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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무대: 2016 10월 - 11월, 하숙생 (2016/11/11) (1)

하숙생 (2016/11/11) (1)

1. 작의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 슬픔을 공유하지 못한 채 서로를 외면했던 사람들이 26년 만에 다시 만났다. 서로를 용서하기 위해, 혹은 서로를 보듬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그들의 화해를 그려보았다. 2. 등장인물 김성환(47) 방송사 보도국 팀장. 앵커오디션을 앞두고 있다.

한경수(47) 자영업자. 경상도 사나이 윤용재(47) 고교 교사. 의대를 자퇴하고 사범대에 진학했다.

조욱형(47) 상조회사 직원. 사건을 소문낸 장본인 우여사(40대후) 하숙집 아줌마. 진영(19) 우여사의 외아들. 익사사고로 사망.

미영(50) 우여사의 딸. 여행작가.

혜진(45) 성환의 아내.

우영만(70대) 우여사의 오빠 김기자(30대) 보도국 기자 그 외 젊은 성환, 경수, 용재, 욱형(21), 젊은 미영(24), 60대 아줌마1,2. 오피디(40대), 모텔직원, M) 시그널 E) 보도국 내부 소음들. 성환 개그 하냐?

기자 예? 뭐요?

성환 압수수색하러간 검찰수사관들한테 ‘상자 안에 뭐들었습니까?' 이 따위 질문이 왜 필요해? 걔들이 산타야? 이사짐 풀어?

기자 아~ 난 또 뭐라고. 현장감 있고 좋잖습니까?

성환 퍽이나! 일드 미드 좀 그만 봐. 드라마 찍는거 아니다, 응?

기자 그래도 분당 시청률은 제 리포트가 제일 높았잖습니까?

성환 꼴값을 떨어요. 니가 잘해서냐?

막장 아이템 제공해준 높으신 양반들 덕이지.

기자 앵커오디션 때문이에요? 까칠하시네. 지적질을 다 하시고.

성환 시끄러, 그리고 리포팅할 때 그 시커먼 코트 입지 말랬지?

기자 왜요! 신뢰감 백퍼! 딱 정치부 기자 필 나잖아요.

성환 백수가 작은아버지 코트입고 상가집 가는거 같어.

E) 사무실 전화벨소리 성환 당장 버려!!! 기자 왜요!! 그거 비싼거예요.

성환 (전화받고) 네, IBS 보도국 김성환입니다.

경수F) 성환아, 내 경수다, 한경수.

성환 (반갑게)어어어, 경수야. 오랜만이다.

실내 골프장 한단 얘기 듣고도 못 가봤네. 잘 돼?

경수F) 얼렁뚱땅 굴러는 간다. 통화 괜찮나?

성환 응. 말해.

경수F) 왕십리 어무이가 돌아가셨다카네.

성환 뭐?

언제? 왜?

경수F) 오늘 새벽에. 암이셨다카더라.

성환 (깊은 한숨)휴우...어떻게 연락받았어?

경수F) 욱행이가. 니 시간되믄 같이 갈수 있나?

성환 (망설이는)어...그래..가야지.

M) 브릿지 E) 자동차 운전중. 성환 (통화중인)단양. 누구라고 말해도 당신은 몰라.

(듣고) 걱정 마. 낼 모레야. 아직 시간 있어. 글쎄 알았다고.

끊는다. (끊고) 경수 마누라들은 상가집 간다카면 뭔 말이 그리 많은가 모르것다. 성환 나랑 애들을 자기 손에 꼭 쥐고 살려고 해.

어디서 별별 정보를 다 얻어 와서 삼부자를 달달 볶는다.

경수 우리마누라는 얼라들 대학 보내더니 완전 자유부인 되뿌서 집에 계시질 않는다. 오늘은 스키 배운다꼬 강원도 갔다.

성환 좋네 뭐. 근데 욱형인 어떻게 연락이 된거지?

경수 글마 학교때 부터 정보통에다 한 오지랖 안했나.

덕분에 이케 연락 닿았으니 쭉쟁이는 아닌갑제?

성환 욱형이 고향이 제천이지?

경수 맞다! 그라서 제천단양 오가다 어무일 만났겠네. 맞다 맞어.

근데 니 그 후로 정말 조욱행이하고 연락 안했나?

성환 응. 너 결혼식 때 잠깐 본게 다야.

경수 대단들허다. 어무이가 하숙집 동기들을 모아주시네. 26년만에.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우여사 아이스박스에 쌀하고 김치랑 파절이랑 상추랑 된장이랑 넣었으니까 뚜껑 안 열리게 잘 들고 가. 지난번처럼 길바닥에다 패대기치지 말구.

젊은경수 어무이, 그땐 욱행이 절마가 자빠지는 바람에요.

젊은욱형 너 똥싸는거 기다리다 뛰느라 그랬잖아. (기침하는) 젊은경수 니 약 안 뭇나? 정말 못 가겠나?

젊은욱형 못가가 아니라 안가. (콜록콜록) 군대는 너만 가냐?

사내자식들끼리 뭔 이별여행?

젊은경수 허~ 나쁜 새끼, 의리는 밥말아 뭇나.

진영 (나오며)아~ 나도 가고 싶다. 대성리.

우여사 가긴 어딜 가! 낼모레 모의고사라며!

진영 우여사니이님~ 나 공부 다했는데, 더 풀 문제집도 없는데~ 우여사 쯧!! 안 들어가?

젊은용재 어머니, 진영이도 데려갈까요?

우여사 에이구~ 아냐. 귀찮게 애를 뭐하러... 진영 엄마!! 젊은용재 하루 놀게 해주시죠. 요새 진영이 공부 열심히 했어요.

한눈 안 팔고.

우여사 정말? 믿어도 돼?

젊은경수 어무이! 용재요, 용재!!!

우여사 헤헤. 하긴 우리 과외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진영 고마워 형! 아니 선생님!

우여사 너 가서 나대지 말고 조신히 놀다와! 형들 귀찮게 하지말구.

진영 옛썰~ 경수형! 기타 갖고 올게, 잠깐만 기다려. (방으로 가고) 우여사 술 많이 먹지들 말어! 특히 경수!! 낼모레 훈련소 가야잖어.

젊은경수 걱정마이소! 충성!

우여사 근데 성환이는 어째 얼굴이 그러냐? 너도 감기야?

젊은경수 절마 또 차였다 안카요 우여사 또? 이번엔 누구? 어떤 못난이가 우리 잘생긴 성환일 찼을까?

눈이 삐었네.

젊은성환 아니에요. (경수와 투닥거리는) 우여사 (등짝 때리며)인마! 세상에 반은 여자여.

대성리 가서 쭉쭉 빠진 예쁜 여학생 하나 업어와!

진영 (나오며)엄마, 나도 업어 와도 되지?

우여사 저저저!!!

진영 갔다올게 우여사아아앙~ 일동 다녀오겠습니다 M) 브릿지 E) 간간히 곡소리, 불경소리 들리는 장례식장 경수 (다가오며)어이~ 조욱행이, 올만이네. 욱형 어, 이제들 오냐...(어색한) 성환아 고맙다 와줘서.

성환 (머쓱한)응. 수고가 많네.

경수 문상객이 별로 ?나? 조용하네?

욱형 진영이 친가하곤 왕래가 없으시고.

여기가 친정이래도 남매뿐이시라 그냥 동네 분들만 오셔.

E) 핸드폰 벨소리 성환 (얼른 끄며)미안..잠깐만 먼저 들어가. 전화 좀 하구. (걸어가면) 욱형 (못마땅한)매너하군. 뭘 여기까지 와서 바쁜 척이냐?

경수 놔 두라. 이번에 팀장 달았단다. 이해해라 마.

욱형 쳇, 저러다 또 도망치는거 아냐? 죄지은 놈이 제발 저려서?

경수 고마 치아라. 오는 내동 한숨만 쉿다. 말도 한마디 안 카고.

욱형 할 말이 없겠지.

경수 어허! 용재는 오나?

욱형 응. 교장연수 받는 중이라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더니 점심 지나서 출발한다고 전화왔더라. 경수 글마가 벌써 교장한다꼬?

욱형 응. 의대 때려치고 선생한다고 할 때, 어디 산골분교로 가려나 했더니 완전히 출세했더라. 애가 변했어.

경수 잘 됐구마. 조문은 누가 받는데?

욱형 진영이 외삼촌 혼자. 조카들은 잠깐 왔다가들 가고.

경수 미영이 누야가 제 시간에 와야 할낀데.

E) 차안 성환 (통화중인)하숙집 친구들도 다 왔어. 혜진F) 친구 누구?

성환 말해도 몰라.

혜진F) 당신 담배 피웠지? 목소리 갈라지는데?

성환 안 피웠어요!! 끊어, 들어가 봐야 해.

혜진F) 술 안 돼! 담배도 안 돼!

다크서클 생기면 안 되니까 밤새지 말고 들어와. 응?

성환 이따 연락할게.

E) 차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 성환 (문 내리며)네, 무슨 일..(하다가) 어? 용재?

용재 성환이 맞구나? 들어가다 보니까 너 같아서. 뭐 하냐 여기서?

E) 차에서 내리는 소리 성환 잠깐 전화 좀 하느라고. 잘 지냈어?

용재 그렇지 뭐. 아직도 담배 피냐?

성환 끊게 잘 안되네. 고등학교에 있다며?

용재 응. 교장연수 받으러 다니느라 정신없다.

근데 뉴스에서 맨날 봐서 그런가? 넌 어제 본 사람 같다?

성환 봤어?

용재 봤지 그럼. 너 신입기자 할 때부터 계속.

성환 고맙다. 잊지 않아줘서.

용재 어떻게 잊어? 넌 우리, 그리고 진영이, 어머니. 잊을 수 있어?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E) 민박집 여름 야외 저녁, 멀리서 강물 소리...‘ E) 담다디' 기타반주 소리 진영 (음치다)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담 젊은경수 일마야! 그놈에 담다디 고마 치아삐라!!

것도 노래라꼬. 멀대같은 가스나..이상은이? 가는 또 뭐꼬?

젊은용재 냅둬. 쟤 이상은이가 다니는 대학 간다잖냐.

젊은경수 절마 눈이 ?고마. 여자를 고를라면 딱 미영누야처럼 참하고 잘 웃고 예쁜 여잘 잡아야지. 어데 가스나가 없어서 선머슴 같은 앨 쫓아 댕기노? 진영 우리 누나요? 으와~ 형들 속고 있는거라니까!!

제발 참아주세요, 형들이 우리 누나 실체를 알면 젊은성환 (조금 취했다. 말 자르며) 니가 여자를 알어?

젊은경수 일마 또 시작했다. 차일 때 마다 아주 그냥 책 한권을 쓴다.

젊은성환 진영아!!!

진영 네, 형니임~ 젊은성환 자고로 여자란 말이다. 젊은용재 야, 성환아. 군대 가는 애 앞에서 ‘여자'는 금기어다. 경상도 싸나이 가슴에 불 지르지 말고 고기나 먹어.

젊은성환 윤용재. 연애도 못해본 놈은 빠져.

젊은용재 누가!!

젊은경수 괜찮다. 야는 의사 될거니까 연애 몬해도 된다.

까운 입으모 여자들이 줄 선다.

진영 와~ 나도 의대 갈까?

젊은경수 윤용재!! 니 공부 열심히 해야 된대이.

안 그러면 평생 혼자 살아야 된다. 내 말 명심하그래이!

젊은용재 너는 임마 잘났냐?

젊은경수 니 보단 낫제! 키도 크고. 갑빠도 빵빵하고!

젊은성환 놀구들 있네. (끙! 하며 일어서다가 비틀하는) 어이쿠~ 젊은용재 어어어?? 얘 언제 이렇게 많이 마셨냐? 정신차려!

젊은성환 나 안 취했어! (다시 일어서는) 젊은경수 날도 어우운데 어데 갈라꼬? 삼겹살 다 탄대이. 얼른들 묵자 (우걱우걱) 젊은성환 (가며)물 빼고 와서 다~ 먹을거다. 딱 기다려.

젊은경수 박진영이, 니 햄 따라 가봐라. 절마 또 남의 술판 엎고 올라.

진영 알겠심더! (담다디 노래하며 멀어지는) E) 장례식장, 앉아서 술 따르는 소리 경수 어무이 언제부터 단양 사신기가? 용재 욱형이가 알텐데 나 아직 걔 얼굴도 못 봤다.

경수 다른 병원에도 상조회사 고객 부고가 있어서 지금 두 탕 뛰는 중이라 카더라. 용재 조욱형 완전히 달라졌네. 그 뺀질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한다니? 경수 내말이! 오죽했음 어무이가 절마 일하는거 보시고 당신 장례를 부탁하셨겠노. 친절봉사가 완전히 몸에 뱄다 아이가.

성환 어떻게 만나신건데?

경수 고객 상가 안 있나. 어무인 거기 일 도와주러 오셨었고.

용재 아하... 경수 내는 어무이가 욱행이 상조회사 영업에 넘어가셨구나 생각했는데 조욱행이 일하는거 보니까네 그게 아이네. 용재 그러게. 욱형이 아니었음 우린 부고도 모르고 지나갈뻔 했어.

성환 난 단양 계신거 알고 있었어.

경수 진짜가? 언제부터? 어떻게?

성환 작년 여름에 고향탐방 프로그램에 잠깐 나오시더라구.

용재 (못마땅한)그러고 끝이냐?

성환 (당황한)어?

용재 야, 기자면 사실 확인을 해봤어야지. 찾아가 보든가.

성환 아...그게.

경수 일부러 찾아 뵙는게 어디 쉽나? 막말로 부모님 얼굴도 일년에 서너번 보는 판에. 용재 그거랑은 다르지! 더구나 김성환 너는.

경수 (말리는) 야야 고마해라, 고마하고 한잔 따러바라.

아줌마1 (곡하며 다가오는)아이구, 불쌍한 형님, 밤새 안녕이라더니 이게 뭔 날벼락일까나. (앉고) 아줌마2 (앉고)그러게 말이유. 노인네들 고독사니 뭐니 뉴스에나 나오 는 얘긴줄 알았더만 그 착하디 착한 우리 성님이 이리 가실 줄 상상도 못했네.

아줌마1 (울음 삼키며) 여기 밥 좀 줘요. (코풀며) 딸내미는 아직도 못 오나보네. 중국이 그렇게 먼가?

경수 누야가 좀 외진데 살아서 그카요.

기차 탔다니까 낼 저녁쯤에 올깁니더.

아줌마1 그래요? 근데 어디서 오셨수? 동네 사람은 아닌거 같은데?

경수 옛날에 서울 사실 때 우리 모다 어무이 댁에서 하숙했지요.

아줌마2 아유, 세상에나. 이십년도 전 얘길텐데 이렇게 와주니 고맙네.

아줌마1 그러게. 뭐 좀 들 드셔.

용재 예, 식사하십시오.

아줌마1 근데 저 양반은 어디서 본거 같은데... 아줌마2 보긴 어디서 봐, 서울서 오셨다잖아 아줌마1 아니여. 텔레비전에서 본거 같아. 그죠? 맞죠?

성환 아닙니다.

아줌마1 아닌가?? 형님, 어여 먹읍시다.

용재 난 접견실에 좀 가볼게.

경수 와?

용재 욱형이한테 문자왔어. 외삼촌 쉬셔야한다고 상주노릇 좀 하래.

경수 그래? 내도 가까?

용재 (가면서)나중에.

경수 진영이 장례 때도 용재가 애 많이 썼다카던데.

아! 니도 거기 없었으니까 잘 모르겠고마.

성환 (미안한) 얘기 들었어. 할 말이 없다 내가. 휴우.. 경수 어무이도 용재가 고학생이라꼬 많이 챙기셨제. 진영이 글마도 우리 넷 중에서 용재를 제일 따랐고.

성환 그래. 그래서 쟤가 날 더 원망하는지도 모르겠다.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브릿지 E) 강가, 구경꾼들 웅성거리는 소리, 젊은용재 (성환의 멱살을 잡고) 찾아와! 진영이 찾아 내! 김성환!

젊은성환 (정신놓고 꺼이꺼이 우는) 젊은용재 새끼야! 왜 진영이야!! 니가 뭔데 이 새끼야!

젊은경수 (말리는)용재야, 고마해라! 성환이 죽는다.

젊은용재 진영이 못 찾으면 너 죽여 버릴거야! 김성환 야 이 개새끼!

멍청한 새끼. 술 쳐먹고 거길 왜 들어가, 이 돌대가리야!

젊은성환 미안해, 진영아 진영아 E) 멀리서 호루라기, 잠수부가 무언가를 끌고 강가로 나오는... 행인 찾았다!!! 잠수부 나왔어요!! 저기다!!

젊은용재,경수 (달려가며)진영아!!!

젊은성환 (주저앉아 우는)진영아..미안해 진영아 E) 구급차소리 E) 장례식장 술자리 경수 (술취한)야, 성환아. 니 아까 용재 자슥 유난떠는거 재수없지 않더나? 성환 무슨 소리야?

경수 지도 십수년 만에 욱행이 연락받고 찾아 온거면서 누가 누구더러 이렇다 저렇다 하는데? 지나 잘하라 그래라 마.

성환 뭘. 틀린 말 아니지.

경수 어머니도 괜찮다꼬, 우리 잘못 아니니 걱정 말라 하셨는데 지가 뭐라고 니가 잘 했네 못 했네 떠드냐 이기다. 성환 속상하니까 그러지.

경수 지만 속상하고 지만 삼가 조의를 표하나?

교장 좋아하네. 재수없는 새끼.

성환 취했다 너.

경수 조욱행이 그 자식은 더하다. 완전히 상주흉낼 다 내대?

날더러 낼 공항 가서 누야 픽업해 오랜다.

성환 그래서 가기로 했어?

경수 안가믄 우짤낀데? 까라면 까야지.

자영업자는 남는게 시간인줄 알더라 절마가.

성환 미안하다.

경수 지야 고객관리차원에서 해야 할일 하는건데 뭔 유세고?

것도 완장이라고 뻐기는기가?

성환 온 김에 도우면 좋지 뭐.

용재 (오며)어우~ 춥다. 커피한잔씩 해.

성환 어, 고맙다 E) 캔 따는 소리 경수 야, 윤용재! 니 의대 그만둔거 후회 안하냐?

용재 (마시며)옛날 얘긴 왜 꺼내?

경수 그때 소문은 니가 진영이 못 살려서 회의를 느낏다..라고 그럴싸하게 났는데 진짜가? 핑계제?

니 맨날 피가 무섭다 했잖아.

용재 야, 나 선생하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까 옛날 얘긴 그만 하자. 경수 (일부러 더) 내는 훈련소에서 넋 놓고 있다가 쥐어터지고 구르고, 성환이도 정신병원까지 들락거렸는데 니는 재수학원 에서 공부가 되드나? 성환 커피나 마셔.

경수 멘탈 좋다, 니? 아니모 진영이 때문에 일부러 선생 됐나?

용재 헛소리 그만해.

경수 뭐가 헛소리고? 엄연한 진실이다. 안 그란가 기자양반?

성환 그만하자, 응?

욱형 (다가와 앉고) 기자양반이 왜 나와? 여기서도 뉴스 하게?

성환 아냐, 경수 취했어.

욱형 한경수! 12시부터 상주노릇 좀 하랬더니 이기 뭐꼬?

경수 걱정마라! 20분만 딱 자고 일어나면 완전 멀쩡해진다.

성환아, 니 차 좀 빌리도.

성환 나 올라가봐야 하는데.

용재 왜? 아침뉴스 안하잖아.

성환 아침에 보도국 전체 회의가 있어.

용재 모레 발인 땐 올거지?

성환 그게 저......가봐야 알겠는데.

욱형 여전하네 김성환.

성환 뭐?

욱형 진영이 발인 때도 입원핑계로 안 와봤잖아.

성환 핑계라니!

욱형 니 아버지가 우리한테 뭐라 하셨는지 아냐? 정신 바짝 차리고 살랬다. 죽은 진영이보다 입원한 아들 걱정이 하늘을 찌르시 더라. 듣는 우리가 민망하게.

성환 그 얘길 왜 나한테 해?

욱형 니 아버지잖아.

성환 야!!

욱형 (어이없는)참나. 내가 이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너 작년에 어머니한테 연락받았다며?

용재, 경수 정말?/진짜가?

성환 휴.. 욱형 아니란 말 못하는거 보니 진짜네. 어머니가 얘 텔레비전에서 보시고 더덕 보내셨댄다. 방송국사람 편에.

이름은 안 밝히셨다지만 그거 알아보는게 일 축에나 껴?

경수 니 아까 전에 텔레비전서 어무이 봤다던게 이거가?

우리한텐 끝까지 말 안 할라꼬 한기가? 와~ 술 깨네.

성환 내가 왜 말해야 하는데?

욱형 뭐?

성환 내가 사죄해야할 사람은 어머니랑 진영이지 니들이 아냐.

용재 (비꼬는)그래, 틀린 말 아니지. 우린 3자야.

아니다. 현장에 있었으니까 목격자인가? 아님 공범?

성환 이러지들 좀 마. 나도 피해자야!

용재 (어이없는)피해? 무슨 피핼 입었는데? 어디 들어나 보자.


하숙생 (2016/11/11) (1) Boarders (11/11/2016) (1)

1\\. 작의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 슬픔을 공유하지 못한 채 서로를 외면했던 사람들이 26년 만에 다시 만났다. 서로를 용서하기 위해, 혹은 서로를 보듬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그들의 화해를 그려보았다. 2\\. 등장인물 김성환(47) 방송사 보도국 팀장. 앵커오디션을 앞두고 있다.

한경수(47) 자영업자. 경상도 사나이 윤용재(47) 고교 교사. 의대를 자퇴하고 사범대에 진학했다.

조욱형(47) 상조회사 직원. 사건을 소문낸 장본인 우여사(40대후) 하숙집 아줌마. 진영(19) 우여사의 외아들. 익사사고로 사망.

미영(50) 우여사의 딸. 여행작가.

혜진(45) 성환의 아내.

우영만(70대) 우여사의 오빠 김기자(30대) 보도국 기자 그 외 젊은 성환, 경수, 용재, 욱형(21), 젊은 미영(24), 60대 아줌마1,2. 오피디(40대), 모텔직원, M) 시그널 E) 보도국 내부 소음들. 성환 개그 하냐?

기자 예? 뭐요?

성환 압수수색하러간 검찰수사관들한테 ‘상자 안에 뭐들었습니까?' 이 따위 질문이 왜 필요해? 걔들이 산타야? 이사짐 풀어?

기자 아~ 난 또 뭐라고. 현장감 있고 좋잖습니까?

성환 퍽이나! 일드 미드 좀 그만 봐. 드라마 찍는거 아니다, 응?

기자 그래도 분당 시청률은 제 리포트가 제일 높았잖습니까?

성환 꼴값을 떨어요. 니가 잘해서냐?

막장 아이템 제공해준 높으신 양반들 덕이지.

기자 앵커오디션 때문이에요? 까칠하시네. 지적질을 다 하시고.

성환 시끄러, 그리고 리포팅할 때 그 시커먼 코트 입지 말랬지?

기자 왜요! 신뢰감 백퍼! 딱 정치부 기자 필 나잖아요.

성환 백수가 작은아버지 코트입고 상가집 가는거 같어.

E) 사무실 전화벨소리 성환 당장 버려!!! 기자 왜요!! 그거 비싼거예요.

성환 (전화받고) 네, IBS 보도국 김성환입니다.

경수F) 성환아, 내 경수다, 한경수.

성환 (반갑게)어어어, 경수야. 오랜만이다.

실내 골프장 한단 얘기 듣고도 못 가봤네. 잘 돼?

경수F) 얼렁뚱땅 굴러는 간다. 통화 괜찮나?

성환 응. 말해.

경수F) 왕십리 어무이가 돌아가셨다카네.

성환 뭐?

언제? 왜?

경수F) 오늘 새벽에. 암이셨다카더라.

성환 (깊은 한숨)휴우...어떻게 연락받았어?

경수F) 욱행이가. 니 시간되믄 같이 갈수 있나?

성환 (망설이는)어...그래..가야지.

M) 브릿지 E) 자동차 운전중. 성환 (통화중인)단양. 누구라고 말해도 당신은 몰라.

(듣고) 걱정 마. 낼 모레야. 아직 시간 있어. 글쎄 알았다고.

끊는다. (끊고) 경수 마누라들은 상가집 간다카면 뭔 말이 그리 많은가 모르것다. 성환 나랑 애들을 자기 손에 꼭 쥐고 살려고 해.

어디서 별별 정보를 다 얻어 와서 삼부자를 달달 볶는다.

경수 우리마누라는 얼라들 대학 보내더니 완전 자유부인 되뿌서 집에 계시질 않는다. 오늘은 스키 배운다꼬 강원도 갔다.

성환 좋네 뭐. 근데 욱형인 어떻게 연락이 된거지?

경수 글마 학교때 부터 정보통에다 한 오지랖 안했나.

덕분에 이케 연락 닿았으니 쭉쟁이는 아닌갑제?

성환 욱형이 고향이 제천이지?

경수 맞다! 그라서 제천단양 오가다 어무일 만났겠네. 맞다 맞어.

근데 니 그 후로 정말 조욱행이하고 연락 안했나?

성환 응. 너 결혼식 때 잠깐 본게 다야.

경수 대단들허다. 어무이가 하숙집 동기들을 모아주시네. 26년만에.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우여사 아이스박스에 쌀하고 김치랑 파절이랑 상추랑 된장이랑 넣었으니까 뚜껑 안 열리게 잘 들고 가. 지난번처럼 길바닥에다 패대기치지 말구.

젊은경수 어무이, 그땐 욱행이 절마가 자빠지는 바람에요.

젊은욱형 너 똥싸는거 기다리다 뛰느라 그랬잖아. (기침하는) 젊은경수 니 약 안 뭇나? 정말 못 가겠나?

젊은욱형 못가가 아니라 안가. (콜록콜록) 군대는 너만 가냐?

사내자식들끼리 뭔 이별여행?

젊은경수 허~ 나쁜 새끼, 의리는 밥말아 뭇나.

진영 (나오며)아~ 나도 가고 싶다. 대성리.

우여사 가긴 어딜 가! 낼모레 모의고사라며!

진영 우여사니이님~ 나 공부 다했는데, 더 풀 문제집도 없는데~ 우여사 쯧!! 안 들어가?

젊은용재 어머니, 진영이도 데려갈까요?

우여사 에이구~ 아냐. 귀찮게 애를 뭐하러... 진영 엄마!! 젊은용재 하루 놀게 해주시죠. 요새 진영이 공부 열심히 했어요.

한눈 안 팔고.

우여사 정말? 믿어도 돼?

젊은경수 어무이! 용재요, 용재!!!

우여사 헤헤. 하긴 우리 과외선생님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진영 고마워 형! 아니 선생님!

우여사 너 가서 나대지 말고 조신히 놀다와! 형들 귀찮게 하지말구.

진영 옛썰~ 경수형! 기타 갖고 올게, 잠깐만 기다려. (방으로 가고) 우여사 술 많이 먹지들 말어! 특히 경수!! 낼모레 훈련소 가야잖어.

젊은경수 걱정마이소! 충성!

우여사 근데 성환이는 어째 얼굴이 그러냐? 너도 감기야?

젊은경수 절마 또 차였다 안카요 우여사 또? 이번엔 누구? 어떤 못난이가 우리 잘생긴 성환일 찼을까?

눈이 삐었네.

젊은성환 아니에요. (경수와 투닥거리는) 우여사 (등짝 때리며)인마! 세상에 반은 여자여.

대성리 가서 쭉쭉 빠진 예쁜 여학생 하나 업어와!

진영 (나오며)엄마, 나도 업어 와도 되지?

우여사 저저저!!!

진영 갔다올게 우여사아아앙~ 일동 다녀오겠습니다 M) 브릿지 E) 간간히 곡소리, 불경소리 들리는 장례식장 경수 (다가오며)어이~ 조욱행이, 올만이네. 욱형 어, 이제들 오냐...(어색한) 성환아 고맙다 와줘서.

성환 (머쓱한)응. 수고가 많네.

경수 문상객이 별로 ?나? 조용하네?

욱형 진영이 친가하곤 왕래가 없으시고.

여기가 친정이래도 남매뿐이시라 그냥 동네 분들만 오셔.

E) 핸드폰 벨소리 성환 (얼른 끄며)미안..잠깐만 먼저 들어가. 전화 좀 하구. (걸어가면) 욱형 (못마땅한)매너하군. 뭘 여기까지 와서 바쁜 척이냐?

경수 놔 두라. 이번에 팀장 달았단다. 이해해라 마.

욱형 쳇, 저러다 또 도망치는거 아냐? 죄지은 놈이 제발 저려서?

경수 고마 치아라. 오는 내동 한숨만 쉿다. 말도 한마디 안 카고.

욱형 할 말이 없겠지.

경수 어허! 용재는 오나?

욱형 응. 교장연수 받는 중이라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더니 점심 지나서 출발한다고 전화왔더라. 경수 글마가 벌써 교장한다꼬?

욱형 응. 의대 때려치고 선생한다고 할 때, 어디 산골분교로 가려나 했더니 완전히 출세했더라. 애가 변했어.

경수 잘 됐구마. 조문은 누가 받는데?

욱형 진영이 외삼촌 혼자. 조카들은 잠깐 왔다가들 가고.

경수 미영이 누야가 제 시간에 와야 할낀데.

E) 차안 성환 (통화중인)하숙집 친구들도 다 왔어. 혜진F) 친구 누구?

성환 말해도 몰라.

혜진F) 당신 담배 피웠지? 목소리 갈라지는데?

성환 안 피웠어요!! 끊어, 들어가 봐야 해.

혜진F) 술 안 돼! 담배도 안 돼!

다크서클 생기면 안 되니까 밤새지 말고 들어와. 응?

성환 이따 연락할게.

E) 차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 성환 (문 내리며)네, 무슨 일..(하다가) 어? 용재?

용재 성환이 맞구나? 들어가다 보니까 너 같아서. 뭐 하냐 여기서?

E) 차에서 내리는 소리 성환 잠깐 전화 좀 하느라고. 잘 지냈어?

용재 그렇지 뭐. 아직도 담배 피냐?

성환 끊게 잘 안되네. 고등학교에 있다며?

용재 응. 교장연수 받으러 다니느라 정신없다.

근데 뉴스에서 맨날 봐서 그런가? 넌 어제 본 사람 같다?

성환 봤어?

용재 봤지 그럼. 너 신입기자 할 때부터 계속.

성환 고맙다. 잊지 않아줘서.

용재 어떻게 잊어? 넌 우리, 그리고 진영이, 어머니. 잊을 수 있어?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E) 민박집 여름 야외 저녁, 멀리서 강물 소리...‘ E) 담다디' 기타반주 소리 진영 (음치다)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담~~ 젊은경수 일마야! 그놈에 담다디 고마 치아삐라!!

것도 노래라꼬. 멀대같은 가스나..이상은이? 가는 또 뭐꼬?

젊은용재 냅둬. 쟤 이상은이가 다니는 대학 간다잖냐.

젊은경수 절마 눈이 ?고마. 여자를 고를라면 딱 미영누야처럼 참하고 잘 웃고 예쁜 여잘 잡아야지. 어데 가스나가 없어서 선머슴 같은 앨 쫓아 댕기노? 진영 우리 누나요? 으와~ 형들 속고 있는거라니까!!

제발 참아주세요, 형들이 우리 누나 실체를 알면 젊은성환 (조금 취했다. 말 자르며) 니가 여자를 알어?

젊은경수 일마 또 시작했다. 차일 때 마다 아주 그냥 책 한권을 쓴다.

젊은성환 진영아!!!

진영 네, 형니임~ 젊은성환 자고로 여자란 말이다. 젊은용재 야, 성환아. 군대 가는 애 앞에서 ‘여자'는 금기어다. 경상도 싸나이 가슴에 불 지르지 말고 고기나 먹어.

젊은성환 윤용재. 연애도 못해본 놈은 빠져.

젊은용재 누가!!

젊은경수 괜찮다. 야는 의사 될거니까 연애 몬해도 된다.

까운 입으모 여자들이 줄 선다.

진영 와~ 나도 의대 갈까?

젊은경수 윤용재!! 니 공부 열심히 해야 된대이.

안 그러면 평생 혼자 살아야 된다. 내 말 명심하그래이!

젊은용재 너는 임마 잘났냐?

젊은경수 니 보단 낫제! 키도 크고. 갑빠도 빵빵하고!

젊은성환 놀구들 있네. (끙! 하며 일어서다가 비틀하는) 어이쿠~ 젊은용재 어어어?? 얘 언제 이렇게 많이 마셨냐? 정신차려!

젊은성환 나 안 취했어! (다시 일어서는) 젊은경수 날도 어우운데 어데 갈라꼬? 삼겹살 다 탄대이. 얼른들 묵자 (우걱우걱) 젊은성환 (가며)물 빼고 와서 다~ 먹을거다. 딱 기다려.

젊은경수 박진영이, 니 햄 따라 가봐라. 절마 또 남의 술판 엎고 올라.

진영 알겠심더! (담다디 노래하며 멀어지는) E) 장례식장, 앉아서 술 따르는 소리 경수 어무이 언제부터 단양 사신기가? 용재 욱형이가 알텐데 나 아직 걔 얼굴도 못 봤다.

경수 다른 병원에도 상조회사 고객 부고가 있어서 지금 두 탕 뛰는 중이라 카더라. 용재 조욱형 완전히 달라졌네. 그 뺀질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한다니? 경수 내말이! 오죽했음 어무이가 절마 일하는거 보시고 당신 장례를 부탁하셨겠노. 친절봉사가 완전히 몸에 뱄다 아이가.

성환 어떻게 만나신건데?

경수 고객 상가 안 있나. 어무인 거기 일 도와주러 오셨었고.

용재 아하... 경수 내는 어무이가 욱행이 상조회사 영업에 넘어가셨구나 생각했는데 조욱행이 일하는거 보니까네 그게 아이네. 용재 그러게. 욱형이 아니었음 우린 부고도 모르고 지나갈뻔 했어.

성환 난 단양 계신거 알고 있었어.

경수 진짜가? 언제부터? 어떻게?

성환 작년 여름에 고향탐방 프로그램에 잠깐 나오시더라구.

용재 (못마땅한)그러고 끝이냐?

성환 (당황한)어?

용재 야, 기자면 사실 확인을 해봤어야지. 찾아가 보든가.

성환 아...그게.

경수 일부러 찾아 뵙는게 어디 쉽나? 막말로 부모님 얼굴도 일년에 서너번 보는 판에. 용재 그거랑은 다르지! 더구나 김성환 너는.

경수 (말리는) 야야 고마해라, 고마하고 한잔 따러바라.

아줌마1 (곡하며 다가오는)아이구, 불쌍한 형님, 밤새 안녕이라더니 이게 뭔 날벼락일까나. (앉고) 아줌마2 (앉고)그러게 말이유. 노인네들 고독사니 뭐니 뉴스에나 나오 는 얘긴줄 알았더만 그 착하디 착한 우리 성님이 이리 가실 줄 상상도 못했네.

아줌마1 (울음 삼키며) 여기 밥 좀 줘요. (코풀며) 딸내미는 아직도 못 오나보네. 중국이 그렇게 먼가?

경수 누야가 좀 외진데 살아서 그카요.

기차 탔다니까 낼 저녁쯤에 올깁니더.

아줌마1 그래요? 근데 어디서 오셨수? 동네 사람은 아닌거 같은데?

경수 옛날에 서울 사실 때 우리 모다 어무이 댁에서 하숙했지요.

아줌마2 아유, 세상에나. 이십년도 전 얘길텐데 이렇게 와주니 고맙네.

아줌마1 그러게. 뭐 좀 들 드셔.

용재 예, 식사하십시오.

아줌마1 근데 저 양반은 어디서 본거 같은데... 아줌마2 보긴 어디서 봐, 서울서 오셨다잖아 아줌마1 아니여. 텔레비전에서 본거 같아. 그죠? 맞죠?

성환 아닙니다.

아줌마1 아닌가?? 형님, 어여 먹읍시다.

용재 난 접견실에 좀 가볼게.

경수 와?

용재 욱형이한테 문자왔어. 외삼촌 쉬셔야한다고 상주노릇 좀 하래.

경수 그래? 내도 가까?

용재 (가면서)나중에.

경수 진영이 장례 때도 용재가 애 많이 썼다카던데.

아! 니도 거기 없었으니까 잘 모르겠고마.

성환 (미안한) 얘기 들었어. 할 말이 없다 내가. 휴우.. 경수 어무이도 용재가 고학생이라꼬 많이 챙기셨제. 진영이 글마도 우리 넷 중에서 용재를 제일 따랐고.

성환 그래. 그래서 쟤가 날 더 원망하는지도 모르겠다.

M) 과거로 가는 브릿지. 브릿지 E) 강가, 구경꾼들 웅성거리는 소리, 젊은용재 (성환의 멱살을 잡고) 찾아와! 진영이 찾아 내! 김성환!

젊은성환 (정신놓고 꺼이꺼이 우는) 젊은용재 새끼야! 왜 진영이야!! 니가 뭔데 이 새끼야!

젊은경수 (말리는)용재야, 고마해라! 성환이 죽는다.

젊은용재 진영이 못 찾으면 너 죽여 버릴거야! 김성환 야 이 개새끼!

멍청한 새끼. 술 쳐먹고 거길 왜 들어가, 이 돌대가리야!

젊은성환 미안해, 진영아~~ 진영아~~ E) 멀리서 호루라기, 잠수부가 무언가를 끌고 강가로 나오는... 행인 찾았다!!! 잠수부 나왔어요!! 저기다!!

젊은용재,경수 (달려가며)진영아!!!

젊은성환 (주저앉아 우는)진영아..미안해 진영아 E) 구급차소리 E) 장례식장 술자리 경수 (술취한)야, 성환아. 니 아까 용재 자슥 유난떠는거 재수없지 않더나? 성환 무슨 소리야?

경수 지도 십수년 만에 욱행이 연락받고 찾아 온거면서 누가 누구더러 이렇다 저렇다 하는데? 지나 잘하라 그래라 마.

성환 뭘. 틀린 말 아니지.

경수 어머니도 괜찮다꼬, 우리 잘못 아니니 걱정 말라 하셨는데 지가 뭐라고 니가 잘 했네 못 했네 떠드냐 이기다. 성환 속상하니까 그러지.

경수 지만 속상하고 지만 삼가 조의를 표하나?

교장 좋아하네. 재수없는 새끼.

성환 취했다 너.

경수 조욱행이 그 자식은 더하다. 완전히 상주흉낼 다 내대?

날더러 낼 공항 가서 누야 픽업해 오랜다.

성환 그래서 가기로 했어?

경수 안가믄 우짤낀데? 까라면 까야지.

자영업자는 남는게 시간인줄 알더라 절마가.

성환 미안하다.

경수 지야 고객관리차원에서 해야 할일 하는건데 뭔 유세고?

것도 완장이라고 뻐기는기가?

성환 온 김에 도우면 좋지 뭐.

용재 (오며)어우~ 춥다. 커피한잔씩 해.

성환 어, 고맙다 E) 캔 따는 소리 경수 야, 윤용재! 니 의대 그만둔거 후회 안하냐?

용재 (마시며)옛날 얘긴 왜 꺼내?

경수 그때 소문은 니가 진영이 못 살려서 회의를 느낏다..라고 그럴싸하게 났는데 진짜가? 핑계제?

니 맨날 피가 무섭다 했잖아.

용재 야, 나 선생하면서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까 옛날 얘긴 그만 하자. 경수 (일부러 더) 내는 훈련소에서 넋 놓고 있다가 쥐어터지고 구르고, 성환이도 정신병원까지 들락거렸는데 니는 재수학원 에서 공부가 되드나? 성환 커피나 마셔.

경수 멘탈 좋다, 니? 아니모 진영이 때문에 일부러 선생 됐나?

용재 헛소리 그만해.

경수 뭐가 헛소리고? 엄연한 진실이다. 안 그란가 기자양반?

성환 그만하자, 응?

욱형 (다가와 앉고) 기자양반이 왜 나와? 여기서도 뉴스 하게?

성환 아냐, 경수 취했어.

욱형 한경수! 12시부터 상주노릇 좀 하랬더니 이기 뭐꼬?

경수 걱정마라! 20분만 딱 자고 일어나면 완전 멀쩡해진다.

성환아, 니 차 좀 빌리도.

성환 나 올라가봐야 하는데.

용재 왜? 아침뉴스 안하잖아.

성환 아침에 보도국 전체 회의가 있어.

용재 모레 발인 땐 올거지?

성환 그게 저......가봐야 알겠는데.

욱형 여전하네 김성환.

성환 뭐?

욱형 진영이 발인 때도 입원핑계로 안 와봤잖아.

성환 핑계라니!

욱형 니 아버지가 우리한테 뭐라 하셨는지 아냐? 정신 바짝 차리고 살랬다. 죽은 진영이보다 입원한 아들 걱정이 하늘을 찌르시 더라. 듣는 우리가 민망하게.

성환 그 얘길 왜 나한테 해?

욱형 니 아버지잖아.

성환 야!!

욱형 (어이없는)참나. 내가 이 말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너 작년에 어머니한테 연락받았다며?

용재, 경수 정말?/진짜가?

성환 휴.. 욱형 아니란 말 못하는거 보니 진짜네. 어머니가 얘 텔레비전에서 보시고 더덕 보내셨댄다. 방송국사람 편에.

이름은 안 밝히셨다지만 그거 알아보는게 일 축에나 껴?

경수 니 아까 전에 텔레비전서 어무이 봤다던게 이거가?

우리한텐 끝까지 말 안 할라꼬 한기가? 와~ 술 깨네.

성환 내가 왜 말해야 하는데?

욱형 뭐?

성환 내가 사죄해야할 사람은 어머니랑 진영이지 니들이 아냐.

용재 (비꼬는)그래, 틀린 말 아니지. 우린 3자야.

아니다. 현장에 있었으니까 목격자인가? 아님 공범?

성환 이러지들 좀 마. 나도 피해자야!

용재 (어이없는)피해? 무슨 피핼 입었는데? 어디 들어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