀 봐 주 십시오.

남희 뭔가? 이게...(E 봉투 열어보는)...사업계획서?

현만 네.

제가 3년 전부터 구상 해 온 사업이 있거든요. 괜히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요, 제가 그 분야에서 1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 무도 익혔고, 시장조사고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전망은 정말 확실합니 다. 근데 제가 자본금 마련이 어려워서 착수를 못 하고 있거든요, 정말 대박 아이템인데...그러니까 이게 뭐냐면요 유기농 제품 유통업인데요. 저는 말 그대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 해 주고 ...말하자면 일종의 소셜커머슨데요..

남희 잠깐! 잠깐!

현만 ....

남희 나한테 왜 이런 소릴 하는데?

현만 아버지가 그러셨거든요. 황남희라면 너에게 투자를 할 것이다! 일단 사 업계획서를 확실히 써서 들고가라. 아버지가 살아오면서 본 그 많은 사 람들 중 배포가 가장 큰 사람이 황남희였다. 웬만한 남자들은 명함도 못 내민다. 그 분 재산은 화수분이다!

남희 ! 화수분?

현만 네.

남희 내가 일찍이 파산 했다는 소식은 서울까지 안 전해졌나 봐요. (E 봉투 다시 밀어주는)

현만 한두 번 파산으로는 끄떡없는 규모라고도 하셨습니다!

남희 (짜증) 대기업도 파산하는 마당에 내가 뭐! 화수분 같은 소리하네. 저리 치워! (E 봉투 집어던지는)

약 오르는 브리지

(남희 정임과 통화 중)

정임(F) (까르르 웃는)

남희 웃지 마.

정임(F) (또 웃는) 언니 인생 참 .... 늙은이 심심 할 새가 없수.

남희 잘 아는 무당 없냐 아무래도 굿을 하던가 해야지 원.

하여간 여자 맘 아프게 한 놈들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 그 아들 녀석 이 뭐래는 줄 아니? 줄줄 울면서 지네 아버지 죽기 전 마지막 유언과 같은 말이었다나....아침에 일어나 보니 수면제 한통을 다 들이켰더란 다.

정임(F) 아구....어째...쯧쯧...

남희 아, 왜 그 불쌍한 애를 나한테 보내느냔 말야....도와주고 싶어도 뭐가 있어야 도와주지...젊어서도 이기적이더니, 끝까지 그래. 끝까지...

정임(F) 사람 잘 안 바뀐다는 거 늙으니까 더 확실히 알겠지 않우.

남희 그래. 경자 고것이 신나서 입 초사 떨어댔지? 내가 낳아 버린 아들이라 고.

정임(F) (웃는) 왜 아니유? 그러느라 요즘 언니네도 안 쫓아가는 거 아 뉴?

남희 ....그 많던 재산 거덜 낸 내 복이 다 그렇지 뭐, 뭘 바래...

정임(F) 내 땅 내가 파는데 누가 뭐라냐고 큰소리치며 팔아 제꼈으면 서..

남희 그래.내가 그랬다. 내가 그랬어. 경자한텐 당분간 암말 마라. 걔 간 줄 알면 언제 쪼르르 쫓아올지 모른다.

정임(F) (웃다가) 참, 우리 집 양반이 그러는데 상철씨 얼굴이 안 좋더라 는데?

.. 맞고 산다는 말이 있다네.

남희 맞아? 누가? (헉) 상철씨가?

경자 고것이 남편을 친단 말이야? 그 착한 남편을?

정임(F) .. 그렇다네요.

남희 미쳤구나, 미쳤어. 다 늙어서 알콩달콩 살 일이지...난 그렇게 성에 안 차 하던 남편도 가 버리고 나니까 이렇게 맘이 아프고 미안하고 그렇 구만....복에 겨웠구나...

정임(F) 언니 정말...상철씨랑 뭔일 있었던 건 아니우?

남희 너까지 뭔 소리야? 내 스탈 몰라?

정임(F) 아니이...젊어서 언니가 좀 위험인물이었어야지. 이 시골에서...

남희 위험인물?

정임(F) 맞잖수? 사실 나도 이제 와 얘기지만, 우리 집 양반 얼마나 단 속했게? (웃는)

남희 ! 단속을 했다고?

정임(F) 우리 집 양반 언니 스탈이잖수?

남희 ! (틀린 말 아니고)

정임(F) 남들 말 듣기 싫음 조심하라고 했더니 딱 알아듣고, 그 때부터 사람들 이랑 어울려 언니네 가는 것 안 합디다. 안 그랬음 저 사람이 투표로 뽑는 자리까지 갈 수 있었겠수?

남희 ...

정임(F) 언니, 기분 상한 것 아니지요? 언니? 기분 상했수? 언니? (웃 는) 그러지 말고 경자한테도 쇠고기근이나 사서 한번 가 봐요. 언니는 몰라도 뭔가 오해한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네? 언니..

남희 (좀 충격받은) ... 그래. 끊자. (전화 끊는)

이 기집애가.... 평생 사모님 소리 듣고 살더니 사람 알기를....

흠...(깊은 한 숨) ... 어구, 황남희 너 산 게 딱 이 만큼이다, 딱 이 만 큼이야...

브리지

E 개 짖는 소리

남희 있어? 경자야? 경자....

E 마루 미닫이문 열고 나오는.

상철 누구....오, 오세요?

남희 계셨네요. 경자 아니...영호 엄마 있어요?

상철 잠깐 나갔어요. ..금방 올 겁니다.

남희 네....얼굴이 왜? 눈이...

상철 (당황)아... 형, 형광등 갈다 부딪쳐서...

남희 아, ...그래도 눈에 든 멍은 오래 가든데....달걀이라도 써 보세요.

상철 네....

경자 (들어오며) 내 집에서 뭣들하는 수작이야?

상철 !..와?

경자 오지 그럼? 어디로 꺼져 줬으면 했나보네.

상철 사람 거....말 하는 거 하곤...흠흠...

경자 선수 쳤네. 내가 갈 까 봐 .. 귀한 손님 대접하느라 바쁘실 텐디...

남희 (참으며) 너 나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편히 하라고 내가 왔다.

경자 말은....뭐야 이건 또...(봉지 부스럭 거리는)

비싼 소고기는 뭐하러 사와...하긴 뭐 지 버릇 개 줄까...그 많던 재산 다 날리고 농협에 진 빚이 수천이라면 안 믿지. 못 믿지..사람들이..

남희 (앉으며) 됐으니까...와서 여 마루에 앉아 봐.

경자 (앉고) 할 말 빨리 하고 가

남희 네가 나한테 할 말 있잖아. 소리 지르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해 봐.

경자 없어. 무슨 할 말이 있어?

남희 그럼 이유없이 행패를 부렸다는 거냐

경자 그냥 가슴속에서 분이 좀 올라와서 .. 분 좀 가라앉으라고 그랬다.

남희 (어이없고) 뭐야? 너 진짜 노망났냐

경자 (소리)저 인간이 언니한테, 아니 당신한테 어지간히 깍듯하고 예의를 차리고 말도 잘 나누고 그랬잖아! 젊어서부터...

남희 그게 뭐?

경자 (소리)저 잘난 인간이 나랑은, 나한테는 한번도, 30년 넘게 같이 산, 온 갖 고생 다 시킨 나한테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이 말이야!

남희 그것이 사흘 연속 나를 욕보인 이유라고?

경자 당신이 나 보다 나은 게 뭐야? 여학교 나왔다는 거? 그럼 뭐해? 행실 이 지랄인데? 그래도 무식한 나 보다는 말 통하는 당신이 낫다 이거겠 지. 그래, 저 인간, 아버님, 어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시지만 않았으면 지 네 집 식모 출신인 나한테는 죽었다 깨도 장가 안 왔을 거라는 거 나 도 알아. 아는데... 알아도! 분이 나는 건 나는 거야...새끼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시동생들 셋을 걷어 멕였는데 내가 다 늙어서도 이런 대접 참고 살 줄 알았어? 참을 줄 알았냐고?

남희 너 미쳤냐? 그런 거는 부부 둘이서 알아서 할 일이지 애꿎은 나한테 왜 돌을 던져?

경자 제대로 창피 좀 사라고 그랬다!

남희 ! ..이 늙은 게 곱게 미칠 것이지...야!

경자 뭐!

E 서로 엉겨서 옥신각신하는 남희와 경자소리에 상철 뛰어 들어 와 말리고 ... 머리채 잡혀서 소리지르는 남희...

M. 브릿지

미애 어머, 어머 정수리가 훤 하세...(아차 싶고) .. 안 그래도 서로 늙어가 는 처지 날마다 머리숱도 주는데 머리채는 왜 잡어 잡길...

남희 자기가 그 때 안 뛰어들어 왔으면 나 이미 대머리됐네. 경자 고것이 어 찌나 장산지 상철씨는 상대가 안 돼. 팔 한 번 휘두르니까 저만치 나가 떨어지는 게...

미애 안 그럴 것 같은데 왜 자꾸 그러는지....젊어서 고생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다 여기세요.

남희 고생으로 치면 선숙이나 혼자 애들 키운 미애 자기가 훨씬 더 했지. 경 자 지가 뭐?....아 착실한 남편이 월급 꼬박꼬박 가져다 준 거 다 아는 데...고생은...

미애 클 때 고생을 좀 했어요? 그 시대에도 식모살이는 젤로 서러운 거 였 잖아요. 그것도 타지에 와서.

남희 그것도 내 탓이구만 이제..

미애 (웃는) 귀히 크신 분이 접어주세요.

남희 좋게 말로 풀려고 왔는데 말로는 안 될 종자야... 이젠 이렇게 개처럼 덤비는데 나라고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 한번 만 더 그러면 정말 경 찰 부를 거야.

미애 또 그러겠어요...

남희 ... 갔어. 걔는...

미애 ! ...그래요...

혹시 제가 그 사람 생모라고 생각하시는....

남희 (O.L) 안 해, 안 해! 내가 자길 몰라?

그냥..나도 그 때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말이 나 온 거야. 왜 그런 거 있잖아, 두 연놈을 붙잡고 둘이 뭐 했냐고 종주먹 을 대고 싶지만 .. 실상 내가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이제라 도 물어보고 싶었나 봐. 알잖아? 내 성질..(웃는)

미애 제주도 관광왔다고 그랬어요. 그래 나도 그런가 부다 했지...날 보러 왔 을 거라곤 생각도 안 했어요. 그런데 딱히 관광지도 없는 우리 동네서 자꾸 얼쩡거리니까 동네 사람들 보기도 부끄럽고... 우리 엄마도 첨엔 애 딸리고 혼자 된 딸 좋다는 사람 있으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거기다 가 제주도까지 쫓아온 걸 보면 깊은 마음이구나 싶으신 거였죠. (훗) 유부남이라고 했더니....(웃는)

남희 그랬더니?

미애 작대기에 맞아 죽을 뻔 했어요. (웃는)

남희 꼬시네.

미애 (더 크게 웃는)

남희 그 때 찾아갈 수 있는 친정 있는 자기가 참 부럽더라... 돈 주고도 못 사는 게 그거잖아. 난 괜히 서울가서 돈 지랄이나 하고... 가족들에게 젤 큰 죄인이니 가족들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맘 붙일 데가 없더 라고.

미애 친정 엄마가 큰 힘이 돼 주셨죠. (갑자기 울컥) 아구, 또 엄마 얘기하 니까 눈물 날라 그러네...

남희 (당연하지)... 늙어도 기억은 안 늙나 봐..

미애 ... 희미해지면 .. 가겠죠.

남희 맞네.

남희, 미애 같이 웃는.

M.브리지

E 도로 소음

남희 (통화 중) 거기...한의원 앞에서 만나. 니 말대로 고기근이나 들고 갔다 가 괜히 날벼락만 맞고.. 손목이 시큰 해 죽겠어. 점심은 니가 사. ..그 래 나 지금 버스 타러 나왔으니까...그래. (끊는)

E 고롱고롱 코 고는 소리.

남희 뭐야.

웬 늙은이가 버스 정류장에서 자고 있어? 아고, 술 냄새...이 봐 요, 이 봐...여기서 자면 어째요..늙은이 이러다 골병...

E 취해서 끙대며 돌아눕는.

남희 뭐야.


이 구역의 미친 사랑 (2016/10/14) (2 - Audio ~19:38) Crazy Love in the Zone (10/14/2016) (2 - Audio ~19:38)

...우리 집 양반은 직접 터미 널에서 대면까지 하고 와서는 먹지도 못 하는 술을 진탕 마시고는 산 에 가서 뻗었잖아요. ...My family went face-to-face at the terminal, drank alcohol that he couldn't eat, and then went to the mountain and stretched out. 지금...내가 속상해서 진짜..

남희 ...산에 가서 뻗다니?

금주 돌아가신 아주버니 산소 앞에 가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라고요 ...저 러다 늙은이 잡겠다고요.

남희 뭐어?

M. 브릿지

E 급하게 오는 남희의 숨소리, 발소리. 산 새 소리. 문흡 흐느끼는 소리(OFF →ON)

남희 작은 서방님 뭐 하세요? 여기서...

문흡 (약간 취한, 떨떠름) 형수님이 여기까지는 웬일이세요?

남희 나야, 내 남편 산손데 언젠들 오죠. 작은 서방님은요?

문흡 ..불쌍한 우리 형님... 저 세상에서도 뒤숭숭하실 거 같아서 술 한 잔 올렸습니다. 제가!

남희 뭐가 불쌍하고, 뭐가 뒤숭숭한데요?

문흡 (버럭) 아 몰라 물으세요?

남희 모르니까 묻지요.

문흡 ..그래요. 그 걸 알면 우리 형수님이 아니지요. 아냐...

남희 (짐짓) 왜요? 나랑 사는 거 힘들다고 그랬어요? 우리 집 양반이...살아 생전에?

문흡 ! 아구 야...! (가슴 퍽퍽치는)

남희 ...

문흡 나 진짜 이제 와 얘기지만 형님한테 이혼하라고, ..내 혀가 닳는 거 였으면 두 번은 닳아 없어졌을 겁니다.

남희 ....

문흡 솔직히 우리 형님 형수님이랑 살면서 온 읍 전체가 다 아는 바보된 거 사실이잖아요? 그래요, 딱 까놓고 우리가 형수님 재산 덕 본 건 사실입 니다. 사실이에요. 하지만 돈이 답니까? 돈이 다예요?

남희 ... 왜 이혼 안 했을까요?

문흡 으휴....돌아가신 사돈어른이랑 한 약속이 있다고 그런 거 아닙니까!

남희 ! 약속? 우리 아버지랑요?

문흡 네! 사돈어른이 그러셨답니다. 우리 딸 좀 잘 부탁한다고...아무리 봐 도 우리 딸이랑 같이 살 남편은 자네 밖에 없는 것 같다고 ... 다 내가 자식을 잘 못 키운 탓이니 나를 봐서...딸을 예쁘게 봐 달라고.

남희 에?

문흡 더 없이 심성 고운 사람이란 걸 알아보신 것이죠. 사돈어른께서. ....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혼자 화를 삭이면서...난 솔직히 자식들 생각 해서라도 헤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엄마란 모름지기 자식들 본이 돼 야 하니까요. 형수님이 본 되는 엄마는 아니었잖아요? 그러면 뭐..엄마는 엄마로 있어주면 되는 거라고... 부처님 사리를 삶아먹은 것 같은 소리만 해대고....

아고, 형님, 그 끝이 이 꼴이요.그 끝이....흑흑...

브리지

E 도로 소음, 차들 지나다니는.

남희 흐흠....(걷는)

(남희 회상)

문구 당신이...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다면 나도 안 참았을 거요.

젊은 남희 (표독) 그런 사람이라니, 어떤 사람요? 확실하게 말을 해요.

문구 흠...허지만.... 나랑 살면서, 살다보니까 그런 거니까...나도 아주 탓이 없다고는 못 허는 거고... 내 몫이 있는 거지. 내가져야 할 내 몫이....

남희 (혼잣말)심지 약하고, 출세욕도 없고, 사내다운 기개는 약에 쓸래도 없 는 사람인 줄만 알았더니..(진짜 남자 였다는)

E 택시 다가오는, 서고, 차창문 내리고

선숙 언니, 남희 언니!

남희 어, 선숙아..

선숙 어딜 걸어가요? 타요. 가는데 까지 태워다 드릴게.

남희 아냐...시동생이랑 동서가 태워준다는 걸..걸어간다고 했어.

선숙 타라니까. 늙은이가 갓길로 그렇게 걸어다니면 사람들 다 싫어해요. 타 요 얼른!

남희 (웃는) 그래.

E 택시 문 열고 닫히고 출발하는.

선숙 기사님, 저 터미널에 내려 주시고 이 언니 집까지 부탁드려요.

기사 네.

남희 가는구나.

선숙 가야죠.

남희 조심해서 가라. 너 왔는데 따듯한 밥 한 끼 못 해 줬다.

선숙 아구, 언니,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건강하세요.

남희 너도, 건강하고.

선숙 참, 그 구종찬 아들은 갔어요?

남희 아니, 집에...

선숙 왜 안 가고 그러고 있어요? 남의 집에...

남희 (농담)내 아들 아니구?

선숙 아구, 언니 .. 뭐 내가 아주 언닐 의심 안 한 건 아닌데.. 그래도 그럴 사람은 아니란 건 믿수.

남희 (웃는)

선숙 하여간 그 오빠는 젊어서도 좀 그러더니..

남희 뭐가 좀 그랬는데?

선숙 무책임하고 기분파고 이기적이고.... 난 오히려 언니한테서 떨어져 나가 니까 좋았어요. 사실. 그 때도 말은 안 했지만.... 사람이 누구 눈치도 좀 보고, 조심도 좀 하고...그러는 게 맞는데, 그 사람은 도통...언니는 그런 게 멋지게 보이셨으려나?

남희 (픽)

선숙 건강할 때 서울 한번 오세요.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봐 둬야죠. 이 좋 은 세상. 안 그래요?

남희 고맙다.

선숙 경자가 걱정이에요. 남편을 어찌나 잡아대는지... 내가 상철씨 보기 무 색해서 혼났네요.

남희 아니, 경자 걔는 ..아니야. 부부 일 부부 밖에 모르는 거지 ...

E 택시 달리는.

브리지

E 현만, 설거지 다 하고 고무장갑 벗는.

남희 ..하루 이틀 한 설거지가 아니네.

현만 저야말로 얼마 만에 이렇게 맛있는 아침을 먹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남희 결혼하면 되지....

현만 커피 마실까요? 제가 타겠습니다.

남희 아니..그러지 말고 이리와 앉아 봐요.

현만 (와 앉는)

남희 진짜 여기 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현만 아, 네에...

남희 혹시나 생모 소식 궁금해 온 거면 잘못 알..

현만 (E 가방 끌어와 열고 서류 봉투 부스럭 거리며 꺼내는) 이거 좀 봐 주 십시오.

남희 뭔가? 이게...(E 봉투 열어보는)...사업계획서?

현만 네.

제가 3년 전부터 구상 해 온 사업이 있거든요. 괜히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요, 제가 그 분야에서 1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실 무도 익혔고, 시장조사고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전망은 정말 확실합니 다. 근데 제가 자본금 마련이 어려워서 착수를 못 하고 있거든요, 정말 대박 아이템인데...그러니까 이게 뭐냐면요 유기농 제품 유통업인데요. 저는 말 그대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 해 주고 ...말하자면 일종의 소셜커머슨데요..

남희 잠깐! 잠깐!

현만 ....

남희 나한테 왜 이런 소릴 하는데?

현만 아버지가 그러셨거든요. 황남희라면 너에게 투자를 할 것이다! 일단 사 업계획서를 확실히 써서 들고가라. 아버지가 살아오면서 본 그 많은 사 람들 중 배포가 가장 큰 사람이 황남희였다. 웬만한 남자들은 명함도 못 내민다. 그 분 재산은 화수분이다!

남희 ! 화수분?

현만 네.

남희 내가 일찍이 파산 했다는 소식은 서울까지 안 전해졌나 봐요. (E 봉투 다시 밀어주는)

현만 한두 번 파산으로는 끄떡없는 규모라고도 하셨습니다!

남희 (짜증) 대기업도 파산하는 마당에 내가 뭐! 화수분 같은 소리하네. 저리 치워! (E 봉투 집어던지는)

약 오르는 브리지

(남희 정임과 통화 중)

정임(F) (까르르 웃는)

남희 웃지 마.

정임(F) (또 웃는) 언니 인생 참 .... 늙은이 심심 할 새가 없수.

남희 잘 아는 무당 없냐 아무래도 굿을 하던가 해야지 원.

하여간 여자 맘 아프게 한 놈들치고 제대로 된 놈 없다. 그 아들 녀석 이 뭐래는 줄 아니? 줄줄 울면서 지네 아버지 죽기 전 마지막 유언과 같은 말이었다나....아침에 일어나 보니 수면제 한통을 다 들이켰더란 다.

정임(F) 아구....어째...쯧쯧...

남희 아, 왜 그 불쌍한 애를 나한테 보내느냔 말야....도와주고 싶어도 뭐가 있어야 도와주지...젊어서도 이기적이더니, 끝까지 그래. 끝까지...

정임(F) 사람 잘 안 바뀐다는 거 늙으니까 더 확실히 알겠지 않우.

남희 그래. 경자 고것이 신나서 입 초사 떨어댔지? 내가 낳아 버린 아들이라 고.

정임(F) (웃는) 왜 아니유? 그러느라 요즘 언니네도 안 쫓아가는 거 아 뉴?

남희 ....그 많던 재산 거덜 낸 내 복이 다 그렇지 뭐, 뭘 바래...

정임(F) 내 땅 내가 파는데 누가 뭐라냐고 큰소리치며 팔아 제꼈으면 서..

남희 그래.내가 그랬다. 내가 그랬어. 경자한텐 당분간 암말 마라. 걔 간 줄 알면 언제 쪼르르 쫓아올지 모른다.

정임(F) (웃다가) 참, 우리 집 양반이 그러는데 상철씨 얼굴이 안 좋더라 는데?

.. 맞고 산다는 말이 있다네.

남희 맞아? 누가? (헉) 상철씨가?

경자 고것이 남편을 친단 말이야? 그 착한 남편을?

정임(F) .. 그렇다네요.

남희 미쳤구나, 미쳤어. 다 늙어서 알콩달콩 살 일이지...난 그렇게 성에 안 차 하던 남편도 가 버리고 나니까 이렇게 맘이 아프고 미안하고 그렇 구만....복에 겨웠구나...

정임(F) 언니 정말...상철씨랑 뭔일 있었던 건 아니우?

남희 너까지 뭔 소리야? 내 스탈 몰라?

정임(F) 아니이...젊어서 언니가 좀 위험인물이었어야지. 이 시골에서...

남희 위험인물?

정임(F) 맞잖수? 사실 나도 이제 와 얘기지만, 우리 집 양반 얼마나 단 속했게? (웃는)

남희 ! 단속을 했다고?

정임(F) 우리 집 양반 언니 스탈이잖수?

남희 ! (틀린 말 아니고)

정임(F) 남들 말 듣기 싫음 조심하라고 했더니 딱 알아듣고, 그 때부터 사람들 이랑 어울려 언니네 가는 것 안 합디다. 안 그랬음 저 사람이 투표로 뽑는 자리까지 갈 수 있었겠수?

남희 ...

정임(F) 언니, 기분 상한 것 아니지요? 언니? 기분 상했수? 언니? (웃 는) 그러지 말고 경자한테도 쇠고기근이나 사서 한번 가 봐요. 언니는 몰라도 뭔가 오해한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네? 언니..

남희 (좀 충격받은) ... 그래. 끊자. (전화 끊는)

이 기집애가.... 평생 사모님 소리 듣고 살더니 사람 알기를....

흠...(깊은 한 숨) ... 어구, 황남희 너 산 게 딱 이 만큼이다, 딱 이 만 큼이야...

브리지

E 개 짖는 소리

남희 있어? 경자야? 경자....

E 마루 미닫이문 열고 나오는.

상철 누구....오, 오세요?

남희 계셨네요. 경자 아니...영호 엄마 있어요?

상철 잠깐 나갔어요. ..금방 올 겁니다.

남희 네....얼굴이 왜? 눈이...

상철 (당황)아... 형, 형광등 갈다 부딪쳐서...

남희 아, ...그래도 눈에 든 멍은 오래 가든데....달걀이라도 써 보세요.

상철 네....

경자 (들어오며) 내 집에서 뭣들하는 수작이야?

상철 !..와?

경자 오지 그럼? 어디로 꺼져 줬으면 했나보네.

상철 사람 거....말 하는 거 하곤...흠흠...

경자 선수 쳤네. 내가 갈 까 봐 .. 귀한 손님 대접하느라 바쁘실 텐디...

남희 (참으며) 너 나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편히 하라고 내가 왔다.

경자 말은....뭐야 이건 또...(봉지 부스럭 거리는)

비싼 소고기는 뭐하러 사와...하긴 뭐 지 버릇 개 줄까...그 많던 재산 다 날리고 농협에 진 빚이 수천이라면 안 믿지. 못 믿지..사람들이..

남희 (앉으며) 됐으니까...와서 여 마루에 앉아 봐.

경자 (앉고) 할 말 빨리 하고 가

남희 네가 나한테 할 말 있잖아. 소리 지르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 해 봐.

경자 없어. 무슨 할 말이 있어?

남희 그럼 이유없이 행패를 부렸다는 거냐

경자 그냥 가슴속에서 분이 좀 올라와서 .. 분 좀 가라앉으라고 그랬다.

남희 (어이없고) 뭐야? 너 진짜 노망났냐

경자 (소리)저 인간이 언니한테, 아니 당신한테 어지간히 깍듯하고 예의를 차리고 말도 잘 나누고 그랬잖아! 젊어서부터...

남희 그게 뭐?

경자 (소리)저 잘난 인간이 나랑은, 나한테는 한번도, 30년 넘게 같이 산, 온 갖 고생 다 시킨 나한테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이 말이야!

남희 그것이 사흘 연속 나를 욕보인 이유라고?

경자 당신이 나 보다 나은 게 뭐야? 여학교 나왔다는 거? 그럼 뭐해? 행실 이 지랄인데? 그래도 무식한 나 보다는 말 통하는 당신이 낫다 이거겠 지. 그래, 저 인간, 아버님, 어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시지만 않았으면 지 네 집 식모 출신인 나한테는 죽었다 깨도 장가 안 왔을 거라는 거 나 도 알아. 아는데... 알아도! 분이 나는 건 나는 거야...새끼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시동생들 셋을 걷어 멕였는데 내가 다 늙어서도 이런 대접 참고 살 줄 알았어? 참을 줄 알았냐고?

남희 너 미쳤냐? 그런 거는 부부 둘이서 알아서 할 일이지 애꿎은 나한테 왜 돌을 던져?

경자 제대로 창피 좀 사라고 그랬다!

남희 ! ..이 늙은 게 곱게 미칠 것이지...야!

경자 뭐!

E 서로 엉겨서 옥신각신하는 남희와 경자소리에 상철 뛰어 들어 와 말리고 ... 머리채 잡혀서 소리지르는 남희...

M. 브릿지

미애 어머, 어머 정수리가 훤 하세...(아차 싶고) .. 안 그래도 서로 늙어가 는 처지 날마다 머리숱도 주는데 머리채는 왜 잡어 잡길...

남희 자기가 그 때 안 뛰어들어 왔으면 나 이미 대머리됐네. 경자 고것이 어 찌나 장산지 상철씨는 상대가 안 돼. 팔 한 번 휘두르니까 저만치 나가 떨어지는 게...

미애 안 그럴 것 같은데 왜 자꾸 그러는지....젊어서 고생을 하도 많이 해서 그런다 여기세요.

남희 고생으로 치면 선숙이나 혼자 애들 키운 미애 자기가 훨씬 더 했지. 경 자 지가 뭐?....아 착실한 남편이 월급 꼬박꼬박 가져다 준 거 다 아는 데...고생은...

미애 클 때 고생을 좀 했어요? 그 시대에도 식모살이는 젤로 서러운 거 였 잖아요. 그것도 타지에 와서.

남희 그것도 내 탓이구만 이제..

미애 (웃는) 귀히 크신 분이 접어주세요.

남희 좋게 말로 풀려고 왔는데 말로는 안 될 종자야... 이젠 이렇게 개처럼 덤비는데 나라고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 한번 만 더 그러면 정말 경 찰 부를 거야.

미애 또 그러겠어요...

남희 ... 갔어. 걔는...

미애 ! ...그래요...

혹시 제가 그 사람 생모라고 생각하시는....

남희 (O.L) 안 해, 안 해! 내가 자길 몰라?

그냥..나도 그 때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말이 나 온 거야. 왜 그런 거 있잖아, 두 연놈을 붙잡고 둘이 뭐 했냐고 종주먹 을 대고 싶지만 .. 실상 내가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이제라 도 물어보고 싶었나 봐. 알잖아? 내 성질..(웃는)

미애 제주도 관광왔다고 그랬어요. 그래 나도 그런가 부다 했지...날 보러 왔 을 거라곤 생각도 안 했어요. 그런데 딱히 관광지도 없는 우리 동네서 자꾸 얼쩡거리니까 동네 사람들 보기도 부끄럽고... 우리 엄마도 첨엔 애 딸리고 혼자 된 딸 좋다는 사람 있으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거기다 가 제주도까지 쫓아온 걸 보면 깊은 마음이구나 싶으신 거였죠. (훗) 유부남이라고 했더니....(웃는)

남희 그랬더니?

미애 작대기에 맞아 죽을 뻔 했어요. (웃는)

남희 꼬시네.

미애 (더 크게 웃는)

남희 그 때 찾아갈 수 있는 친정 있는 자기가 참 부럽더라... 돈 주고도 못 사는 게 그거잖아. 난 괜히 서울가서 돈 지랄이나 하고... 가족들에게 젤 큰 죄인이니 가족들한테 하소연 할 수도 없고... 맘 붙일 데가 없더 라고.

미애 친정 엄마가 큰 힘이 돼 주셨죠. (갑자기 울컥) 아구, 또 엄마 얘기하 니까 눈물 날라 그러네...

남희 (당연하지)... 늙어도 기억은 안 늙나 봐..

미애 ... 희미해지면 .. 가겠죠.

남희 맞네.

남희, 미애 같이 웃는.

M.브리지

E 도로 소음

남희 (통화 중) 거기...한의원 앞에서 만나. 니 말대로 고기근이나 들고 갔다 가 괜히 날벼락만 맞고.. 손목이 시큰 해 죽겠어. 점심은 니가 사. ..그 래 나 지금 버스 타러 나왔으니까...그래. (끊는)

E 고롱고롱 코 고는 소리.

남희 뭐야.

웬 늙은이가 버스 정류장에서 자고 있어? 아고, 술 냄새...이 봐 요, 이 봐...여기서 자면 어째요..늙은이 이러다 골병...

E 취해서 끙대며 돌아눕는.

남희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