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4: 장경윤 - “한 달만 사랑할게!” [1]
“한 달만 사랑할게!” — 장경윤
미나: 여기야 여기! 우진아 여기.
우진: 어. 미나야.
우진: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급하게 불러?
미나: 아주 기분 좋은 일. 너두 들으면 깜짝 놀랄걸?
우진: 뭔데?
미나: 나 오늘 청혼 받았다? 이거 봐. 반지야. 다이아 진짜 크지?
우진: 이사님이... 결혼하재? 그래서.. 하려고?
미나: 당연하지.
우진: 할머닌 설득했어? 할머니 반대가 만만치 않잖아.
미나: 응.
... 이사님이 두 번이나 이혼한 이혼남이라구 할머닌 말도 못 꺼내게 하셔.
우진: 내 생각에도 허락 받아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미나: 나, 할머니 사랑해. 어릴 때 엄마 아빠 돌아가시고 쭉 할머니가 키워 주셨잖아. 할머닌 엄마 대신이고, 아빠 대신이야. 그래서 할머니 허락 없인 결혼 못해.
우진: 어렵다. 진짜 어려워... 너, 이사님이 그렇게 좋아? 죽어도 못헤어질 만큼 사랑해?
미나: 사실 잘 모르겠어. 싫지는 않아. 근데 이 결혼은 하고 싶어.
우진: 뭐? 사랑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결혼을 하겠단 거야?
미나: 이사님이 내가 좋대. 나도 이사님이 싫지 않아.
우진: 그게 다야?
미나: 아니. 욕심이 나. 이사님과 결혼하면 우리 회사 안주인이 되는 거잖아.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지. 그리고 난 이사님 사랑할 자신 도 있어. 지금은 아니더라두 꼭 사랑하게 될 거야. 두고 봐.
우진: 이미나 너한테 실망이다.
미나: 왜?
우진: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알아? 잘 참는 거야 하지만 니가 불행해 진다면, 난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이미나.
나두 이 결혼은 반대야.
미나: 야. 너까지 그럼 어떡해? 넌 언제나 내 편이잖아.
우진: 이건 편들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미나: 니가 쪼금만 도와주면 안돼?
우진: 내가? 어떻게?
미나: 우지나. 우지나.
우진: 얘가 왜 이래? 뭔 부탁을 하려구?
미나: 나랑.... 결혼하자.
우진: 뭐? 결혼? 너..너... 방금 이사님이 랑 결혼하고 싶다며?
미나: 응.
이사님이랑 결혼 할거야.
우진: 뭐래는 거야? 그럼 나하구 이사님하구 둘 다 결혼한다구?
미나: 응.
우진: 야. 그게 말이 되냐?
미나: 왜 안 돼? 니가 이혼해주면 되잖아.
우진: 와우 술이 확 깨네. 정리하면, 나랑 결혼하고... 그리고 이혼하고... 그리고 다시 이사님이랑 결혼을 하겠다... 설마 이 얘기야? 맞어?
미나: 똑똑하네 우리 우진이! 내가 이혼녀가 되야, 할머니도 이사님이랑 결혼하는 거 허락하실 거야. 어때?
기발하지?
우진: 야? 너 아무리 내가 만만해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하냐...? 에이-!
미나: 우지나, 나한텐 너밖에 없어. 니가 나의 유일한 희망이야!
우진: 야 이미나! 정신 차려! 이건 아니지!
미나: 아직도 화났어? 내가 잘 못했어. 우지나~ 야!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 쪼잔하기는.. 우진아 대답 좀 해. 우리 음악 들을까? 귀는 안 먹었나 보네.
우진: 운전하잖아!
미나: 알았어. 줄일게. 그래 내가 미친년이다. 야 한 대 쳐. 한 대 치고 싹 없던 걸로 하자! 어?
한 대 치라고.
우진: 너. 미쳤어? 갑자기 핸들을 잡아당기면 어떡해? 죽으려구 환장했어?
미나: 그니까 나 좀 보란 말야. 화좀 풀라구. 내가 잘못했다구!
우진: 어어? 저 앞에 차가 왜 저러지? 왜 저렇게 왔다갔다 해?
미나: 어어 진짜네? 미쳤어. 미쳤어. 저 차 취했나봐. 어어어어... 차가 우리쪽으로 와 우진아.
우진: 미나야!
우진: 미나야? 정신이 들어?
미나: 여기가 어디야?
우진: 병원이야. 사고가 좀 있었어.
미나: 우진아. 나는...너..너..너.. 죽는 줄 알았잖아.
우진: 괜찮아. 이제 괜찮아.
미나: 어디봐봐. 다친데 없어? 아픈데 없어?
우진: 응. 난 멀쩡해.
미나: 진짜지? 멀쩡한거 맞지? 다행이다. 진짜.
우진: 미나야.
미나: 응?
우진: 우리 결혼할까?
미나: 너 머리.. 다쳤어? 그런거야? 많이 심각한 거야?
우진: 아니야 난 괜찮아.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미나: 안 한 다며? 왜?
죽다 살아나니까 맘이 변했어?
우진: 어. 죽는구나. 생각하니까 맘이 변하더라. 나... 어쩌 면 결혼 못할지도 몰라. 근데, 결혼을 한 번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다면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
미나: 설마 너. 진심이야? 나랑 가짜 결혼을 하겠다고?
우진: 응. 이혼도 해줄게. 한 달 후에. 어때?
미나: 너 진짜지? 나중에 딴 말하기 없기다. 그리고 난 안 한다고 했는데 니가 다시 시작한 거다. 이 결혼? 퇘. 퇘. 퇘. 확정. 나중에 울고불고 늘어져도 난 안 봐줘? 어?
우진: 그래.
미나: 와우.
미나: 후훗... 신혼집엔 역시 결혼사진이지!
우진: 여기 걸면 돼?
미나: 조금만 왼쪽으로.
우진: 이렇게?
미나: 너무 갔어. 조금 오른쪽으로.
우진: 이제 됐어?
미나: 어. 됐다. 이제 걸어.
우진: 결혼사진이 너무 큰 거 아니냐?
미나: 할머니 보시라고 거는 거야. 할머닌 무조건 큰거 좋아하셔. 괜찮아.
우진: 근데, 너 아까부터 뭘 그렇게 써?
미나: 이거? 결혼 계약서. 너도 이리 와서 앉어.
우진: 그런 게 필요해? 한달 동안만 있을건데?
미나: 당연하지.
계약은 계약이니까. 첫째, 결혼 기간은 일 개월로 하고, 한 달 후엔 합의 이혼한다. 이혼 사유는 성격차이. 이게 좋겠지?
우진: 맨날 붙어 다니는데, 성격차이로 헤어진다 그럼 할머니가 믿어줄까?
미나: 살아보니까 알게 된거지. 그 심오한 차이를. 콜?
우진: 알았어. 콜.
미나: 둘째, 결혼식을 안하는 이유는, 허례허식을 타파하고! 그 비용은 몽땅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한다.
우진: 흠... 할머니 속이려고 만들어 낸 이유 같은데, 좀 찜찜하다.
미나: 현재로선 이게 최선이야. 결혼식을 진짜 올리려면 다른 사람들한테도 우리 결혼했다고 몽땅 알려야 하잖아. 이 결혼은 할머니만 알면 되니 까 뭐. 어때, 동의하지?
우진: 그래.
미나: 셋째, 각자의 사생활 보장. 사적인 연애생활도 포함이야. 콜?
우진: 콜.
미나: 넷째, 진짜 중요한거야. 결혼 생활을 우리할머니한텐 최대한 알리고 차이사님은 절대. 절대 모르게 해야 돼. 알았지?
우진: 혹시 이사님이 알게 되면?
미나: 건 걱정마. 이사님 지금 유럽출장 갔어. 한 달 동안. 기막힌 우연 아니냐? 하늘이 날 돕기 시작한거지. 그래도 혹시 알 게 되면 그땐 바로 끝이지 뭐. 어디까지 했지? 아.
다섯째.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우진: 뭐가?
미나: 스킨쉽 금지.
우진: 하하. 나 원 참. 그건 내가 할 소리다.
미나: 알았어. 그럼 다른 의견은 없는 거지? 여기 싸인해.
우진: 어. 자.
했어.
미나: 됐다. 이로써 이미나와 박우진은 결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남직원: 다들 서둘러. 이사님 도착하셨다니까 모두들 준비해서 회의실로 와.
미나: 차이사님 오셨어요? 왜요?
여직원: 뭘 왜야? 일이 빨리 끝났데. 이사님 능력 있잖아.
미나: 어. 안되는데.. 아직 오시면 안되는데..
여직원: 무슨 말이야? 이사님이 왜 오시면 안되는데?
미나: 아..아니예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차이사: 이번에 유럽출장을 다녀와보니 우리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해서 곧 있을 품펑회에서 좋은 평을 받은 옷들은 바로 제품으로 출시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미나씨?
미나: 네?
차이사: 왜 그렇게 놀라요? 무슨 죄 졌어요?
미나: 아뇨. 죄 안졌는데요?
차이사: 하하하. 이미나씨와 박우진씨도 이번 품평회에 작품들 내세요.
여직원: 와우. 미나씨 우진씨 축하해요.
남직원: 두 사람, 드디어 정식 디자이너로 승격이네요.
우진: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미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진: 디자인실은 왜? 선배가 샘플 옷들 다시 고쳐 오래?
미나: 벗어.
우진: 뭘?
미나: 벗으라니까
우진: 야... 너 미쳤어. 왜 이래. 야.. 아무리 아무도 없다고 해도 너 너무 과감한 거 아니냐?
미나: 왜 이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진: 어우 야...
미나: 지금 옷 만들잖아. 피팅 안도와 줄거야?
우진: 피팅? 아.. 그 피팅 해야지 피팅. 그럼 피팅해야지.
우진: 근데 미나 너. 남 벗겨놓고 그렇게 빤히 쳐다보기냐? 사람 민망하게. 왜?
탄탄한 근육을 보니까 설래냐? 심장이 콩탁콩탁하지?
미나: 흠... 작을 것 같은데?
우진: 뭐가?
미나: 어휴, 가슴 좀 집어넣어봐. 이 셔츠 터지면 니가 책임질래?
우진: 아..나..참. 있는 근육을 어떻게 집어넣어? 남들은 근육이 없어 난리구만. 맨날 비쩍 마른 모델만 보니까 그게 정상처럼 보이지? 이게 정상이야. 이게. 근육이 이렇게 완벽하기가 뭐? 쉬운 줄 알어?
미나: 아 됐고. 팔이나 끼세요.
우진: 넌... 여자애가... 남자가 니 앞에서 옷을 홀딱 벗었는데 어 떻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냐?
미나: 남자? 웃겨. 남자는 무슨. 니가 어떻게 남자냐?
우진: ... 내가... 남자가 아냐?
미나: 아니지 그럼.
우진: 그럼 뭔데?
미나: 넌.. 그냥 친구지. 사람 친구.
우진: 그렇구나... 난 아닌데.. 미나야 나한테 넌..
미나: 여보세요 이사님~ 아 정말요? 알았어용. 네~. 우진아 우리 다음에 다시 하자. 이사님이 데이트 하재. 이따 집에서 봐.
우진: 그냥 가면 어떡해? 야?
이 핀 빼주고 가야지. 야?
이미나.
미나야.
아 따거.
우진: 미나야 나한테 넌 친구 아냐.
...
차이사: 정식 디자이너로 승격 되는 거 축하해요.
미나: 아직 옷 다 못 만들었어요.
차이사: 미나씬 잘할 거예요. 아?
어려운 거 있음 부탁해요. 나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거 알죠?
미나: 그럼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도 이사님 정말 좋아하세요.
차이사: 그래서 말인데, 할머니껜 언제 인사드리러 갈까요? 절 좋아하신다니 까 빨리 뵙고 싶은데요?
미나: 켁켁켁...
차이사: 괜찮아요? 미나씨?
저기요... 여기 따뜻한 물 좀 가져다주세요.
웨이트리스: 예. 손님.
차이사: 이제 좀 괜찮아요?
미나: 네. .... 괜찮아요.
“카톡” 울림소리
미나: 잠시만요.
우진: 너 지금 어디야?
미나: 이사님하고 같이 있어. 나중에 통화해.
우진: 할머니 올라오셨어. 당장 뛰어와.
미나: 뭐? 할머니?
차이사: 할머니가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미나: 아아뇨.. 별일 아니예요. 저.. 이사님.. 제가 오늘은 몸이 좀 안 좋아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차이사: 그래요?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요.
미나: 아-아뇨. 그게 바람 좀 쐬고 그러면 나아질 것 같아서요. 다음에 데려다 주세요.
차이사: 그래요.... 그럼 아쉽지만 미나씨가 원하니까, 데려다 주는건 다음에 하죠. 할머니: 하이고 결혼사진 한번 맘에 쏙 든다! 역시 사진은 큼직해야지. 고맙다 우진아. 우리 미나 철부진 거 알지? 이 핼민 우진이 네가 미 나 옆에 있어서 안심이다.
미나: 치 할머닌.. 나보다 우진이가 더 좋아?
할머니: 그래 이것아. 우진이가 좋다. 사실 니들 결혼식도 안 올리고 그 결혼 비용 기부한다고 했을 때.... 니들 생각이 기특하긴 하면서도, 하나뿐인 손녀 결혼식도 못보는게 어찌나 서운했는지 모라서…. 아니 헌데, 니들 반진 어디서?
미나: 무슨 반지? 아아 결혼반지. 바빠서 깜빡했어.
할머니: 깜빡할게 따로있지? 결혼반질 까먹어? 그건 그냥 반지가 아니라 약속이야. 이제부터 부부라는 약속. 서로 믿고 지켜주겠다는 약속.
우진: 죄송해요. 할머니. 미처 생각 못했어요. 내일 당장 준비할게요.
할머니: 이럴 줄 알고...준비했었나 보다. 미나, 니 엄마 아빠가 생전에 준비해둔 거야. 미나 너랑, 우진이 같은 듬직한 사위 생기면 준다고.
미나: 금반지네..... 와. 예쁘다.
우진: 안쪽에 메시지도 있어. ‘사랑하는 우리 딸 그리고 우리사위, 영원히 함께하길...' 미나: 엄마.. 아빠..
우진: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미나야, 우진아 잘 살어. 먼저 떠난 엄마 아빠 몫까지 행복하게.
미나: 할머니이.
할머니: 할미 오늘 여서 자고 간다. 우진.
미나: 네. 예?
할머니: 왜 이렇게 놀래? 서운하게. 할미 그럼 지금 내려갈까?
우진: 아아뇨. 할머니. 이 밤에 어딜 가신다고 그러세요.
미나: 놀라긴 누가. 기뻐서 그러지.
할머니: 그래 낼 출근들 해야 할 텐데 어서들 자라. 좋은 꿈들 꾸고.
우진.미나: 네. 안녕히 주무세요.
...
미나: 어떡하지? 너... 어디서 잘건데?
우진: 거실에서 잘게
미나: 미쳤어. 그러다 할머니 나오시기라도 하면 그땐 어떡하구?
우진: 그런가?
미나: 어휴......
미나: 우진아 일단 여기서 자. 너는 바닥에서 나는 침대에서. 어때?
우진: 왜 넌 침대고 난 바닥인데?
미나: 남자가 쿨하게 양보 좀 하지?
우진: 그래 알았다. 잘 자라 이미나.
미나: 너두.
미나: ...자?
우진: ...아니.
미나: 왜 안자?
우진: 그러는 넌 왜 안 자?
미나: 할머니 왜?
뭐 필요해?
할머니: 할미 자리끼 좀 떠다다오. 요즘은 자다가 자주 깨.
우진: 예 할머니. 바로 떠다 드릴게요.
미나: 이제 할머니 주무시나? 이제야 조용하시네. 눈치백단이란 말야, 우리 할머니....
우진: 나두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어.
할머니: 미나야.
미나: 할머니 왜?
우진: 혹시 잠자리가 불편하세요? 저희랑 방 바꾸실래요?
할머니: 아니다. 니들이 이렇게 같이 있는 게 꿈인지 생신지. 할미가 너무 좋아서 함 불러봤어. 니들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미나: 할머니두. 참.
할머니: 그려. 어서들 자.
미나: 안되겠다. 우진아, 오늘은 침대에서 같이 자자. 너도 올라와.
우진: 응. 이게 낫겠어.
미나: 그래도 계약은 계약이니까 스킨쉽 금지. 알지?
우진: 너나 잘하세요.
미나: 헐. 잘자.
어린미나: 무서워서 잠이 안 온단 말야. 이럴 땐 엄마가 재워줬었 는데.. 엄마..아빠..
어린우진: 미나야 내 침대로 올라와. 나랑 같이 자자. 내가 엄마처럼 재워줄게.
어린미나: ...엄마 보고 싶어...
어린우진: 이렇게 꼭 끌어안고 자면 하나도 안 무서워.
어린미나: 약속해. 너는 엄마 아빠처럼 사라지지 않겠다고.
어린우진: 약속할게. 내가 미나 너 꼭 지켜 줄게. 그니까 울음 그칠거지?
어린미나: 응.